변호사 일을 하며 고객상담을 하다 종종 보게 되는 경우다.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하거나 부동산 사기를 당했는데 소유권이전등기가 되지 않는 일 등이 생겼을 때다. 무조건 상대방을 경찰 또는 검찰에 형사 고소를 하겠다고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주변에서 경찰에 형사고소를 해서 합의금으로 돈을 받는 경험을 봤다거나 상대방에 대한 격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하겠다는 감정적 심보인 이유가 많다. 이처럼 모든 사건을 형사 고소로 해결하려는 것은 여러 법적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선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핵심만 짚어본다. 간단히 말하면 민사 문제는 돈, 부동산 등의 재산을 받는 일이다. 형사 문제는 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일이다. 둘은 엄연히 구분된다.
민사 절차는 각 지방의 지방법원에서 1, 2심 재판을 받게 되고,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3심을 받아 재판을 확정 받게 되면서 재산 등의 청구에 대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반하여 형사 절차는 경찰, 검찰 등의 수사기관에 대한 형사 고소 등이 이루어 지게 되면, 수사기관에서는 피고소인이 혐의가 관련법에 위반이 되는지를 조사를 하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법원에 재판을 청구(통상 “기소”라고 부른다)하게 되며, 이에 따라 1심, 2심, 법률심인 3심까지 재판을 받게 되면서 피고소인의 죄에 대한 형이 확정 받도록 절차가 진행이 되는 것이다.
즉, 민사 절차와 형사 절차는 엄연히 취지와 절차가 확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각 사안에 맞게 그에 맞는 절차로 진행을 해야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만약 민사 절차로 해결해야 되는 일인데도, 억지로 형사 절차로 진행을 하게 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가령, A가 B에게 돈 1억 원을 빌려줬는데, 돈을 받지 못한 일이 있다고 생각을 해 보자. 그런데 A가 B에게 돈을 빌려줄 당시에는 워낙 친한 사이였기 때문에 변제기, 이자 등을 전혀 정한 사실이 없었다. 그런데 그 이후 B가 돈을 갚지 않자, A는 B가 '기망'을 했다고 형사 고소를 했다. 당시에 변제기와 이자를 정하였는데, 이는 애초부터 거짓말이었다고 허위 사실로 형사 고소를 한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이 형사 고소가 이루어 지는 경우에는 수사기관에서는 고소인에게 위 고소 사실이 허위인 경우 무고죄의 책임을 진다는 진술을 받게 되고, 실제로 수사기관의 조사 결과 위 고소 사실이 허위인 경우 당연히 고소인에게 무고죄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다.
즉, A로서는 당초 민사 절차를 통하여 해결해야 되는 상황인데도, 억지로 허위 사실을 기재하여 형사 고소를 하게 됨에 따라 언제든지 피해자의 입장에서 무고죄의 가해자의 입장으로 변경되어 형사 처벌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수사기관에서도 위와 같이 형사 고소가 방대하게 늘게 됨에 따라 위 고소 사실이 형사사건인지 민사 사건인지 면밀히 살피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돈이나 부동산 등 재산을 받지 못했을 때 느끼는 분노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렇다고 섣불리 형사 고소부터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위와 법적 절차에 들어가기 전엔 전문가나 주변의 지인들에게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은 방법이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