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항소심에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이 재판부를 향해 재차 억울함을 호소했다.
광주고법 제주제1형사부(왕정옥 부장판사)는 10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기소된 박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속행했다.
피고인 박씨는 이날 공판에서 무죄 선고로 억울한 심정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박씨는 최후 진술을 통해 "재판을 2년여 동안 겪으면서 인생이 엉망진창이 될 정도로 너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제 결백을 증명할 기억이 온전치 않음이 너무 답답하다. 하루속히 이 사건이 해결돼서 피해자 가족이나 제 마음 속 억울한 심정이 풀렸으면 한다"고 심정을 밝혔다.
그는 "재판부께서 지금까지 조사된 증거를 종합해 공정한 판결을 내려달라"며 "너무나 힘든 심정을 헤아려 달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미세섬유 증거의 한계를 일부 인정하면서도 여러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미세섬유 증거의 증명력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됐다.
검찰은 "사건 당시 피고인의 차량에서 발견된 동물털(무스탕) 2점은 상호접촉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재판부는 여러 정황 증거를 종합해서 유죄 선고를 내려달라"고 박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은 피해자의 신체에서 검출한 미세섬유와 박씨의 택시 안에서 찾은 미세섬유를 비교 분석한 법화학감정서와 유전자 감정서를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미세섬유 증거물에 대해 "대량 생산되는 면섬유 특성상 두 개의 섬유가 서로 동일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무죄 선고 취지를 밝힌 바 있다.
증거로 채택된 섬유가 비록 같은 종류의 것일 수 있지만 그것이 곧 동일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당시 피해자가 입었던 의류 15군데에서 무작위로 표본 섬유를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재감정을 의뢰했다.
검찰은 "무작위로 채취한 표본 섬유를 통해 증거의 객관성을 확보했다"며 "1심때 제출한 증거물보다 가치가 더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고인 측은 검찰이 제출한 증거물 감정서에 부동의했다. 변호인은 "두 섬유가 다르고 대조군 또한 없어서 증거로서 가치가 없다"면서 "1심과 달라진게 없다. 추가 감정에 부동의한다"고 부동의 사유를 밝혔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고내봉 인근 도로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모(당시 26세・여)씨를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반항하자 살해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수사당국은 유력 용의자였던 박씨를 사건 발생 10년 만에 법정에 세웠다. 그러나 1심에서 미세 섬유 등의 증거 능력이 인정되지 않아 무죄가 선고됐다.
선고 공판은 다음달 8일 오전 10시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에서 속행된다. [제이누리=이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