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판 살인의 추억’으로 불리는 2009년 보육교사 살인사건이 피고인 박모(49)씨가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14일 오전 제주지방법원 202호 법정에서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 등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에 있는 고내봉 인근 도로에서 당시 보육교사로 일하고 있던 이모(당시 26세・여)씨를 강간하려다 피해자가 반항하자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공판에서 박씨의 변호인은 박씨의 범행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경찰과 검사 측이 제시한 박씨의 택시 동선에 의문을 제기했다. 택시가 수사과정에서 제시된 동선을 따라갈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변호인은 또 이씨가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콜택시를 부르기 위해 114에 전화를 한 부분에 대해 “이씨가 전화한 114는 전화번호를 안내받기 위한 114가 아닌 통신사 안내 번호일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펼쳤다.
박씨의 변호인은 이를 토대로 “피고인은 피해자를 택시에 태운 적이 없다. 피해자를 만난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또 검사의 증거 신청과 관련, 일부 증거들에 대해 부동의 한다는 뜻을 보이기도 했다. 검사가 증거물로 신청한 특정 증거물에 대해서는 “위법한 절차를 통해 수집된 증거”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또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 정황에 대해 진술한 몇몇 이들을 두고 “그들이 진범일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변호사 측이 진범 가능성을 언급한 이들은 10년 전 초기 수사과정에서 용의선상에 올랐던 이들이다.
검사는 “부동의 취지를 모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첫 공판에서 박씨 측이 “이씨를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다”며 공소사실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일부 증거들에 대해 부동의를 하면서 앞으로 10년 전 살인사건의 진실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육교사 살인사건은 2009년 2월1일 제주시에서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씨가 실종, 이후 같은달 8일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불거졌다.
2009년 1월31일 이씨는 제주시 애월읍의 집을 나섰다. 그날 저녁 친구들을 만나고 자정을 넘긴 2월1일 새벽 제주시 용담동에서 남자친구를 만났다. 그러나 이씨는 남자친구와 다투고 헤어진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씨에 대한 실종신고는 다음날인 2일 오전 9시10분 접수됐다.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2일 오후에는 제주시 이도2동에서 이씨의 차가, 2월6일에는 제주시 아라동에서 이씨의 가방이 발견됐다.
경찰은 범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이어갔으며 수색이 한창이던 2월8일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 고내봉 인근 농업용 배수로에서 이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시신 발견 다음날인 2월9일에 부검결과가 나왔다. 타살로 확인됐다. 사망추정시간은 시신 발견일인 2월8일로부터 최대 24시간 이내라는 부검의 소견도 나왔다. 경찰은 이러한 소견과 현장상황 등을 바탕으로 수사를 했다.
도내 택시기사 수천명을 상대로 조사에 나섰고 10여명의 용의자를 추려냈다. 박씨는 이 10여명의 용의자 중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던 택시기사다.
하지만 당시 결정적 증거가 불충분해 사건은 끝내 해결되지 못했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본부는 2012년 6월5일 해제됐다.
이후 제주지방경찰청에 장기미제사건팀이 신설되면서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재수사를 통해 이씨의 사망시점을 실종당일로 판단하고 증거를 보강, 지난해 12월18일 박씨를 구속, 같은달 28일 송치했다. 검찰은 지난 1월 15일 박씨를 기소했다.[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