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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물 포장박스 정가 "일부 언론 악의적 호도 ... 제주도민 온정 봇물"

 

제주에 내린 폭설로 제주공항은 사흘째 항공기의 이착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객기가 폭설과 한파로 무더기 결항이 되면서 제주공항에는 수천 명의 승객들이 노숙을 하며 항공기 운항이 재개되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폭설로 제주공항이 마비되자 언론에는 제주공항에서 대기하고 있는 승객들의 불편함을 앞다퉈 보도하고 있습니다.

 

언론은 ‘제주 공항 마비’ 노숙자 1000여명 발생, 종이박스 1만원씩 거래 논란도’라는 제목 등의 기사에서 제주공항에서 박스가 1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언론의 이런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제주도민들이 마치 자연재해를 틈타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것처럼 생각하게 됐습니다.

 

제주공항에서 1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는 종이박스의 정체는 무엇인지, 현재 제주도의 진짜 문제점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제주공항에서 만 원에 거래된 종이박스. 원래 가격도 1만 원’

 

제주공항에서 박스를 1만 원에 샀다는 보도는 맞습니다. ‘아니 종이박스 하나를 만 원씩 팔았다는 말이야?’라고 화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주공항에서 1만 원에 판매된 종이박스의 가격은 자연재해 때문에 폭리를 취한 것이 아니라 원래 정가가 1만 원이었습니다.

 

 

제주공항 수하물 포장 업체에 가면 박스를 판매합니다. 박스 가격은 크기에 따라 5천 원에서 1만 원까지 받고 있습니다. 대형 박스는 자전거 등 대형 수하물 포장에 사용되고 있는 크기입니다. 원래 1만 원에 판매되고 있는 박스를 1만 원에 팔았다고 자연재해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수하물 포장 업체에서는 소형 박스 등을 정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으나 대형 박스의 경우는 정가를 지킬 수 밖에 없어 1만 원에 소량 판매했다고 합니다.

 

공항에서 노숙하고 있는 승객들 입장에서는 1만 원이 과한 금액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원래 1만 원에 판매하고 있는 박스를 무조건 저렴하게 공급하기는 어렵습니다. 언론은 이런 상황은 전혀 알려주지 않고, 마치 제주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식으로만 보도했습니다. 자연재해를 이용해 장사를 한 곳은 박스 판매 업체가 아니라 클릭률을 노린 무책임한 언론사였습니다.

 

‘자기 집을 기꺼이 내준 제주도민들’

 

승객들이 제주공항에서 노숙한 이유는 제주 시내까지 갈 교통편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제주 시내는 폭설로 인해 차량 통행 자체가 어려웠고,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편도 아예 다닐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시내까지 교통편이 없자, 걸어서 갈 수 있는 공항 근처 숙박업소에는 몰려든 관광객들로 방이 동이 났습니다. 폭설과 한파 속에서 힘들게 걸어서 숙박업소를 찾으려고 했던 관광객들은 방이 없자 결국 공항에서의 노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혹시라도 제주택시가 미터기 요금이 아닌 부당한 요금을 요구했다면 제주특별자치도 교통항공과(064-710-2454)로 신고할 수 있다.)

 

공항 근처 숙박업소에 방이 없고, 제주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공항에서 노숙한다는 소식이 나오자,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자신들의 집을 무료로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커뮤니티에는 공항 근처에 있는 집을 제공하겠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습니다. 구체적으로 몇 명까지 숙박할 수 있는지 여부와 갖춰진 침구류와 난방 상태까지 꼼꼼하게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어떤 제주도민은 가족이 있어 이동이 힘든 경우 자신들이 태우러 가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천 명 이상이 공항에서 노숙을 하는 상황에서 무료 민박이나 숙소 제공이 큰 역할을 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족이라도 하룻밤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면 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됐을 것입니다.

 

제주가 언론이 보도하는 것처럼 무조건 돈벌이에만 매달린 사람들만 사는 곳은 아닙니다.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을 돕고자 하는 따뜻한 마음이 있는 사람도 분명 있었습니다.

 

‘제주도청의 안일한 대응이 불러온 불편함’

 

따뜻한 제주도민이 있었던 반면에 폭설에 대응하는 제주도 행정의 모습은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물론 제주도 공무원들도 나름대로 공항에 노숙하는 체류자가 발생하자 담요와 먹거리 등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1월 23일 오후부터 제주공항에 노숙하고 있는 체류객이 늘어나자, 제주시와 적십자사, 공항공사는 어린이와 노인, 환자를 대상으로 모포와 간식을 제공했습니다. 국토부와 제주 제과협회 등도 모포와 단열매트,빵과 생수를 무료로 지급하기도 했습니다. 제주시는 지자체 버스 등을 동원해 대중교통이 끊긴 상황에서 승객들을 시내로 수송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대처가 공항에 몰려든 사람들을 만족하게 할 만큼 충분하거나 안락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교통 수송 대책은 턱 없이 부족해 공항에 노숙자들을 만든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항에서 노숙하고 있는 체류객 중에는 왜 사전에 이런 상황을 대비하지 못했느냐며 불만을 말하기도 했습니다.

 

 

1월 22일부터 일부 여객선 회사에서는 23일, 24일, 대설 주의보와 풍랑주의보 등으로 배가 결항한다고 승객들에게 공지를 했습니다. 1월 22일 금요일 오후 3시,제주자치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는 박재철 안전관리실장 주재로 행정시 관계부서 및 읍․면․동장을 대상으로 영상회의를 개최하고 폭설과 한파를 대비하는 계획을 수립하기도 했습니다.

 

제주도가 폭설과 한파를 대비한 계획을 세웠지만, 공항은 수천 명의 노숙자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시내 곳곳은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해 많은 시민들이 오도 가도 못하는 등 제주 전역이 마비됐습니다.

 

이번 폭설은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도 처음 겪는 일입니다. 금방 눈이 녹는 제주의 특성상 충분한 제설차량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제설작업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재난은 최악의 경우를 선정해 대비해야 합니다. 최소한 공항에 수천 명의 승객이 몰리거나 교통이 마비될 것은 예상하고 여객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도록 사전에 경고를 해야 했습니다.

 

 

제주 시내는 물론이고 중산간 지역은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월요일 아침 출근길부터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제주 시내에는 스노우 체인이 동이 나서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제주공항의 운항 재개가 1월 25일 오전 9시에서 다시 연기됐습니다. 아직도 제주를 떠나지 못한 승객들은 언제쯤 비행기를 탈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를 막아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예견됐던 자연재해에 대해 사전에 충분히 경고했거나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계획을 제대로 수립했다면 지금보다 상황은 더 나아졌을 것입니다.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벌어진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와 제주도청의 안일한 대처를 보면서 과연 이들을 무조건 믿고 행동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지금이라도 제주도와 언론은 자연재해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제대로 일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 기사는 제이누리와 시사전문블로그 아이엠피터의 기사제휴 협약에 따라 싣는 뉴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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