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사학명문 오현고 총동창회가 제주시 삼도동에서 아라동으로 총동창회관을 이전한다. 새 회관은 올해 연말 완공을 목표로 본격적인 건립에 들어갔다. 오현고총동창회는 지난 10일 제주시 아라1동 414-1번지 일원에서 동문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총동창회관 이전 건립공사 착공식을 열었다고 13일 밝혔다. 착공식에는 오용덕 총동창회장을 비롯해 이상봉 제주도의회 의장, 강효식 오현고 교장, 김한주·부삼환·문종채·양창헌·윤태현·황용남 고문, 강기주 직전회장, 고현수 재경동창회 고문, 김정학 자문위원장, 박성기·정선태 감사 등 주요 동문들이 참석해 새 회관 착공을 축하했다. 오현고 총동창회는 1992년 제주시 삼도2동에 제주지역 첫 고등학교 총동창회관을 건립한 바 있다. 이번 신축은 그로부터 32년 만에 이뤄지는 대규모 이전 사업이다. 새 회관은 제주대 입구사거리 인근 2385㎡(약 723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된다. 연면적은 약 300평이다. 설계는 이 학교 동문 46회 백승헌 건축사가 운영하는 SODA건축사무소가 맡았고, 시공은 32회 문경만 동문이 대표로 있는 골든종합건설이 맡았다. 전체 사업비는 토지매입비와 건축비를 포함해 약 40억원이다. 기수별 모금 활동을 통해 현재까지 약 30억원이 조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오용덕 총동창회장은 기념사에서 "2만8000여 오현 동문들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새 회관이 드디어 착공됐다"며 "이곳은 앞으로 100주년을 향한 오현 동문 선후배 간 동반 성장을 위한 소중한 거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한화시스템의 제주 우주센터가 오는 10월 우주산업 단지인 제주 서귀포시 하원테크노캠퍼스에 준공된다. 13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한화우주센터는 지난해 4월 착공해 현재 약 60% 이상의 공정률을 보인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 대표와 지난 12일 제주부영호텔에서 면담을 갖고 "한화 제주우주센터 건립이 지역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며 "제주도가 통신위성 분야에서도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손재일 대표는 "한화우주센터에서 6G 통신위성을 생산하기 위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통신위성이 가시화되는 시점에 늦지 않게 시설 투자 등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화우주센터는 지하 1층·지상 2층에 건축면적 1만514.3㎡, 연면적 1만6177.8㎡ 규모다. 위성 관련 연구소 개념도 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우주센터에는 위성 AIT(Assembly·Integration·Test) 시설이 조성된다. 위성 AIT 시설은 조립과 기능·성능 시험을 하는 곳이다. 위성 AIT 시설이 준공되면 제주에서 저궤도 초소형 위성을 조립하게 된다. 한화우주센터가 조성되는 하원테크노캠퍼스는 산업단지로 지정돼 우주 관련 기업들의 입주할 예정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13일 JDC에 따르면 양영철 이사장은 자회사 제인스 대표이사에 김기영 교육문화처장을 발령하는 등 부서장 승진 및 전보 인사를 포함한 10여명 규모의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는 핵심 부서장 교체와 자회사 이동이 포함돼 조직개편 수준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획조정실장에는 서승모 감사실장을 수평 이동시켰고, 감사실장 후임에는 배재범 산업육성실장이 발령됐다. 홍보협력실장에는 양 이사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박영하 상품운영처장 직무대리를 승진 발령했고, 기존 직무대리였던 강충효 실장은 자회사 제인스로 이동했다. 특히 홍보협력실장은 1급 고위직인데 3급이던 박영하 직무대리가 발탁되면서 내부 승진 인사에서 '파격'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박 직무대리는 홍보마케팅팀장도 겸직하게 된다. 이밖에 신원국 관광사업처장 직무대리와 천구 첨단운영처장 직무대리는 각각 정식 2급 처장으로 승진했다. JDC의 주요 수익을 담당하는 면세사업본부는 이번 인사에서 부서장 전원이 교체됐다. 본부장에는 손봉수 전 제인스 대표가 복귀했다. 면세기획처장에는 성낙창 비서실장, 상품운영처장에는 홍승철 투자전략팀장, 영업처장에는 현상철 자산인수팀장이 각각 발탁됐다. 모두 3급 직무대리가 2급 처장 자리를 맡게 된 구조다. 이번 인사에 이어 차기 정부에서 이사장이 교체될 경우 추가 인사도 예측된다. 양영철 이사장은 이미 지난 3월 7일 임기가 만료된 상태지만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2개월 넘게 임기가 연장된 상태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후임 이사장 인선 절차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측 모 인사가 낙점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대통령 탄핵 이후 상황 변화로 고위공무원임용심사위 안건 상정이 보류된 상태다. 양영철 JDC 이사장은 "차기 이사장 선임이 늦어지면서 연초 정기인사가 미뤄졌고, 공석 충원 등 필요에 따라 이번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삼다수 여름편' 광고에 브랜드 모델 박보영과 함께 태요미네 ‘태하’가 함께 출연해 눈길을 끌었다. 제주개발공사는 13일 지난달 봄 편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광고 영상 제주삼다수 여름편을 공개했다. 영상 속 박보영은 다 마신 제주삼다수 병을 아쉬워하며 바라보고, 이를 본 태하는 “누나 물 줄까요?”라며 제주삼다수를 건넨다. 박보영은 “너도 좋아마시는구나?”라고 답하며 병을 받아 들고, 두 사람은 청정 제주의 배경 속에서 나란히 앉아 제주삼다수를 즐긴다. 공사는 올해 제주 자연의 깨끗한 이미지와 부합하는 배우 박보영을 모델로 기용하고, 여기에 가족 크리에이터 태요미네 태하까지 더해 세대와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는 멀티모델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2025년 1분기 기준 시장점유율 40.4%를 기록하며 27년 연속 국내 생수 시장 1위를 지켜오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배우 박보영이 직접 부른 CM송을 활용해 오는 31일까지 공식 SNS 채널을 통해 ‘좋아마심 Song 챌린지’를 진행 중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인터넷 개인방송을 통해 대리도박과 불법 환전행위를 벌인 40대 남성이 경찰에 구속됐다. 제주서부경찰서는 도박공간개설 및 범죄수익은닉 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인터넷 1인 방송 운영자 A씨를 구속했다고 13일 밝혔다. 경찰은 동시에 A씨의 범죄수익 약 30억원에 대해 법원의 추징보전 명령을 받아 재산을 동결하고, 공범 및 도박 참여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는 2023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서울 사무실에서 개인 인터넷 방송을 운영하며 시청자를 상대로 대리도박을 알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시청자들에게서 약 3억원의 현금을 받아 자신 또는 방송 진행자(BJ)가 온라인 게임에 직접 도박 형태로 참여한 뒤, 수익을 다시 시청자에게 돌려주고 일정 수수료를 챙기는 방식으로 게임을 운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A씨는 해당 게임에서 사용되는 게임머니를 불법으로 매입하거나 판매하는 방식으로 무등록 환전 행위를 일삼았다. 이 같은 방식으로 모두 3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를 구속한 데 이어 관련 범죄수익 약 30억원에 대해 추징보전 명령을 집행했다. 추징보전은 피고인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범죄수익으로 의심되는 재산의 임의 처분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단순 개인방송을 넘어 조직적인 도박·환전 범죄로, 게임 참여자까지 포함한 수사를 계속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며 "최근 제주 지역에서 증가하고 있는 온라인 도박 범죄를 강력히 단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시 구좌읍이 마을 경로당 증축 사업을 추진하며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음에도 보조금을 전액 지급하고, 수의계약 제한을 피하기 위해 사업비를 쪼개 발주하는 등 예산 집행의 부적정 사례가 드러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12일 '구좌읍 A마을 경로당 증축공사 지방보조사업 집행업무 등 부정적' 사안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사업 전반에 심각한 위법·부실 요소가 있었다며 구좌읍에 기관경고를, 담당 공무원 B씨에게는 징계 조치를 제주시장에게 권고했다. 해당 사업은 2023년 8월 구좌읍이 지방보조금 2억3000만원을 들여 A마을 경로당을 증축하는 것으로 마을 새마을회가 보조사업자로 지정됐다. 사업자는 공사를 가스·난방 배관, 창호·유리, 전기·통신, 엘리베이터 등으로 나누고 각각 4180만~5494만원 규모로 4개 업체와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감사 결과 이 공사는 단일 건축물에 대한 단일 사업이다. 지방계약법과 보조금 관리기준에 따라 일괄계약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사업이었다. 특히 엘리베이터 설치는 발주 금액이 2000만원을 초과해 조달청을 통한 경쟁입찰 절차가 필요했지만 이 역시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더욱이 전기·통신·소방시설 공사는 해당 분야 자격이 없는 철근콘크리트 업체에 시공을 맡긴 것으로 확인돼 안전 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감사위는 "단일공사를 쪼개 수의계약을 체결한 점, 자격 미달 업체가 시공을 맡은 점 모두 명백한 위반"이라며 "공정성과 투명성은 물론, 예산 절감 기회도 놓쳤고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준 것이라는 의혹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사업 완료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보조금 전액이 지급됐다는 점이다. 구좌읍은 2023년 12월 새마을회가 제출한 4건의 준공계에 준공사진 등 확인 서류가 없는 상태였음에도 2억500만원을 집행했다. 현장 점검에서도 공사가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연내 예산을 소진해야 한다는 이유로 강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해당 경로당은 지난해 11월 기준까지도 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시설을 사용할 수 없었고, 하자담보책임기간도 지난 상태였다. 감사위는 구좌읍이 오히려 수의계약 체결 범위와 방법을 사업자에게 안내한 사실을 들어 관리 감독이 아닌 부적절한 행정 지도를 한 셈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구좌읍과 담당 공무원 B씨는 감사위 지적에 별다른 의견을 제출하지 않았다. 향후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무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 교체가 10일 무산됐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는 데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한 결과, 반대 의견이 찬성보다 많아 부결됐다고 밝혔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오늘 전 당원 투표에서 수치를 밝힐 수 없지만, 근소한 차이로 후보 재선출 관련 설문이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후보로 변경해 지명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묻는 ARS 조사를 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이 추진한 후보 교체는 백지화됐고, 김문수 후보가 대선 후보 자격을 회복했다. 김 후보는 11일 공식 후보 등록을 할 예정이다. 김 후보는 입장문에서 "이제 모든 것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라며 "즉시 선대위를 출범시키고 빅텐트를 세워 반(反)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후보 교체를 주도했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찬반 투표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권 위원장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건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제 부족함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충정으로 당원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인데 결과적으로 당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절차와 과정의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선관위 후보 등록 전 김 후보와 한 후보의 단일화가 불발되자 전날 0시부터 후보 재선출 절차에 돌입했다. 그러나 김 후보의 후보 자격 취소와 당의 후보 등록 공고, 한 후보의 입당 및 당 후보 등록이 속전속결로 이뤄지면서 '절차적 하자가 크고 정당 민주주의를 훼손한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날 당원투표 안건이 부결된 것도 절차적 정당성을 우려하는 당원들의 여론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비대위는 이날 당원투표에서 '후보 교체' 찬성 의견이 우세하면 11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한 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할 예정이었으나, 안건이 부결되며 앞서 진행한 모든 절차가 무위로 돌아갔다. 공식 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시점에 후보 교체를 거듭하는 혼란상을 보이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선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맞서 범보수 진영이 연대해야 한다는 '반(反)이재명 빅텐트' 전략도 김문수-한덕수 단일화 실패와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시도 무산으로 당장 차질을 빚게 됐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제주도당이 제21대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김문수 후보의 제주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공식 발표하고 본격적인 선거 체제에 돌입했다. 12일 국민의힘 제주도당에 따르면 제주선대위는 김승욱 제주도당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운동을 진두지휘하며 고광철(제주시 갑), 고기철(서귀포시) 당협위원장, 문성유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장성철 전 제주도당 위원장이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총괄선대본부장은 이정엽 제주도의회 의원(국민의힘 원내대표)이 맡았고, 선대위 부위원장으로는 당 소속 제주도의원들과 제주도당 부위원장단이 참여한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깨끗한 선거 추진본부'를 별도 구성했다. 강경문 도의원과 한영진 전 도의원이 공동 본부장으로 참여한다. 이날 공개된 선대위 조직은 정책·홍보·조직 등 16개 부문별 본부 체제로 운영된다. 지역 주요 현안을 다룰 '제2공항 대책특별위원회'(우창범 위원장)와 '신항만 건설특별위원회'(김수완 위원장)도 함께 설치됐다. 국민의힘 제주도당은 "이번 선대위는 정책 대응과 조직 역량을 동시에 고려해 구성한 체제로 김문수 후보의 제주 공약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기반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제2공항 사업의 환경영향평가 준비서 심의를 앞두고 제주지역 시민사회가 절차의 공정성과 충분한 검증 없이 진행되는 심의 절차에 반발하고 나섰다. 제주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이하 비상도민회의)는 12일 성명을 통해 "졸속적으로 추진되는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협의회 심의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공식적으로 심의 거부 입장을 밝혔다. 비상도민회의는 이번 결정이 도민의 자기결정권과 환경권을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오는 16일 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열고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준비서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 7명, 주민대표 2명, 관계 공무원 3명, 기후환경영향평가협의회 2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됐다. 비상도민회의는 "환경영향평가 협의회의 심의는 건축물의 기초공사에 비유될 만큼 중요한 절차인데 도민 의견 수렴이나 쟁점 검토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오영훈 도정이 국토교통부와 장단을 맞추며 선거 기간 중에 무리하게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특히 환경영향평가 준비서의 핵심 쟁점들이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성명에 따르면 항공 수요 예측에 대한 검증 계획은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조류충돌 위험, 숨골 생태계 가치 등의 내용도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에 포함됐던 갈등조정협의회 구성,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간담회 계획 등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비상도민회의는 "환경영향평가 조례상 평가준비서가 미흡할 경우 사업자에게 보완을 요구할 수 있음에도 도는 아무런 보완도 요구하지 않은 채 일정을 강행하고 있다"며 "이 같은 졸속 추진의 배경이 무엇인지 도민 앞에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영훈 제주지사가 과거 '제2공항 기본계획 고시 이후는 제주도의 시간'이라고 발언한 점을 언급하며 "도지사가 약속한 도민 자기결정권 실현 의지는 어디로 갔는가. 지금의 도정 태도는 무책임하고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또 "제2공항 문제는 지난 10년간 제주사회를 갈등에 빠뜨려온 중대 사안"이라며 "오영훈 도정이 도민 사회의 신뢰를 저버린다면 그 책임은 오롯이 도지사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제2공항 환경영향평가 절차는 기본계획 고시 이후 재개된 상황이다. 환경영향평가 준비서 심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향평가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도는 법적 시한 내 협의 절차를 밟는다는 입장이지만 시민사회의 반발이 격화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소나무당 제주도당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소나무당 제주도당은 12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이재명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윤석열 내란세력 척결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소나무당 도당은 이번 지지 선언이 단순한 정당 간 연대를 넘어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세력에 대한 역사적 심판"이라며 강한 정치적 메시지를 동반한 입장을 내놨다. 제주지역 1040여명의 당원을 중심으로 다음 달 3일 투표일까지 '올레 삼촌 찾기' 캠페인과 SNS를 통한 선거운동, 투표 독려 활동을 펼치고, 제주지역 야권 연대를 기반으로 한 공동 선거운동도 함께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양윤녕 소나무당 제주도당위원장은 "이번 대선은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윤석열 내란수괴와 헌정질서 수호 세력 간의 싸움"이라며 "윤석열 정권 3년은 무능과 무책임으로 대한민국을 파탄에 이르게 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나무당은 현재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감 중인 송영길 대표가 주도한 정당이다. 도당은 성명에서 "송 대표가 옥중에서도 야권연대를 주장하며 이재명 후보 중심의 정권 교체를 촉구했다"며 "제주도당은 야당과의 협력체계를 통해 그 뜻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소나무당은 또 윤석열 정부를 '검찰공화국'으로 규정하며 검찰청 해체·수사기소 분리·윤석열·김건희 구속 수사 등을 포함한 개혁 과제를 앞세워 정치투쟁에 나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소나무당은 전 당원이 총력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며 윤석열·김건희 일가와 그 추종세력 척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도당은 "제주도민과 함께 이재명 후보가 구상하는 '진짜 대한민국' 실현에 동참하겠다"며 "대통령이라는 도구를 통해 평범한 국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 첫날 더불어민주당 ‘진짜 대한민국’ 제주도당 선거대책위원회가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12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제주시 마리나호텔사거리에서 열린 출정식에는 김한규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해 문대림, 이상봉, 조순호 공동선대위원장과 선대위 관계자, 자원봉사자, 지지자 등 500여명이 참석해 선거운동 개시를 알렸다. 출정식은 ‘경청’, ‘함성’, ‘통합’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김 위원장의 인사말과 자원봉사자 결의문 낭독, 손도장 퍼포먼스 등을 통해 유권자들의 참여와 지지를 이끌어냈다. 민주당 제주선대위는 이번 대선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치러지는 선거로 규정하고 국민과 극우 내란세력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을 강조했다. 선대위는 "이재명 후보와 함께 내란 정권이 무너뜨린 경제를 되살리고, 국민의 손으로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뤄낸 대한민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며 "이를 되찾기 위해서는 검증된 능력을 갖춘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역임하며 정치와 행정에서 모두 위기극복 능력을 검증받은 인물이라고 강조하고, 지금이야말로 이재명이 나설 때"라고 밝혔다. 한편, 민주당 제주선대위는 공식 선거운동 개시에 앞서 지난 11일 선거대책위원회 2차 인선을 발표했다. 이번 인선에서는 송석언 전 제주대 총장, 송승문 전 제주4·3유족회장, 김종곤 서귀포호남연합회장이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추가 임명됐다. 공동선대위원장에는 오충진 전 제주도의회 의장, 이종우 전 서귀포시장, 정찬식 전 호남향우회장, 장은술 서귀포전남도민회장이 합류했다. 민생 현장의 대표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직능계 인사들도 포함됐다. 김계숙 제주도해녀협회장, 성호경 제주도어촌계장연합회장, 김홍삼 제주경영자총협회 부회장, 강원호 제주도약사회장, 현경철 제주도한의사회장, 황순자 제주도간호사회장, 홍충희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해양수산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 새로 선임됐다. 또 송영훈 제주도의회 민주당 원내대표가 총괄선거대책본부장으로 임명돼 박원철 전 도의원과 함께 선거 실무를 총괄하게 된다. 민주당 제주선대위는 인선을 통해 각계각층 인사들이 참여하고, 민생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역 도의원들을 실무 본부장으로 전면 배치해 지역 밀착형 선거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전략이다. 김한규 상임총괄선대위원장은 "통합과 경청, 현장 중심이 이번 선대위의 핵심 방향"이라며 "제주의 골목골목까지 국회의원들과 도의원들이 찾아가 도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형사재판에서 판사가 선고하는 형량의 기준을 정하는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새롭게 출범했다. 제10기 양형위원회 위원장에는 이동원 전 대법관(전 제주지방법원장)이 취임했다. 이 위원장은 12일 오전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제10기 첫 회의에서 임명장을 받고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그는 2018년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대법관에 임명되기 전 제주지방법원장을 지냈다. 재임 당시 형사 사건에 대한 합리적 판단과 도민과의 소통을 중시한 사법 행정으로 지역사회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형을 정하는 것은 법원의 재량으로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예측 가능한 삶을 살 수 있도록 형벌 체계에서도 법의 지배가 구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느 법원, 어느 법관에게 재판을 받더라도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객관적인 양형 기준을 정립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서울 경복고와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1년 서울형사지법에서 판사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퇴임 후에는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와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제10기 양형위원회에는 고등법원장, 검찰 간부, 변호사, 학계, 언론계 등 각계 인사 14명이 참여한다. 법관 위원으로는 김대웅 서울고법원장, 전지원 법원도서관장, 임선지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최환 부산고법 판사가 참여한다. 검찰 측 위원으로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희도 대검 공판송무부장이 포함됐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김재춘 부협회장과 김은산 사무부총장이 참여했고, 외부 위원으로는 한상규 아주대 로스쿨 교수, 김혜경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양윤석 SBS 보도본부장, 백범석 경희대 로스쿨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살인, 강도, 성범죄 등 중대 형사 사건에 대해 합리적인 형량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법관별 판단 차이를 줄이고 국민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2007년 설립됐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전역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치면서 항공편과 여객선이 속속 결항하고, 한라산 탐방로가 전면 통제되는 등 도내 교통과 일상에 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9일 오전 8시부터 강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도민 및 관광객 안전 확보를 위해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1단계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제주시와 서귀포시에도 이날 오전 5시부터 비상 1단계 체제가 발령됐다. 도는 축제·행사장 시설물 예찰 및 통제, 공사장 크레인·옥외간판 낙하물 점검, 농축산 시설 고정, 수산양식장 안전 점검 등 피해 예방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오전 9시 30분 기준 한라산 진달래밭에는 144.5㎜, 성판악 118.5㎜, 한라산남벽 110.5㎜ 등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150㎜에 육박하는 폭우가 기록됐다. 서귀포, 남원, 표선 등 산지 외 지역도 1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하며 도 전역에 호우특보가 발효 중이다. 순간풍속은 한라산 삼각봉 초속 33.2m를 비롯해 새별오름 24.8m, 사제비 23.5m, 제주공항 17.6m 등으로 강풍주의보와 경보가 발효 중이다. 강풍과 비로 항공편 결항도 속출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에 따르면 오전 11시 기준 국내선 도착 34편, 출발 29편과 국제선 도착 1편, 출발 1편 등 모두 65편이 결항됐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로 제주공항에 체객지원 단계 '주의'를 발령했다. 이는 제주 및 내륙 일부 공항에서 항공기 비정상 운항이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공항공사는 관련 매뉴얼에 따라 자체 대책반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항공사들이 예약 승객에게 사전 문자(SMS) 안내를 진행하고 있어 현재 대합실 내 대규모 체류 승객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주의' 단계 이상 발령이 지속될 경우 매시 정각 비정상 운항 현황을 별도로 공지할 방침이다. 바닷길도 막혔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 제주운항관리센터에 따르면 제주~완도, 제주~진도 여객선 4편이 결항됐고, 마라도·가파도 항로 운항도 전면 통제됐다. 어선 1918척 중 1858척은 이미 대피를 완료했고, 60척은 먼바다 조업 중이다. 한라산국립공원 탐방로 7곳은 모두 출입이 통제됐다. 기상청은 이날 늦은 오후까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시간당 30~50㎜의 집중호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조상범 제주도 안전건강실장은 "도민과 관광객들은 기상특보와 안전 안내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며 야외활동을 삼가는 등 안전수칙을 준수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영화 ‘다운폴’은 역사 고증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감독이 유독 다큐멘터리처럼 역사자료 사진과 똑같이 만든 장면이 있다. 히틀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하방공호에서 나와 ‘히틀러 유겐트(Hitlerjugend)’를 접견하면서 일일이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다. 우리말로 하면 ‛히틀러의 아이들’쯤 되겠다. 영화 내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변비환자처럼 찌푸린 히틀러의 얼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나마 옅은 미소가 번진다. 특히 소련군과 교전 중에 부상당한 독일군 10여명을 손수레를 이용해 구조한 페터 크란츠(Peter Krantz)라는 13살 소년에게 2급 철십자훈장을 달아주고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소년의 볼을 꼬집어준다. 히틀러의 기(氣)를 제대로 받았는지 13살 소년 페터는 이후 대전차 로켓포로 소련군 탱크를 날려버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볼 한번 꼬집어 줄 만하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명을 사용하는데 이 소년만은 실존인물이었던 알프레드 체크(Alfred Zech)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도 ‘촉법소년’ 나이라는 것을 배려한 모양이다. 사실 히틀러 유겐트 출신 중에는 얼마 전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 전임자였던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있고 전 서독 총리(1974~1982년) 헬무트 슈미트(Helmut Schmidt)도 있지만 그들의 히틀러 유겐트 경력을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소년들의 잘못이 아니라 히틀러의 잘못일 뿐이다. 역사적으로 그 이름도 쟁쟁한 히틀러와 숱한 나치 장군들을 영화의 전면에 내세워놨는데도 감독이 특별히 13살 소년의 행적을 끝까지 추적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덴 나름의 이유가 있는 듯하다. 사실 이 소년 ‘알프레드 체크(영화 속 페터 크란츠)’의 문제는 후일 ‘뉘른베르크(Nrnberg)’ 전범재판 과정에서 전범들에게 내려진 ‘극형’의 중요한 판단근거가 된다. 실제로 1945년 베를린 공방전에 동원된 히틀러 유겐트 중 페터를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은 마지막 포탄을 쏜 이후 모두 자살을 하거나 사살당한다. 그런데 이 장면에서 나치친위대의 악명높은 독전대(Barrier Troops) 그라이프코만도(Greifkommando)가 등장한다. ‘독전대(督戰隊)’란 말은 한자로 표기해놓으면 그저 전쟁을 독려하는 것쯤으로 들리지만, 영어로 표기하면 말 그대로 ‘방벽(防壁) 부대’다. 그런데 그 방벽이 적군이 넘어오지 못하는 방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군이 후퇴하지 못하도록 방벽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들을 겨누고 있는 ‘그라이프코만도’의 총부리 앞에서 후퇴도 할 수 없었던 히틀러 유겐트 소년들은 모두 사살당하거나 ‘자살’당한 셈이다. 그라이프코만도는 나치가 패망하던 절망적인 상황에서 점령지와 독일 본토의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강제징집과 징발, 그리고 불응 시 즉결처분하는 전쟁범죄에 앞장선 조직이다. 이들은 영화 속에서도 겁쟁이란 이유로 상관을 즉결처형하기도 하고, 징집을 거부하거나 도망치는 자국 민간인들을 남녀노소 불문하고 현장에서 목매달아 죽인다. 페터는 요행히 살아남아 집으로 돌아갔지만 어머니는 그라이프코만도에 사살당하고 아버지는 교수형을 당한다. 페터는 그제야 나치가 무엇인지 깨닫고 베를린을 빠져나간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의 재판관들은 나치가 저지른 범죄 중에서도 아우슈비츠 유대인 학살 외에도 독전대 그라이프코만도의 만행에 당황한다. 기존 국제법으로는 이들의 죗값을 제대로 물을 수 없다고 판단해 ‘인륜을 저버린 범죄(Crimes against humanity)’라는 새로운 처벌 기준을 만든다. 뉘른베르크는 한마디로 인간의 탈을 쓰고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을 저지른 ‘인면수심(人面獸心)’의 죄를 물은 최초의 재판이다. 여기서 만들어진 새로운 기준은 1948년 12월 10일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UDHR)’의 기초가 된다. 맹자를 흔히 ‘부끄러움의 사상가’라고들 한다. ‘인면수심’이 되지 않기 위해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수오지심(羞惡之心, 부끄러움을 미워하는 마음)’을 제시하고 ‘염치(廉恥, 부끄러움을 살피고 신경 쓰다)’를 강조한다. 맹자는 「공손추(公孫丑)」에서 인간이 부끄러움을 모르면 그것은 인간이 아니다(無羞惡之心非人也·무수오지심비인야)라고 단언한다. ‘부끄러움의 사상가’로 동양에 맹자가 있다면 서양에는 니체가 있다. 니체는 ‘차라투스트라(고대 페르시아 예언자)’의 입을 빌려 ‘인간에게는 수치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간이 수치감을 느껴서는 안 된다(Everyone needs a sense of shame, but no one ne eds to feel ashamed)’는 묘한 말로 우리의 머리를 망치로 때린다. 수치감이란 수치스러운 짓을 했기 때문에 느끼는 감정이다. 그것이 수치스러운 짓이라는 것을 아는 ‘수치심’이 있다면 그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면 수치감을 느낄 일이 없다. 부끄러운 짓인 줄 알면서도 부끄러운 짓을 저질러놓고 부끄러워하는 인간은 니체의 관점에서 인간 자격 미달이다.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의 판결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전前 대통령이 사저로 돌아와 ‘이기고 돌아왔다’고 선언하고 ‘꽈잠(대학점퍼)’을 입은 청년들을 포옹하는 부끄러운 퍼포먼스를 연출한다. 꽈잠을 입은 것인지 입혔는지는 잘 모르겠다. 전쟁에서 깨지고 베를린 지하벙커로 들어와서 히틀러 유겐트들만 골라 안아주는 히틀러를 연상시킨다. 정말 이들이 영화 속 13세 히틀러 유겐트 페터 크란츠처럼 대전차포 메고 헌법재판소라도 날려주기를 바라는 것인지 궁금하다. 수치심도 없고 수치감조차 없는 모습에 보는 사람들만 대신 수치스럽다. ‘공연음란’이라는 것이 그렇다. 포르노 배우에게 부끄러움은 없다. 헌법재판소가 그를 ‘헌법위반’의 죄를 물어 파면했다는데, 많은 국민들이 보기에 그의 헌법위반보다 그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몰염치’가 어쩌면 더 당황스럽다. 뉘른베르크 법정이 히틀러와 나치에게 ‘인륜을 저버린 죄(Crimes against humanity)’라는 죄목을 새로 만들어 물었듯, 우리 법정은 그에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죄’라도 만들어 물어야 옳을 듯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괭생이모자반이 예년보다 이르게 제주 해안에 밀려들며 악취와 해양쓰레기, 경관 훼손 문제가 동시에 불거지고 있다. 과거 봄철에 집중되던 유입 시기가 1월부터 앞당겨지면서 방재 대응에도 비상이 걸렸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안에는 검붉은 괭생이모자반이 거센 파도에 실려 대거 유입됐다. 해조류는 연안 갯바위를 순식간에 뒤덮었고, 일부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등 해양 쓰레기와 얽힌 채 부패하고 있는 상태다. 인근 조천리 용천수 인근까지도 괭생이모자반이 흘러들어와 주민 불편을 야기하고 있다. 박재영 조천리장은 "여름철에는 햇볕에 모자반이 썩으면서 악취가 심해진다"며 "관광객들이 자주 드나드는 해안이라 미관상으로도 문제가 크다"고 토로했다. 괭생이모자반은 통상 3월에서 6월 사이 중국 남부 해역에서 발생해 제주로 유입되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1월부터 제주 해역에서 출현하기 시작했다.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은 "중국 해삼 양식장에서 유출된 모자반이 해류를 타고 제주로 떠밀려 오며, 일부 해역에는 자생 개체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에 도는 지난 3월부터 괭생이모자반 종합처리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위성영상 기반 예찰 체계와 함께 도 관공선을 투입해 해안가 수거 작업을 병행 중이다. 그러나 올들어 8일까지 수거된 모자반은 321톤이다. 지난해 수거량 921톤의 35% 수준에 그쳐 현장 대응에 어려움이 따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는 수거된 괭생이모자반 일부를 농가 비료로 공급하고 있다. 해조류 성분을 활용한 화장품 원료화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수거 시점의 적기성, 세척 비용, 가공 공정 등에서 경제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괭생이모자반은 참모자반과 달리 질겨 식재료로 활용하기 어렵다. 조천 지역 주민들은 "예년에 비해 빠르게 해안에 도착한 괭생이모자반이 이미 썩기 시작했다"며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기 전, 보다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는 올해 전국대회급 승마대회부터 제주 지형을 활용한 이색 승마축제까지 모두 9개 승마대회가 제주에서 열린다고 12일 밝혔다. 도는 오는 10월 24∼26일 제7회 제주도지사배 전국승마대회를 연다. 또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제1회 제주도 지구력 승마축제’를 통해 제주 천혜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특색있는 승마 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10회 제주도교육감배 전국 유소년 승마대회, 2025년 제주도승마협회장배 승마한마당, 2025 제주 서머 쇼 점핑, 몰테우리 승마대회, 제10회 헌마공신 김만일배 전도승마대회, 제1회 서귀포시승마협회장배 승마대회 등도 예정돼 있다. 11월까지 이어지는 올해 승마 관련 행사에는 선수 1000여명과 관람객 9000여명 등 모두 1만여명의 참여가 예상된다. 도는 이들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모두 5억80000만원을 투입한다. 각 대회별로 운영·홍보비용과 훈련지원비를 지원한다. 특히 국산마 육성과 유소년 승마 활성화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아울러 모든 대회에 수의사와 장제사(말의 발굽을 관리하고 말발굽에 편자를 장착하는 전문가), 응급구조차량을 의무 배치하고 국제 심판 자격 소지자를 투입한다. 도는 모든 대회에 유소년 전용 종목을 포함하고 특별 훈련지원비를 지원해 미래 승마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다. 또 전 종목에 국산마 참가를 의무화하고 국산마 중심의 훈련지원을 실시해 제주산 말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대회 기간에는 말 관련 체험부스 운영과 승마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승마를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특히 여름철 대회의 경우 실내마장을 활용해 참가자와 관람객의 편의를 높일 예정이다. 김형은 제주도 농축산식품국장은 "이번 승마대회는 제주의 말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특히 제주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특색있는 승마대회를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올해 '제주도 자랑스러운 청소년상'에 김우림, 김재욱, 양세준, 고유준, 김아영, 한윤주 학생이 선정됐다. 제주도는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과 올바른 청소년상 정립을 위해 ‘제2회 제주도 자랑스러운 청소년상'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12일 밝혔다.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이 상은 도내에 2년 이상 거주하는 9세 이상 24세 이하 청소년을 대상으로 효행, 봉사, 장애, 예·체능, 과학기술, 문예 등 6개 부문으로 이뤄진다. 도와 각급 학교장, 청소년 관련 기관·단체장의 추천을 받은 14명 중 제주도 청소년육성위원회 심사를 거쳐 부문별 1명씩 최종 수상자가 선정됐다. 수상자로는 효행 김우림(제주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봉사 김재욱(남녕고), 장애 양세준(서귀포고), 예·체능 고유준(노형중), 과학기술 김아영(과학고), 문예 한윤주(이도1동청소년문화의집 방과후아카데미) 학생이 뽑혔다. 김우림(17) 학생은 학교밖청소년으로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한식조리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가족을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며 유대관계를 돈독히 하고 직업 역량을 키웠다. 4남매의 장남으로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부모를 도와 집안일을 성실히 수행하고 동생들을 보살피며 봉사활동에도 참여하고 있다. 김재욱(18) 학생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10년간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주말마다 저소득 독거노인을 위한 도시락 배달과 안부 확인을 수행하고 세대 간 소통을 위한 행사에 참여해 왔다. 환경정화와 말벗 봉사를 포함해 총 478건, 1902시간의 봉사활동을 기록했다. 양세준(18) 학생은 신체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학교생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또래상담동아리에서 위기학생 상담활동을 펼쳤다. ‘생명 사랑의 날’ 행사를 기획·운영했다. 또 장애학생의 선천적 질환 극복을 다룬 소설을 창작하고 독립출판물 제작과 북페어 부스 운영을 통해 장애학생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에 기여했다. 고유준(13) 학생은 성악 분야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특히 동요를 통한 음악적 표현과 감성 전달 능력이 뛰어나 전국 단위 동요콩쿠르에서 대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또 요양원 봉사활동과 교육문화예술축제의 애국가 제창, 유관기관 공연 행사 참여 등을 통해 재능을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김아영(18) 학생은 과학기술 분야의 탐구·연구 역량이 뛰어나 전국 과학토론대회 장려상과 도내 고등학생 융합컨퍼런스 소논문 발표회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국외대학 연구교육(R&E) 프로그램에 선정돼 글로벌 연구역량을 키웠다. ‘폐모발을 활용한 유기물 흡착제 제작 방안’ 연구를 통해 환경문제 해결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윤주(13) 학생은 3년째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에서 활동하며 국어, 미술 분야에서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 양성평등 사진·그림일기 우수상, 김재윤 문학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학교 예술축제 홍보물 제작과 문집 표지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자랑스러운 청소년상 시상식은 오는 17일 제주콘텐츠진흥원에서 열리는 ‘5월 청소년의 달 기념행사’에서 진행된다. 제주도 자랑스러운 청소년상은 2023년 관련 조례 제정 후 2024년부터 시행돼 6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전국 아파트 분양 시장이 전반적으로 반등세를 보였지만 제주와 부산은 오히려 하락세를 나타냈다. 9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 5월 분양전망지수에 따르면 제주 지역의 지수는 66.7로 집계됐다. 지난달(75.0)보다 8.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전국 평균(93.3)과 비수도권 주요 도시 평균(90.3) 모두를 밑도는 수치다. 이번 결과는 전국 17개 시·도 중 제주가 가장 낮은 지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분양 기대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은 122.2로 전국 최고치를 경신했고, 경기(102.8), 세종(114.3), 충남(107.7) 등 주요 대도시들도 기준선(100)을 넘어서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반등세가 나타난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제주 지역의 하락 원인에 대해 "분양 수요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정책 기대감이나 단기적 심리 회복만으로는 반등을 이끌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실제 제주는 인구 증가 정체, 이주 수요 둔화, 분양가 부담 등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어 전국 단위의 회복 흐름에서 소외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전국적으로 분양 공급 심리는 살아나는 반면 수요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달 전국 미분양전망지수는 108.8로 지난달(96.7)보다 12.1포인트 급등해 분양은 활발하지만 미분양 우려도 동시에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양가 전망지수 역시 103.0으로 지난달(105.1)보다 하락해 실수요자들의 가격 저항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주 역시 수요 회복이 지체된 상황에서 분양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 공급 확대가 실제 분양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전국적인 공급 심리 회복은 회복 신호로 볼 수 있지만 제주와 같은 지역은 단순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시장 정상화가 어렵다"고 진단했다. 제주도내 부동산 관계자 김모씨(62)는 "분양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정책적 기대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주 수요 확대, 기반시설 확충, 주거 안정성 강화 등 다양한 요인이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크루즈 관광이 시작된 지 20년 만에 하루 방문객 수가 1만명을 돌파,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12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0일 하루 동안 대형 크루즈선 3척이 잇따라 입항하며 모두 1만1184명의 관광객이 제주에 방문했다. 이들 관광객은 모두 1만2758명의 승객 중 약 88%에 해당한다. 이날 제주항에는 9만톤급 '셀러브리티 밀레니엄'호가, 강정항에는 각각 17만톤급 '오베이션 오브 더 씨'호와 13만톤급 '아도라 매직시티'호가 차례로 입항했다. 선박별 정원은 각각 2593명, 4919명, 5246명이다. 도는 이번 크루즈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직접 소비 효과를 약 20억원으로 추산했다. 관광객들이 시내 관광과 쇼핑 등에 나서며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항만사용료와 터미널이용료 등의 수입 외에도, 전세버스 200대와 통역안내원 200여명이 동원돼 간접적인 고용 및 서비스 수요도 창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도는 이번 기록을 계기로 크루즈 관광 유치 확대를 위한 지원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제주산 선용품과 청수 공급을 확대하고, 전통시장 및 도 추천 관광지 방문을 유도한 선사에 대해선 선석 배정 우선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관광 콘텐츠 측면에서는 해녀문화 체험, 감귤 수확 체험 등 제주 고유의 체험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돌문화공원 등 직영 관광지와의 연계도 확대할 예정이다. 오상필 제주도 해양수산국장은 "크루즈 관광객 1일 1만 명 시대를 맞아 수용태세를 더욱 강화하겠다"며 "제주를 아시아 최고의 크루즈 관광지로 육성할 수 있도록 콘텐츠 차별화와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목관아 외대문에 걸려 있던 종이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돼 현재 도쿄의 한 미술관에 보관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도는 해당 종의 반환 또는 복제를 위한 협의에 나섰다. 11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한 '제주목관아 종 복원 고증 학술용역' 결과 일본 도쿄 네즈미술관 지하 1층 계단 아래 전시돼 있는 '운흥사 종'이 제주목관아 외대문에 걸려 있었던 종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목관아는 조선시대 제주목사가 집무하던 관청이다. 현재 국가지정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일제강점기 한민족 문화 말살 정책에 따라 외대문과 종각은 1916년 철거됐고, 종은 이듬해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02년 복원을 통해 외대문과 종루는 재현됐지만 종은 현재까지도 복원되지 않았다. 이번에 존재가 확인된 종은 1690년 경남 고성 운흥사에서 주조된 것이다. 이후 해남 미황사를 거쳐 1850년 제주목사 장인식에 의해 매입돼 제주목관아 외대문 앞에 설치됐다. 종의 무게는 약 300㎏, 둘레 243.8㎝, 두께 5.98㎝다. 시각 알림과 성문 개폐를 알리는 용도로 사용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용역보고서를 통해 연구진은 해당 종을 가능한 한 실물에 가깝게 복제하는 방식으로 복원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으나 제주도의회에서는 복원이 아닌 실물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철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연동을)은 지난달 임시회에서 "일본 박물관에 종이 존재한다면 반환 근거를 명확히 해 환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비록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후손들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종이 약탈당한 것이 아닌 경우 반환 가능성은 낮고, 미술관 측의 협조 없이는 정밀 복원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2017년에는 고산문화재단이 '운흥사범종반환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환수 운동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중단된 바 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유출 경로와 시점을 우선 파악한 뒤 반환 요청 또는 매입 등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국가유산청 및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자치경창단이 올해 공개채용 임용시험을 거쳐 6명을 선발한다. 제주자치경찰단은 2025년도 자치경찰공무원 공개채용 임용시험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채용에서는 남성 4명과 여성 2명 등 자치순경 6명을 구분해 선발한다. 원서접수는 오는 19일 오전 9시부터 다음 달 2일 오후 6시까지 15일간 진행된다. 지원자는 지방자치단체 인터넷원서접수센터를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하면 된다. 접수 마감 이후에는 기재사항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채용절차는 필기시험을 시작으로 7월 신체·체력검사, 적성검사, 면접시험, 8월 중 최종 합격자 발표순으로 진행된다. 필기시험은 다음 달 28일 토요일에 열린다. 시험과목은 헌법·형사법·경찰학·영어·한국사 5과목으로 영어와 한국사는 별도 시험 없이 능력검정시험으로 대체된다. 최종 합격자 선발은 필기시험 50%, 체력검사 25%, 면접시험 25%의 비율로 점수를 합산해 고득점자순으로 결정된다. 필기시험 합격자는 한국사능력검정시험과 영어능력검정시험에서 기준점수 이상을 취득하고, 나머지 과목에서 각 과목 만점의 40% 이상을 득점한 응시자 중에서 선발한다. 시험 일정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지방자치단체 인터넷원서접수센터의 원서접수란을 참고하거나 자치경찰단 총무인사팀(☎064-710-6336)으로 문의하면 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우리나라 헌법 제7조 제1항은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 헌법 96조는 '공무원은 개별 정당이 아니라 전체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다'라고 규정하여 우리나라 헌법과 유사하다. 다만 여기에 더하여 '공무원은 그 의무 수행 과정은 물론 수행 범위 밖에서도 항상 민주적 헌법 국가에 종사할 것을 선언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부분은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Civil servants shall be the servants of the entire people rather than of an individual party. The civil servants must declare his/her support of the democratic constitutional state at all times and must be loyal to it in the course as well as outside of the performance of his/her duties. # 민주적 헌법질서에 종사하는 공무원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민주적 헌법질서이다. 역사상 최초의 헌법 공
“어머니, 어디 가십디강?” 이른 아침 어머니 방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열고 보니, 어머니가 주무시면서 잠꼬대를 하신다. 꿈을 꾸셨나 보다. 103세 어머니가 꿈속에서 당신의 어머니를 만나시다니.... 어머니 임하용님은 1880년 명치 13년에 출생, 43세에 막둥이 딸을 낳으셨다. ‘성춘(成春)’이라 부르실 적에 ‘네 인생에 봄을 이루어라’ 기원하셨을 할머니를 생각해 본다. 살아 계시다면 146세가 넘으셨을 터. 그래도 꿈속에서 만난 어머니는, 생생한 땀 냄새에서 달콤한 살 내음이 느껴지는 제주 여인이 아니었을까? 초등학교 때 일이다. 어머니가 클방(정미소)에서 쌀을 한 짐 지고 오셨다. 아, 그 껍질을 갓 벗겨낸 쌀(곤쌀)에서 풍기는 달콤한 향기라니.... 우리는 그때 쌀을 일컬어 ‘고운 쌀’이라고, ‘곤쌀’이라 불렀다. 그 투명하게 기름기가 흐르는 쌀 한 줌을 입에 털어 넣고서 씹고 또 씹으면 흘러나오던 달짝지근한 맛, 그 비몽사몽의 감미로움이여! 어머니가 쌀 구덕을 난간에 부려놓자마자, 나는 얼른 팔을 뻗어서 쌀 한 줌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혹시나 꾸중이 날아 올까 봐 얼른 달아날 태세를 취하였다. 그러자 막 머릿수건을 벗어서
우리 사회의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에 지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서 국민 노릇 하기 힘들다’고 푸념한다. 그렇지 않아도 먹고살기 팍팍한데 지난해 겨울,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난데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계엄 선포 및 대통령 탄핵 요건, 내란죄 등을 규정한 헌법과 법률 공부를 해야 했다. 올봄, 5월 1일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자 다른 숙제가 등장했다. 파기환송심과 재상고심뿐만 아니라 “대통령은 내란죄나 외환죄를 제외하곤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 헌법 84조의 소추에 이 후보를 둘러싼 다른 재판들도 포함되는지 여부다. 게다가 5월 첫날, 거대 양당이 시시각각 벌인 공방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오후 3시 대법원이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퇴하며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오후 5시 민주당이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비공개 의총에서 한덕수 대행이 사퇴함에 따라 그 자리를 이어받을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탄핵안 처리를 거론했다. 밤 9시 최 부총리 탄핵안이 민주당 주도로
영화 ‘다운폴’은 역사 고증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하는데, 감독이 유독 다큐멘터리처럼 역사자료 사진과 똑같이 만든 장면이 있다. 히틀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하방공호에서 나와 ‘히틀러 유겐트(Hitlerjugend)’를 접견하면서 일일이 손을 잡아주는 모습이다. 우리말로 하면 ‛히틀러의 아이들’쯤 되겠다. 영화 내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변비환자처럼 찌푸린 히틀러의 얼굴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나마 옅은 미소가 번진다. 특히 소련군과 교전 중에 부상당한 독일군 10여명을 손수레를 이용해 구조한 페터 크란츠(Peter Krantz)라는 13살 소년에게 2급 철십자훈장을 달아주고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으로 소년의 볼을 꼬집어준다. 히틀러의 기(氣)를 제대로 받았는지 13살 소년 페터는 이후 대전차 로켓포로 소련군 탱크를 날려버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볼 한번 꼬집어 줄 만하다.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명을 사용하는데 이 소년만은 실존인물이었던 알프레드 체크(Alfred Zech)란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다. 아마도 ‘촉법소년’ 나이라는 것을 배려한 모양이다. 사실 히틀러 유겐트 출신 중에는 얼마 전 선종(善終)한 프란치스코 교황 전임자였던 교황 베네딕토 16
우리나라는 참 이상한 나라다. 5개월여 전인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계엄이 선포됐다. 계엄과 쿠테타가 간헐적으로 등장하던 대한민국의 과거도 아니고, 그것도 45년 전이 마지막이었던 기억인데도 다시 등장한 것부터 이상했다. 남미와 아프리카도 아니고,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올라선 나라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이상했다. 그런데 그 계엄은 당일 밤 10시23분 선포돼 다음날 새벽 1시1분에 국회의원들의 결의로 해제 의결됐다. 2시간 38분만에 무효가 된 계엄령이었다. 이건 이상하다기 보단 좀 놀랍다. 그런데 그 이후로 이상함의 연속이다. 계엄이 무효가 되고 현직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불려 다녔지만 그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그동안 공식적 사과는 한 적이 없다. 거꾸로 ‘내란몰이’라며 야당(이제는 야당이 아니다)과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겁박했다. 일부 기독교와 극우 세력은 지난 4월4일 헌법재판소의 재판관 만장일치 결정으로 대통령직 파면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다. 그런데 그 집회현장엔 태극기·성조기와 더불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휘날린다. 어느 나라 국민인지 참 이상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탄핵반대’를 외치며 그렇게
고교시절의 일이다. 40년 전이다. 그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선생님의 얼굴은 퍽이나 상기돼 있었다. 고전을 가르치는 선생님은 온화한 분이었다. 늘 학생들을 따뜻한 말로 대했다. 화내거나 꾸짖는 법이 없었다. 그날 선생님은 교실로 들어서자마자 칠판에 백묵으로 한글자 한글자를 채워갔다. ‘가운데 중(中)’. 칠판을 가득메운 그 글자는 어떤 글자는 크게, 어느 글자는 작게, 그리고 어떤 글자는 비뚤어지게, 또 어떤 글자는 좌우 균형이 안맞게 ···. 그런 식이었다. 선생님은 그렇게 5분이 넘도록 칠판 전체를 빼곡하게 그 글자로 메꿨다. 그리고 이어지는 질문. “여러분 여기에 쓰인 가운데 중(中) 글자 중에서 어느 게 진짜 가운데 중(中)인가요?” 잠시 침묵이 흐르고 난 뒤 하나 둘 손을 들었다. 각기 모양과 균형, 칠판에 적힌 위치 등을 근거로 ‘진짜 가운데 중(中)은 이겁니다’라고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나 선생님이 내놓은 의외의 답. “여러분! 정확하게 자로 잰 듯 꼭 들어맞는 중(中)이란 글자는 여기에 없습니다. 중립이란 그런 기계적 잣대가 아닙니다. 오늘 수업은 이걸로 마칩니다.” 한동안 멍했다.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한다. 그가 선택할 수 있는 답은 지금으로선 이것 하나뿐이다. 나라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으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그나마 그에게 투표했던 지지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규정과 법을 따지고 할 필요도 없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다. 그는 이제 ‘내란 혐의 피의자’ 신세다. 방조와 동조도 아니다. 이미 만천하에 알려진 사실만으로도 그는 ‘내란의 주역’이다. 대다수의 국민 상식으로도 그가 현재 대통령 관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 말이 안되는 지경이다. 당장 현행범으로 체포돼야 마땅한 정황과 사실관계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아직도 검·경이 시간을 끌고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2024년 12월3일 한밤 10시 23분. 그는 ‘민주당의 입법 독재’를 운운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써,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입니다.” 한술 더 떠 그의 상황판단은 이랬다. “지금 우리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가 내린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이달 6일 서귀포 제주월드컵경기장. 어린이날 홈경기를 맞아 많은 가족 단위 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제주SK FC는 강원FC에 0-3으로 완패하며 경기장엔 싸늘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경기 종료와 동시에 일부 서포터즈들이 선수단 통로와 버스 앞을 가로막았다. 단순한 패배에 대한 반응이 아니었다. 무기력한 경기력, 그에 대한 해명도, 표정도 없이 경기장을 떠나는 팀의 태도에 팬들의 쌓인 감정이 터졌다. K리그에서 '버막(버스 막기)'은 낯설지 않다. 성적 부진이나 프런트에 대한 불만이 고조될 때 전국 각지의 경기장 주차장에서 종종 벌어지는 풍경이다. 2023년 수원삼성이 강등이 확정된 뒤 팬들은 2시간 넘게 선수단 버스를 막고 단장에게 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번 제주 사태는 방식과 반응, 그리고 이후 전개까지 모두 달랐다. 논란의 중심에는 박동진 선수가 있었다. 팬들과 마주한 그는 언성을 높였고, 일부 팬은 그가 욕설을 내뱉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는 박 선수가 팬과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이를 말리는 구단 관계자의 모습이 담겼다. 여기까지는 다소 거친 상황일 수 있다. 그러나 이후 전개는 K리그에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박 선수는
4월 3일 오전 9시. 제77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제주4·3평화공원으로 향하는 길. 유족을 태운 차량과 전세버스 행렬 사이로 익숙한 구호와 피켓들이 눈에 들어왔다. "제2공항 결사반대", "환경을 지켜라." 4·3과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이 날만큼은 다른 주장들까지 추모의 공간에 겹쳐 있었다. 주차장은 삼엄한 경비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찰과 경호 인력이 출입 동선을 통제했고,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검은 옷차림의 인파 사이로 하얀 국화가 하나둘 지나갔다. 추모와 경계가 교차하는 긴장된 공기 속에서 오전 10시 정각을 알리는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그 엄숙한 분위기는 한덕수 국무총리가 단상에 오르면서 갈라졌다. "윤석열 탄핵!", "한덕수는 물러가라!" 민주노총 조끼를 입은 한 남성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연신 고성을 질렀고, 행사 진행요원과 보안 인력이 즉각 달려들었다. 팔이 붙잡히고, 입이 막히는 순간. 참석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쪽으로 쏠렸다. 남성은 6~8명의 경호 인력에 둘러싸인 채 행사장 밖으로 끌려나갔다. 추념식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진 이 물리적 제지, 이른바 '입틀막' 장면은 더 이상 낯설지 않았다. 윤석열
제주시 삼도1동 전농로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왕벚나무 아래, 사람들은 셀카를 찍고, 아이들은 솜사탕을 들고 뛰어다니며 봄기운을 만끽했다. 지난 28일부터 사흘간 열린 '제18회 전농로 왕벚꽃축제'는 도심 속 대표 봄 축제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축제가 끝나기도 전,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건 벚꽃보다 비싼 축제장 음식값이었다. 지난 29일 한 이용객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논란의 시작이었다. '순대 6조각에 2만5000원, 오케이'라는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적은 양의 순대볶음이 일회용 접시에 담겨 있었다. 해당 노점은 전농로 축제장 먹거리 부스 중 한 곳이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꼼장어는 3만원, 아이들 헬륨풍선은 하나에 2만원이었다", "가격표도 안 보이고 결제 후 알게 되는 구조", "여기 노점 바베큐도 바가지다. 제주도민 아니고 육지 떠돌이 장사꾼들"이라며 불만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만난 도민 정모씨(33·여)는 "제주를 찾은 지인들에게 '축제니까 즐기라'고 했는데 바가지 가격 때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바가지 논란은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봄 '비계 삼겹살'
제주의 대표 봄 축제인 '제주들불축제'가 올해 기상 악화로 중도 취소되자 지역 사회 내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축제 명칭과 정체성 문제부터 천문학적 예산 집행까지, 여러 갈래의 비판이 동시에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열릴 예정이던 ‘제27회 제주들불축제’는 태풍급 강풍으로 사실상 무산됐다. 다만 일부 행사는 분산 개최 형식으로 열어 축제를 마무리했다. 2년 만에 열린 이번 축제는 '불 없는 들불축제'로 기획돼 주목받았지만 디지털 전환 시도마저 완전히 구현되지 못한 채 아쉽게 막을 내렸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정월대보름 들불축제'로 시작됐다. 제주 전통 목축문화인 '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마을 단위로 불을 놓던 풍습을 축제로 발전시킨 것이다. 그러나 환경오염과 산불 위험성,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축제의 핵심 콘텐츠인 ‘오름 불놓기’는 해마다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2022년에는 전국적인 산불 재난으로 축제가 전면 취소됐고, 2023년에는 산불경보로 불놓기 행사가 급히 철회됐다. 환경단체와 도민 청원 등 반대 여론이 거세지면서 제주시는 올해부터 '불놓기'를 과감히 제외하고 디지털 미디어아트를 결합한 '빛 중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거지가 있는 반면에 물에 빠져 죽은 거지의 시신을 부친과 남편으로 오해하여 상복을 입고 효경을 다한 경우도 있다. 이 이야기는 청나라 때 남정원이 『녹주공안』에 기록한 내용이다. 남정원 본인이 광동 보녕(普寧) 현령으로 있을 때 친히 경험했던, 숨겨져 있던 일을 밝혀내어 고발했던 살인사건이다. 현민 정후추(鄭侯秋)의 처 진(陳) 씨가 어떤 사람이 자기 남편을 죽음으로 몰았다고 현아(縣衙)에 고발하였다. 진 씨의 말은 이랬다 : 남편이 남동방(南董坊)의 보장1)을 담당하고 있을 때에, 소방무(蕭邦武)가 계약서를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고 숨기자 남편이 그것을 따지니 앙심을 품고 있었다. 소방무는 11월 13일에 폭도들을 데리고 정 씨 집으로 몰려가서 재산을 강탈했다. 남편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중상을 입고 피할 데가 없어 강에 뛰어들어 죽었다. 시체는 지금 협산(峽山) 개천에 있다고 하였다. 오래지 않아 죽은 사람의 아들이 배를 타고 가서 시신을 싣고 와서 현령에게 검시해 달라고 했다. 죽은 사람의 손톱에 진흙과 모래가 잔존한 것을 보니 익사한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상흔 하나 없는 몸에 얼굴만 식별하기 어렵게 변해 있었다. 진 씨 모자는 상복을 입고 애통하게 울면서 현령에게 소방무 등의 목숨으로 보상해 달라고 요구하였다. 그런데 여러 가지 자료와 의혹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후추가 평상시에 도적들의 범행을 내버려둬서 백성에게 해를 끼친 까닭에 관부의 추문이 무서워 도망간 것이 분명했다. 처자는 죄 없는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모함하고 있었다. 삼일도 지나지 않아 부근 혜래(惠來)현에 숨어있던 정후추가 체포되면서 사건이 해결되었다. 진상이 확연하게 밝혀지니 칭찬이 자자했다. 마지막에 남정원이 말했다. “그 시체는 어디에서 가져온 것이냐 물으니, 물에 빠진지 오래된 주인 없는 거지 시체를 실어왔다고 한다. 지금 가짜 아들, 가짜 처가 남편을 위하여 상복 입고 효를 다하며 상장을 짚어 입관하고 장사를 지내니, 체통이 어찌 서겠는가. 그 거지도 웃음을 머금고 구천으로 갔을 것이다.” 『의옥집』에 기록된 무참하게 머리를 잘리어 증거물로 변한 억울한 거지와 비교하면 물에 빠져 죽은 배고픈 거지는 행운인 셈이다. 그러나 거지로 전락하면 결국 배고픔과 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오갈 데 없게 된다. 종국에는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었던 운명은 어쨌든 처참하지 않은가. 이러한 무고의 살인사건이 아니더라도 늘 그래왔던 것처럼 가련한 벌레처럼 조용하게 사라졌을 것이다. 거짓 장례식이 거행된다하여도 무슨 필요가 있을까? 살아있을 때 그에게 보잘 것 없는 음식이라도 실컷 먹게 하여 편각이라도 인생 여정을 연장시키는 것보다 못하지 않는가. 생활이 곤궁해 초라하게 되어 죽는다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지 않는가. 손면(孫沔), 거지를 혹형으로 다스리다 거지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도둑질하기도 하고 사기 치기도 하고 강탈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는 객관적 사실이다. 『절옥귀감』 권5의 기록을 보면 송나라 때에, 추밀부사 손면(孫沔)이 항주지사를 담당할 때 왼쪽 손은 없고 오른쪽은 두 손가락만 있는 거지가 가난뱅이 집의 솥을 훔치다가 싸움이 붙어 법정에 서게 되었다. 거지는 손이 잘린 왼쪽 팔을 들고 울면서 말했다. “가난뱅이가 저를 모함하고 있습니다! 손도 없는 거지가 어찌 솥을 훔친다는 말입니까?” 손면은 곧바로 동의하면서 가난뱅이를 책망하며 쫓아냈다. 그런 후 부드러운 말로 거지를 안위하고는 솥을 건네주었다. 거지는 처음에는 받지 않자 손면이 몇 차례 더 안위하였다. 그러자 거지는 손면의 속셈을 모르고 남아있는 두 손가락으로 솥을 들고 팔을 이용하여 천천히 들어 머리에 얹혔다. 가만히 보고 있던 손면이 사람을 시켜 다시 잡아오게 한 후 그의 손가락을 잘라 대중에게 보였다. 그런 판결에 대해 손극(孫克)은 평했다. “간악한 일을 징치하는 것은 중용의 도에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 부득이한 경우에만 그렇게 한다. 여공작(呂公綽)이 병사에게 특별히 사형을 판결한 까닭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여러 군인의 마음을 안정시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일의 관계가 중대하니 그렇게 함으로써 여러 간악한 무리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도리 상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됐다. 거지가 솥을 훔친 일은 지극히 하찮아서 말할 가치도 없다. 사실을 밝혀내면 그뿐이다. 법을 넘어 혹형으로 처벌했으니 어찌 참을 수 있겠는가? 세속에서는 칭찬받아 명예를 드높일 수는 있지만 군자가 행할 일은 아니다. 특별히 여기에 그 일을 기록하고 그 뜻을 판별하여 분석해 놓으니 간악한 사람을 징치하는 데에 경계로 삼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극은 손면이 솥을 훔친 거지에게 남은 손가락마저 잘라버리는 참형을 내린 것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양형이 과중하다고 보고 ‘법의 정도를 넘은 혹형’이라고 단언했다. 사실 너무 과했다. 잔인하다 아니할 수 없다. 달리 생각해보자. 훔친 것이 맞다하더라도 남은 삶은 또 어떻게 꾸려나가야 한단 말인가. 거지의 처지가 불쌍할 뿐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옛날 보갑제도(保甲制度)의 보장이다. 청대(淸代)에는 ‘보정(保正)’, ‘지보(地保)’, ‘지방(地方)’, ‘지갑(地甲)’, ‘리서(里胥)’라고 하였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거지 구성원 성분은 대단히 복잡하다. 예부터 그랬다. 이것이 거지가 자주 범죄에 연루되는 기본적인 원인이다. 송나라 때 정극(鄭克)이 편찬한 『절옥귀감(折獄龜鑑)』에 ‘위정람상(韋鼎覽狀)’의 일을 기술하고 있다. 위정(韋鼎, 515~593)이 광주자사(光州刺史)에 부임했을 때 손님으로 갔다가 주인집 첩과 사통한 사건이 벌어졌다. 손님이 돌아갈 때를 기다려 첩이 귀중한 재물을 훔친 후 야밤에 도망쳤다. 오래지 않아 죽임을 당하여 풀덤불에 던져졌다. 주인이 손님과 첩이 사통했다는 것을 알고 손님이 첩을 살해했다고 고발하였다. 현리가 심문한 후 손님과 첩이 간통한 죄상을 파악하고 손님을 사형에 쳐하도록 판결하였다. 사건 심리가 종결되어 주부에 보고하였다. 위정이 안건을 살핀 후에 말했다. “이 손님은 간통죄를 저지른 것은 사실이지만 살인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모 사찰의 승녀가 첩을 기만하여 재물을 훔쳐오도록 한 후 사찰의 노예를 시켜 그녀를 죽이도록 하였다. 장물은 지금 모처에 보관하고 있을 것이다.” 곧바로 손님을 석방하고 중을 체포토록 했으며 동시에 장물을 찾아내었다. 이때부터 관할 지역 내에 질서가 잡혔고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줍지 않을 정도로 세상이 태평하고 기풍이 올바르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성도고금기(成都古今記)』에서 소회무(蕭懷武)의 일도 기록하였다. 오대시기에 전촉(前蜀) 후주의 부하 중에 소회무라는 관리가 있었다. 특무 조직 ‘심사단(尋事團)’을 책임지고 있었다. 본래 순군(巡軍)과 같은 직무였다. 그는 100여 명을 관할했고 그들 각각은 십여 명의 심복을 양성하고 있었다. 그들은 시시때때로 모이고 흩어지니, 사람들이 판별하기 어려워 ‘개’라고 불렀다. 큰 길이나 작은 골목에서 무의(巫醫), 술집 심부름꾼, 거지, 고용인부, 장사꾼(행상인), 심지어 아동 중에도 그들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민간 백성의 사사로운 비밀도 그들은 모르는 게 없을 정도였다. 그들 중에 어떤 사람은 주군(州郡) 관부나 훈신 귀척의 집에서 밥 짓고 말을 기르고 수레를 몰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공적 사적의 모든 동정을 아무 때나 소회무에게 비밀리에 보고하였다. 이러니 사람들은 두려워졌다. 자기 신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전부 소회무의 앞잡이라 의심하였다. 소회무는 그것을 빌미로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다. 그 원성이 조정 내외에 가득했다. 곽숭도(郭崇韜)가 군대를 거느리고 촉에 입성한 후 그 집안의 재산을 몰수하고 참수 시켰다. 이에 대해 정극은 말했다. “이것이 간악한 사람을 정탐하다가 오히려 간악하게 되는 사례다. 눈과 귀가 되어 감시할 수 있는데 어찌 똑똑히 분별하지 못하여 원망이 생기겠는가?” 거지도 그 사이에서 어릿광대 역을 분명히 했을 것이다. 팔 잘린 거지, 알고 보니 도적이었다 도적질을 하다가 곤궁해져서 거지가 되기도 했다. 청나라 광서 23년(1897), 소흥(紹興) 수징교(水澄橋) 다리 어귀에서 두 팔이 없는 거지가 구걸하러 다녔다. 그는 아무 때나 두 다리로 골패를 가지고 놀면서 도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발가락으로 기와 조각을 집고 수십 보나 멀리 던지기도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렇다 : 소년 시절에 악인의 유혹에 빠져 도적이 됐다. 한번은 복건(福建)에 있는 모 부잣집에 도둑질하러 갔는데 그 집에서 방비하고 있었다. 곧바로 지붕으로 도망쳤지만 은밀히 추적하는 사람을 따돌리지 못했다. 저항할 틈도 없이 왼쪽 팔이 잘려나갔다. 아픔을 참으면 간신히 담을 뛰어넘어 도망쳤다. 나중에 1척 정도까지 추격해 온 사람에게 오른쪽 팔까지 잘려나갔다. 다시 추격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자 사찰에 들어가 숨었다. 사찰의 스님은 자비로웠다. 의술도 어느 정도 알고 있어 치료까지 해줬다. 3개월 정도 지나서야 아물었다. 원래 패거리가 3명이었는데 2명은 사로잡혔다. 어쩔 수 없이 혼자 구걸하면서 떠돌아다니고 있다. 그는 두 팔이 없지만 능히 뛰어오를 수 있었다. 빙 둘러선 구경꾼들이 돈을 주겠다며 한번 해보라고 했다. 그가 다리 어귀에서 다리 밑으로 뛰어내리면 착지할 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의 경공(輕功)은 여전했다. 이 사례는 거지의 출신성분을 보면 숨어 지내는 범죄자도 받아들여 은닉시켜주는 단체였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반대로 무고한 거지를 억울하게 죽이는 경우도 생겼다. 『의옥집』 권10에 집록된 『포급람원개(捕急濫寃丐)』의 기록이다 : 선현(宣縣)과 흡현(歙縣) 사이에 있는 지역에 강도가 밤에 길을 가던 행인을 죽이고 목을 잘라 머리만 가지고 사라진 사건이 발생하였다. 날이 밝아올 때, 길 가던 사람이 거기에서 피를 밟아 넘어졌다. 급히 혐의를 벗으려 애썼으나 관부는 살인범으로 몰아 옥에 가둬버렸다. 그런데 맞춰 볼 사람머리가 없으니 안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상부에서는 기한을 두고 빨리 해결하라 다그쳤다. 포리(捕吏)는 병이 들어 거동하기 힘든 거지의 머리를 잘라 숫자를 채웠다. 살인 혐의를 받아 옥에 갇힌 그 사람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어쩔 수 없이 허위자백 했다. 결국 사형이 집행되었다. 나중에서야 진범이 잡혔다. 하지만 이미 길을 가던 무고한 사람과 불쌍한 거지가 죽임을 당한 후였다. 흉악범 한 명에, 원혼이 세 명이나 생겼다. 거지는 무슨 잘못이 있는가. 무고한 사람을 남살하는 관부는 가증스럽기 그지없다. 더욱이 거지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고 시신에 머리가 없다고 거지의 머리를 잘라 숫자를 채우다니.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 세속 관념 중 거지의 사회적 지위가 어느 정도 비천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물의 화원(畫園),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기획은 9명의 화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중견작가 3명과 청년·신진작가 6명이 동물 주제를 가지고 마련하였다. 동물 그림의 정원이라는 주제에 걸 맞게 모두 포유류나 조류와 같은 동물을 그린 그림들이다. 그래도 동물에 관심이 있는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강부언의 바다는 숨을 죽이고 있다. 무엇인가 기다리는 의아한 분위기이다. 해안에서 고즈넉히 쉬고 있는 백로의 무리들은 순백의 형상이 오늘따라 순수하게 느껴진다. 백로들은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욱 희다. 흰 것은 고고함을 보여준다. 그러나 무한한 바다를 바라보는 그들의 앞날에 변해가는 환경의 배반이 짙은 슬픔으로 배어난다. 오승익은 자신의 인생 경험에 말못하는 고통이 있었다. 붉은 색은 그의 감정의 색이다. 강렬한 븕은 색의 한라산 아래 작가의 변신처럼 마소가 침묵 상징이 되고 있다. 살암시민 살아지는 삶은 인고(忍苦)의 언어이다. 그러나 한라산의 아픈 침묵을 깨려는 듯 마음은 어느새 산자락 아래 무겁게 서 있다. 이미선은 남방돌고래의 빠른 유영에서 바다 평원을 구르는 파도에 감기는 동물의 아름다운 모습을 포착하고 있다. 돌고래가 화가 자신이 되는 순간 바다는 새롭게 사유하는 공간이 된다. 세상의 비밀은 운동성에 있으며, 만물은 모두 움직이고 생명의 역동은 움직일 때 다시 살아난다. 물결이나 선이나 동작은 서로 연결돼 있어서 그것들의 관계에서만 예술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김산은 만월, 원시림, 물을 통해서 자연은 하나이면서 서로 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의 조화이다. 작가는 자연 자체이면서 자연의 매개자인 백록을 통해, 인간의 염원으로서 오래된 미래의 이상향을 꿈꾸고 있다. 김원재는 신비하게 생각되는 흰 까마귀를 등장시켜 사회 속의 다름과 이질적인 차이에 대해서 고민한다. 우리 사회에서 다름이란 마치 환경에서 천적에게 노출된 것처럼 따돌림되기 일쑤다. 그렇지만 환경은 스스로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것으로 그것이 자연과 인생의 생태계와 비슷하다는 역설을 보여준다. 김지훈은 추상을 마치 의식의 흐름인양 보여준다. 새소리를 그려보자는 의도인 것 같다. 세상은 소리로 꼭 차 있다. 인간의 오감 중에 눈은 보고 싶지 않아도 보이고, 청각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린다. 소리는 비가시적이지만 어떤 형태를 선명하게 연상할 수가 있다. 소리의 형태적 표현이 리듬이 되는 데 형태와 색채의 음악성이 바로 그림이 된다. 정재훈은 고양이를 그리고 있다. 얼룩은 고양이의 특성을 나타내지만 유추해보면 삶에서 겪어야하는 수많은 사건이나 공포들의 반영처럼 보인다. 홀로 섬에 있다는 것은 물에 갇힌 존재의 고독으로 보이며, 사회적 환경에서 묻어나는 온갖 얼룩은 그래도 평온과 안정의 숲으로 돌아가려는 자신의 처지를 이겨내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허진혁은 말의 슬픈 눈동자를 통해서 화가의 삶을 들여다본다. 표현의 자유는 방대하지만, 과연 제도, 명예, 삶은 우리 사회로부터 어느 만큼 자유로울 수 있는가? 예술가의 인생은 마치 첩첩산중을 홀로 가는 말과도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늘 맛닥뜨리는 현실은 맑은 눈동자에 불안의 그림자를 드리게 한다. 존재는 고통이 있지만 그 고통은 자유의 길을 향해 걸어가는 희망일 것이다. 유찬우는 뱀과 도마뱀을 그린다. 원래 뱀은 도마뱀에서 진화하여 지금은 종류가 3700종이나 된다. 유찬우의 뱀은 비바리뱀이다. 비바리뱀은 우리나라 제주도에만 존재하는 희귀종으로 북방한계선이 된다. 도마뱀은 토종으로 산야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줄장지뱀과 다르다. 뱀의 상징은 서양에서는 기독교의 영향으로 악의 화신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칠성신이 된다. 뱀의 생태적 특성이 집을 지키고 쥐를 퇴치하므로 곡식을 지키는 부자의 상징으로 여기며, 칠성신앙은 모계로 전승된다. 칠성은 말 그대로 북두칠성에서 기원하여 죽음을 관장하여 인간의 목숨과 수명을 관리한다. 사실 선과 악은 인간의 가치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담론이며 도덕 윤리 또한 해당 사회의 셰계관에서 비롯된다. 청사는 신성하고 도마뱀은 약자의 생존전략과 닮았다. 변신은 변화이며, 다른 것으로 전환이고 생성과 소멸은 생태계의 조화일터이다. 선악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중국어 ‘공안(公案)’이란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옛날 관부의 공문서 〔안독(案牘)〕, 심리 용도로 쓴 탁자, 안건이나 사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송대 화본소설과 희곡의 한 부류이기도 하다. 불가에서는 시비를 판단하는 관청의 문서의 뜻을 빌어 선배 조사의 언행 범례를 가리키기도 한다. 청나라 옹정 연간(1723~1735)에 광동성 보녕(普寧)현 지현을 역임했고 나중에 조양(潮陽)현을 겸치한 남정원(藍鼎元)은 탄핵되어 관직을 잃은 후에 자신이 역임했던 시기에 판결했던 안건을 모아 『녹주공안(鹿洲公案)』 상하 2권, 24편을 편찬하였다. 남 씨는 자가 옥상(玉霜)이고 ‘녹주’는 호이다. 『청사고(淸史稿)』의 「순사전(循史傳)」에 그의 전기가 기록되어 있다. 그를 다음처럼 평했다. “도적과 송사 대리인을 잘 다스렸다.” “신처럼 사건을 심리하였다.” “소송사건을 판결하면서 여럿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았고 논하는 데에 엄격하여 흠이 없었다.” 『녹주공안』 내용은 주로 불법을 저지른 아역(衙役)1)이나 소송 대리인 징치(懲治), 호강(豪强) 공격, 도적 숙청, 지방 치안질서 정돈, 미신 타파 등 지방 민사, 형사 사건이다. 여기에서 ‘거지와 공안’이라 제목을 붙인 것은 거지라는 성분이 복잡한 구성원으로 결성된 사회 집합체를 논술하고 그중에서 여러 형사나 민사 범죄와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현상을 논술하는 데에 뜻이 있다. 이 단체는, 초기든 타락하여 변질된 이후든, 끊임없이 사회의 정상적인 생활 질서를 해쳤다. 사람들이 의지해 생존하는 사회 환경을 교란하고 손해를 끼쳤다. 나중에는 갈수록 엄중해져서, 결국 공해(公害) 중에서도 큰 재앙이 됐다. 근대 거지 항방(行幇)의 형성을 분계로 삼아 말한다면 이전에는 주로 개별 범죄 위주였으나 이후에는 단체 범죄 위주로 변했다는 특징이 있다. 거지가 모두 개방 한 곳으로 모여들어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은 아니다. 개방 중의 거지가 독단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총결해 보면 위에서 말한 분계선은 존재한다. 여기에서는 고금의 거지 안건 중에서 개인 단독 범죄가 단체 범죄로 변화되는 과정을 가지고 관련 사례를 열거하면서 거지 단체가 사회 범죄의 중요한 번식장소였다는 것을 알아보려 한다. 개방은 불량배들이 모여 범죄를 저지른 가장 큰 악의 축 ― 범죄의 ‘대본영’이었다. 거지가 돈을 돌려주다 물론 모든 거지가 다 나쁜 사람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가난해도 뜻을 잃지 않은 사람은 예부터 많이 존재했다. 효도하려고 걸식하고 부모나 처자식을 먹여 살리려고 구걸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중에 손을 뻗어 재물을 얻었으나 차마 그것 때문에 사람을 해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청대 저인적(褚人荻)은 『견호광기(堅瓠廣記)』 권5에서 『백취쇄언(白醉瑣言)』 중의 ‘거지 환금’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다 : 원충철(袁忠徹)이 사직한 후 사명(四明)으로 돌아가니, 어떤 참정이 찾아와 축하하였다. 나이가 많아 머슴애가 부축해 나왔다. 머슴애는 열두어 살 난 아이로 남루한 옷을 입고 있었다. 기이한 용모로 곁에 서 있었다. 손님과 주인이 앉기를 기다리는데 원충철은 머슴애를 오랫동안 주시하였다. 참정이 물었다. “상보께서 주목하시는데 관상이 위험한 모양이지요?” 원충철이 답했다. “내가 보기에 저 아이가 현귀해질지 아닐지는 참정에게 달린 것 같소이다.” 참정이 말했다. “오늘까지 저 녀석은 무뢰한이었어요. 무슨 부귀가 생긴다는 말은 못하지요!” 원충철이 말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관상을 보면 알 수 있지요.” 나중에 머슴애는 참정의 집에서 제멋대로 굴다가 쫓겨나 결국 악묘(岳廟)에서 기거하고 구걸하면서 살았다. 어느 날, 어떤 부인이 보따리를 들고 악묘에 들어와 오랫동안 악비(岳飛)에게 기도하고 예배하였다. 한참만에야 떠났는데 보따리를 잊어버리고 그냥 놓고 나갔다. 거지가 다가가 열어보니 금은이 가득 들어있었다. 거지는 주인이 찾아올 때까지 숨겨두었다. 얼마 없어 목 놓아 슬피 울면서 보따리를 찾는 부인이 나타났다. 거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꺼내 돌려주었다. 부인은 받자마자 은자를 꺼내 사례하려하자 거지가 말했다. “잘못알고 계십니다. 내가 사례를 받을 생각이 있었다면 어찌 모두 제 것으로 만들지 않고 이렇게 돌려줬겠습니까?” 부인이 상황을 살펴보고 물었다. “누구하고 같이 생활하니?” 거지가 답했다. “저는 무의무탁이라서 거지가 됐습니다.” 그 부인은 잃어버릴 뻔한 돈을 가지고 누명을 쓰고 옥에 갇힌 남편을 위하여 사명 지휘사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려고 가던 참이었다. 부인은 거지를 데리고 함께 갔다. 지휘사가 석방시켜주자 본래 자녀가 없었고 본가에도 같이 사는 사람이 없어, 그 거지를 자신의 집에 머무르게 하고 윤자(胤子)로 삼았다. 그때부터 거지는 현귀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비록 원 모의 주관적 상상과 멋대로 결론을 내린 부분이 섞여있기는 하지만 거지가 돈을 줍고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은 순박하고도 성실한 품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사람이 궁하다고 뜻까지 궁할까. 아무리 가난해도 포부는 변하지 않는다. 의롭지 않은 재물은 탐하지 않는 법이다. 그러한 품격은 모든 사람에게 있을 수는 없다. 영락하여 낡은 사당에서 지내는 거지가 그 일을 해냈다. 이야기의 결말을 보면 거지에 대한 작가의 예찬이 묻어있음을 알 수 있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아역(衙役), 아역, 아속(衙屬). 관아(官衙)에서 부리던 하인이다. 청대(淸代), 각 관청에서 잡역에 종사한 사람이다. ‘토공(土工, 변사자 매장인)’, ‘개두(丐頭, 거지 단속인)’, ‘포갑(鋪甲, 구역 내 순시인)’ 따위를 총칭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