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가 제주 행원 실증단지에서 1㎿ 수전해 시스템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을 성공적으로 시작했다고 26일 밝혔다. 가스공사는 고분자 전해질 막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해 효율이 높고 장치 소형화가 가능한 차세대 PEM(Polymer Electrolyte Membrane) 방식 설비로 시간당 18㎏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 제주도는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을 통해 행원에 3.3㎿ 그린수소 생산 시설을 전국 첫 조성한 바 있다. 2㎿, 0.3㎿ 규모의 시설이 각각 가동 중이다. 이번에 가스공사의 1㎿ 그린수소 생산 시설까지 추가로 가동됨에 따라 총 3.3㎿ 규모의 행원 실증단지 그린수소 생산 시설 구축이 마무리됐다. 행원 실증단지는 제주도에서 생산된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만들어 제주도에서 운영되는 수소전기버스에 연료로 공급한다. 가스공사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정책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수소 사업 기반을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며 "그린수소 생산 운영 기술을 고도화해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수소는 생산 방식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화학적 방법으로 변형해 만드는 '그레이수소', 일반 수소지만 생산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한 '블루수소',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전기를 이용해 수전해 방식으로 생산된 탄소 배출이 가장 적은 '그린수소', 무탄소 전원인 원전 전기를 써 수전해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핑크수소' 등으로 나뉜다. 탄소 배출 감축이라는 목표를 고려해 그린수소가 대표적으로 청정수소의 범주로 인정받아 세계 각국은 이를 중심으로 대량 수소 생산과 활용 방안을 찾아나가고 있다. 한국은 원유와 가스, 석탄 등 주요 화석연료 대부분을 해외에서 사 온다. 향후 급증할 청정수소 수요에 대비해 대량 국내 생산체계를 갖추는 한편 해외 구매선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 도심지와 해안지역을 따로 순회하던 제주시티투어버스가 통합돼 운행된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제주 시내권 도심 순환 코스와 해안 순환 코스를 26일부터 통합해 투어버스를 운행한다고 이날 밝혔다. 협회는 기존 도심 순환 코스와 해안 순환 코스로 운영되던 것을 제주 정취를 느낄 수 있는 해안 일몰과 한라수목원, 동문시장의 상설 야시장 운영시간에 맞춰 단일 코스로 바꿨다. 코스가 합쳐지면서 버스 배차 간격이 기존 1시간 30분에서 1시간으로 줄어든다. 운행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 30분까지 1일 9차례 이뤄진다. 또 26일부터 8월 31일까지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10분까지 ‘야(夜)밤버스’도 운행된다. 야밤버스는 제주국제공항 3번 정류장에서 출발한다. 야밤버스를 타면 이호목마등대와 도두봉 제주의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만의 독특한 먹거리가 가득한 동문재래시장, 산지천 분수쇼 등 주요 야간 관광명소를 둘러볼 수 있다. 협회는 달리는 버스 안에서 야(夜)밤 DJ프로그램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제주시티투어버스는 2011년 시범운행을 시작해 다음 해부터 정식 운행에 들어갔다. 제주시가 첫 운영을 해왔으나 2017년 11월부터 제주도관광협회가 중국인 관광객을 겨냥해 운영하던 황금버스와 내국인이 타는 투어버스를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에서 문을 닫는 자영업체들이 폭증하고 있다. 해마다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다. "코로나 19 시절보다 더하다"는 눈물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용 업체 중 폐업한 곳은 2020년 618곳, 2021년 723곳, 2022년 965곳, 2023년 1706곳으로 2020년에 비해 3년 만에 2.8배나 됐다. 올들어서도 지난 6월까지 963곳이 폐업한 것으로 집계됐다. 제주시 한림읍에서 자영업을 하다 올해 폐업한 김씨는 "코로나19 시절에도 오히려 지금보다 관광객도 많고, 이용객도 많았다"며 "올해는 눈에 띄게 내수경기도 안좋고, 물가까지 너무 오른데다 이용객이 주로 머물던 부근 리조트와 펜션마저 모두 문을 닫아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결국 폐업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영업 적자를 버티던 업체들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에 대한 정부 지원이 줄고 대출 만기까지 도래하면서 결국 문을 닫고 있다"고 말했다. 도는 폐업 소상공인 사업자의 만기 대출 보증을 상환이 가능하도록 연결해주는 징검다리 보증인 '브릿지 보증'과 재기를 돕는 재창업특례보증 등을 지원한다. 브릿지 보증 지원 대상은 제주신용보증재단 이용자 중 사업장이 폐업 상태로 개인 신용평점이 하위 100분의 95에 해당하거나 연간소득이 8000만원 이하인 사람이다. 재창업특례보증은 폐업 후 재창업, 휴업 후 영업 재개, 업종 전환 업체 등이 지원 대상이다. 통계청에 의하면 도내 소상공인 사업체 수는 전체 기업(12만4877곳)의 95.4%에 해당하는 11만9126곳이다. 김인영 제주도 경제활력국장은 "소상공인들의 채무상환 부담을 줄이고 재기의 기회를 지원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그는 사실 ‘여전사’다. 지금껏 그렇게 거침없이 살았다. 노회한 정객(政客)으로 삶을 마무리하는 경우가 대다수건만 그는 그렇지 않다. 국제사회에 거침없이 목소리를 내는 ‘세계평화의 전도사’로 아시아와 세계를 누비고 있다. “내 삶에서 피로와 피곤, 그리고 불가능이란 단어는 없다”고 외친다. 줄곧 불가능의 영역이라고 여기던 이들에게 보란 듯 도전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대만 첫 여성부총통을 두 번이나 지낸 뤼슈렌(呂秀蓮·80). 여든의 나이에도 그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다. ‘평화’를 추구하는 그의 이상이 입으로 터져나올 땐 그저 달변이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한눈에 들어오더군요. 감동이었습니다.” 그가 제주도청을 잠시 들러 본 로비라운지 현판은 그렇게 그에게 다가왔다. 뤼슈렌 전 부총통은 여성으로서, 또 민진당 출신으로서 처음으로 대만 10·11대 부총통을 지냈다. 국민당 계엄 통치 시절인 1979년 ‘메이리다오’(美麗島) 사건으로 5년을 복역했고, 천수이벤 총통 시절엔 부총통으로 대선유세를 함께 치르던 중 괴한의 총격을 받기도 했다. 구사일생을 거듭하며 대만 민주화와 여성운동, 대만독립운동의 기수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퇴임 후에도 그는 ‘민주태평양연맹’(Democratic Pacific Union)을 만들어 차이잉원 총통의 남방외교를 거들고 있다. 태평양의 보석같은 아름다운 섬이란 의미의 포루투갈어 포르모사(Formosa), 쑨원과 장제스 국민당의 색채가 짙은 중화민국(中華民國), 그리고 아무런 정치적 의미가 없는 지명 대만(臺灣,Taiwan), 현재의 중국이 국제사회에 요구하는 중화대북(中華臺北, Chinese Taibei). 정체성의 혼돈을 낳을 법도 한 그의 나라의 운명을 헤치기 위해 그는 지금도 당당히 세계를 향해 부르짖고 있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제주지회가 그런 그를 제주로 불러들였다. 24일 제주 강연에 나서는 그의 생각을 하루 전에 만나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의 <제이누리> 단독인터뷰 요약. ▶제주에 대한 인상이 어떤가 “2010년 처음 제주에 오고 나서 이번이 세 번째다. 눈부시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렇기도 하지만 대만과 제주는 닮은 역사를 가진 곳이다. 제주4·3사건의 참상을 안다. 대만의 2·28사건은 더 참혹했다. 매스컴이 발달하지 않을 무렵 세계인들은 이 두 곳의 참혹한 학살의 역사를 알 수가 없었다.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비극이다.” ▶여성운동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과의 인연도 있다던데···. “1975년 한국에서 이화여대 기숙사에서 머물며 당시 한국의 첫 여성 변호사였던 이태영 박사의 사무실을 들락거렸다.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그 시절 한국의 여성상도 지켜봤다. 머물던 기숙사에서 본 대학생들은 부잣집 딸들이었지만 이 박사의 사무실엔 늘 고통받는 불쌍한 여성들만 보였다. 이 박사는 늘 그들의 편에 섰다. 깊은 감명을 받았다. 훗날 대통령이 되는 박근혜씨가 2001년 국회의원이던 시절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여성지도자 회의에 참석, 만남도 있었다. 그의 대통령 당선과 감옥행까지 쭉 지켜봤다. 안타까웠다.” ▶한국은 사실 대만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두가지 역사를 기억한다. 동학운동으로 촉발된 청·일전쟁의 결과 1894년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됐다. 청나라가 조선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고, 대만은 영원히 일본에 할양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대만의 운명이 조선반도와 무관하지 않았다. 청이 조선에 대한 종주권을 포기하면서 일본이 조선과 대만에 진출하는 길이 열렸다. 또 하나는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되고 난 뒤 마오쩌뚱은 대만해협을 건너려 했다. 그러나 1950년 한반도가 전쟁터가 되면서 스탈린이 반대, 뜻을 이루지 못했다. 어찌 보면 그 틈에서 대만이 생존했다고 볼 수 있다. 두 나라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역사다. 두 나라를 나눠 생각할 수 없는 역사다. 결국 전쟁은 절대적으로 사악하고 잔인한 결과만 초래한다.” ▶한-대만 관계를 어찌 보는가? “지도를 펼쳐보자. 한반도가 중국과 연접한 것으로만 보이지만 바다를 놓고 보면 대만과 한국, 일본은 하나의 벨트다. 과거 일본총리 아베가 ‘대만이 유사시 일본도 위험하다’는 말을 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대만을 침략할 경우엔 북한은 반드시 남한에 무력행위를 할 것이다. 미·일 동맹의 대응력을 분산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군사전략이자 판세다. 그래서 대만과 한국, 일본은 강력한 연대의 손을 잡아야 한다.” ▶한국과 대만, 일본이 어떻게 손을 잡아야 한다는 것인지···. “대만과 한국, 일본은 입술과 혀, 아니면 이와 입술의 관계다. 어느 것이 없으면 나머지도 없다. 그런 취지로 2018년부터 동아시아평화포럼을 열고 있다. 3개국이 협력하자는 취지다. 2018년 타이베이, 그해 서울에 이어 다시 2019년 타이베이서 하다 한동안 코로나로 열리지 못하던 포럼이 오는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다. 모두가 이기는 ‘윈-윈-윈(Win)’ 전략으로 맞서자는 것이다. 3개국이 민주금삼각(民主金三角·Golden Triangle)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마침 세 나라는 과학기술 선진국이자 공산권에 맞서고 있다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유가(儒家)사상이란 문화도 공유하고 있으니 공자가 우리를 돕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지금의 국제정세를 어떻게 보나. “올해 76개국이 새 지도자를 선출한다. 45억 인구가 새 지도자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난 내년 인류가 새로운 문명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반면 세계 초강대국 미국이 결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들어낼 것이란 우려다. 그는 장사꾼이다. 모두가 이길 방법을 모색하는 국제관계와 정치의 영역과 달리 장사의 영역에선 누군가 이득을 보고 누군가 손해를 본다. 그러나 그 역시도 그렇고, 시진핑도 우리가 추구하는 ‘윈-윈’을 거론한 적이 있다. 우리 인류는 이제 모두가 승리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정치문명을 만들어야 한다.” ▶제주와 제주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세계평화의 섬, 제주’란 문구를 보고 옳다고 생각했다. 지정학적으로도 제주는 바로 3개국의 ‘윈-윈-윈’ 전략이 중요 교두보가 될 만한 곳이다. 군사적으로 맞서자는 소리가 아니다. 군함이 아닌 크루즈·여객선이 오가는 그 항해 루트의 요충지가 제주다. 아울러 제주의 여성들에겐 남성의 역사 ‘히스토리’(History)에 맞선 여성의 역사 ‘허스토리’(Herstory)에 머물게 아니라 인간문명사(Human Story)에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 오랜 세월 전쟁의 역사는 History였다. 우리 여성의 남편과 아이들이 죽어갔다. 생명을 낳은 건 여자다. 그렇기에 전쟁을 하기 전에 여자의 의견을 물어야 한다. 여성들이 일어나 전쟁을 막아야 한다. 평화와 안전을 지켜야 한다. 초현대문명의 시기에 고대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전쟁을 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제이누리=양성철 선임기자]
지난 5월 28일 쿠팡 로켓배송 노동자가 숨진데 이어 제주서도 로켓배송 노동자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주지역본부는 지난 18일 제주에서 40대 쿠팡 로켓배송 노동자 임씨가 운행 중 정신을 잃고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25일 밝혔다. 쿠팡은 제주1, 2, 3캠프를 거점으로 지난 11일부터 심야 로켓배송을 시작했다. 부족한 인력은 타 지역 배송기사들로 메우고 있다. 그러나 지난 18일 새벽 1시 40분 2회전 배송을 위해 1캠프로 복귀해야 할 트럭 한 대가 돌아오지 않자 같은 대리점 동료가 찾아 나섰고, 전봇대에 부딪친 채 멈춰 선 트럭을 발견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배송기사 임씨는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언어 장애와 함께 한쪽 팔다리가 마비된, 전형적인 뇌출혈 증상으로 제주대병원으로 후송돼 긴급수술을 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날은 임씨가 심야 배송을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파견 온 첫날이었다. 지난 5월 로켓배송 기사 고(故) 정슬기씨의 죽음에 이어 고(故) 장덕준씨의 CCTV 영상까지 공개된 후 사고가 발생하자 쿠팡 로켓배송 대리점측이 입단속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쿠팡 로켓배송 대리점 직원은 "자세한 사항은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쿠팡은 "해당 기사는 CLS와 위탁계약한 전문 배송업체 소속이 아닌 일반 용차 업체 소속이며, 로켓배송을 비난하려는 목적의 악의적 보도는 당장 중단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정부에 특별근로감독을 비롯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한다. 또한 쿠팡 사측은 꼬리자르기를 중단하고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라"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쿠팡을 규탄한다. 심야 로켓배송을 즉각 중단하고 위험노동을 강요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 밤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열대야가 올들어 20일째 나타나는 등 밤낮없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26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오전 8시 기준으로 제주(북부) 27도, 서귀포(남부) 26.4도, 성산(동부) 25.4도, 고산(서부) 25.9도로 곳곳에서 열대야가 나타났다. 올해 지점별 열대야 일수는 제주 20일, 서귀포 14일, 성산 14일, 고산 8일이다. 기상청은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전날 낮 동안 오른 기온이 떨어지지 못해 해안과 중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낮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겠다. 현재 제주도 북부와 동부에 폭염경보, 서부·남부·중산간·추자도에 폭염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이날부터 27일 늦은 오후까지 산지와 남부를 중심으로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하지만 더위를 완전 가시게 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지에는 호우경보, 그 외 제주도 전역에는 호우주의보가 각각 발효 중이다. 오전 8시 기준 지점별 일 강수량은 제주 18.9㎜, 서귀포 28.7㎜, 성산 32.5㎜, 고산 2.6㎜, 산천단 58㎜, 송당 56㎜, 와산 48.5㎜, 가시리 44㎜, 대흘 43.5㎜ 등이다. 한라산에는 사제비 113㎜, 어리목 100.5㎜, 삼각봉 100.5㎜, 윗세오름 93.5㎜ 등 많게는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26∼27일 비가 내리는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기온이 내려가겠으나 비가 그친 뒤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낮 동안 다시 기온이 올라 무덥겠다고 예보했다. 낮 기온은 30∼31도, 최고 체감온도는 33∼35도까지 오를 전망이다. 기상청은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야외활동과 외출을 자제해야 하며, 야외 작업장에서는 시원한 물을 제공하고 휴식공간을 준비하는 등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제이누리 =김영호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초대 비서실장으로 전 제주 정무부지사 출신 박정하 의원이 임명됐다. 국민의힘은 25일 한동훈 당 대표의 첫 비서실장으로 박정하 재선의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은 지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수석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도 한동훈 캠프의 업무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 취임 이후 첫 번째 당직 인선이다. 당헌·당규에 따라 당 대표는 정책위의장과 지명직 최고위원 1명을 임명할 수 있다. 또 여의도연구원장, 사무총장, 사무부총장, 당 대표 비서실장·정무실장, 대변인단 등도 임명 대상이다. 박 의원은 1966년 강원 원주 출신으로 원주 진광고와 고려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실 춘추관장과 대변인을 지냈다. 2014년 7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원희룡 지사 시절 제주 정무부지사를 역임했다. 박 의원은 2022년 강원 원주갑 국회의원 보궐선거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번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같은 지역 단수 공천을 받아 재선에 성공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태영호 전 의원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으로 임명하자 민주당 제주도의원들과 사회단체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소속 평통 자문위원은 이날 위원직을 사퇴했다. 제주도의회 민주당 소속 강성의·김경미·송창권·양영식·하성용·현길호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자랑스러웠던 자문위원직을 사직한다"고 24일 밝혔다. 헌법 제92조에 따르면 평화통일 정책의 수립에 관한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기 위하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를 둘 수 있다. 이 헌법 규정에 따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법이 제정됐다. 자문회의 의장인 대통령은 지난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한 전임 석동현 사무처장의 6개월 공백을 메우기 위해 지난 18일 태영호 전 의원을 차관급 사무처장으로 임명했다. 양영식 의원은 "민주에 가장 멀고 경험도 없으며, 평화에 대한 의심도 크고, 제주4.3 사건 당시의 천인공노할 서북청년단과 같은 피해의식과 적대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을 임명했다"며 "남북의 화해와 상생의 시대정신과도 먼 자가 총괄하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국민의 컨센서스(합의)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자의 사무처장직 인선에 대해 의장인 윤석열 대통령에게 강력히 항의한다"며 "그동안 자랑스러웠던 자문위원직을 사직한다"고 밝혔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 제주4.3범국민위원회도 이날 태영호 전 국회의원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에 임명된 것과 관련해 논평을 내고 "태 전 의원은 민주평통 사무처장에서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단체는 "윤석열 대통령은 태영호 민주평통 사무처장이라는 최악의 인사에 대해 사과하고 그 인사를 철회해야 한다"며 "태 전 의원 역시 자신의 과오를 스스로 인정하고 어울리지 않는 그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민의힘을 이끌 새 선장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됐다. 한 신임 대표와 함께 '친한(친한동훈)계' 최고위원 2명도 지도부에 입성했다. 한 대표는 23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원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합산한 결과 과반인 62.84%(32만702표)를 득표,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했다. 원희룡 후보는 18.85%(9만6177표), 나경원 후보는 14.58%(7만4419표), 윤상현 후보는 3.73%(1만9051표)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대표 선거와 별도로 1인 2표 방식으로 치러진 최고위원 선거에서는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 후보가 당선됐다. 45세 미만 청년최고위원에는 진종오 후보가 선출됐다. 장동혁 수석최고위원과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은 한 후보의 러닝메이트다. 인요한 최고위원은 원희룡 후보의 러닝메이트로서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된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에서 "민심을 어기는 정치는 없다"며 "국민의 마음과 국민 눈높이에 더 반응하자"고 말했다. 또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때그때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의 마음도 챙기겠다"며 "당내 이견이 있을 때 항상 당원과 동료들에게 설명하고 경청하고 설득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자폭 전대'라는 비판까지 나왔던 전대 과열 양상에 대해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자성했다. 한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대선 경선에서 패한 뒤 '경선 과정에서 모든 일을 잊자. 하루아침에 잊을 수 없다면 며칠 몇 날이 걸려서라도 잊자'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함께 경쟁했던 모든 분과 함께 가겠다. 각별한 정성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당대회의 당원 투표율은 48.51%로, 지난해 3·8 전당대회 투표율(55.10%)보다 6.59%포인트 낮았다. 지도부 선출은 당원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80%, 20%의 비중으로 반영해 이뤄졌다. [연합뉴스]
제주대는 국제 바칼로레아 기구(IBO)로부터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자 자격증(IBEC) 취득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으로 공식 인증받았다고 25일 밝혔다. 제주대 교육대학원은 IB 초등과정(PYP), 중등과정(MYP), 고교과정(DP) 모두를 포함하는 IBEC 과정을 운영한다. 교사들에게 이론과 실습이 융합된 깊이 있는 학습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IBEC 과정은 교육대학원 글로벌교육전공의 정규 석사과정과 1년 연구 과정으로 운영된다. 올해 2학기부터 시작되는 제주대 IBEC 프로그램과 신입생 모집에 대한 내용은 제주대 교육대학원 홈페이지(https://gsedu.jejunu.ac.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주대는 지난해 말부터 제주도교육청, IB 학교 등과 긴밀히 협력하며 IBEC 인증 준비를 시작해 결실을 이뤘다. 제주대 관계자는 "점진적으로 IB 교육에 대한 전반적 이해와 적용을 현직, 그리고 예비 교사를 대상으로 확대해 현장에서 다양한 교수학습 방법을 활용하며 지역사회 전반의 교육력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IB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있는 비영리 교육재단이 개발해 운영하는 국제 공인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비판적 사고와 국제적 이해를 바탕으로 학습자의 자기 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교육과정 시스템이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지난 10일 오후 1시쯤 제주시 아라동의 한 마을. 마을 입구에 우뚝 선 바위에 새겨진 이름은 '앙끄레마을'. 그 바위를 지나자 한눈에 고급스러운 단독주택들이 펼쳐졌다. 저마다 다른 모습인 주택들은 잔디가 잇는 마당에 주차장을 갖춘 여느 타운하우스 풍경이다. 흔히들 꿈꾸는 '전원주택의 로망'이 자리한 곳이다. 평온과 평화가 자리한 듯한 마을이다. 하지만 이 마을 주민들은 최근 분노감에 휩싸였다. 마을 앞 왕복 2차선 도로에는 '마을 안 동물화장장 결사반대'라는 현수막들이 걸려있었다. 전원생활을 꿈꾸던 이 마을,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이 치열한 분쟁의 주인공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어떻게 동물화장장이 들어서는데 인근 주민들 동의도 없이 건설된다는게 말이 되는거냐" 앙끄레마을 주민 한모씨는 그동안 참아온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한마디로 꿈꾸던 보금자리에서의 삶이 무너질 위기란 것이다. 그는 "불과 300m 이내에 요양병원과 3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동물화장시설이 들어서면 화장 냄새, 소음, 미세먼지 등으로 주거 환경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분노는 이 마을과 불과 300m 거리 민간 동물장묘시설이 들어설 계획 때문이다. 지난달 제주시청에 제출된 건축허가신고서엔 제주시 아라동 제주대 사거리 서쪽 한북로 부근 오등동 37 등 4필지에 연면적 589.98㎡, 지상 2층 규모의 동물장묘시설(화장시설) 건물을 짓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제주도에서 추진하는 공공 장묘시설과는 별개다. 사설 장묘시설이 추진되는 첫 사례다. 앙끄레마을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둔 바로 옆 소란마을 주민들은 "우리는 전혀 모르고 있었고, 불과 며칠 전에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됐다. 이 곳에 동물화장시설이 들어서면 우리 동네 환경은 엉망이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20호 이상의 인가 밀집 지역과 학교, 그 밖에 공중이 수시로 집합하는 시설 또는 장소로부터 300m 이내에는 동물 장묘시설 설치를 제한한다. 다만 제주도지사나 시장의 판단에 따라 건축허가도 가능하다. 제주시는 아직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건축과와 축산과, 환경과 등 관계부서 의견을 수렴하는 등 검토하고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민간에서 추진하는 것이기에 주민동의와 설명회는 의무 사항이 아닌데다 위법 사항이 없을 경우 허가를 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재 건축허가를 검토하는 중이다. 이격 거리 기준 등을 확인한 후 민원인들에게 답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김씨는 "우리도 엄연히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와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화장시설이 들어서면 우린 그 권리를 박탈당하게 된다. 하지만 시청은 우리 목소리를 아예 듣지 않는다"고 분개했다. 주민들은 제주시청에 두 번 진정서를 제출했다. 앙끄레마을과 소란마을 주민 72명의 반대 서명을 받았다. 그리고 제주시장과의 면담도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제주시청은 "부서별 회의를 진행한 결과를 토대로 시장에게 보고하고, 시장이 주민과 면담을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를 판단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일부 주민들은 오영훈 도지사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을 돌렸다. "민간 동물화장장 건설 추진이 선거시절 내건 민선 8기 도정이 공약을 실현하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오영훈 지사는 지난 5월 4일 열린 제4회 2024 제주 반려동물 문화축제에 참석, 개막식에서 “선진 반려문화 확산을 통해 사람과 동물이 행복한 제주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2025년 반려동물 장묘시설을 본격 가동하는 등 동물복지 정책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번 동물장묘시설 추진과정도 '의혹 투성이'라고 보고 있다. 소란마을 주민 김씨는 "동물화장장을 유치하고자 하는 업체들이 많을 것이다. 공개 입찰과 공개경쟁을 통해 가장 적합한 입지를 선택해야 한다"며 "공개 입찰을 통해 입지 조건을 다 검토하고, 민원이 적고 장래 제주시 발전에 큰 무리가 없는 곳을 선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주민의견 수렴과정의 생략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앙끄레마을과 소란마을은 행정구역상 아라동이란 이유로 아예 설명회 대상에서 배제됐기 때문이다. "직접 영향을 받는 곳인데도 아예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설명회는 건설예정지와 같은 행정구역이라는 이유로 오등동 주민들만 대상으로 열렸다. "직접 피해가 우려되지 않는 오등동 주민들 동의만 받아 허가를 신청해도 아무런 문제가 안된다는 게 말이 안된다"는 주장이다. 설명회가 없었기에 당연히 동물화장장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란 정보는 아예 없었다. 앙끄레마을 주민 한씨는 "제주시청에서는 개인의 건축허가신청이어서 사업내용을 알려줄 의무가 없다고 했다"며 "주민들의 의견이 끝내 묵살된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동물장묘시설 예정지에서 100m 남짓 거리 아라요양병원은 다소 생각이 달랐다. 이 병원 앞에도 동물화장장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이 병원 이유근 원장은 다른 뜻을 내비쳤다. 그는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반대하겠지만, 법에 문제가 없다면 반대하지 않는다"며 "저만의 철학도 있는지라 그 철학에 반하지 않기에 반대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병원 앞 반대 현수막은 "주민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지 병원이 반대입장을 내는 건 아니"란 것이다. 이 원장은 "화장장이 아직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분진이나 냄새등을 문제 삼는 게 문제다. 처음부터 반대하기 보다 건립과정에서의 문제, 향후 냄새와 분진에 대한 예방책 등 논의들을 하면서 사업을 추진한다면 마을의 발전에도 이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화장장이 무조건 혐오시설이라고 반대하는 것 보다 제주시와 민간화장장업체, 주민들이 함께 모여 협력해 간다면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예정지 주변도 문제다. 가스업체의 저장소와 충전소 등 시설도 두루 있다. 동물화장장 예정지 바로 옆엔 상당한 규모의 SK가스 충전·판매소가 영업 중이다. 인근 토지주들은 동물 화장 시 열기와 불을 사용해야 하는데, 바로 옆에 가스시설이 있어 위험하다는 걱정을 표명했다. 한 토지주는 "화장장은 고열을 사용해 열처리를 해야 하는 시설인데, 어떤 안전 대책이나 설명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근 토지주들은 지난 9일 제주시를 항의 방문해 민간 동물장묘시설 설치를 불허할 것을 요구했다. 건축허가 신청서를 낸 민간 동물장묘시설 업체의 얘기는 들어볼 수 없었다. 여러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려 했지만 만남은 거절됐다. 연락처를 전달했지만 연락도 닿지 않았다. 제주시를 통해 들은 업체 관계자의 답변은 간단했다. "제주시가 아직 본 사업에 대해 어떤 결론도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가 먼저 이 문제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향후 제주시와 협력해 인근 주민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뿐이었다. 제주시 관계자는 "다수의 민원이 발생했고, 인근 주민들이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해 지난 12일 진행했다"며 "시장 면담 후 부서별로 면밀히 검토해 주민들에게 다시 한 번 답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작은 음악회가 입도 첫 관문인 제주국제공항에서 열린다. 제주도와 제주관광협회는 오는 26일 오후 4시를 시작으로 다음달 2일과 9일 각 오후 4시 모두 3차례에 걸쳐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 인근에서 ‘호끌락(樂) 콘서트’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호끌락'은 제주어로 ‘작은’이라는 뜻이다. 이번 콘서트는 제주 예술인들의 소박하지만 따뜻한 환영 연주로 제주에 도착하는 첫 순간부터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됐다. 또 관광객들이 보다 편안하고 안전하게 제주를 여행할 수 있도록 지난 15일 문을 연 제주관광불편신고센터에 대한 안내도 할 예정이다. 김희찬 제주도 관광교류국장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제주도민의 작은 정성을 모아 호끌락 콘서트를 준비했다”며 “제주를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제주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환영받는 기분을 느끼고 제주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의 무더위가 절정에 이른 지난 24일 밤 제주지역 전력사용량이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력거래소 제주지사는 지난 24일 오후 8시 기준 전력사용량이 111만3800kW를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여름과 겨울을 통틀어 역대 최대전력수요 기록이다. 이전 최대전력수요는 2022년 8월 11일에 기록한 110만4000kW다. 전력 예비율은 22.8%(25만3800kW)로 비교적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수요량이 급증한 것은 제주 전 지역에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최고조에 이르면서 가정과 직장 등의 여름 냉방기기 사용량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 여름 휴가시즌을 맞아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방문하면서 호텔, 펜션 등 숙박·관광 사업장에서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는 본격적인 휴가철을 맞아 제주지역에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된다면 최대전력수요 기록은 또 다시 경신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은 "오는 9월 6일까지 여름철 전력수급 대책기간 이상고온, 연계선 및 발전기 불시정지 등의 사태를 대비해 전력수급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해경 무인헬기가 또 바다에 추락했다. 24일 제주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9일 오후 3시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74㎞ 해상에서 제주해양경찰서 소속 경비함정 3012함에 배치된 무인헬기 '루펠E'가 바다에 추락했다. 해경은 루펠E가 당시 차귀도 해역을 순찰하고 복귀하는 과정에서 통신이 끊겨 바다에 빠졌다고 밝혔다. 루펠E는 길이 1.8m, 무게 18.5㎏이지만 바다에 빠진 뒤 이산화탄소를 자동 분사하는 부력장치가 작동하면서 바닷속으로 가라앉지 않았다. 사고가 난 무인헬기는 통신 두절에 대비해 함정으로 자동 복귀하는 기능이 있지만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GPS 정보를 토대로 추락 해역에 고속단정을 보내 루펠E를 수거했다. 해경은 경비함정이 입항하는 대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해 3월에도 서귀포시 이어도 남서쪽 142㎞ 해상에서 서귀포해경 5002함에 탑재된 무인헬기 루펠E가 훈련 중 바다에 추락했다. 당시 사고가 난 무인헬기는 고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갑자기 상공에서 돌다가 순식간에 바다로 빠졌다. 루펠E는 2021년 말 해양경찰청이 원거리 임무 능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했다. 사고 헬기 1대당 가격은 약 1억5000만원으로 모두 기체보험에 가입돼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전역에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25일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저녁부터 이날 아침 사이 지점별 최저기온은 제주(북부) 28.1도, 서귀포(남부) 27.9도, 성산(동부) 29.1도, 고산(서부) 27.1도를 기록했다. 제주 북부 지역은 지난달 29일 밤부터 30일 아침 사이 첫 열대야가 발생한 이후 19번째 열대야다. 올들어 현재까지 지점별 열대야 일수는 제주(북부) 19일, 서귀포(남부) 13일, 성산(동부) 13일, 고산(서부) 7일 등이다. 기상청은 "고온 다습한 남풍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어제 낮 동안 오른 기온이 떨어지지 못해 열대야가 나타났다"며 "당분간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면서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이이 있어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25일에도 폭염 경보가 내려진 제주 북부와 동부를 중심으로 낮 기온 33도 이상, 최고 체감온도 35도 안팎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다고 예보했다. 열대야는 오후 6시 1분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기온이 25도를 넘으면 사람이 쉽게 잠들기 어려워 더위를 나타내는 지표로 사용된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나름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흙수저’ 출신 중소기업 사장 동진(송강호 분)의 어린 외동딸이 유괴된 지 얼마 만에 시신으로 돌아온다. 동진이 복수의 광기에 사로잡힌 심정은 관객들도 공감한다. 동진은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퍼부어서 유괴범인 영미(배두나 분)와 류(신하균 분)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우선 영미를 붙잡아 전기고문 끝에 살해한다. 공범인 류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한 고문이 아니라 오로지 영미에게 최악의 고통을 가하기 위한 형벌이다. 결국 영미는 전기고문 끝에 숨을 거둔다. 영미에게 복수한 동진은 추적 끝에 마침내 류도 붙잡아 외동딸이 익사체로 발견된 강가로 끌고가 아킬레스건을 끊어 산 채로 피를 모두 뽑아낸다. 더 나아가 류의 사체를 잘게 조각내 여러 개의 검정 비닐봉지에 분리수거해 놓는다. 그 순간 어디선가 낡은 지프차 한대가 흙먼지를 날리면서 다가온다. 지프차에서 남루한 차림의 사내 서너명이 내려 동진에게 다가온다. 새벽 인력시장에서 꾸역꾸역 봉고차에 실려 건설현장으로 가다가 시골길에서 잠깐 소변을 보러 내린 인력 같은 모습이다.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내(오광록 분)가 품에서 꺼낸 사진과 동진의 얼굴을 대조해보는가 싶더니 칼을 빼들고 냅다
요즘 들어 어머니와 벌이는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는 옷 입기와 벗기기다. 입고 또 입고 다시 껴입는 어머니를 상대로 벗기고 또 벗기는 나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완전한 항복이다. 오로지 안방에 앉아서 입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어머니의 수비 작전에 비해 나는 이방, 저방, 부엌, 마당, 개집, 쓰레기통 등 공격해야 할 대상들이 산재하다. 오늘 아침도 어머니는 웃옷 5벌, 아래옷 4벌을 입으시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콩 고르기를 하신다. 하기야 요즘 같은 날씨에 깨·조·고구마 밭에 앉아서 숨이 턱턱 막히도록 헐떡거리면서 김을 매던 일과 비교하면, 선풍기 두 대가 마주 서서 바람을 일으키는 거실에서 하는 소일거리란, 아이들의 소꿉장난에 진배없으리라. 아, 새벽같이 밭으로 나가서 불볕더위에 불한당처럼 뒤덮은 잡초들을 뽑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절어서 체열과 지열이 합쳐질 즈음 재열(매미)이 목청을 다해 위험을 경고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매앰 매앰 매앰, 지금 당장 땡볕과의 싸움을 중단하고, 어서 이 나무 그늘로 피신하시오. 그러다가 숨이 막혀서 쓰러지거나 죽을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맴 맴 맴'라고 급하게 울어대던 그 소리가 얼마나 고맙고 시원하던지...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에 이상 징후가 뚜렷하다. 먼저 가계대출 증가세가 예사롭지 않다. 6월말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115조5000억원. 5월 대비 한달 새 6조원 늘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이 3000억원 줄어든 반면 주택담보대출은 6조3000억원 급증했다. 은행권 가계대출은 3월에 줄었다가 4~6월 석달째 증가했다. 특히 6월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지난해 8월 이후 10개월 만에 가장 컸다. 올해 상반기 누적 주택담보대출 증가 규모(26조5000억원)는 2021년 상반기(30조4000억원) 이후 최대다. 부동산담보대출 급증세와 함께 일부 지역 부동산 시장도 들썩이고 있다. 9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5188건)이 5000건을 넘어섰다. 6월 계약분 신고기한이 7월말까지이므로 20여일 남았는데, 벌써 4월 거래량(4990건)을 능가했다. 1~5월 서울 아파트 매매도 1만8830건으로 정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6년 이후 가장 많다. 실거래가도 올랐다. 일부 지역 초고가 아파트는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아파트 전셋값과 분양가가 오르는 데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 감세, 주택시장에 대한 규제완화가 가세한 결과다. 서울 등 수도권을 중
맨얼굴은 어찌 보면 ‘불편한’ 구석이 있다. 사람들을 만날 때 진하게 화장하는 게 ‘거짓의 탈’이라고 매도당할 일인지 아니면 ‘예의’로 받아들여야 하는 일인지는 각자의 판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박찬욱 감독이 영화에서 ‘자본주의의 맨얼굴’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걸 진솔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보기에 따라선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 장면➊ = 류(신하균 역)에게 이 세상 유일한 피붙이인 누나는 신부전증으로 사경을 헤맨다. 이제 신장 이식밖에는 길이 없다. 신장 기증자를 기다려보지만 기약 없다. 류는 피가 마르고 절망한다. 그러던 어느 날 병원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류 앞에서 검은 옷 입은 덩치 좋은 ‘형님’들이 권태롭게 ‘신장 사고팝니다’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고 지나간다. 류는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그들을 찾아간다. 혈액형 맞는 ‘인간의 신장 1개’를 ‘단돈’ 1000만원에 사고파는 시장이 있다. 아마 매도가는 500만원쯤 되고 매입가는 1000만원쯤 될 것 같다. 그래야 ‘형님’들도 먹고살지 않겠는가. 조영남이 부른 ‘화개장터’라는 노랫말처럼 “있어야 할 건 다 있구요, 없어야 할 건 없답니다. 화개장터”라면 그것은 아마도 건전한 자본주의 시장일
“이끌기를 법으로만 하고 다스리기를 형벌로만 하면 백성이 법과 형벌을 면하려 할 뿐 부끄러움을 갖지 않는다. 이끌기를 덕(德)으로 하고 다스리기를 예(禮)로써 하면 백성들이 부끄러워하며 스스로 바로잡아 선(善)에 이른다.” 『논어』(論語) 위정편 제3장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실 ‘공정’과 ‘상식’의 대명사였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서울대 법대 출신이란 점에서도, 검사시절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기개에서도, 그리고 검찰총장이 되고 나서도 권력에 굴하지 않는 풍모에 그렇게들 생각했다. 물론 동의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지만 지지자들은 그랬다. 오늘(1일) 대통령의 담화를 보고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진 것 같아서다. 대통령의 말이 그르다는 뜻이 아니다. 그 많은 수치와 통계적 이유를 들어 의사단체의 부당한 논리를 공박하는 지금의 판단 때문이다. 지금이 이런 수치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윤 대통령의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고, 또 틀린 말도 아니지만 지금 그런 논리로 국민을 설득할 시점이며,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일 때인지도 의문이다. 정부와 의료
“서북청년단이 온 이후 섬주민들과 육지에서 온 사람들간의 감정은 격화되었다. ··· 주민들이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고무되었을 수는 있다. 그러나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총칼에 개의치 않고 떨쳐 일어난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원인 없이는 행동도 있을 수 없다.”(동아일보 1948년 11월11일자)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갈지라도 역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다. 신문은 그래서 기록으로 전하는 역사다.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더욱 그 역사를 다시 짚어야 한다. 이 무슨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인지 모를 일이 지금 횡행하기에 그렇다. 느닷없이 제주4·3 75주기를 맞아 제주란 무대에 등장하겠다는 ‘서북청년단’의 소식을 접하고 나오는 소리다. 무수한 양민들이 하루 아침에 제주란 공간에서 사라져버린 그 참혹한 비극을 추념하겠다는 시기에 나오는 황당무계다. 추념공간 어귀에서 그들이 집회를 열겠다고 한다. 그들은 누구인가? 지금 현존하는 서북청년단(西北靑年團)은 2014년 9월 결성된 서북청년단 재건위원회의 성과다. 그해 11월 28일 서울청소년수련관에서 서북청년단을 재건했다. "김구는 김일성의 꼭두각시였고 건국을 방해했다. 반공단체인 서북청년단원 안두희가 김구를
『사기(史記)』는 중국 고대 왕국으로부터 전한(前漢) 시기까지 중국 1000년 역사를 다룬 책이다. 중국의 역사가 사마천(司馬遷)이 기술했다. 총 130권 52만6500자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도 그렇지만 『사기』가 빛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천하 이치를 깨닫게 하는 역사서의 귀감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사마천은 『사기』 마지막 편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 정치 지도자의 통치 형태를 5개 등급으로 나눈다.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풀이하면 이렇다. “가장 좋은 것은 자연스러움을 따르는 순리(順理)의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을 이익으로 이끄는 정치다. 그 다음은 백성을 가르치고 깨우치는 정치며, 그 다음은 백성들을 단속하여 가지런히 하는 정치다. 가장 못난 정치는 백성들과 더불어 다투는 것이다." 백성을 이해시키고, 스스로 따르게 할 일을 놓아두고, 오히려 백성과 갈등을 일으켜 고통스럽게 하는 통치 행태가 최악이라는 것이다. 그렇게도 자신이 없나? 무에 두려울 게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가? 이게 우리 존립의 근거인지 도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
‘위대한 제주시대를 연다.’ 1995년 6·27 지방선거에서 승리, 민선 1기 제주도지사에 오른 신구범 도정의 출발은 이 슬로건 하나로 함축됐다. ‘경쟁과 자존, 그리고 번영’이란 ‘서브 타이틀’이 붙은 그 슬로건이 던진 화두는 사실 위력적이었다. ‘변방사고’에 머물렀던 제주인들에게 무한한 자긍심을 고취했다. 게다가 그 시절 등장한 다른 민선 지방정부가 내세우는 ‘늘푸른~’·‘맑고 아름다운~’·‘행복한 ○○ 건설’ 등의 천편일률적인 구호와는 아예 수준을 달리했다. 관선 지사를 거쳐 53세의 나이에 민선 1기 제주도백으로 오른 신 전 지사의 발상과 구상은 사실 그 시절엔 획기적이었다. 삼다수란 브랜드로 먹는샘물 국내시장에 진출해 현재까지 부동의 1위 상품으로 키워냈고, 지금으로선 금자탑으로 불리는 제주국제컨벤선센터를 만들어냈다. 제주만의 대표축제이자 세계인의 축제로 기획된 ‘세계섬문화축제’ 역시 신구범 지사시절 작품이다. 제주도가 매해 1천억원에 가까운 로또복권 배당수익을 올릴 수 있었던 것 역시 그가 지자체로선 처음으로 관광복권을 발행하는 기관의 지위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998년 민선 2기 제주지사로 우근민 도정이 출범하자 슬로건은 바뀌었다. ‘
요즘 들어 어머니와 벌이는 전쟁 중 가장 치열한 전투는 옷 입기와 벗기기다. 입고 또 입고 다시 껴입는 어머니를 상대로 벗기고 또 벗기는 나는 결국 두 손을 들고 만다. 완전한 항복이다. 오로지 안방에 앉아서 입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어머니의 수비 작전에 비해 나는 이방, 저방, 부엌, 마당, 개집, 쓰레기통 등 공격해야 할 대상들이 산재하다. 오늘 아침도 어머니는 웃옷 5벌, 아래옷 4벌을 입으시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 콩 고르기를 하신다. 하기야 요즘 같은 날씨에 깨·조·고구마 밭에 앉아서 숨이 턱턱 막히도록 헐떡거리면서 김을 매던 일과 비교하면, 선풍기 두 대가 마주 서서 바람을 일으키는 거실에서 하는 소일거리란, 아이들의 소꿉장난에 진배없으리라. 아, 새벽같이 밭으로 나가서 불볕더위에 불한당처럼 뒤덮은 잡초들을 뽑다 보면, 온몸이 땀에 절어서 체열과 지열이 합쳐질 즈음 재열(매미)이 목청을 다해 위험을 경고하던 그때가 생각난다. ‘매앰 매앰 매앰, 지금 당장 땡볕과의 싸움을 중단하고, 어서 이 나무 그늘로 피신하시오. 그러다가 숨이 막혀서 쓰러지거나 죽을 수도 있음을 경고합니다. 맴 맴 맴'라고 급하게 울어대던 그 소리가 얼마나 고맙고 시원하던지..... 그제야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어머니를 따라 재빨리 일어나 허리를 펴면, 서늘한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와 ‘어서 와, 물때야!’라고 소리치던 바다. 일찌감치 물질 채비를 하고 오신 어머니가 테왁과 망실이를 담은 구덕을 등에 지고 와랑와랑 바다로 달려가면, 뒤따라서 눈썹을 휘날리며 신바람 나게 언덕을 내달리던 우리들의 여름이여!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의하면 오늘 현재 제주도에는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며,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제주도동부 35도 이상)으로 올라서 가혹하고 지독하게 무덥겠단다. 더욱이 당분간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 열대야가 나타나겠으니 건강관리에 유의하란다. 국가기관의 국민에 대한 당부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부터 고장난 우리집 에어컨은 성수기의 대기행렬이 무려 일주일 이상 길어져서 목요일이나 되어야지 담당기사가 방문할 수 있다는 비보 앞에 그저 죄송할 뿐이라고 묵묵부답 고개를 떨구고 있다. 어찌할 것인가? 게다가 각종 매체들은 ‘기온이 30∼32도일 때 사망자가 급격히 증가하여 36도가 되면 30도일 때보다 50% 증가한다. 특히 고령자, 노약자 및 어린이 등이 체력적으로 적응이 힘들기 때문에 피해가 상대적으로 크며, 65세 이상 노인은 일반인에 비해 폭염에 4배 이상 더 취약하다’라며 오늘은 꼼짝 말고 집에 있으라 한다. 이런 날은 집에서 허송세월을 할 수밖에 없을 터. 김훈의 산문집 ‘허송세월’을 펴니, ‘여름편지’란 제목이 가슴을 두드린다. ‘책을 읽다가 눈이 흐려져서 공원에 나갔더니 호수에 연꽃이 피었고, 여름의 나무들은 힘차다. 작년에 울던 매미들은 겨울에 죽고 새 매미가 우는데, 나고 죽는 일은 흔적이 없었고 소리는 작년과 같았다./호수의 물고기들 중에 어떤 놈은 내가 물가로 다가가면 나에게로 와서 꼬리 치는데, 아 저 사람 또 왔구나, 하면서 나를 알아보고 오는 그놈이라고 나는 믿는다/여름 나무들은 이제 막 태어난 시간과 공간 속에서 빛났다. 나무들은 땅에 박혀 있어도 땅에 속박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김훈의 여름 편지는 스스로에게 쓴 것이다. 이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기에게 편지를 쓰기란, 그만한 저력이 있는 유명 작가에게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노인의 초입에 서서 깜박거리는 기억력의 한계를 절감하는 나에게, 편지란 쓰기보다 받을 때가 좋다. 오늘 같은 날 나에게도 편지 한 통 날아든다면, 가슴 속으로 시원한 바람이 솔솔 들어올 터이다. 편지를 보내지 않았으니 올 리도 없겠지..... 혹여 하는 마음으로 인터넷 바다에 들어가서 낚싯대에 ‘여름 편지’를 드리워본다. 아하, 이혜인 수녀님의 편지가 그분을 닮은 미소를 머금고 살며시 고개를 든다. '움직이지 않아도 태양이 우리를 못 견디게 만드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서로 더욱 뜨겁게 사랑하며, 기쁨으로 타오르는 작은 햇덩이가 되자고 했지?/산에 오르지 않아도, 신록의 숲이 마음에 들어차는 여름이 오면, 친구야, 우리도 묵묵히 기도하며, 이웃에게 그늘을 드리우는 한 그루의 나무가 되자고 했지?’라고 속삭이면서. 7월 22일 중복을 사흘 앞둔 여름날 정오에 어머니와 나는 선풍기 두 대가 요란하게 돌아가는 거실에 앉아서, 어찌하면 이 더위를 버텨낼 수 있을까 근심스레 서로의 얼굴을 살피면서 눈동자를 맞춰본다. 어머니에게 이 여름은 어떤 의미일까? 혹여 마지막은 아닐까? 요즘 들어 어머니가 뜬금없이 “니네 아방은 어디 가시니?”라고 물으시니, 그때마다 무심한 가슴을 밀치면서 써늘한 기운이 스며든다. 그래 이럴 때 아버지로부터 편지가 날아든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버지가 볼티모어 공원에 묻힌 지도 어언 22년. 그래 아버지가 보내온 지난여름의 편지를 찾아보자. 그동안 모아둔 수십 통의 편지들이 색 바랜 봉투에 담겨서 저마다의 추억을 그려내고 있다. 세상에! 그중에서 유독 봉투가 누렇게 되어 오래된 이야기가 담겨 있을 듯한 게 시선을 끈다. 1988년 소인이 찍힌 아버지의 편지에 낚시 바늘이 꽃혀 있다. 세상에! ‘날 좀 보소’하며 고개를 치켜드는 편지에는 미국으로 이미 가신 직후의 그리움이 뚝뚝 떨어진다. 아, 보고 싶은 우리 아버지. “정옥 앞 어제, 그러니 6월 8일자, 낚시질 갔다 와보니, 어머니가 ‘네가 전화해 왔더라’고 기뻐하더라. 나도 퍽 기뻤다. 고향에서 별 문제가 없다니 다행한 일이다. 이곳도 모두가 잘 지내고 있다. 그저 하나님 아버지께 감사하는 것 뿐이다. (중략). 그런데, 내가 좀 유치한 부탁을 하고 싶구나. 요는 일이 없어서 집에만 있자니 시간이 얼마나 지루한지 힘이 들어 낚시를 가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세월을 보내기 좋으니, 여름 내내 다녀볼 작정이다. 그런데 내가 한국에서 올 때 제주에서 낚시줄 200원어치를 샀다. 1개 10원이라면서 주인이 세어보지도 않고 그저 집어주는데, 한 50개가 되겠더구나. 이거면 하고서 왔는데, 써보니 너무 쉽게 떨어져 버려서, 여기 걸로 써보니, 아무래도 내 소견에는 한국산만 못하구나. 그러니 네가 미국 올 때, 내가 견본을 보내니, 꼭 이만큼 한 걸로 한 포만 사 가지고 오너라. 한 포가 약 1천원 될 거여. 큰 것도 말고 작은 것도 말고 맞추어 보고서 사기 바란다. 네 앞 길을 우리 하나님께서 늘 지키시고 돌보고 계시기를 믿고 기도한다. 머지않은 시간에 만나서 즐겁게 대화하자. 6.9일, 父 書.” 이 편지를 읽어드리는 동안, 눈가에 이슬이 가득하도록 그리움이 가슴 저린 어머니가 편지를 쓰다듬으며 중얼거리신다. “이 종이도 미국에 갔다 왔구나.....”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그 편지가 부럽기라도 한 듯 어머니는 한참 동안 쓰다듬고 안아도 보고, 낚시를 소중하게 만져보신다. 아, 부부란 죽음도 갈라놓을 수 없는 영원한 사랑의 화신이로다. “정옥 앞 3일 전 네 편지를 잘 받아보았다. 강씨 사진도 받아서 본인한테 우송했으니 오늘쯤 도착할 것이다. 어머니는 네가 옷을 여러 벌 사서 보내주니 너무도 좋아서 입을 때마다 고마움을 느낀다. 금년 내로 네가 미국으로 와서 원하는 공부를 계속하고, 우리의 기대를 이루어주시기를 하나님께 기도드린다. 이곳 식구들도 다 평안하고 잘 지낸다. 어머니는 직장(교포가 운영하는 군복 공장)에 나가는 것이 매우 즐거운 것 같다. 미국에도 한 차례 비가 내려서 대지를 푸르게 하여서 한시름 놓게 되었다. 고향 소식을 자주 전하여 주렴. 여기서는 편지라는 불편이 그만저만 아니다. 영준 엄마나 아빠가 차로 가서 부쳐주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형편이니, 그리 알고 고향에서 자주 편지하여 주기 바란다. 내가 온 지 벌써 20일이 지났는데, 네 소식밖에 못 받았다. 서로 언니들한테 연락해서 편지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이모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몸이나 편안한지 전해주렴. 네 어머니가 무척 궁금해 하는구나. 다음 소식 기다리며 이만 쓴다. 8월 1일, 父 書" 여기서 강씨는 어느 목사님의 소개로 나와 맞선을 보기로 약속된 볼티모어의 교포 청년이다. 무슨 영문인지 내 사진을 받았을 그로부터는 감감 무소식이었다. 학교 내 한국인 교수는 나를 보자 뜻밖의 장담을 하였다. “서른이 넘어서 혼자 유학을 왔다면, 실컷 놀아도 석사는 문제 없을 터. 노는 게 남는 것이다” 그의 예언처럼 1년 4개월만에 MBA(경영학 석사)를 마친 나는 졸업을 하자마자 귀국해 복직하였다. 은행원으로. 이 결정은 내 인생의 가장 잘못된 판단으로 ‘인생에 3번 기회가 온다’는 시쳇말 중 한 번에 해당하는 거였으니.... 인생을 돌아보는 노년에 이르러 나는 솔직해지고 싶고, 청년들에게 나의 실패 사례를 전해주고 싶은 것이다. 지금 나에게 중요한 현안은 어머니와 내가 어떻게 이 무더위를 잘 견뎌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 글을 마칠 즈음 어머니는 국수에 옥돔을 얹어서 점심을 완료할 것이다. 어머니는 늘랜내(비린내) 나는 것만 있으면 어떤 장애나 문제도 이겨내고 밥 한 그릇을 뚝딱 드실 수 있다. 해녀 출신인 어머니에게 생선이나 게장은 밥도둑인 셈이다. 부디 오늘도 무사히... 그리고 이 글을 마치고 섶섬 앞으로 나가서 바다에게 여름 편지를 들려줄 수 있기를 빌어 본다. 아버지가 보내주신 여름편지를!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허정옥은? = 서귀포시 대포동이 고향이다. 대학 진학을 위해 뭍으로 나가 부산대학교 상과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하고 경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친 후 미국 볼티모어시에 있는 University of Baltimore에서 MBA를 취득했다. 주택은행과 동남은행에서 일하면서 부경대학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이수했고, 서귀포에 탐라대학이 생기면서 귀향, 경영학과에서 마케팅을 가르치면서 서귀포 시민대학장, 평생교육원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다. 2006년부터 3년간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의 대표이사 사장과 제주컨벤션뷰로(JCVB)의 이사장 직을 수행한데 이어 제주평생교육장학진흥원장을 거쳤다. 현재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서비스 마케팅과 컨벤션 경영을 가르치고 있다. 한수풀해녀학교와 법환좀녀학교도 다니며 해녀로서의 삶을 꿈꿔보기도 하고 있다.
‘옜다’하고 던져 주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 중국에 “‘옜다’하고 던져 주는 음식은 먹지 않는다”는 유명한 전고가 있다. 모욕적인 베풂은 받지 않는다는 말로, 멸시하거나 모욕적인 보시는 결코 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전고는 『예기(禮記)·단궁(檀弓)』에 기록돼 있다. 춘추시대 때에 제(齊)나라에 큰 기근이 들었다. 식량이 부족하여 많은 사람들이 굶주림에 쓰러졌다. 검오(黔敖)가 길가에 음식을 늘어놓고는 지나가는 배고픈 사람을 기다렸다. 하루는 굶어서 부황이 든 사내 한 명이 찾아왔다. 너덜너덜한 옷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다 해진 짚신을 신고 있었다. 지팡이에 의지한 그의 몸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본 금오가 왼손에는 밥, 오른손에는 마실 것을 들고 사나이에게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이봐라, 이리 와서 이걸 먹어라.” 그러자 사내는 오히려 굶주림을 잊은 듯 허리를 쭉 펴고 머리를 곧추세운 후 검오를 매섭게 쏘아보면서 자못 경멸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내가 이런 차래지식(嗟來之食) 따위를 먹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꼴이 되었다. 가짜 선심은 그만두어라”하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금오는 황급히 그 사나이를 뒤쫓아 가서 자신의 무례를 사과하고 음식을 받아주기를 청하였다. 그러나 사나이는 결코 음식에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끝내 굶어죽었다. 이렇듯 곤경에 빠졌으나 지조를 잃지 않는 거지처럼 의사(義士)와 같은 부류가 사림에도 있었다. 예를 들어 전국시대에 제(齊)나라 은사 검루(黔婁)가 그랬다. 그는 가정 형편이 빈한했으나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다. 제나라, 노(魯)나라 국군이 내리는 하사품도 받지 않았다. 죽은 후에 몸을 덮은 이불이 너무 작아, 머리를 덮으니 발이 삐져나왔고 발을 덮으니 머리가 삐져나왔다. 증자(曾子)가 문상 가서 상황이 그러한 것을 보고는 검루의 아내에게 말했다. “이불을 비스듬히 해서 염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검루의 아내가 말했다. “비스듬히 해서 여유가 있는 것보다 바르게 해서 부족하게 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불을 옆으로 비스듬히 하면 머리와 발을 전부 덮을 수 있지만 다 덮을 수 없다하여도 비스듬히 하는 것보다 바르게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현(弦) 밖에 소리가 있다지 않는가. 말에 숨은 뜻이 있으니. 내포된 뜻이 깊고도 깊다. 사람들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以食爲天)고 하지 않던가. 백성이 살아가는 데에는 먹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 사인은 ‘쌀 다섯 말을 위하여 허리를 굽히지 않는다’지만 세상에서 화식을 먹지 않고 살아갈 수 있던가. 그렇기에 거지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 벼슬에 나가기 전에 걸식하며 살아가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괴이한 빈사(貧士) 동경(董景) 진대(晉代, 266~420)에 가난한 사인이 있었다. 성은 동(董), 이름은 경(景), 자는 위련(威輦)으로, 어느 지역 사람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일찍이 농서(隴西) 계리(計吏)와 함께 낙양의 백사〔白社, 현 하남 언사현(偃師縣) 내〕에서 살았고 도학(道學)에 능했다. 진자서(陳子敍)가 그에게 도를 배웠다. 먹을 것이 없어 그는 늘 길거리에서 걸식하였다. 머리를 풀어 헤치고 얽매임 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며 시를 읊었다. 조각난 풀솜을 얻으면 몸을 덮었다. 완전한 명주는 받지 않았다. 당시에 저작랑(著作郞) 손초(孫楚)1)가 편지를 써서 같이 지내거나 관직이라도 얻으라고 권했지만 거절하였다. 몇 년이 지난 후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다. 그저 머물던 곳에 대나무 한 섬과 시 두 편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가난한 은사였던 동경은 차라리 길거리에서 걸식하면서 살지언정 벼슬길에 나가기를 원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한 시대의 괴인이었다. 그의 일은 괴사로 전해져 온다. 공(孔) 씨 아들, 무학무능 해 평생 거지로 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청대 옹정(雍正), 건륭(乾隆) 연간에 호남, 호북의 빈사(貧士)가 배움의 기회를 잃게 되자 밖에 나가 유학하였다. 서당이 보이면 들어가 훈장을 배알해 돈을 구걸하고 서당에서 밥을 얻어먹고 하룻밤 묵은 후 떠났다. 사방을 유랑하며 탁발하는 스님과 같았다. 지방의 재력가 가문에서 태어난 사람이 공부하기를 원하지 않아 결국 거지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청대 가경(嘉慶) 연간에 남회(南匯)현 주포(周浦)진에 돈 많은 공(孔) 씨가 살고 있었다. 만년에 아들을 얻으니 지나치게 귀여워했다. 여러 차례 스승을 초빙해 공부를 가르치려 했으나 수업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선생은 아무 일도 않으면서 밥을 먹기가 부끄러워 시 한 수를 썼다. “학당은 낡은 절 같아, 와서 주지승이 되었구나. 그저 하루 3찬, 환혼이며 등 한 잔. 경 읽는 소리 본래 들리지 않으니 불호를 무빙(無憑)이라 지었노라.” 어느 날, 선생이 공 씨 아들이 뜰에서 노는 것을 보고는 강제로 공부시켰다. 아들이 화가 나 욕을 하자 선생은 질책하며 꾸짖었다. 그러자 아들이 어머니에게 일러바쳤다. “선생이 나를 때렸어요. 반드시 보복하고 말거예요.” 어머니는 위로하며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오시거들랑 다시 얘기하자.” 아버지가 밖에서 돌아와서는 아들을 교육시키지 않았다. 오히려 선생의 친한 친구를 초정하여 한 대만 맞아주고 참아달라며 선생에게 뇌물을 주었다. 아들이 성장했으나 무학무능 그 자체였다. 그저 밖에서 빈둥거릴 뿐이었다. 재산이 많으면 뭘 할 것인가. 빈둥거리며 앉아서 까먹으면 산이라도 말아먹지 않던가. 아무리 재산이 많아도 놀고먹으면 없어지나니. 많던 재산 다 사라진 후에는 어쩔 수 없이 길거리에서 구걸하며 죽을 때까지 살았다. 자식이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모든 사람이 자식이 잘 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보다 사람구실을 할 수 있는 교육이 우선 아니겠는가. 익애하여 보호만 한 결과 거지로 전락했으니 슬픈 일이다. 지방 재력가 가문에서 태어났다하여도 거지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손초(孫楚. ?—293), 서진(西晉)시기의 태원(太原) 중도(中都) 사람으로 자는 자형(子荊)이다. 글 짓는 재주가 탁월하고 성격이 호탕하였다. 무리를 짓지 않았으며 의기양양한 성품의 소유자였다. 나이 40여 세에 진동군사(鎭東軍事)에 참여했다가 저작랑(著作郞)으로 옮긴 후, 남을 시기하고 도도하게 굴면서 알력을 조장하니 한동안 버려졌다. 나중에 부풍왕(扶風王) 사마준(司馬駿)이 옛 정을 생각해 참군(參軍)으로 기용했다. 혜제(惠帝) 초에 풍익(馮翊)태수를 지냈는데, 은거한답시고 ‘수석침류(漱石枕流 : 돌로 양치질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 삼는다는 뜻, 억지 부리는 것을 꼬집는 말)’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양화가 백성원의 제5회 개인전이 제주시 아라갤러리(대표 이숙희)에서 신작 15점, 오브제 9점 등 총 24점을 가지고 2024년 7월 13일부터 7월 28일까지 2주간 열리고 있다. 제주를 시각혼합 기법으로 바라보는 백 화가는 새로움을 시도하기 위해 신촌을 미학적으로 방황하던 시절 만난 제2의 회화의 고향으로 여기고 있다. 백성원은 세계미술사에서 점묘법이라는 신인상주의 방법을 수용하면서도 제주적인 회화의 창작방법론으로 전환하려는 현대미술의 응용적인 개척자가 돼 고뇌하고 있는 작가이다. 오늘따라 신천의 기운이 리듬을 타고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 <편집자 주> 그림은 마음 속 언어, 존재 드러내기 보는 것은 최고의 즐거움이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속엣 말을 해버리면 후련한 것과 같이 말이다. 아름다움에는 내면적 즐거움을 주는 황홀함과 감미로움이 숨어있는데 그림은 시를 읽으면 떠오르는 기쁨처럼 어떤 형태를 그려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것은 매우 감미로운 감정이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운 미적 감정은 때로 신비롭기도 하다. 우리 인간에게는 어떤 영성(靈性)이 있다. 자신마저도 그 깊이를 모르는 창조적 본능이 그것을 일깨운다. 우리의 정신활동이 영혼이 깃든 행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창조적 본능에서 나오는 힘이다. 인간은 호모 파베르와 호모 사피엔스라고도 하는데 이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높은 단계의 정신적 활동을 부여하는 역할을 했다. 그래서 문명사의 원조(元祖)를 이 둘의 결합인 노동이라고 하는 것이다. 예술의 창조적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하게 한 것도, 예술이 고결한 영혼의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한 것도 이 노동 때문이었다. 미술은 그림이라는 언어로 말하는 방식이다. 회화를 ‘그림으로 된 시(詩)라고 하는 이유가 틀린 말이 아니다. 화가는 언어가 있어 자기를 표현하는 수단이자 소통의 역할을 수행한다. 바로 표현이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집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화가는 색깔과 형태가 있는 집에서 늘 지내고 있다. 그 집에는 포근한 색의 온화함과 터치의 격정적 감정도 살고, 냉철한 이성과 논리의 색깔도 같이 지내고, 점들의 서로 생동하는 강약의 리듬도 함께 있어서 열정적인 기운도 있다. 화가의 집은 다양한 감정의 벗들도 방문하고, 집에는 그 집의 독특한 성격도 풍기고 있다. 사람들이 자기의 집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이용하면 변화가 가능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가의 집은 실험실과 같아서 언제 어떤 결과를 얻을 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언제나 새롭게 꿈을 꿔야만 자기집을 확장할 수 있다. 때로는 익숙하지만 알지 못하는 미지의 감정, 생각치 못한 무의식의 모습에 이따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전혀 다른 느낌의 나의 집 그림자에 놀라기도 한다. 화가들에게 목표가 있다면 평생 나의 언어로 말해보고 싶은 충동(compulsion)일 것이다. 충동은 창조적 본능을 자극시키는 긴장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화가들은 매력적인 긴장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때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마음속에 숨어있는 말을 고백하기 위해서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자기 존재를 알 수가 없고, 오히려 다하지 못한 말을 찾아 표현행위로 나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다할 수 없는 말이 남아 있다. 그것은 자아를 찾기 위한 참을 수 없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욕망은 현재 자신에게 숨쉬는 것 중 가장 적극적인 활동인자(活動因子)이고, 존재에 대한 생존의 지평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현재 진행형인 자기 삶의 모습이기에 내가 무엇이고, 내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행위가 된다. 그래서 화가는 누가 뭐래든 수행자가 돼야만 한다. 나를 찾고 나를 바로 세우려는 존재, 그 수행하는 행위가 바로 존재자의 결과가 되면서, 쾌(快)를 누리는 현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림을 육필(肉筆)이라고 하는 것은 정신과 육체가 공동으로 만들어 낸 수행의 결과인데 보이는 행위가 보이지 않는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백성원의 수행적 회화(performative painting) 색 물감을 붓으로 바르게 되면 붓에 따라 터치들이 다르고, 화가 자신의 손의 힘에 따라 강약이 다르게 나타난다. 다양한 터치의 움직임에는 강약의 호흡처럼 감정이 따른다. 찍기와 긋기는 긴장과 흐름이 오로지 화가의 마음에 달려있다. 직선, 곡선, 자유곡선, 점, 점의 크기에 따라 혹은 당시 화가의 감정에 따라 화면의 분위기는 달라진다. 즉흥적 감정은 우연성이 많아서 화면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데 그것을 멈춰야만 자신이 어디까지 온 것인지 알 수가 있다. 수행에는 변화무쌍한 동작이 병행된다. 백성원은 신인상주의(Neo-Impressionism) 분할주의의 영향을 받았다. 분할주의는 혹은 '분할묘사법'이라고도 하는데 오늘날은 점묘법(點描法)이라고 부른다. 한 화가가 어떤 유파의 영향을 받는 것은 처음부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기법을 찾는 실험적 시도로부터 점점 자신의 성격과 취향에 맞는 스타일로 이동하게 된다. 분할주의는 조르죠 쇠라나 폴 시냐크가 오그던 루드와 외젠 슈브뢸들의 이론에 따라 추구했던 19세기말 물리적 색채의 작용을 활용한 창작방법이다. 이 분할주의는 캔버스 위에 원색을 혼합하지 않고, 그대로 보색 점들만 찍어서 화면의 색상이 상호교감의 효과를 보는 회화기법으로 색채의 동시대비(simultaneous contrast of colors)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색채의 동시대비 현상이란 화면의 색점들이 감상자의 눈으로 보게 되면 색깔과 색깔이 서로 혼합하여 다른 색상으로 보이는 착시(錯視) 효과를 말하는 데 우리는 이를 눈에서 섞인 색이라고 하여 ‘시각혼합(visual mixing)’이라고 부른다. 이는 그림이란 느끼는 감정의 작용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점묘법이라고 말할 때, 색점(色點)이라는 표현행위 시각에서 보면 동양화에서 말하는 묵점(墨點)과 유사한데 쌀방울 점인 미점준(米點皴)과 빗방울 모양의 우점준(雨點皴)과도 유사하다. 물론 여기에 검은 색으로만 점이 찍힌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백성원이 점묘법을 선호하게 된 것은 색상들의 어른거리는 움직임이 대상을 볼 때마다 다른 감정들이 누적되는 것처럼 중첩되는 느낌을 강하게 받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색 자체에서 찾는 구상화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이 마치 눈이 내리듯 중첩되는 느낌을 덮어씌우는 행위에서 찾는다. 고정돼 보이는 정지된 광경이 아니라, 계속 움직이고 꿈틀되는 유기체의 운동을 화면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의 화면의 움직움은 현재진행형인 것이다. 감정이 시시각각 다르듯이, 그의 점들은 크기에서 다르고, 점이 점 위로, 또는 꼬리를 늘이듯이 점점들의 사이사이와 그 위를 지나친다. 감정이 북돋았다가 서서히 눅여지는 것처럼 화면에 표현행위를 할 때마다 다른 느낌을 거듭 부여하는 것이다. 백성원은 색은 풍경을 재현하는 색이 아니며, 형태 또한 그와는 거리가 먼 실루엣의 불명확한 움직이는 형상이 된다. 대상을 볼 때마다 변화하는 감정의 색과 행위의 움직임을 화면에 중첩되도록 하는 작업을 한마디로 ‘수행적 회화(performative painting)’라고 말할 수 있다. 화면의 진행에서 감정이 꺼지지만 않거나, 혹여 감정이 식어버렸더라도 다시 새로운 느낌으로 감정이 되살아나게 되면 그 대상의 상태는 다시 그때의 다른 감정의 모습으로 변할 수 있게 한다. 대기의 변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감정을 대상 위에 몇 번이고 입히는 것이다. 바라보면서 다르게 느끼는 그때그때 감정들이 바로 ‘중첩된 감각’의 실체가 된다. 중첩된 감각-신촌, 인간적으로 느껴보기 인간은 자연에서 타 생물과 다른 것이 없다. 단지 영장류라는 사실에서 특별하게 부여된 도구 사용, 인문과 문화의 차이가 어떤 포유류보다도 월등한 능력이 있다는 것뿐이다. 지금까지 호모 사피엔스의 지구 지배는 생물계의 폭압이기도 했다. 동물들은 자연적응에 놀라운 감각을 보여주지만 호모 사피엔스의 감각은 자연감각이 퇴화됐지만 오히려 문명적이면서 문화적으로 발달해 있다. 인간의 감각으로 돌아오면, 감각은 보통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오감(五感)으로 나뉘며, 시각은 색과 형태를 인지하고, 청각은 소리를, 후각은 냄새를, 미각은 맛, 촉각은 만져서 재질을 감지하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감각 중에 시각을 말하는 것이다. 시각 감각은 어떤 대상을 보면서 끌림, 감탄, 즐거움, 쾌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회화 또한 시각 작용으로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들이 우러난다. 포근함, 서늘함, 투박함, 부드러움, 무서움 등 미추(美醜)의 감각이 있다. 니체의 표현대로 '이성은 감각들의 증거를 날조하는 원인이지만 감각들이 생성, 소멸, 변화를 보여줄 때 그것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감각은 우리 몸의 실제 작용이므로 논리와 상상으로만 판단하는 이성의 밑바탕에 있기 때문이다. 밑바탕이 없이는 어떤 새로운 집도 기초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바로 백성원의 ‘신촌’은 감각의 중첩을 추구해온 작품들이다. 신촌은 제주의 해안가 마을이다. 사람들은 자연광 아래 마을이라면 되도록 빛이 해석해 낸 그대로 자연적인 색상의 풍경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색이 빛의 작용 때문에 보이는 것이어서 한라산, 숲, 오름, 바다, 마을, 집, 돌담 등이 충실하게 재현하게 된다. 그렇지만 백성원은 신촌 풍경을 바라볼 때 순간의 인상(印象)을 중시 여긴다. 인상은 기억을 통해서 저장되지만 볼 때마다 계속 새로운 인상이 기억으로 중첩되는 것이다. 인상은 순간적인 감정을 동반하여 미추(美醜)의 감정으로 교차하기도 한다. 이런 감각의 중첩 상태는 감성적인 경험들이 다른 새로운 감각을 자극함으로써 숨어있는 감각을 일깨우는 것이다. 감각의 레이어(Layers)라고나 할까, 여기서 레이어란 기술적인 과정에서 쌓기처럼 처음의 것들이 그 위로 계속 겹쳐지는 현상을 감각에 빗댄 말인데, 처음의 느낌이 다시 기억으로 남아 또다시 다음 시각경험을 받아들인 기억과 더불어 새롭게 연계하는 혼합된 감정을 표현하는 창작방법을 의미하는 말이다. 백성원의 작법을 보면, 맨 처음 먹이나 아크릴 물감을 혼합하여 바탕에 드로잉 작업을 하고, 옐로우(황색계열), 마젠타(적색계열), 싸이안(블루계열)의 점들과 속도 있게 작은 선들의 율동이 마치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듯이 즉흥적인 감정의 스펙트럼을 화면에 보여준다. 물감이 겹쳐짐은 경험적 인상의 시간을 나타내며, 색들의 하모니는 즉흥적인 즐거운 감정상태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백성원의 이런 수행적 회화는 서양미술사에서의 점묘법을 몸이라는 물리적 동작과 결합시킨다는 점에서 몸의 기호가 만드는 표현의 특징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화면은 자연에서 생명력의 대상을 찾고, 분할된 많은 점들을 그 드로잉된 대상 위에 찍으면서, 다시 그 위로 점들이 눈발같이 내리는데 그때 바람이 불어와 그것을 흐트리듯 점들이 거듭 쌓이고 서로 교차한다. 사실 중첩은 반복이 아니다. 새로운 것 위에 다시 씌움이다. 이 덧씌움은 아래 것이 덮여서 보이지 않지만 여기저기 새어 나오고 그 안에 겹으로 존재한다. 사라지는 것은 퇴화이다. 우리는 영원히 소멸되기 전에 그것을 되살리는 새로운 관계를 물색해야만 한다. 부단한 수행은 새로운 개념으로 되살아나는데 이는 백성원에 의해서 서구 미술사조로만 남게 되는 분할주의 미학이 제주 신촌에서 변형된 형태로 부활하고 있다. 이렇듯 백성원은 달라지는 화면의 기억들로 제주 해안 마을 신촌 풍경을 통해 퇴화된 인간의 감각을 되찾고자 한다. 바로 그의 감각은 끊임없이 덧씌워지는 시각적 욕망으로 미추를 넘나들면서 몸의 언어로 표현되고 있다. 신촌에서.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은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인 돌하르방을 주인공으로 내세웁니다.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경허지 맙서" (그러지 마세요) “Don't do that”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