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네즈미술관에 전시 중인 운흥사 종이다. [제주도 제공]](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519/art_17469174986807_2e9133.jpg)
제주목관아 외대문에 걸려 있던 종이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반출돼 현재 도쿄의 한 미술관에 보관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도는 해당 종의 반환 또는 복제를 위한 협의에 나섰다.
11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진행한 '제주목관아 종 복원 고증 학술용역' 결과 일본 도쿄 네즈미술관 지하 1층 계단 아래 전시돼 있는 '운흥사 종'이 제주목관아 외대문에 걸려 있었던 종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목관아는 조선시대 제주목사가 집무하던 관청이다. 현재 국가지정 사적으로 지정돼 있다. 일제강점기 한민족 문화 말살 정책에 따라 외대문과 종각은 1916년 철거됐고, 종은 이듬해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02년 복원을 통해 외대문과 종루는 재현됐지만 종은 현재까지도 복원되지 않았다.
이번에 존재가 확인된 종은 1690년 경남 고성 운흥사에서 주조된 것이다. 이후 해남 미황사를 거쳐 1850년 제주목사 장인식에 의해 매입돼 제주목관아 외대문 앞에 설치됐다. 종의 무게는 약 300㎏, 둘레 243.8㎝, 두께 5.98㎝다. 시각 알림과 성문 개폐를 알리는 용도로 사용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용역보고서를 통해 연구진은 해당 종을 가능한 한 실물에 가깝게 복제하는 방식으로 복원을 추진할 것을 제안했으나 제주도의회에서는 복원이 아닌 실물 반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철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시 연동을)은 지난달 임시회에서 "일본 박물관에 종이 존재한다면 반환 근거를 명확히 해 환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비록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후손들을 위한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종이 약탈당한 것이 아닌 경우 반환 가능성은 낮고, 미술관 측의 협조 없이는 정밀 복원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앞서 2017년에는 고산문화재단이 '운흥사범종반환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환수 운동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중단된 바 있다.
세계유산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유출 경로와 시점을 우선 파악한 뒤 반환 요청 또는 매입 등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국가유산청 및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