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제주 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된다. 제주 자치경찰단 서귀포지역경찰대는 지난 25일 서귀포시 중문과 표선 해수욕장, 성산읍 광치기해변 인근 해안도로에서 음주운전 특별 단속을 벌여 면허 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의 운전자 2명을 적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단속은 낮 시간대 해변 인근 도로를 중심으로 동시 다발적으로 실시됐다. 자치경찰은 피서객이 집중되는 해수욕장 주변에서 낮에도 음주운전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사전 예방 차원의 단속을 기획했다. 서귀포지역경찰대 관계자는 "단속 첫날부터 위반 사례가 확인돼 도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도 피서철에 맞춰 음주운전 단속을 더욱 강화하고, 사전 홍보 활동도 병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치경찰단은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 해수욕장 개장 기간 동안 순찰과 단속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수년간 요구해온 '제주 단일 진료권 분리'가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에 공식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도는 보건복지부와의 협의를 강화하며 지정 기준 충족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25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체계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제주권을 기존 서울권에서 분리해 독립 진료권으로 구성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권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연구는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됐다.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와 형평성 제고를 위한 상급종합병원 권역 재편 방안을 담고 있다. 연구 결과, 기존 11개 권역으로 운영되던 진료권 체계는 ▲제주권 ▲인천권 ▲충남 서부권‧동부권 등 3개 권역이 추가돼 모두 14개 권역으로 확대 개편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특히 제주권의 독립은 지리적 고립성과 의료 자원의 분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정책 전환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도는 보건복지부가 하반기 중 발표할 예정인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기준(안)'에 이번 연구 결과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의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도는 또 도내 상급종합병원 지정 가능성이 있는 병원들과 협력해 지정 기준별 사전 점검, 병원 간 역할 분담, 현장 실사 대응체계 마련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제주권 분리는 도민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완결형 의료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도내 종합병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6기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국내 500대 기업 본사 10곳 중 8곳이 서울과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에 본사를 둔 기업은 3곳에 불과했다. 지방소멸 위기와 지역균형발전 논의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산·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은 284곳(56.8%)으로 가장 많았다. 인천·경기 지역이 101곳(20.2%)으로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만 전체의 77%(385곳)가 밀집한 셈이다. 반면, 제주도에 본사를 둔 기업은 카카오, 제주항공, 네오플 등 단 3곳(0.6%)에 그쳤다. 이는 세종(1곳), 강원(1곳)과 함께 가장 낮은 비율이다.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공기업의 본사 분포는 상대적으로 지역 편중이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민간 대기업의 경우 수도권 집중 현상이 여전히 두드러졌다. 500대 기업 중 공기업은 22곳이다. 이 중 17곳이 비수도권 지역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정보통신(카카오), 항공운송(제주항공), 게임 콘텐츠(네오플) 등 제한된 분야에 본사를 둔 기업만 분포하고 있어 산업구조의 편중과 외부 자본 유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원만 CEO스코어 대표는 "기업 본사가 위치한 지역은 지방세 수입, 고용, 산업생태계 형성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를 직접적으로 누린다"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방소멸 대응이 정책적 핵심 과제로 떠오른 만큼 수도권 편중을 해소하기 위한 구조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대표 해운사인 HMM의 본사 이전 논의가 부산을 중심으로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지역별 대기업 유치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김광수 제주도교육감이 새 정부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교육정책으로 "고등학교의 평가는 절대평가로 하고, 고르기 문제(선다형 객관식)를 없애고 모두 서술형 평가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25일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대학 입시는 대학에 맡기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자격고시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대표단 일원으로 내달 2일 정부서울청사 국정기획위원회를 방문해 이런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학교를 운영하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 교육재단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가 그렇게 하고 있다"며 "절대평가는 가르치는 교사와 출제하는 교사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의 IB 고등학교인 표선고를 보면 IBO에서 1년에 두 번 시험지 갖고 와서 시험 치고 가지고 간 뒤 채점해서 결과를 통보해 준다"며 "고르기를 없애는 것을 학부모들이 이해하고 동의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대평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같은 곳에 맡기면 안 될 것도 아니다"며 "예를 들어 고등학교 학생들이 학기별로 한 번씩만 시험을 치르게 하고, 평가 권한은 교사들에게 20%만 주고 80% 권한은 국가가 갖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학교 폭력 예방 등에 대해 "현재 제주 6개 고등학교에 자치경찰이 1명씩 배치돼 상주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미래로 나아가려면 학교전담경찰관(스쿨폴리스·SPO)은 당연히 국가 경찰이 담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에서 폭력이 발생하면 결국 경찰에서 조사해 재판까지 가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개정해 학생들이 성숙한 고등학교에서는 폭력대책위원회를 없애고 경찰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학교에서만 폭력대책위윈회를 운영하고, 초등학교도 폭력대책위윈회를 없애서 교장에게 맡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교과서가 아닌 교육자료로 변경하는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AIDT) 관련해서는 "현재 교사들이 원하면 참고서도 도교육청이 제공하고 있으므로 국가에서 교과서로 하든 참고서로 하든 결국 교육재정이 들어간다"며 "현재 50% 안 되는 학교에서 사용하고 있는데 연말에 써본 교사들과 대화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4·3의 아픔과 화해,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 이탈리아 로마에서 울려 퍼졌다. 제주도는 지난 24일 오후 7시(현지시간) 로마 산타마리아 델리 안젤리 에 데이 마르티리 성당에서 '제주4·3평화 레퀴엠' 공연이 열렸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공연은 제주4·3 관련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처음으로 열린 해외 무대로 현장에는 약 300여명의 관객이 참석했다. '제주4·3평화 레퀴엠'은 제주 출신 작곡가 문효진이 작곡한 현대 진혼곡으로 전통 가톨릭 레퀴엠 형식에 제주 여성들의 애환이 담긴 자장가 '웡이자랑'을 접목한 곡이다. 지휘는 파브리치오 카시(이탈리아 산 카를로극장)가 맡았다. 음악감독은 작곡가 문효진, 연출은 제주 출신이자 4·3 유족인 성악가 부종배가 담당했다. 공연은 미카엘 마르투시엘로 이탈리아 복스 인 아르테 협회장이 총기획을 맡았고, 로마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 합창단과 로마오페라극장 소속 단원들이 함께 협연했다. 특히 제주 유스코러스 중창단 어린이 13명이 현지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올라 '웡이자랑', '이어도사나', '설운아기' 등 제주어 전통민요를 선보여 현지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다. 공연에 앞서 성당에서는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 주교가 집전한 '한국을 위한 미사'도 열려 4·3을 기리는 의미를 더했다. 공연을 관람한 로마 시민 알프레도 카시에이요는 "가톨릭 전통과 한국 문화의 융합이 매우 인상 깊었고, 제주4·3의 평화 메시지가 전 세계 보편적 가치로 다가왔다"고 소감을 전했다. 문효진 작곡가는 "이 레퀴엠을 통해 4·3 영령들이 응어리를 풀고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망의 세계를 꿈꾸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종배 성악가는 "제주의 소리와 언어, 세계의 음악이 만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유서 깊은 성당에서 제주4·3의 평화 메시지를 세계에 전한 뜻깊은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인권과 화해, 평화의 가치를 세계와 공유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 출신 6·25전쟁 전사자 2000여명 중 상당수가 유가족 DNA 정보가 확보되지 않아 국가의 유해 발굴 사업이 '신원 확인 없는 귀환'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국방부와 제주지방보훈청 등에 따르면 6·25전쟁 당시 전사한 국군 장병은 약 16만명에 달하며 이 중 13만여명의 유해가 아직 수습되지 못한 채 남아 있다. 정부는 2000년부터 유해 발굴 사업을 추진해 약 1만1000구를 발굴했지만 현재까지 신원이 확인된 전사자는 단 256명이다. 제주 출신 전사자는 모두 2150명으로 이 중 2046명의 유해가 아직 행방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 중 유가족 DNA 시료가 확보된 경우는 628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418명은 유해가 당장 발굴되더라도 신원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과거 전투 기록과 주민 제보 등을 바탕으로 전국 30여곳에서 연간 발굴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유해와 함께 발견된 인식표나 유품은 결정적 단서가 되지 못한다. 신원 확인의 유일한 방법은 유가족의 DNA 대조다. 국방부 관계자는 "세대를 거치면서 방계 후손들이 본인이 유가족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유가족의 DNA 참여 없이는 어떤 유해도 이름을 되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국방부는 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군에서 발굴된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11사단 소속 고(故) 조영호 일병으로 확인했다. 조 일병은 1953년 1월 두 딸을 두고 제주 제1훈련소에서 입대한 뒤, 철원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서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9일 앞둔 7월 18일 전사했다. 고인의 신원은 가족의 DNA 제공으로 72년 만에 확인됐다. 고인의 딸 조한춘씨는 "생전에 아버지를 뵐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아버지를 뵐 수 있게 돼 정말 기쁘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국방부는 조 일병의 유가족 요청에 따라 서울 영등포구에 거주 중인 여동생의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를 열고 신원확인 통지서와 유품을 전달했다. 보훈 당국은 현재 전사자의 직계 가족뿐만 아니라 친·외가 8촌 이내 가족도 전국 보건소와 군병원을 통해 DNA 시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도가 11년 만에 추진해온 버스요금 인상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도민 부담을 고려해 인상 시기와 폭을 재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도는 그간 버스요금 인상과 관련해 공청회, 제주도의회, 물가대책위원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결과, 요금 인상 자체에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시기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다수였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도는 도민 경제 상황을 고려해 요금 인상 시기를 내년으로 미루고, 요금 할인 정책 보완 등을 거쳐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제주도내 버스요금은 2014년 7월 이후 11년째 동결된 상태다. 도는 최근 '버스요금체계 개선방안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간선·지선버스 기준요금을 현행 1200원에서 1500원으로, 급행버스는 최대 3000원에서 3800원으로 공항 리무진버스는 최대 5500원에서 6400원으로 각각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김태완 제주도 교통항공국장은 "버스요금 할인 정책을 추가로 발굴하고, 인상안 전반을 재검토해 내년에 다시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제주에서 반려견과 함께 동네를 순찰하며 안전을 지키는 '댕댕이 안전지킴이'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제주도는 주민참여형 순찰 프로그램 '댕댕이 안전지킴이' 활동을 도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25일 밝혔다. 댕댕이 안전지킴이는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며 지역사회 안전 위해요소를 발견하고 이를 신고하는 새로운 형태의 주민참여형 안전망 구축 사업이다. 댕댕이 안전지킴이로 선발된 반려견과 견주 등 140팀은 올해 말까지 자유로운 시간에 함께 산책하며 도로 파손, 시설물 고장, 주취자, 범죄 의심 상황 등을 발견하면 안전신문고, 112, 120 등으로 즉시 신고하게 된다. 활동 후에는 앱으로 활동 일지를 작성한다. 도는 하반기에 순찰 실적을 종합 평가해 우수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제주시 연동에서 시범 운영한 결과 큰 호응을 얻어 올해부터 제주도 전역으로 확대 운영한다. 도는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23일까지 참가자를 모집했다. 1차 서류 심사와 2차 실습 심사를 통해 140팀을 최종 선발했다. 이들은 5월 이후 총 1846건의 순찰 활동을 펼쳐 124건의 안전신고 실적을 기록했다. 신고된 내용은 도로·가로등·신호등 파손, 불법 주·정차, 배수관로 퇴적물 적치 등 다양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제주에서 음주운전이 단독 교통사고와 차량 화재로 이어진 아찔한 사고가 났다. 26일 제주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 밤 10시 30분 제주시 구좌읍 한 도로에서 승용차가 단독 사고를 낸 뒤 불이 났다. 이 사고로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차량이 전소돼 소방서 추산 약 22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운전자는 면허 취소 기준의 3배를 웃도는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과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기타 학원 강사로 일하면서 13세 미만 미성년 원생 3명을 강제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30대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제주지법 형사2부(임재남 부장판사)는 26일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위계 등 추행)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30대 A씨에 대해 징역 11년을 선고했다. 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10년간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명했다. A씨는 제주시 모 기타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던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13세 미만 학원생을 여러 차례 추행하고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로부터 같은 피해를 본 13세 미만 원생 2명이 추가로 더 드러나기도 했다. A씨는 공판 과정에서 형사공탁금을 걸었으나 피해자 측은 수령을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자신을 보호하고 방어할 능력이 부족한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적 학대를 벌여 죄질이 불량하며 피해자들은 이 사건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과거 형사 처벌을 받은 적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가출한 소년, ‘흑곰’이 되어 기예를 팔며 구걸하다 위 책에는 또 기록하고 있다 : 건륭 신사(辛巳, 안: 1761) 때에 소주(蘇州) 호구(虎口)시에 거지가 있었다. 흑곰과 함께 다녔다. 흑곰은 뾰족한 털이 빽빽이 나있는, 사천에서 나는 말과 같은 크기였다. 글도 쓰고 시도 읊을 수는 있었으나 말은 하지 못했다. 돈을 보시하면 볼 수 있게 하였다. 흰 종이에 글자를 써달라면 큰 글씨로 당시(唐詩)를 써주면서 100원을 받았다. 어느 날 거지는 외출하고 흑곰 혼자 있었다. 사람이 다가가서 글을 써달라고 하자 흑곰이 글을 써서 알려주었다. “나는 장사 훈몽(訓蒙) 사람입니다. 김 씨이고 이름은 여리(汝利)입니다. 어릴 적에 저 거지패거리들에게 붙들려 왔습니다. 벙어리 약을 내게 들어부으니 말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흑곰을 기르는 집으로 데리고 가서 내 옷을 벗기고 묶었습니다. 온몸에 침으로 찌르니 더운 피가 뚝뚝 떨어졌습니다. 피가 다 식기도 전에 흑곰을 죽여서 가죽을 벗겨낸 후 내 몸에 감쌌습니다. 사람 피와 곰의 피가 들러붙어 영원히 떨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쇠사슬로 묶어 끌고 다니면서 사람들을 속여 구걸하게 하니, 오늘까지 수만 관을 벌었습니다.” 글을 다 쓰고 나서 입을 가리키며 소나기처럼 눈물을 쏟아냈다. 사람들이 크게 놀라 거지를 붙잡아다 관부에 송치했다. ‘채생절할’ 금지 법률에 따라 장살하였다. ‘흑곰’을 장사로 호송해 집으로 돌려보냈다. 양주(楊州)성의 기괴한 거지 위 책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도 있다 : 광서(光緖) 정축(丁丑, 안:1877) 9월에 양주성 훈련장에 산동 사람이 포를 가지고 장막처럼 빙 둘러쳐서, 돈을 내면 마음대로 들어가 구경하게 하였다. 속에는 기형인(畸形人) 5명이 있었다. 남자 한 명은, 상체는 일반 사람과 다름없었지만 두 다리에 살은 있으나 뼈가 없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사람이 상체를 안고 빙빙 회전하면 올가미처럼 되었다. 남자 한 명은, 가슴에 갓난애가 엎드려 있었다. 피부와 살이 합쳐져 하나로 되어 있었다. 오관과 사지가 다 갖춰져 있었으며 움직이기도 했고 말도 했다. 남자 한 명은 오른쪽 팔은 오륙 촌 정도였다. 오른 손은 동전 정도의 크기였다. 왼쪽 팔은 길어 무릎까지 닿았다. 왼손은 파초선만큼 컸다. 남자 한 명은, 배꼽이 잔 정도의 크기로 담배를 피울 수 있었다. 담뱃대를 배꼽에 꽂으면 연기가 입으로 나왔다. 여자 한 명은, 두 발이 극히 작았고 유방 두 쌍은 높이 솟아있었다. 아래턱에 곱슬곱슬한 수염이 미늘창처럼 나있었다. 그러니 구경하려는 사람이 많았다. 사실이 관부에 알려졌다. ‘채생절할’한 무리라 하여 쫓아내었다. 이러한 여러 가지 기형인에 대한 참상은 ‘채성절할’한 죄악의 기록이다. 거지 두목들은 잔인무도한 술법으로 어린이를 유괴하고 생령에게 상해를 가한 후에 그를 이용하여 이익만 꾀하고 편취하였다. 그러한 인간성을 완전히 저버린 악성 기만술은 늦어도 명(明)대에 이미 여러 기록이 보인다. 예를 들어 명대 말기에 능몽초(凌蒙初)는 『이각박안경기(二刻拍案驚奇)』 제18편에 기록하고 있다. “개고기를 먹고 인육을 먹는 사람들을 직접 보았다. 생령을 채할하여 나쁜 일을 서슴지 않는 강도 패거리였다.” 당시의 ‘채성절할’은 불구로 만들어 구걸하게 만드는 데까지는 이르지는 않았다. 살아있는 사람의 신체나 기관을 약에 버무려 병자에게 팔아 돈을 버는 형태였다. 『대명률부칙』 권1 「유인가속(流人家屬)」과 청대의 『청회전사례(淸會典事例)』 권8, 『형부·형률·인명(刑部·刑律·人命)』 등 명나라와 청나라 법률을 보면 모두 그런 범죄에 대하여 극형에 처한다고 명확하게 형량을 규정하고 있다. 청나라 때에 와서 ‘채성절할’ 방식으로 어린이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기 치는, 불구자 거지로 만드는 범죄를 거지 두목들이 자주 저질렀다. 잔인하게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는 기술로, 사람들이 불구자에 대한 동정심과 가련하게 느끼는 마음을 교묘하게 자극하고 세속의 기이한 것을 찾아다니는 심리를 이용하였다. 목적은 모두 피와 눈물을 이용해 재물을 편취하는 데에 있었다. 오로지 ‘박화(拍花)’를 일삼은 거지 명나라, 청나라 이래로 이른바 ‘박화(拍花)’ 즉 아동을 유괴해 ‘채성절할’을 저지르는 범죄가 있었다. 청대에 이홍약(李虹若)의 『조시총재(朝市叢載)』 권7 「인사(人事)·박화(拍花)」에 기록되어 있다. “박화는 경성 전체에 해악을 끼치고 있나니, 가루약이 사람을 미혹시켜 내키는 대로 다닌다. 많은 아동들은 집안에 숨어 나오지 않으니, 여러 글방의 선생이 가련하게 됐구나.” 우환이 한때에 해를 끼쳤고 그때까지도 여전히 자취를 감추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설 『홍루몽』 제19회에 묘사되어 있다. “명연(茗烟)이 빙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 아무도 모르니 내가 몰래 몸종을 데리고 나가 성 밖에서 놀다가 잠시 후에 다시 데리고 올 게요.’ 보옥(寶玉)이 말했다. ‘안 돼. 조심하지 않으면 거지가 유괴할 지도 몰라.’” 이 문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화’와 같은 우환은 인심을 흉흉하게 만들어 사회 치안을 극히 불안하게 하였다. 어원학으로 볼 때, ‘박(拍)’은 전설 속에 존재하는 마취약을 써서, 아동 머리 위에서 손바닥 쳐서 마취시킨 후 계획대로 순종케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화(花)’는 본래 글자가 ‘화(化)’로 거지 뜻인 한어 ‘규화자(叫化子)’를 가리킨다. ‘박화’는 아동을 유괴하는(‘채생’한) 거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주인공들이 백일장에 참가하는 장면의 배경이 된 제주목 관아에서 실제 백일장이 열린다. 드라마 속 1967년 한라춘사제를 재현한 특별한 문화행사다. 제주도는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시즌2 기획행사로 오는 28일 오전 10시 제주목 관아에서 ‘한라춘사제 백일장 & 어린이 사생대회’를 연다고 25일 밝혔다. 행사는 도내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초·중등생)과 유치부 대상 그림 대회로 구성된다. 참가 신청은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누리집(jejuheritage.kr) 공지사항을 참고해 구글폼으로 접수하거나 당일 현장에서 하면된다. 사전 신청자에게는 옛날 교복을 무료로 대여하는 특별 이벤트가 진행된다. 교복을 입고 제주목 관아에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오래전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에서 제시한 4가지 주제(제주의 꿈, 제주의 자연, 제주의 사람들, 탐라순력) 중 하나를 선택해 제주가 품은 유산의 정신을 자신만의 시선과 언어, 색감으로 표현하면 된다. 각 분야별 대상에게는 30만원, 최우수상 20만원, 우수상 10만원, 장려상 5만원이 지급될 예정이다. 시상식은 오후 5시 제주 국가유산 방문자센터 ‘향사당’에서 열리는 테마파티 2회차 프로그램과 연계해 진행된다. 수상자 발표와 함께 아동문학가의 작품 리뷰, 이강밴드와 마술사 레이의 공연도 펼쳐진다. ‘2025 제주 국가유산 방문의 해’ 행사는 11월까지 스탬프투어, 테마파티, 기획 투어, 팝업차량 운영 등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 전역에서 이어진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