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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삼춘 볼락누이-민요로 보는 제주사회와 경제(23)] 밭가는 노래

 

어느 TV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니, 가위개미는 무려 5500만년 동안이나 농사를 지어왔다고 한다. 중남미 열대에서 아래턱뼈를 가위처럼 사용하여 식물 잎을 뜯어다 버섯에게 먹이며 길렀다. 이에 비해 인류가 농경을 하며 산 기간은 고작해야 1만여년에 지나지 않는다.

 

현생 인류는 크게 농사 지어본 사람과 안 지어본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농사지어본 사람은 다시 밭 갈아본 사람과 안 갈아본 사람으로 나누어진다. 그 중 단 한 번도 밭은 안 갈아 봤지만 한번이라도 농사 지어본 사람은 밭갈이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바로 밭은 갈아 봤지만 씨는 안 뿌려본 사람들이다.

 

우리 아버지는 일곱 형제 중 셋째고 아들 형제 중 둘째다. 중학교 졸업 이후 공부하러 집을 떠나 타지를 전전하셨다. 이후 군 생활, 교직 생활 하시느라 다른 삼촌들에 비해 집안 농사일이 서툴고 적성도 안 맞으셨던 거 같다. 그래서인지 할머니가 생전 하신 말씀이 “느네 아방이 제일 밭 못 갈아 나져. 밭에 금만 긋으멍 쇠만 얼 메이고.” 밭을 깊게 갈지 않았다는 말씀이셨다.

 

할머니와 두 분 고모는 아버지가 허술하게 밭 갈은 덕분에 뒤에 가며 골갱이로 다시 밭을 일구느라 두 배로 고생 하셨다고 한다. 그래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두 분 고모가 누구보다 슬퍼하셨다. 단순히 형제라서가 아니라 공유한 경험치가 흙냄새 나서 그랬던 거 같다.

 

일반적으로 농학에서 밭 갈기가 중요한 이유는, 살아 있는 흙이 식물을 살리며 흙은 기상(공기), 고상(무기물), 액상(물)이 같이 공존한다. 우리나라 흙은 산성인 데다가 유기물이 적고 양분 저장량이 적으며, 흙이 거칠어 비료 손실이 많다. 산성흙은 규산이 많이 들어 있어 농사가 잘 되지 않는다.

 

알갱이들이 똘똘 뭉치면 식물이 잘 자란다. 잘 뭉쳐진 사이사이 큰 틈이 생겨 그 틈새로 공기가 통하고 물이 간직되어 뿌리가 뻗는다. 겉흙이 딱딱하면 물과 공기가 흙 속으로 잘 들어가지 못한다. 속흙이 딱딱하면 뿌리가 잘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밭을 갈아주어야 한다. 또한 쟁기가 단단해진 땅을 갈아 엎어주면 흙덩어리가 생긴다. 이 덩어리를 잘게 갈아 가루로 만들어주는 작업이 로터리 치는 일이다.

 

띠밭 일굴 때 따비를 이용하여 띠를 일구거나 혹은 황소 두 마리를 하나의 쟁기에 종, 횡으로 메우고 '저리왓 갈이'(저릿쉐 밭갈이)를 한다. 이 저릿쉐 밭갈이 하는 이유는 땅이 띠의 뿌리로 얽혀 탄탄하게 굳혀져 있어 소 한 마리로는 힘에 부치기 때문에 두 마리 소를 이용해 밭을 간다.

 

밭가는 노래(밧가는 소리)는 쟁기를 가지고 소나 말을 이용하여 밭을 갈 때 부르던 노래이다. 노래보다 인간과 동물 사이 교감 신호라 할 수 있다 사람과 우마와의 대화(對話)가 사설조로 나타난다.

 

이 쉐야 돌아사라 어허허 어허어~
앞짝을 노앙 뒤짝을 기여 여허 요 일을 ᄒᆞ고 가자(이 일을 하고 가자)
곧은 질(길)로 고붓고붓 ᄃᆞᆼ이멍(당기며) 어허아
중심 내여 하고 다 가는고 간곡 간세(게으름)랑 절로 두곡(그대로 두고)
요 일을 ᄒᆞ는도다 아이고 밧(밭)도 ᄆᆞᆯ라(말라) 어찌 ᄒᆞ여 갈소냐
간곡 간세랑 절로두냐 요일을 ᄒᆞ여나 보자 말을 들어사(야) ᄒᆞ느니라(한다)

 

이쉐 저쉐야 졋눈으로(곁눈으로) 실긋실긋(흘깃흘깃) ᄒᆞ지마랑(하지말고)
고불고불 ᄒᆞ라 어허여라
어느 날랑 요 일 ᄒᆞ곡(어느 날에 이 일을 하고) 날인 날 요일을 ᄒᆞᆯ디(할래)
성이 얼만(얼마나) 가실소냐 너는 간세를 안ᄒᆞ연(안하여)
일을 잘ᄒᆞ여야(해야) 먹고 생활을 ᄒᆞ느니라
살자 ᄒᆞ니 고생이오 죽자 ᄒᆞ면 청풍이 되느니라
춘하추동 사시절은 해년마다 오련마는도
요일을 ᄒᆞ실라면(하실려면) 놀레(노래) 불렁(불러) 날을 새여 가는구나
그리저리 ᄒᆞ염시난(하다보니) 작업도 ᄒᆞ여(하여)지는구나(밧가는소리 안덕면 덕수리)

 

* 고붓고붓=걸음걸이가 정확하고 빠르게 가는 모양

 

밭가는 소리는 밭가는 흥애기 소리라고도 한다. 소에 쟁기 매고 밭 갈 때 부르는 민요로 주로 혼자 부른다. 제주도 밭은 일반적으로 중산간 지역부터 해안가까지 이어지고 있다. 중산간은 띠밭이어서 농사짓기 어렵고 해안가에 인접한 지역에서 주로 밭농사가 이루어졌다.

 

제주도 밭에는 돌이 상당히 많다. 그래서 쟁기로 밭을 가는 작업은 상당히 힘든 노동이었다. 따라서 밭가는 소리는 그 어려운 노동을 노래로 승화시키자 나온 민요라 하겠다. 이 민요는 가락적인 흐름이 분명한 노래라기보다 리듬 성격이 강한 노래라 할 수 있다. 돌이 많기 때문에 밭가는 사람이 긴장 하게 되고, 소를 부리기 위해 고함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르는 민요가 선율적으로 유연하게 불려질리 만무하다. 그리고 혼자 밭을 갈기 때문에 사실상 이 민요는 혼자 불렸다. 따라서 즉흥성이 강한 자유리듬이 나타난다.

 

머식게 앞선 요녀리쉐 바로 상 ᄃᆞᆼ기라(당겨라)
욮(옆)당머리 맞기 전에 올라상(올라서) ᄃᆞᆼ겨 보라
이식게 앞 선 욧 요럿쉐 어섯 웬쪽더레(왼쪽으로) 돌아상(서) ᄃᆞᆼ기라
문닥 문닥 괄괄 잘도 ᄃᆞᆼ긴다
서바당이 왁왁(캄캄)허여네 눈주제가 오람직(올거) ᄒᆞ고나(같구나)
머식게 앞 선 요럿쉐 어섯 요 쉐 저 쉐 놀던 쉐야 ᄒᆞᆫ저(어서) 걸라
요렇게 갈기 좋은 밧 갊이사(가는거야) 무슨 힘이 드느니
쟁기 좋고 벳보섭도 좋아 벙에(덩어리)가 요 코지레 번들번들 넘어가게
ᄌᆞᆼ긋(종긋) ᄌᆞᆼ긋 ᄃᆞᆼ겨 보라 욧 요럿쉐 앞 선 욧석 머식게

 

요 밧은 작지(자갈)도 지깍허고(가득하고) 알받은 밧임에
소리에 맞추왕(춰) ᄌᆞᆼ긋 ᄌᆞᆼ긋 ᄃᆞᆼ겨 보라
재게(빨리) 가젱(가려고) 무둑질 ᄒᆞ민 쟁기도 들러퀴곡(날뛰고)
장남(소 모는 남자)도 얼먹는구나(고생한다)
요놈의 쉐야, 재게 가젱 허지 말앙 끄덕끄덕 ᄃᆞᆼ겨 보라
머식게 앞선 욧 요럿쉐 와왕 왕 왕 왕

 

요 놈의 쉐 끈끈 ᄃᆞᆼ겨 보라 쟁기 좋고 벳(볏)도 좋곡 ᄒᆞ니
흑(흙)발이 미끈미끈 넘어가게 ᄌᆞᆼ긋 ᄌᆞᆼ긋 ᄃᆞᆼ겨 보라 이식게 앞선 요 쉐
글라(가자) 글라 ᄒᆞᆫ저 글라 요 녀석아
벳(볏) 그믓(금)이 번득번득허게 쑥쑥 ᄃᆞᆼ기라
동서러레(동서로) 갓다 왓다(갔다 왔다) 허단(하다) 보난(니)
밧도 다 갈아 졈구나(지는구나) 밧 다 갈아졈저(갈아진다)(밧가는소리 애월읍 유수암리)

 

* 머식게(머식)=소 모는 소리, 이식게(이식)=소 모는 소리

 

제주에서 소를 부릴 때 '왕'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소를 멈추게 하고 빨리 가라고 할 때 '서시께', '어려려려' 등의 소리를 한다. 이러한 언어 사용이 밭가는 노동의 연행(連行)상황과 연결되면서 점차 노래로 변모(變貌)한 민요라 할 수 있다.

 

이 민요 사설에 밭가는 이가 소를 부릴 때 사용하는 말들이 자주 나타난다. 그 밖의 사설들은 소에게 이야기하듯 일 잘해 달라 부탁하는 내용이 많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밭가는 소리 사설은 풍부하지 못하며 즉흥적으로 처리되고 있어 내용 연결이 애매하다. 또한 밭가는 내용과 관련된 노랫말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지만, 소에게 말하듯 하는 대화체 사설이 자주 나타난다. 사설 연결이 즉흥적이라 앞뒤 잘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 민요는 혼자서 선소리격인 즉흥적 가락을 먼저 부르고 나서 '어려러러' 같은 여음(餘音)가락을 뒤에 붙인다. 한 개의 짧은 프레이즈를 즉흥적으로 변형시켜 나가는 형태의 민요라 할 수 있다. 그 길이는 매우 유동적이고 즉흥적인 경우가 많아 서로 다른 선율 구조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민요는 우선 자유 리듬으로 가창된다. 불규칙한 노동 양태와 개인요(謠) 성격이 강한 때문이다. 따라서 박절(拍節)적인 규칙감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소가 아무 말썽 없이 밭을 갈 경우 비교적 규칙적인 리듬이 형성되기도 한다.

 

속도는 대체로 보통 걸음걸이 보다 느린 속도로 나타나는데 밭가는 노동행위의 걸음걸이와 유사하다. 음역(音域)은 비교적 넓은 편이다. 감정호소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높은 음에서 낮은 음까지 사용된다.

 

일락서산에 해는 떨어지고 어어어허
월출동경에 달 솟아 오는 줄 모르는 이 송아기(지)야 어헝 어어
어이고 날도 무사(왜) 영도(이렇게) 더우니 어어어허
건들건들 동남풍이 불어오는 구나 어헝 어허
돌아오라 요 송아지야 어 어어허
일락서산에 해 떨어지는 줄 모르는 요 송아지야 어헝 어어
(어이 씩) 이러 저러 돌아서라 어어어허
오늘 해는 낮아시네 깜짝깜짝 내려간다 어허 시께
이러 허어 요 송아지 저 송아지 돌아가라 어어허
어드레(어디로) 가느냐 질(길) 바르게 가야 한다. 어헝 씨
돌아가자 졸바르게(똑바로) 걸어가라 이 송아기 저 송아기야 어어헝 어허

 

아이고 오널(늘)도 어어 허어 허 이놈의 송아지야 돌아로라 오 헝 어잇
(이식게 이식 쩟쩟쩟쩟 뭐싯게 이놈의 쇳 쩟쩟쩟쩟쩟 왕 왕)
이러저러 가는쉐야 잘 멍에질 해야 가건 잘 돌아오라 어 어어허
요쉐저쉐 돌아오라 어어 헝 어어
(이식게 이식 쩟쩟쩟쩟 뭐싯게 이놈의 쇳 쩟쩟쩟쩟쩟 왕 왕)
이리저리 요쉐 밧도 잘 동(당)긴다 어 어어허
멍에질 해 가난(니) 돌아오는구나 어허헝 어어

 

요쉐저쉐 가는쉐가 설랑설랑 재게도(빨리도) 걸어가는 구나 어 어어허
어허 이놈의 쉐야 확확 재기동경(빨리 당겨) 올라사라 어어헝 어어
이리저러 가는 쉐가 어어허 설랑설랑 요쉐 밧도 잘 동긴다 어허헝 어어
(어헛 요놈의 쉐 왕, 식식 왕왕)
요놈의 멍에질에 가난 쉐도 잘 돌아 오는구나 어 어어허
이리저리 요쉐 저쉐 잘 돌아 오는구나 어어헝 어허
어허 요쉐 저쉐 잘 걸엄구낭(걷는구나)아 어어허
설랑설랑 걸엄구나 어어헝 허잇(남제주군 우리고장 전래민요)

 

1601년 김상헌(金尙憲)의『남사록(南槎錄)』을 보면, “내가 밭가는 자를 보니 농기(農器)가 매우 좁고 작아 어린 애 장난감 같다. 물어보니 말하기를 ‘흙 두어 치 속에 들어가면 다 바위와 돌이므로 이 때문에 깊이 갈 수 없다’고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제주 지역 농기구가 지닌 특성은 자갈이 많은 밭을 경작했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제주 지역에서는 농토를 갈고 경작하는 데 효율적인 농기구로 특히 밭가는 연장이 발달하였다. 소를 이용하는 쟁기는 돌 많은 땅 일구기 편리하도록 만들어졌다. 손잡이는 내륙 지방과 달리 양손을 이용하는 양지머리를 두었다. 그리고 소의 방향을 가름하는 가린석으로 좌우 방향 조종하도록 하였다.

 

 
▲ 진관훈 박사

제주에서는 야산에 놓아먹이던 ‘드릇쉐(야우, 野牛)’를 몰아다 길들여 밭갈이나 짐 싣기 등을 익숙하게 하려는 풍속을 ‘쉐 ᄀᆞ르치기’라고 한다. ‘부림쉐’는 ‘농번기에 일을 부리는 소’라는 뜻이다. 이에 반해 ‘드릇쉐’는 길들이지 않아 야생으로 자랐다. 때문에 일을 부릴 수 없다. 추운 겨울에는 쉐막(외양간)에서 기르던 소들을 봄이 되면 야산이나 목장으로 올려 보내 풀 뜯어 먹으며 자라게 한다. 대개 다간(2살 난 소)이 되면 엉덩이에 낙인(烙印) 찍고 귀에 표식 하여 산으로 올려 보낸다.

 

송아지가 자라게 되면 길들이기 위해 총배(말총으로 꼰 밧줄)로 잡아와서 먼저 날뛰는 소를 제압할 수 있도록 꼬뚜레 끼워 고삐 맨다. 그 다음에 한쪽 귀퉁이에 구멍 낸 넓적하고 무거운 돌을 밧줄로 묶어 소가 끌도록 한다. 처음엔 날뛰며 벗어나려 하지만 제풀에 힘이 다하면 그때부터 주인 말을 고분고분 듣는다. 무거운 돌이 없으면 대신 묵직한 통나무나 무거운 돌을 올려놓은 섬피를 사용하여 소를 길들였다.

 

<참고문헌>

 

김동섭(2004),『제주도 전래농기구』, 민속원.
김영돈(2002),『제주도 민요 연구』, 민속원.
제주연구원〉제주학아카이브〉유형별정보〉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o?cid=210402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
cid=210402&mid=RC00003646&menuName=구술(음성)>민요
http://www.jst.re.kr/digitalArchiveDetail.do?cid=210402&mid=RC00003920&menuName=구술(음성)>민요
제주특별자치도(2012),『제주민속사전』, 한국문화원연합회 제주도지회.
좌혜경 외(2015), 「제주민요사전」, 제주발전연구원.

 

☞진관훈은? = 서귀포 출생, 동국대 경제학 박사(1999), 공주대 사회복지학 박사(2011), 제주특별자치도 경제특보 역임, 현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제주대학교 출강. 저서로는 『근대제주의 경제변동』(2004), 『국제자유도시의 경제학』(2004), 『사회적 자본과 복지거버넌스』 (2013), 『오달진 근대제주』(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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