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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양영철 교수의 유럽방문기 ... 새로 쓰는 국정과 지방자치 운영 지침

복잡하고 허전한 마음을 접고 유럽의 정부를 방문하고 있다. 내가 소속한 대통령 위원회인 지방자치발전위원회로부터의 출장명령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방자치와 분권을 성공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아보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정부의 위원으로, 특히 자치경찰 도입을 위한 책임자로 줄기차게 유럽의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찾아 다녔던 때가 근 10년이 다가 오니 실은 오랜만에 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방문은 유럽이 개혁으로 얼마나 변했을까 하는 기대보다도 얼마나 효과를 보고 있을까 하는데 더 관심이 간다. 그것은 유럽이 우리보다 더욱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는 점을 그 당시나 그 후에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제이누리>에서 출장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유럽의 지방자치와 지역정책에 대하여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통상 이러한 글은 괜히 여행기를 쓰면서 잘난 척하거나 훈계하는 느낌이 들어서 사양을 하였다. 그러나 각 지방자치단체를 방문하면서 많은 변화를 보면서 느낌은 공유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에 기고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미를 지닌 내용을 지면관계상 3가지만 정리하고 싶다.

 

 

첫째는 유럽은 경천동지할 정도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그들의 제도에서, 심지어 설명하는 공무원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다. 각 국의 중앙정부는 그 수명이 오래갈 것 같지 않다. 중앙정부들이 모여 만든 정부인 유럽공동체(EU)가 실제로 중앙정부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가 생각하는 형식적인 공동체가 아니라 28개국의 정부가 유럽공동체속으로 들어가 실제적인 하나의 중앙정부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화폐인 유로를 쓰고, 각 국가의 군대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라는 하나의 군대로 통합하여 남쪽으로는 스페인에서부터 북쪽으로는 네덜란드 국경을 감시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FTA 조약을 각 국가가 아닌 유럽공동체와 맺음으로서 한번에 28개 국가와 협정을 맺은 동일한 효과를 보고 있음이 유럽공동체의 실상이다. 이미 각국의 중앙정부는 과거의 중앙정부 기능 대부분을 유럽공동체로 이관하고 있거나 이미 넘겼다. 경제·외교·국방 등 중앙정부의 본질적 기능이 모두 유럽공동체로 넘어간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중앙정부의 일부 기능을 이관 받고 더욱 정부다운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시급히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우리나라도 한참 주변 국가들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태평양 국가 간에 유럽공동체에 버금가는 공동체 국가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것이 현실화 되어 가면 갈수록 우리나라 중앙정부도 그 기능 대부분이 태평양공동체로 넘어갈 것이다. 단일 화폐가 쓰여 지고 단일군대가 운영되면 중앙정부가 할 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신 지역의 복지에서부터 지역의 치안 등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의 몫으로 돌아간다. 국가 간 경쟁은 없어지고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만 있을 뿐이다.

 

우리의 미래와 운명이 대한민국이 아닌 제주자치도에 달려 있음이다. 이를 대비하여 세계화에 대한 준비, 특히 인력양성이 어느 때 보다 시급하다. 가장 간단하게 말하자면 식당의 종업원까지도 2~3개의 외국어를 구사해야 살아갈 형편인 것이다. 네덜란드의 도에 근무하는 주사급 공무원 보고 몇 개 외국어를 하느냐고 질문하자 7개라고 가볍게 이야기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이들 나라는 특수하고 예외적인 나라라고 애써 외면했지만 그러나 우리 앞에 그 현실이 놓여 있다.

 

 

현재의 수능에 대비한 학교 교육은 현재까지만 유효한 것이다. 대학은 더욱 그렇다. 태평양공동체로 통합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음을 유럽공동체에서 충분하게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다가오는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세계화 속에 생존과 번영을 위한 교육과 행정 체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를 재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둘째는 유럽은 여전히 보존과 인간문화를 지속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이 우리와는 확연하게 다른 문화권이라는 사례는 그들이 보존하고 있는 유물뿐만 아니라 주택, 공공건물, 심지어 공원에서 찾을 수 있다. 늘 유럽을 볼 때마다 느낄 수 있는 것은 그들의 문화는 우리와는 달리 박물관이 아닌 생활 속에서 유럽의 고대와 근대, 현대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존이 그 핵심이다. 마차가 달리던 시절에 지었던 건물과 도로를 이제는 공원을 좁히고, 건물은 현대식으로 하면서 널따란 주차장을 갖출 수도 있건만 아직도 넓어야 2차선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암스테르담은 운하가 수백km에 걸쳐 시내 곳곳을 가로 지르는 ‘운하의 도시’답게 참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단박 든다. 그러나 그 곳에 수백 척의 폐선이 주택가에 붙박여 있다.

 

임시가 아닌 수십 년 동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이다. 2차 대전 당시 집 잃고 갈데없는 주민들이 바다에 버린 고물 배를 끌어다가 살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란다. 그 자체가 살아있는 역사교과서가 되어 주민과 관광객들을 만난다. 이제 그 배들은, 실은 1톤은 고사하고 정말 자그마한 배- 골동품이 되어 비싸게 거래되고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은 부자로 인식되고 있다. 외부 사람들의 눈을 의식해서 모두 쓸어버린 우리네의 역사가 못내 아쉽다는 생각뿐이다. 우리의 경우 지방자치가 강화될 수록 이런 과거문화 경시현상은 더 심하다고 생각하면 나 혼자만이 착각일까?

 

외국에 다닐수록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선호는 기하급수적임을 느낄 수 있다. 어느 곳을 가든 복장과 모습으로 우리를 먼저 알아보고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네는 일은 다반사다. 때문에 우리가 이제는 그들을 인식해서 우리 문화를 낮게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대로 드러내어 자랑할 때다. 이러한 논리라면 구 시가지가 사라지고 신시가지라는 명목으로 도시만 팽창되어 가는 도시정책이 재검토되어야 할 때가 아닌가.

 

여기에다가 사람에 대한 배려가 날이 갈수록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음의 사진은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중심가다. 이곳은 유럽공동체의 본부 등 각종의 국제기구가 즐비하게 서 있는 요즘 말하면 최고 잘 나가는 도시다. 그런데 인도가 차도보다 넓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아예 가운데 2차선 만큼한 인도가 하나 더 들어 섰다. 이렇게 인간에 대한 배려를 했다고 주민들이 교통질서를 더 잘 지키는 것도 아니다. 교통신호등과는 관계없이 틈만 나면 내 달리는 사람들이 유럽 전역에서, 특히 벨기에와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이것을 본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이러한 보존과 인간중심의 교통과 지역개발에 대하여 차와 사람들이 잘 적응해 나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작은 차를 몰고, 공중교통이 중심을 이룬다. 자전거가 레저나 건강용이 아닌 일상의 교통수단으로 이용된다. 주차위반을 비롯한 교통위반의 범칙금이 20만~30만원에 달하니 주차는 확실하다. 환경이 우리에게 맞추어 가는 정책이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 맞추어 나가는 정책이 눈에 띤다.

 

 

수십km가 일직선에 왕복 6차선이 대세인 현재의 우리 도로 정책, 자연보호나 유산 보호는 제껴지고 큰 차가 씽씽 달릴 수 있는 길이 표준인 교통정책은 다시 재고할 때가 아닌가 쉽다.

 

셋째는 큰 개혁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은 우리에게 매우 보수적인 곳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는 그들만큼 혁신을 계속 유지하는 곳은 드물다고 할 정도로 신속하고 큰 개혁을 하고 있는 곳이 최근의 유럽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런던광역시(GREATER LONDON AUTHORITY)의 개혁을 보면 이게 정말 지방자치의 원조인 영국이 맞나 할 정도다.

 

 

런던광역시는 도시 운영의 책임성을 확실하게 하기 위하여 과거 시의회 중심의 약(弱)시장, 강(强)의회 운영체제를 완전하게 바꾸어 놓았다. 그것도 180도다. 시장이 전체 시 의원 25명 중 지역구 14명을 제외한 11명을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악한 우리 위원들이 정말인가를 몇 차례 확인한다. 더 가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런던광역시장이 제출한 예산안을 시의회가 수정하려고 하면 시의회 재적의원 3분의 2가 찬성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이다.

 

런던은 민주주의와 동시에 지방분권의 원조인 영국의 중심지이요 상징이다. 이러한 런던 시에서 이렇게 가장 반 민주주적이요 반 지방분권 제도가 시민들의 지지 속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은 당선되면 12명의 국장급 정무직을 임명하여 임기동안 확실하게 런던광역시의 행정을 책임지고 있었다. 다만 지방자치의 경험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이렇게 시장에게 권한을 독점시켜도 우리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독재 또는 전횡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또 다른 부러움으로 다가 온다.

 

이러한 대대적인 지방자치단체 운영 시스템의 개혁은 비단 영국만이 아니다. 벨기에의 경우도 존경할 만큼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힘든 개혁파트가 소위 힘 있는 부서다. 경험으로 보면 그 중에서도 검찰, 경찰이 가장 힘든 곳이다 수사권 분리문제와 자치경찰 설치 논의가 수십 년이 지나고 있지만 아직도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벨기에는 다르다. 1998년 9살에서 10대 초반 소녀들을 납치하여 강제로 성매매 시키는 조직을 경찰이 발견한다. 경찰이 그 소녀들을 구출하려고 했지만 실패하고 그 소녀들은 희생되고 만다. 그동안 벨기에 국민들은 중앙정부의 경찰, 시 경찰도 부족하여 군인경찰까지 운영되어 가장 안전한 사회치안망을 가지고 있다고 안심해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벨기에 국민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왜 이러한 사건이 일어났으며 또 해결을 하지 못했는가에 대한 공청회가 날마다 생중계 되었다.

 

경찰 상호간에 협조가 전혀 되지 않은 결과라는 결론을 얻었다. 군인경찰이 폐지되고 그 인원 중 8천명이 시 자치경찰로 이관되었다. 중앙정부는 직접 수사하는 일에는 손을 떼고 현장대응에 대한 조직과 권한은 모두 시 자치경찰로 이관시킨다. 중앙경찰과 지방경찰관의 계급과 봉급이 같아졌다. 모든 경찰의 선발과 훈련은 중앙정부가 전담하여 경찰의 질을 균일화시켜 나간다. 주파수가 일치되고 신고체제가 단일화 됐다. 중앙정부의 경찰과 자치경찰은 상호간에 전혀 감독이나 상하관계가 아니고 평등한 관계를 만들어 놓자 경찰 간에 소통은 눈에 띄게 활발해 졌다. 자연히 지역치안이 정돈되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로 탈바꿈했다.

 

 

본 글은 세계 지방정부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한 것은 앞으로 우리의 운명과 번영은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자치단체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지역 국가 간에 연합이 이루어지면 이루어질수록 대통령은 점점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중심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가 우리 앞에 다가 오고 있다.

 

이 흐름 속에서 현재의 우리 자치체제가 얼마나 비효율적이어서 오히려 미래의 장애요인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경계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방자치뿐만 아니라 국정운영의 교과서를 새로 쓰고 있는 작금의 시대다. 그 변화를 읽어 내는 비전제시와 준비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 알립니다.
맥그린치 신부의 회고 6편은 필자인 양영철 교수의 사정으로 이번 주 쉽니다. 양 교수의 유럽출장 때문입니다. 대신 양 교수의 유럽방문기를 독자 여러분에게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양영철 교수는?

 

=제주대 행정학과를 나와 서울대와 건국대에서 행정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논문은 “내생적 지역개발에 관한 연구 .” 맥그린치 신부의 제주근대화 모델을 이론적으로 살핀 저술이다. 현재 한국지방자치학회 회장, 대통령 소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 위원 및 제2소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조선말 ‘의녀’로 불리는 김만덕 기념사업회 기획총괄위원장이면서 ‘나비박사’로 알려진 석주명 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자치경찰 탄생의 이론적 산파 역을 한 게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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