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부터 지금까지 거지 무리가 저지른 가장 중심 되는 악행은 사기다. 이것은 사람들이 가장 증오하는 점이다. 그런데 인간세상은 늘 바뀌고 사기술도 변하기에 세상 사람은 결국 다시 속임수에 걸려든다. 그러니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다.
전체적으로 말해서 거지 사기술은 약간의 노리기(노림술)일 뿐이다. 새로운 술수를 부리고 기발한 생각을 해내는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 자주 썼던 거지의 사기술 몇 가지를 보자.
청나라 때에 A씨가 타인이 일을 하는 데 중간에서 증인을 서주기로 하고 모두가 공소(公所, 동업자 조합 사무소)에 함께 가서 은량1)을 봉하여 저장하기로 하였다.
은량을 저울질할 때 마침 대나무 바구니를 손에 든 거지가 와서 구걸했다. A씨가 부스러기 은전 몇 개를 건네주었다. 거지가 적다고 했다. A씨가 화나는 척하며 거지가 들고 있는 낡은 옷으로 덮여있는 바구니에 원보를 던져주면서 질책하였다.
“네가 바라는 것이 이거냐?”
거지는 질겁해서 말했다.
“부자 어른께서 몇 푼 던져주고 싶지 않으면 주지 않으시면 될 일이지, 그렇게 화까지 내고 그러십니까?”
그러고는 바구니에서 원보를 꺼내어 탁자위에 올려놓고 다른 돈은 받지도 않고 떠났다.
나중에 피해자가 봉인을 뜯고 나서야, 거지가 돌려준 원보는 가짜 돈이고 진짜는 가지고 떠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 A씨와 거지는 한통속이었다. 바꿔치기 수법으로 편취한 것이었다.
모과 회시 때에 각 성의 관용 수레가 경성에 군집하였다.
어떤 효렴(孝廉)이 유리창(琉璃廠)을 지날 때에, 남색 나사 마괘자를 손에 들고 장사하는 거지를 만났다. 보아하니 도둑질해온 것 같았다. 가격을 물으니 아니나 다를까, 은자 2량이라 하였다. 가격이 너무 쌌기에, 효렴은 기뻐 당장에 샀다. 돌아간 후 효렴은 사람들에게 말했다.
“누가 장안 생활이 쉽지 않다고 했는가. 달랑 은자 2량으로 나사 마괘자를 살 수 있잖은가.”
사람들이 믿지 않자, 보여줄 요량으로 옷 보따리를 열었다. 그런데 질척질척한 흙이 들어있는 게 아닌가.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며 말했다.
“정말로 마괘자인줄 알았잖소. 흙이라니. 그러니 은자 2량인 게지요.”
효렴은 의아해 하며 말했다.
“분명히 마괘자였는데. 어떻게 흙으로 바뀔 수 있지?”
사람들은 바꿔치기 수법에 당했다고 알려주었다. 먼저 흙이 든 보따리를 숨겨뒀다가 매매가 성립될 때에 진짜 물건과 교묘하게 바꿔치기 한 것이었다.

바꿔치기 한 것이 들통 나서 팔지 못하게 된다하더라도 되돌려 주면 그뿐이었다. 아니, 옆에 있던 사람이 자기 것이라고 손에서 뺏어가도 할 말이 없게 된다. 사는 사람은 장물을 사려했다고 고발당할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니, 그저 사기 당해 손해 봤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사소한 것에 욕심을 부리는 그런 사람은, 어떤 일에 연계시키기만 하면 계략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큰 손실을 보는 게 인생사이지 않던가. 바꿔치기 수법은 거지들이 상용하는, 또 짝과 공모하여 저지르는 사기술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은량(銀兩), 옛날 화폐로 사용한 은이다. ‘양(兩)’을 단위로 중국 각지에서 통용되었던 본위 화폐로, 정해진 화폐는 없고 ‘원보은(元寶银)’, ‘마제은(馬蹄银)’ 등으로 통용하고 실제로는 ‘원(元)’으로 환산해 사용하였다. 1935년에 ‘폐량개원(廢兩改元)’이 실행돼 폐지되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