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서 이강(漓江) 주위에 종령(鍾靈)산, 소고(小姑)산, 옥고(玉姑)산, 죽두(竹篼)산이 늘어서 있고 죽두산 북쪽에 큰 산인 방해(螃蟹)산이 있다. 방해산은 늙은 거지가 이강에서 낚은 게〔방해(螃蟹)〕의 정령이 변해서 됐다고 전한다. 전설은 이렇다.
‘구근공(九斤公)’이라 불리는 늙은 어부가 매일 이강에서 물고기 9근을 낚을 수 있었다. 그해, 이강은 100년에 한 번 있을까말까 한 홍수가 났다. 홍수가 지난 후 구근공은 낚시를 했으나 49일 동안에 한 마리도 낚지 못하고 미끼만 낭비하였다.
어느 날, 구근공이 밥할 쌀 한 톨이 없어 근심에 쌓여 있을 때 말굴레 같은 낡아빠진 옷을 입은 거지가 나타나 구걸하였다. 구근공은 탄식했다.
“내게 구걸하다니. 내가 당신을 스승으로 모시고 당신과 함께 천 호의 집을 찾아가면, 적어도 백 끼의 밥은 먹을 수는 있을 거외다.”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거지를 집에 들어오라고 한 후 아내에게 말하여 집에 남아있던 암탉을 잡아 대접하였다.
늙은 거지는 구근공에게 어찌하여 어망이 있으면서도 그물을 설치하지 않으며 물고기를 낚을 생각도 하지 않고 구걸할 생각을 하느냐고 물었다. 하소연 하는 구근공의 사정을 듣고는 늙은 거지가 강을 살펴보려고 강가로 향했다.
늙은 거지가 기슭에 다다라 강을 보고는 놀라 말했다.
“허! 당신이 매일 물고기를 하나도 낚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구먼. 여기에 게 요정이 있어서 물고기를 다 쫓아버리고는 몰래 당신의 미끼를 먹어치우는 거요. 내가 게 요정을 잡을 수 있게 도와주리다.”
말하자마자 머리에서 긴 머리털을 하나 뽑아들고 입김을 후 불었다. 머리털이 8장 길이의 새끼줄로 변했다. 손에 들고 있던 몽둥이를 한 번 휘두르니 맹족죽과 같은 커다란 낚싯대로 변했다. 곧이어 새끼줄을 낚싯대에 묶고는, 낚싯바늘이나 미끼도 달지 않고 새끼줄 끝부분에 침을 묻히고서 강물에 던져 넣었다.
담배 한 대 피워 물 시간도 재 되지 않았는데 새끼줄이 늘었다 줄었다 하며 물위에서 움직였다. 늙은 거지가 허리를 한 번 굽혀서 양손으로 낚싯대를 힘껏 당기자, 물통만큼 커다란 게가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양각(羊角)산 정상에 떨어졌다. 그러자 물고기들이 홍수가 나기 이전처럼 많아졌다.
구근공이 감사의 인사를 하러 늙은 거지를 찾았으나 그는 이미 종적을 감춘 후였다.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신화와 같은 이야기이다.
중국신화는 실제를 반영하고 있는 문화형식이다. 최초 원시사회의 선민들의 여러 가지 자연현상에 대한 해석이다. 인류 기원과 선조들의 활동에 대한 추구이며 환상이다. 이후 점차 사람과 신이 결합된 환상과 같은 신화가 출현하였다.
중국의 문화인류학자 겸 민속학자인 임혜상(林惠祥)은 이야기한다.
“신화에 대한 최초의 노력은 신화와 사람들이 신령과 영웅에 대한 믿음을 조화시킬 방법을 마련하는 것이다. 인류가 받드는 신령과 영웅은 신화 서술에서는 일반적으로 기괴하다. 어떤 종류는 조수나 충어이기도 한데 그 성격은 도적질도 하고 남살하기도 한다. 그 숭배 의식은 불합리할 정도로 잔혹하기까지 하다.”
사람들의 자연과 사회에 대한 인식을 반영하는 신화는 사람의 애증, 결점을 지적하는 감정과 가치 관념이 용해되어 있기도 한다.
그러한 성격의 신화 이야기 속에 늙은 거지가 의롭게 어민을 구제하는 정신과 방해산의 내력을 교묘히 섞어놓았다. 협의 인격을 가

진 거지에 대한 칭송이며 의협 정신에 대한 의타 심리의 표현이다. 자기의 애증과 결점을 지적하는 감성의 표출이기도 하다.
‘팔선(八仙)’과 같은 신화도 직접적으로 거지와 연결시킨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동시에 거지의 의협 인격에 대한 신화는 같은 처지에 놓인 빈곤한 백성의 자신에 대한 자찬이기도 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 학사, 대만 정치대학교 중문학과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자로 『선총원(沈從文) 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 『재미있는 한자풀이』, 『수달피 모자를 쓴 친구(선총원 단편선집)』, 『음식에 담겨있는 한중교류사』, 『십삼 왕조의 고도 낙양 고성 순례』, 『발자취-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찾아가는 여정』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