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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자·버스 이용객 수 최대 15배 과장 의혹 … "기본 통계·법 기준 무시한 D급 행정"

 

제주시가 노형오거리 교통난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공중보행로(육교) 설치 계획을 둘러싸고 '엉터리 행정'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핵심 통계가 실제보다 10배 이상 과장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회전교차로 검토 과정에서도 법적 기준을 벗어났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15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는 제주시 연동·노형동 일대 상습 정체 해소를 위해 전체 사업비 약 470억원을 들여 공중보행로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높이 5.5m의 육교를 설치해 보행 흐름을 입체화하고, 기존 횡단보도를 없애 차량 신호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이 계획의 기초가 된 용역 데이터의 신뢰성부터 도마에 올랐다. 제주도 제3차 보행편의 증진 기본계획에서 용역사는 노형오거리 일대 보행자 수를 하루 2만명, 대중교통 이용객을 3만명으로 산출했다. 하지만 노형동 전체 인구가 약 5만명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제주연구원이 교통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노형오거리 주변 6개 버스정류장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2000명(평균 1894명)에도 미치지 못한다. 용역 자료와 실제 통계 간 차이는 약 15배에 달한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교통시설 기본계획은 정확한 이용객 통계를 바탕으로 수립돼야 한다"며 "기초 데이터가 실제와 크게 다를 경우 사업 효과 분석과 정책 판단에도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전교차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노형오거리 일대의 하루 교통량은 약 8만5000대지만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과 한국교통연구원의 '회전교차로 설계 지침'에 따르면 회전교차로는 일 교통량 3만2000대(시간당 3200대) 이하에서만 설치가 가능하다. 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교통 혼잡과 사고 위험이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회전교차로는 교통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차량 대기시간이 길어지고 교차 충돌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특히 하루 8만대 이상이 통과하는 교차로라면 기존 신호체계 개선이나 입체화와 같은 대안적 해법을 우선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건설과 관계자는 이에 대해 "노형오거리 보행환경개선지구 사업비에는 회전교차로 설치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일부 언론에서 회전교차로 계획을 언급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문제는 이런 논란이 제주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 종로 일대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약 1100억원을 투입해 조성됐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실제 이용률이 극히 낮아 철거 논의까지 나온 바 있다.

 

서울시는 하루 약 10만 5440건의 보행량을 예상했지만 실제 이용은 1만 1731건 수준으로 예측치의 11%에도 못 미쳤다. 공중보행로 설치 이후 지상부 보행량이 오히려 설치 전보다 약 40%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보행로 구조물 기둥이 지상 보도 폭을 좁게 만들어 일부 구간에서 보도 폭이 1m 이하로 줄어든 사례도 보고됐다. 유지관리 과정에서는 누수·결빙, 일조권 침해 등 다양한 민원이 잇따르며 사업 효용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례를 들어 "공중보행로가 항상 교통 문제의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이지은 대한건축학회 연구위원은 "입체 보행공간의 활성화는 단순한 구조물 설치만으로 달성되지 않는다"며 "도심의 중심 구조, 주변 시설, 인접 건물과의 연계성이 함께 고려될 때 이용률과 효용성이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대한교통학회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보행 및 자전거 관련 교통시설 투자평가방안 연구'에는 "보행 인프라 사업은 신뢰성 있는 기초 통계 확보와 효과 검증 절차를 전제로 해야 한다"며 "데이터의 정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책 판단 자체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의 책임론도 거세다. 서귀포 관광극장 철거, 문화재 협의 없이 추진된 제주성지 도로 개설 등 반복되는 행정 실패를 거론하며 "행정시장이 최종 결재만 하는 '허수아비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행정시를 관리·감독해야 할 제주도청에 대해서는 "국가공모 실패 시 중앙정부 탓만 하는 D급 행정"이라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홍명환 전 제주도시재생센터장은 "엉터리 용역과 왜곡된 데이터가 정책을 왜곡시키고 결국 도민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며 "도의회와 언론이 제대로 된 감시와 견제를 하지 않는다면 행정의 무능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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