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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11) 제왕(帝王)과 거지 (1)

중국역사에서 한동안 거지로 전락했던 제왕은 한둘이 아니다. 어떤 역사적 배경과 우연적 개인의 환경 아래서 제왕과 거지의 인연은 재미있는 조건과 기회를 제공하였다. 이에 따라 많은 전기적인 일문(逸聞) 일사(逸事)가 발생하고 발전 변화하였다.

 

그런 사례를 통하여 역사를 증명할 수 있고 사회를 고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국 민족문화전통 중의 관념 전승과 개별적인 여러 가지 고유의 갈등, 모순을 분석하고 투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비교적 명확하면서도 깊게 새로이 사회를 인식하고 역사를 평가할 수 있게 도와준다. 역사와 문화를 심도 있게 다시 고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비정상적인 상태 속에서 근원을 판별하고 왜곡된 사실 속에서 바른 것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다양하면서도 어지러운 사회세태 중 한 부분이다. 하나의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정사 기록이든 야사나 필기소설이든, 지금까지 진귀한 사료로 남아있다.

 

정사에서 다루어진 거지 문제와 상응하는 정책, 대책을 제정한 것 이외에 제왕과 거지의 일문 전설은 여러 가지가 뒤엉키어 복잡하기 그지없는 인간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인생살이에 있어 물질이나 정신생활 상의 빈부는 고정돼 있거나 불변하지 않는 게 아니다. 제왕도 세상에서 살아가며 거지도 세상에서 살아간다. 서로 다른 삶의 기회가 있다. 서로 다른 경험, 서로 다른 시대의 사회문화 환경에서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세상사이다. 많고 많은 세상사에는 별의별 것이 다 있을 수밖에 없다. 어디에나 있는 예증이다.

 

만민 위에 앉았던 ‘천지교자’(天之驕子, 하늘의 총아) 천자도, 하구류(下九流)1) 속에도 제대로 속하지 못했던 천민 중에 천민인 거지와 여러 가지로 관련을 맺고 있다. 실로 천지란 크기도 하고 작기도 하다.

 

진문공, 유랑하며 걸식하다가 패업을 이루다

 

중국 역사에 19년 동안 유랑하면서 걸식했던 유명한 제왕이 있다. 바로 춘추시기 기원전 636년부터 9년 동안 진(晉)나라 국군(國君) 자리에 앉았던 문공(文公) 중이(重耳)다. 중이는 진나라 헌공(獻公) 희궤제(姬詭諸)의 아들이다.

 

여희(驪姬)와 결혼하기 전에 헌공에게는 3남 1녀가 있었다. 신생(申生), 중이(重耳), 이오(夷吾), 목희(穆姬)다. 나중에 헌공이 군대를 거느리고 여융〔驪戎, 서융(西戎)의 일파〕을 공격할 때 여희와 결혼하여 아들 해제(奚齊)를 낳았다.

 

여희는 헌공의 총애를 받아 부인(夫人)에 책봉되자 해제를 태자에 앉히려 하였다. 여희는 자신의 이익을 도모해 장래에 해제가 국군의 자리를 계승하는 데에 방해가 되는 우환을 없애기 시작하였다. 먼저 헌공에게 남은 아들 세 명을 변경으로 보내 방비토록 청했다. 중상모략으로 신생을 죽이고 이오와 중이를 죽이려고 군대를 파병하고 자객을 보냈다.

 

이오는 전쟁에서 패하자 양국(梁國)으로 피난하였다. 중이는 자객을 피해 호모(狐毛), 호언(狐偃) 등 측근 몇을 데리고 창황하게 자신의 생모가 태어난 적족(狄族) 봉지인 적(狄)나라로 피난하였다.

 

진나라에서는 거대한 정변이 계속 일어났다. 이오, 중이가 다른 나라로 피신한 후 해제가 세자가 되었다. 오래지 않아 헌공의 병이 위중하게 되니, 대신 순식(荀息)에게 보좌케 하고 해제를 왕위에 오르게 하였다. 헌공이 죽자 11살밖에 되지 않은 해제가 즉위해 국군이 되었다.

 

순식을 상경(上卿)에 앉히자 이극(里克), 비정(邳鄭)등의 강렬하게 반대하였다. 몰래 경호대에 자신의 사람을 심은 뒤 헌공의 장례식을 이용해 해제를 암살해 버렸다. 여의는 다시 자기 누이동생의 아들 탁자(卓子)를 국군으로 옹립하고 비밀리에 자객을 사서는 장례식 때에 이극과 비정 2명을 척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

 

이극 등은 상대편의 계략을 미리 알아채고 장계취계를 이용해 상대방의 계략을 역이용하여 여희를 공격하였다.

 

“태자의 억울함을 씻고 중이를 국군으로 영립한다”라고 하면서 여희의 측근 동관오(東關五)를 없애고 탁자를 던져 죽여 버렸으며 순식을 내리찍어 죽였다. 여의는 채찍 형벌을 내려 때려 죽였다.

 

나라에는 하루라도 국군이 없어서는 안 되며 집안에는 하루라도 가장이 없어서는 안 되었다. 이오는 토지를 할양하는 것도 아까워하지 않고 진(秦)목공(穆公)의 도움을 받아 귀국 후 즉위해 군주가 되었다. 바로 진(晉) 혜공(惠公)이다.

 

혜공은 신의를 저버렸다. 공이 있는 신하와 뛰어난 장수를 남살하는 한편 자객 발제(勃鞮)를 보내 중이를 암살하려 하였다. 중이가 귀국해 왕위를 찬탈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정보를 들은 중이는 어쩔 수 없이 12년 동안 살았던 적(狄)나라에서 제(齊)나라로 도망쳤다. 피난하려 준비할 때에 곁에서 의복과 여비를 관리하던 관리 두수(頭須)가 모든 재물을 말끔히 거두어 도망쳐 버렸다. 중의 일행은 한 푼도 없는 곤궁한 처지가 되어 버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하구류(下九流), 옛날 사회적 지위가 낮은, 하등 직업에 종사하던 사람을 가리킨다. 이를테면 현대적인 연예인·짐꾼·취고수 등을 일컫던 말이다. 고대에 시정(市井)에서 사회 각 계층을 귀천고저로 9단계 계급을 나눴다. 중국 고대의 시정문화로 사대부 문화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1류 연극배우. 광대. 연극쟁이(戱子), 2류 심부름꾼. 졸개〔추(推), 주졸(走卒)〕, 3류 본바닥불량배. 노름꾼〔왕팔(王八)〕, 4류 잡일꾼〔귀(龜)〕, 5류 멜대를 매고 돌아다니는 이발사〔체두(剃頭)〕, 6류 때밀이〔찰배(擦背)〕, 7류 몸을 파는 사람〔창녀(娼)〕, 8류 도둑〔도(盗)〕, 9류 수연, 물 담뱃대로 피우는 살담배를 파는 사람〔취회(吹灰)〕이다. 나중에 사회가 복잡해지자 상구류(上九流), 중구류(中九流), 하구류(下九流) 관점이 나타났다. 상, 중, 하로 나누는 일반적인 분류법은 다음과 같다 : 상구류(上九流) : 1류 부처님(佛祖), 2류 신선(仙, 원시천존元始天尊, 태상노군太上老君, 팔선八仙 등), 3류 황제(皇帝, 진룡천자, 봉건제왕), 4류 관리(官), 5류 양조장(燒鍋, 봉건시대에 최대 공장), 6류 전당포(當), 7류 상인(商), 8류 장원주(客, 莊園主), 9류 농부(莊田). (이 관점은 도교의 영향인 듯 보인다) ; 중구류(中九流) : 1류 거인(擧), 2류 의사(醫, 낭중郎中, 약방선생), 3류 풍수(風水, 지관, 음양선생), 4류 점쟁이(批, 사주팔자批八字), 5류 서화가(丹青), 6류 관상가(相), 7류 승려(僧), 8류 도사(道), 9류 문인(琴棋, 고금, 바둑) ; 하구류(下九流) : 1류 무당(巫, 부적 등을 사용하는 무당), 2류 창녀(娼, 명창明娼, 암창暗娼, 가기歌妓), 3류 무당(大神, 굿을 하면서 병을 치료하는, 신이 몸에 들어온 신무神巫), 4류 야경꾼(梆), 5류 멜대를 매고 돌아다니는 이발사(剃頭), 6류 취고수(吹手, 喇叭匠), 7류 연극배우(광대, 戱子), 8류 거지(叫街), 9류 물엿을 불어서 각종 모양의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파는 사람(賣糖)이다. 물론 상중하와 ‘9류’가 합쳐지니 27개의 직업군이 있어야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72개의 직업군이 그 속에 포함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하구류의 제5류 ‘이발사’에는 발마사지, 급사, 수레꾼, 안마사, 점원, 무녀, 끄나풀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부류가 포함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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