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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홍의 '중국, 중국인' ... 중국의 거지 (7) 거지 유형 구분

거지를 보는 관점에 모순이 존재한다. 복잡하고 여러 특징을 가진 사람이 모인, 모순에 가득 찬,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구성원이기에 그렇다. 신비한 조합이 모순된 관점을 가지게 된 원인이다.

 

각양각색의 거지 유형을 식별하면 그 일부를 알 수 있다. 거지의 여러 가지 걸식 방법으로 분류하면, 거지를 크게 11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다 :

 

첫째, 지팡이를 짚고 그릇을 들고 다니면서 거리에서 동냥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그 다음으론 길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다니면서 동냥하는 거지, 그 다음으론 큰소리로 ‘동냥 줍쇼’ 외치며 다니는 거지가 많다.

 

여기에는 네 가지 부류가 있었다. 동항(東項), 서항(西項), 홍항(紅項), 백항(白項)으로 구분된다. 억지 부리며 강압적으로 구걸하는 거지는 홍항이고 애걸복걸하며 구걸하는 거지는 백항이다. 동항과 서항은 어떠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둘째, 전문적으로 경조사를 거행하는 점포, 매장, 가정에 가서 금일봉을 요구하는 거지다. 거지에게는 근거지가 있었다. 자기 경계를 넘지 못했다. 다른 근거지에서는 구걸하지 못했다. 규정과도 같았다. 금일봉 액수의 대소는 큰일을 치루는 가정의 크기에 따라 달랐다. 이외에 거지는, 신부를 맞을 때나 영구를 바랠 때 일을 도와주면서 수수료 일부를 받았다.

 

셋째, 다른 일은 하지 않고 강호 여러 지역을 유람하는 거지다. 한 지역에 가면 현지 거지의 우두머리를 찾아가 동냥하였다. 1년에 한 곳을 한두 번만 가야한다. 어떤 때에는 길 가는 사람에게나 상점을 찾아가 구걸하기도 하였다.

 

넷째, 기예를 팔면서 강호를 돌아다니며 구걸하는 거지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사방으로 돌아다녔다. 희곡이나 도정(道情)1)을 음창하거나 산가(山歌)2)나 연화락(蓮花落)3)을 불렀다.

 

이마에 그릇을 올려놓는 것과 같은 사완(耍碗), 손가락이나 콧등으로 사발 돌리는 소잡사(小雜耍)를 하기도 하고 칼 삼키기, 쇠구슬 삼키기를 공연하기도 하였다. 뱀을 콧구멍에 집어넣고 입으로 나오게 하는 뱀 쇼를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런 여러 가지 기예를 가지고 행인을 불러 모은 뒤 공연 사이사이 멋들어진 부분에서 관중에게 관람료를 받았다.

 

다섯째, 막일하며 먹고 사는 부류다. 마부를 도와 언덕을 오르거나 다리를 건너는 데에 힘을 보탰다. 체력 노동자의 조수가 되는 부류도 있었고 타인의 물건을 날라다주는 일을 하는 부류도 있었다.

 

여섯째, 신체불구형 거지다. 불편한 몸으로 거리를 지나는 행인에게 돈을 구걸하였다. 맹인, 절름발이가 있었고 넓적다리 헌 데서 농혈이 흘러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손과 발이 합쳐져 머리 옆에서 자란 기형인 몸으로 구걸하는 거지도 있었다. 독약으로 신체를 훼손시켜 귀, 코, 입, 눈 모두에 작은 구멍 하나씩만 남겨두고 동냥하는 거지도 있었다.

 

기형인 몸을 가지고 구걸하는 불구자는, 불량배가 인위적으로 멀쩡한 지체를 자르거나 훼손시켜 강압적으로 거리에 나가 구걸하게 만든 후 나중에 이익을 갈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곱째, 거짓말하거나 명의를 도용하여 사람에게 가련하게 느끼게 만드는 방법으로 구걸하는 거지다. 친척에게 의탁했다가 불우하게 재난을 만나 어쩔 수 없이 타향을 전전하게 됐다고 거짓말하는 사람도 있고, 부모가 병들어 효도하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동냥하고 있다고 거짓말하거나, 집안에 돌아가신 분이 있는데 돈이 없어 장사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고 거짓말하며 구걸하였다. 혹은 코가 썩어간다거나 궤양이 생겼다고 하거나 피가 나고 고름이 흐른다는 등 일부러 몸에 병을 만들어 구걸하는 거지도 있었다. 분장한 거지가 그들이다.

 

여덟째, 억지 부리며 강제로 요구하는 거지다. 생떼부리는 경우다. 범죄자인 경우도 있었고 불량배인 경우도 있었다. 돈을 요구하다가 주지 않으면 곧바로 강압적으로 돌변하여 생떼부리며 칼로 자신의 머리나 팔, 얼굴 등을 자해하였다. 피 흘리면서 겁주는 경우다. 돈 줄 때까지 그런 행동을 계속하였다.

 

아홉째, 귀이개와 같은 조그마한 물건을 팔면서 구걸하는 거지다. 주로 거지 두목이 일하는 데에 눈과 귀 역할을 했다.

 

열째, 여자거지다. 이런 부녀자는 특별한 기예나 특기가 없었다. 불구자이거나 위장해 돈을 편취하기도 하였다.

 

열한째, 남녀가 함께 구걸하는 거지다. 사찰이나 도관에서 아직 식지 않은 향의 재를 운송해주면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길가에 서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빗자루로 먼지를 털어주면서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 의사 노릇하면서 약을 팔며 다니는 경우도 있고 점치면서 구걸하는 경우도 있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구걸하거나 노인이나 병자를 데리고 다니면서 구걸하는 거지도 있었다. 가지각색이요 형형색색이다. 세상의 추태란 추태는 다 동원하였다.

 

상술한 여러 가지 형태는 대부분 예나 지금이나 일맥상통한다. 현재도 별반 다르지 않다. 거지꼴하고 다니면서 편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무리를 어찌 증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물며 그중에 머리털이 치솟는 범죄행위가 감춰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탈, 약탈, 간음, 강도, 절도, 상해를 입히는 경우가 그 예이다.

 

역대로 사람들은 변함없이 꼬임에 빠져들었다. 여전히 도외시하며 손해를 당했다. 그러면서 불결한 재주를 부리게 만들었고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선량한 마음을 모독하고 희롱하게 만들었다.

 

일부 사람들은 본질을 꿰뚫어보고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쳐버리기도 했지만, 거지 놀음을 알지 못하는 일부 사람들은 주동적으로 열성적으로 자비의 마음을 내어 그 놀음에 따랐다.

 

거지의 수법은 변했다 해도 그 본질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판에 박은 듯이 특정한 하위문화의 전통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생계 때문에 어쩔 도리 없이 곤경에 빠진 거지조자 많은 패악을 저지르는 무리와 한패거리처럼 오해 받고 있다.

 

사람들은 거지의 희롱 때문에 판단내리기를 어려워한다. 누가, 어느 것이 진짜 거지인가? 어느 것이 가짜 거지인지, 누가 쉬이 분간할 수 있는가? 어느 누가 흥미를 가지고 진짜와 가짜를 세밀하게 판별하려 하겠는가?

 

거지의 세계는 실로 귀신과 사람이 섞여 있는, 어룡혼잡의, 신비하면서도 죄악이 충만한 세계임은 분명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1) 도정(道情)은 곡예(曲藝)의 한 종류다. 당대의 『승천(承天)』, 『구진(九眞)』 등 도곡(道曲)에서 시작된 창(唱) 위주의 곡예(曲藝)다. ‘어고(魚鼓)’와 ‘간판(簡板)’으로 반주한다. 원래는 도사(道士)들이 강창(講唱)한 도교(道敎) 이야기의 곡(曲)이었는데 나중에 일반 민간고사로 제재를 삼았다 ; 어고(漁鼓), 타악기의 하나로, 죽통(竹筒)의 한쪽에 얇은 가죽을 씌우고 손으로 친다. ‘도정(道情)’의 주요 반주악기다 ; 간판(簡板), 한 자 남짓한 대나무 판이나 나무판 2쪽으로 된 타악기의 일종으로 ‘희곡(戱曲)’나 ‘도정(道情)’의 반주에 썼다.

2) 산가(山歌), 남방의 농촌 혹은 산촌에서 유행하던 산이나 들에서 일을 하거나 사랑을 구할 때 부르는 민간 가곡이다.

3) 연화락(蓮花落)은 설창(說唱)하는 전통 곡예 예술이다. 공연자는 1인이 일반적으로 말하기도 하고 노래하기도 한다. 칠건자(七件子)를 치면서 반주한다. 몇 사람이 간단히 분장하고 대나무 판을 치면서 노래하기도 한다. 통속적인 내용을 가진 가곡이다. 보통 노래의 매 단락마다 ‘연화락(蓮花落), 낙연화(落蓮花)’라는 메기는 소리를 붙인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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