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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22)] 침입한 적에 꼭 맞는 무기능력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에 백신을 맞지 않더라도 모두가 코로나에 걸리지는 않았다. 동료나 가족이 독감에 걸려 콜록거리는 그 옆에서 같이 생활해도 모두 전염되는 것이 아니라 멀쩡한 사람도 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있지만 사람들 간의 면역력 차이가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면역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면역이란 내 것(자기)과 남(비자기)을 구별하는 것으로 특히 위험한 남들을 골라내서 제거하는 능력이다. 내 몸을 구성하거나 내 몸이 만들어 내는 것들은 우리 편으로 인식해서 공격하지 않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와 같이 내 것이 아닌 위험한 것들은 적으로 인식해서 제거한다.

 

 

우리 몸의 면역 체계는 크게 선천성 면역과 적응성(후천성) 면역 체계로 구분할 수 있다. 선천성 면역 체계는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게 되며 유해한 것으로부터 우리 몸을 방어하고 위협이 되는 것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피부와 점막은 1차적으로 유해한 것들을 차단하고, 대식세포(세균 및 암세포와 같은 이물질을 잡아먹는 세포)는 외부의 침입자나 적을 먹어 치우는 역할을 한다.

 

NK 세포로 알려진 자연살해세포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를 공격하여 파괴한다. 암세포는 원래 내 것이지만 큰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적으로 인식하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도 원래는 내 것이지만 바이러스에 감염된 순간 그 안에서 바이러스가 증식되어 다른 정상 세포를 연속적으로 감염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적으로 인식하여 잡아먹는 것이다.

 

선천성 면역 체계가 잘 작동하면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을 잡아먹고,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나 암세포도 파괴하니 병에 걸리지 않겠지라고 여길 수 있는데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독감에 걸린 사람 옆에서 생활하더라도 바이러스 노출시간, 노출량 및 개인 간의 면역력의 차이가 감염 여부를 좌우한다. 같은 면역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여도 병원체에 얼마나 많이 노출되느냐에 따라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우리 몸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하면 면역체계가 이것들을 차례로 제거하므로 아무리 많이 들어오더라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모두 없어지는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우리 몸에 들어와서 그대로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증식을 한다.

 

예를 들어 우리 면역 체계가 30분에 500마리의 세균을 제거할 수 있고 세균이 두배로 늘어나는 증식 시간이 30분이라고 가정하면, 세균 500마리가 침투했을 때는 30분만에 제거가 가능하다. 그런데 1000마리가 침투했다면 30분 동안 500마리는 제거되지만, 나머지 500마리는 두배로 증식하여 도로 1000마리가 되기 때문에 세균의 수는 줄지 않고 그대로 일 것이다.

 

세균에 오래 노출되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들어온다면 우리 면역 체계가 제거하는 속도보다 증식하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에 세균의 수는 계속 늘어나서 감염이 점점 더 퍼지게 되는 것이다. 이때는 어쩔 수 없이 열을 내어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를 늦춤으로써 우리 면역 체계가 따라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는 우리 면역 체계가 세균이나 바이러스의 증식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더라도 외부에서 새로운 무기인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투입하기 때문에 굳이 우리 몸도 괴로운 열을 낼 필요가 없어 해열제로 열을 내리게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방어하도록 선천성 면역 체계를 갖추는데 많은 투자를 하면 병에 걸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무수히 많은 종류의 세균이나 바이러스는 평생 만나볼 일도 없는데 이것에 대한 모든 무기를 만들어 놓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사람이 음식을 먹고 영양소를 섭취하면 면역 체계의 유지뿐만 아니라 인체의 성장×유지 및 에너지와 생체에 필요한 물질을 만드는데도 사용하기 때문에 면역 체계에만 과도한 투자를 할 수는 없다.

 

일상의 예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인구는 약 5000만명이고 그 중 군인은 약 50만명인데, 만일 군인을 1000만명으로 늘리면 웬만한 적이 쳐들어 오더라도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군인, 노인 및 미성년자를 빼고 나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약 2000만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이 나머지 3000만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언제 얼마나 많은 적이 쳐들어 올 지 모르는 상황에서 군인만 잔뜩 늘려놓을 수 없듯이 인체도 선천성 면역에만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일 것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적응성(후천성) 면역 체계이다. 적응성 면역 체계는 우리 몸에 군인 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침입하는 적에 꼭 맞는 무기를 만들어 대응하는 것이다. 침투한 적의 특징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항체를 만들어 적을 제거하거나, 적에게 감염된 세포를 파괴한다. 적을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선천성 면역 체계보다는 느리게 반응하지만 특정된 적을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병원체에 따라 기억 시간에 차이는 있지만 한번 걸렸던 병에는 다시 감염되지 않도록 기억을 한다.

 

예를 들어 수두에 한번 걸리고 나면 수두 바이러스를 적으로 인식하는 항체를 보유하게 되므로 면역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다시 수두에 걸리지 않는다. 다만 한번 세포로 숨어든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좋을 때는 세포 밖으로 나올 수 없기 때문에 감염력이 없으나 우리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른 개체로 전파하기 위해 세포 밖으로 뛰쳐나온다. 수두 바이러스는 신경세포에 숨어 있다가 증식하면서 뛰쳐나오기 때문에 신경 세포가 파괴되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는 대상포진이 발병하게 된다.

 

 

한번 특정 감염성 질병에 걸린 후 낫게 되면 그것에 대한 항체를 가지게 되어 다시는 걸리지 않는데 그 상황을 이겨내지 못하고 죽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류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해서는 미리 대응하는 무기를 갖출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인류가 개발한 것이 백신이다. 전염병에 걸리지 않더라도 마치 걸린 것과 같이 인체가 느끼도록 하여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기억을 심어줌으로써 실제로 그것들이 인체에 침투하였을 때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백신과 항생제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다뤄볼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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