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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19)] 생물의 숙명 자기복제를 통해 유전자 후손 남기는 것

 

바이오(bio)라는 용어는 생물과 관련된 분야에 일반적으로 쓰이는데, 생물(生物)은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와 말 중에 어떤 것이 생물이냐고 묻는다면 말은 생물이고 자동차는 무생물이라고 누구나 쉽게 답한다. 그런데 말과 자동차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라면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다.

 

 

생물은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먼저 말은 숨을 쉬지만 자동차는 숨을 쉬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 동물이 숨을 쉬는 이유는 먹은 음식물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도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야 바퀴가 굴러가는데 이때 산소가 필요한 것이다.

 

말은 풀을 먹고, 사자는 고기를 먹고, 사람은 밥을 먹듯이 자동차는 휘발유, 경유, 가스를 먹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려면 산소(O2)가 필요하고 이산화탄소(CO2)와 물(H2O)로 완전 연소가 일어난다. 즉 말이나 자동차 모두 숨을 쉬고 먹이를 먹는 것이다.

 

미생물 중에는 산소가 있으면 오히려 살기 어려워서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이 있다. 이러한 혐기성 세균은 공기 없이도 잘 살기 때문에 숨을 쉬느냐의 여부는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또한 말이 태어나서 병 들고 노화되어 죽듯이, 자동차도 만들어져 고장나고 낡아서 폐차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도 생물의 특성이 될 수 없다.

 

 

말은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지만, 자동차는 생각이 없고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면 생물일까? 나무는 생물이지만 바람이 불어야 움직이지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누구도 생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공지능(AI)은 바둑에서 이미 인간을 이겼듯이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생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식물이나 미생물은 뇌가 없기 때문에 생각이란 것이 없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생물이다. 즉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생물은 아닌 것이다.

 

그럼 자라는 것, 즉 성장하는 것이 생물의 특성일까? 자동차는 한번 만들어지면 낡아서 고장날뿐 성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자란다는 것이 생물의 결정적인 특성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생물인 고드름이나 석회동굴의 종유석도 점점 자란다. 성장한다는 것도 생물을 정의하는 척도가 아닌 것이다. 

 

이외에 생물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자동차도 유전자처럼 설계도가 있어 그 안에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그러면 말과 자동차의 명확한 차이가 하나 남는데 그것은 새끼를 낳을 수 있냐는 것이다. 새끼를 낳는다는 의미를 똑 같은 개체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본다면 자동차도 공장에서 똑 같은 것들을 계속 만들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말은 말이 낳지만 자동차가 자동차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생물은 자기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데 이것을 자기복제라고 한다. 생물을 정의하는 기준은 자기복제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럼 할머니는 애기를 못 낳으니 무생물로 봐야 하느냐는 우스운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할머니가 애기를 낳지 못하는 것은 노화 때문이고 인간 종족 전체로 보면 애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할머니는 당연히 생물이다.

 

그런데 자기복제가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라이거는 암컷 호랑이와 수컷 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것인데 라이거끼리는 새끼를 낳을 수 없고, 씨 없는 수박도 번식이 불가능하다. 라이거는 자기복제를 못하기 때문에 무생물로 봐야 하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자연 상태에서 사자와 호랑이가 만나 결혼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사자와 호랑이는 서식하는 환경이 아예 다르다. 사자는 초원에 살고 호랑이는 밀림에 살기 때문에 만날 일이 없고 설사 만나더라도 서로 사귀기는커녕 싸우려고 들 것이다. 인간이 개입하여 사자와 호랑이를 교배시켜 라이거가 태어난 것이지 자연 상태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씨 없는 수박도 인간이 먹기 편하게 만든 것이지 자연 환경에서라면 수박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씨를 만들었을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생물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복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의 존재 가치는 자기복제를 통해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세균과 같은 생명체는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하여 세포를 둘로 나누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진 세포는 후손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볼 수 있다. 인간과 같은 고등 생물들은 정자와 난자에 자신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자기복제한 후 수정(결혼)을 통해 자기 유전자를 가진 후손에 남기는데 이것은 자연에서 자기 유전자를 살아남게 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만약에 내가 추위에 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세균처럼 그대로 유전자를 복제한다면 후손도 나와 똑 같은 유전자를 가지기 때문에 강추위가 닥치면 모두 멸종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추위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 내 후손은 추위에 약한 내 유전자와 추위에 강한 배우자의 유전자를 동시에 가지기 때문에 강추위가 닥치더라도 살아남게 된다. 결국 추위에 약한 내 유전자도 살아남는 것이다.

 

고등생물은 교배를 통해 자기 유전자의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자기 유전자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돌연변이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전자를 계속 바꿔 나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백신이 개발되면 돌연변이를 통해 유전자를 바꿈으로써 기존의 백신을 피해가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만들어진다.

 

 

아주 작은 미생물에 대해 다룰 때 사람들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균은 자신의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할 수가 있다. 유전자를 한 생명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로 비유하면 이 설계도를 복사하여 널리 퍼트리는 것이 생물의 사명이다. 설계도를 복사하려면 복사기, 종이와 잉크도 필요하고 또한 복사기를 돌리는데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하려면 재료, 일꾼, 에너지와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 세균은 이러한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어 유전자를 자기복제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유전자 복제에 필요한 재료, 일꾼, 에너지가 모두 없기 때문에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할 수는 없다.

 

 

바이러스는 유전자와 그것을 보호하는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즉 설계도(유전자)가 금고(단백질 껍질) 안에 보관되어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는 유전자가 들어있는 금고를 막으로 한번 더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숙주세포에 들어가서 숙주세포가 가지고 있는 재료, 일꾼,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기 유전자를 복제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가지고는 있지만 자기복제가 불가능하므로 생물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본다.   

 

자기복제 능력이 없는 바이러스 조차도 다른 생명체의 시스템을 이용하면서까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영원히 남기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최고의 고등생물이라는 인간에게서 이 숙명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임신 가능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가 0.72명이란 의미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국가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을 약 2.1명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오래 살기 때문에 일할 사람은 적어지고 부양할 인구는 늘어나니 젊은 세대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살기 어렵기 때문에 애를 낳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후진국에서는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가 출산율을 낮추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애를 낳아도 대학 보낼 때까지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무한 경쟁에 몰리며, 번듯한 직장 잡기도 어렵고, 집을 갖기는 더욱 어려우니 그러한 환경에 내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내놓기가 두려운 것이다.

 

원인을 파악하였고 저출산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후손을 남기는 생물의 본능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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