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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16)] 서로 다름를 받아들이는 문화 인식이 필요

최근 채식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식생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서양의 레스토랑에서는 채식 메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따로 준비해 놓는 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채식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식품 회사에서는 채식 전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동물복지와 환경보존을 위해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가축의 비윤리적인 사육 환경과 도축에 대한 거부감 또는 사육 과정에서 다량 발생하는 온실 가스를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일상에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 vegetarian)를 채소나 과일만 먹는 사람으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아래의 표와 같이 베지테리언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우리가 흔히 채식주의자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비건(vegan)은 동물성 식품은 전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심지어는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화장품도 사용하지 않고 동물의 털로 만든 옷도 입지 않는다.

 

비건보다 더 엄격한 것이 프루테리언(fruitarian)인데 식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부위인 열매 위주로 먹는다. 락토 베지테리언은 비건에서 우유나 유제품을 더 먹을 수 있고, 오보 베지테리언은 달걀은 먹는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은 우유(유제품)와 달걀을 먹을 수 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생선과 조개류까지 먹을 수 있고, 폴로 베지테리언은 닭고기까지도 먹는다.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서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도 늘고 있다. 완벽하게 채식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채식하는 요일이나 날을 정해서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도 있다.          

 

[베지테리언의 단계]

 

비건은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식품은 전혀 먹지 않기 때문에 식품을 구입할 때 어떤 원료가 들어갔는지 꼼꼼히 신경 쓰게 된다. 그렇지만 콜라겐이나 젤라틴과 같이 원료명이 쓰여 있을 때는 그 원료가 동물성인지 식물로부터 얻은 것인지를 아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비건을 위한 제품이 많아지고 있고, 비건 인증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비건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으려면 동물에서 유래된 원재료를 이용하지 않고, 제품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에 동물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하며, 생산 시설을 비건이 아닌 제품과 공유할 경우 철저한 세척과 생산 시간 분리로 교차오염이 없어야만 한다. 수출을 할 경우에는 각 나라의 인증 조건을 따라야 하고, 수입식품은 우리나라의 비건 조건을 만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우유, 달걀 또는 생선을 먹는 선택적 채식주의자에게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은 장기간의 채식으로 인해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영양소 중 필수 아미노산, 필수 지방산, 비타민, 무기질(미네랄)은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필수 아미노산은 주로 동물성 단백질로부터 얻을 수 있지만 식물성인 콩 단백질이 대신할 수 있다. 채식을 하더라도 콩, 견과류와 같은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콩과 식물(대두, 검은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과 견과류(호두, 아몬드 등)에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필수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어 몸에 좋다.

 

최근에는 두부, 된장, 간장 외에도 콩에서 분리한 단백질로 만든 콩고기, 밀 글루텐으로 만든 밀고기, 버섯 단백질 등의 대체육이 제조·시판되고 있을 정도로 식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 다양화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에는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필수 지방산과 대부분의 비타민, 무기질은 채식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몇몇 비타민과 무기질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들이 많이 들어 있는 식물성 공급원을 찾아서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타민 B12는 부족 시 악성빈혈, 식욕저하, 무력감 등이 올 수 있는데, 주로 육류 및 유제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채식을 통해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 콩에는 비타민 B12가 거의 검출되지 않지만 된장이나 청국장 등으로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미생물에 의해 비타민 B12의 함량이 증가하므로 콩 발효식품의 적절한 섭취가 필요하다. 또한 비타민 B12는 김, 매생이, 청태 등에도 꽤 들어있기 때문에 해조류를 좀더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효모를 발효시켜 생산한 비타민 B12를 영양제로 섭취하거나, 비타민 B12가 보강된 곡물이나 두유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기질 중에는 철분이 부족할 수 있는데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콩류, 녹색 채소(시금치, 브로콜리 등), 견과류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칼슘은 부족 시 골다공증을 야기할 수 있는데 식물성 식품인 두부는 좋은 공급원이다. 두부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하여 뼈와 근육 건강에 도움을 주고, 필수 아미노산도 충분히 들어 있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훌륭한 식품이다.

 

한편 비건과 할랄(ḥalāl) 식품을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해외 유학생들과 취업자들이 많아 지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을 쉽게 접하게 된다. 같이 식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기가 들어간 것은 전혀 먹지 않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는 무슬림을 채식주의자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슬림은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만 먹을 수 있고, 할랄은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의약품에도 적용된다. 할랄은 ‘허용된 것’을 뜻하는 말로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된 원료를 사용해서 허용된 방식으로 만들어야 인정받는다. 할랄 식품에는 과일, 야채, 곡류, 어류, 우유 등이 포함되고,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는 이슬람의 도축 방식에 의해 얻어진 것만 허용된다.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돼지고기, 술, 동물의 피는 절대 먹어서는 안되고, 이것을 원료로 한 식품, 화장품, 의약품도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 고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어쩔 수 없이 생선을 먹거나 채식을 하는 것이다.

 

무슬림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을 먹는다면 그와 반대로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 세계 무슬림 인구가 약 20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8.3%를 차지하고, 2023년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은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원)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의 약 17%를 차지할 정도로 할랄 식품은 무시할 수 없는 매우 큰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식품 회사들도 무슬림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할랄 제품을 개발하여 시판하고 있다. 할랄과 유사한 것으로는 유대인들을 위해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합당한 음식으로 결정된 코셔(Kosher)가 있다. 할랄 또는 코셔 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인된 기관에 의한 인증이 필요하고, 수출을 위해서는 해당 나라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 세계 최대 이슬람 인구를 가진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할랄 상호인정협약을 체결하여 내년 10월부터는 우리나라 인증기관에서 인증한 할랄 식품을 별도의 인증 없이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동물 보호와 환경 보전을 위해서 또는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먹거리를 가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식사 초대를 할 때 못 먹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고, 비건을 위해 콩이나 버섯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 고기를 준비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음식을 권하는 것을 예의로 알고 맛 있으니 한번 먹어보라고 또는 도전해보라고 얘기를 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이 있다. 건강 상의 이유든 신념 또는 종교적인 이유든 서로 간의 다름과 취향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채식주의를 지향할 경우 채식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채식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의 경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식물성 영양공급원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필요하다면 식물이나 미생물 유래의 영양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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