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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고병수의 '영화와 만난 의학'(15) 전 세계서 의료법으로 타투 활동 제약하는 유일한 나라 한국

‘타투(tattoo)’는 인류의 아주 오래된 문화이다. 과거에는 싸움에서 상대방을 겁주려고 새겨놓은 것부터 죄를 지은 사람에게 징표로 하는 등 다소 제한해서 이용했다. 조직폭력배나 질이 안 좋은 사람들이 하는 것으로 많이 인식하기 때문에 ‘문신(文身)’이라는 말 보다는 ‘타투'로 쓰자는 주장도 있다.

 

요즘은 개성의 표현으로 누구나 할 정도로 대중화되어서 연인끼리 짝으로 하기도 하고, 팔뚝이나 배, 등에 귀엽게 표현하기도 한다. 타투라는 말은 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에서 쓰던 언어를 그대로 차용해서 영어권에서 사용하고 있다.

 

의학에서 문제시 되는 것은 타투를 할 때 오염이나 감염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과 지울 때 몸에 상처를 낼 수 있고, 그것 또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거에는 여러 나라에서 의료법 등으로 제약을 가했고, 사람들은 몰래 타투를 새기기도 하였다.

 

타투는 과연 의료 행위일까? 한국에서 타투 관련 활동은 의사 면허 소지자만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의사들 중 과연 몇 명이 ‘타투잉(tattooing)’을 하고 있을까? 위생이나 감염의 문제는 의료법이 아닌 관련법으로도 얼마든지 주의할 수 있는데..... 얼마 전 일본에서 타투 활동은 의사가 아니어도 할 수 있도록 의료법이 개정되었다고 한다. 이제 전 세계에서 의료법으로 타투 활동을 제약하는 곳은 한국 한 나라만 남았다.

 

소년원을 나오다

 

소년원에 있다가 가석방으로 나와서 겪는 성장통 같은 영화이다. 다니엘(바르토시 비엘레니아)은 2급 살인죄로 소년원에 수감되어 있는 청년이다.

 

그는 소년원을 담당하는 토마시 신부와 친하여 미사 때 복사 역할을 전담하거나 찬송을 부르기도 한다. 신학교에 입학하여 신부가 되고 싶은 다니엘이지만 범죄자를 받아줄 신학교는 없다는 담당 신부.

 

어느 날, 소년원에 자기가 사고로 죽게 했던 소년의 형이 들어오게 되자 다니엘은 불안을 느낀다. 더 죄를 안 짓고 착실히 살겠다는 약속을 하고 그는 인력이 필요한 목공소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가석방을 얻게 된다.

 

낯선 곳으로 버스를 타고 떠나 목공소를 찾아가지만, 근처의 성당 종소리를 듣고는 무언가에 이끌린 듯 그는 성당으로 발걸음을 돌린다. 조용히 그곳에 들어선 후 홀로 앉아있던 소녀 엘리자(엘리자 리쳄벨)에게 미사가 끝났는지 묻는다.

 

엘리자는 다음 날 아침에 미사가 있다고 알려주면서 목공소에 잘 곳이 없냐고 되묻는다. 행색을 보아하니 사정이 있어서 목공소에 일하러 온 뜨내기인 줄 단번에 알아차린 것이다. 다니엘은 시치미를 떼고 사실 자신은 사제라면서 소년원에서 훔쳐 온 신부복을 꺼내 보인다. 엘리자는 그가 신부라는 사실에 놀라 교회 관리인으로 일하는 어머니 리디아(리디아 보가치)에게 안내하고, 리디아는 다시 주임 신부에게 소개한다.

 

주임 신부에게 자신은 토마시 신부이며, 이제 막 서품을 받고 보좌 신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둘러댄다. 알코올 중독자인 주임 신부는 때마침 다니엘이 교구로 오자 자기가 맡던 역할을 잠시 다니엘에게 떠맡기고 자신은 병을 치료해야 한다며 떠나버린다.

 

얼떨결에 마을에 남게 된 그는 사제관에 머물게 되었고, 고해성사를 시작으로 이 마을의 신부 대행을 하게 된다. 다니엘은 스마트폰으로 고해성사하는 방법을 찾아보고, 소년원에서 토마시 신부를 보좌하면서 배운 것을 활용하는 등 신부 대행을 잘해나간다. 독특하면서도 엄숙하지 않은, 개성 넘치는 젊은 신부는 이제 마을에서 인기 만점이 된다.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고 여러 일에 관여하게 되었지만 한 가지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얼마 전, 이 마을에서는 큰 교통사고가 일어났다. 사고로 엘리자의 오빠를 포함해서 차를 타고 있던 여섯 명의 청년들과 상대편 운전자가 모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죽은 상대편 운전자를 가해자 취급하며 마을에서 장례도 못 치르게 하고, 운전자 아내에게 저주하는 편지들을 보내 괴롭히면서 따돌림을 시켜 버린다.

 

문신을 내보이는 신부님

 

계속 갈등을 빚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니엘은 ‘성체 축일’에 미사를 집전하면서 이날 미사 때 모인 헌금은 사고 운전자의 장례를 위해 쓰겠다고 발표한다. 이러한 다니엘의 행보에 마을 사람들은 화가 난다. 그 와중에 핀체르(토마시 지엥텍)라는 소년원 동기가 찾아와 돈을 주지 않으면 그의 정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자, 다니엘은 위기를 맞는다.

 

핀체르의 고자질로 소년원 토마시 신부님이 마을로 찾아와서 정체가 탄로나버린다. 다니엘은 마지막 미사를 올리며 신부 의복을 벗어던지고,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의 몸에 새겨진 타투 형상을 보여준다. 일종의 고백 행위이다.

 

다시 소년원으로 돌아온 다니엘. 그는 다시 싸움에 휘말리게 되고, 한참 맞다가 상대를 쓰러뜨린 후 얼굴이 으스러지도록 주먹으로 내리친다. 초점을 잃은 듯한 눈은 제정신이 아니다. 신부가 되지 못한 것에 대한 원통함일까, 다시 소년원에 들어오게 된 분노일까? 아니면 여전히 변하지 않는 그의 폭력성이 되살아나는 걸까?

 

폴란드의 젊은 감독인 얀 코마사가 연출한 이 영화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기생충’과 경쟁했던 영화로 알려져 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사실 기생충보다도 더 뛰어난 작품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원제목은 ‘Corpus Christi(성체 축일)’인데, 기독교인들이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기념하는 행사를 말한다. 주인공이 신부가 되어 마을에서 이날을 축하하며 미사를 집전하게 된 것에서 영화 제목을 따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고병수는?
= 제주제일고를 나와 서울로 상경, 돈벌이를 하다 다시 대학진학의 꿈을 키우고 연세대 의대에 입학했다.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가정의학 전공의 과정을 마쳤다. 세브란스병원 연구강사를 거쳐 서울 구로동에서 개원, 7년여 진료실을 꾸리며 홀로 사는 노인들을 찾아 다니며 도왔다. 2008년 고향 제주에 안착, 지금껏 탑동365의원 진료실을 지키고 있다. 열린의사회 일원으로 캄보디아와 필리핀, 스리랑카 등 오지를 찾아 의료봉사도 한다. '온국민 주치의제도'와 '주치의제도 바로 알기' 책을 펴냈다. 한국일차보건의료학회(KAPHC) 회장,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회(KAHCPD) 부회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등을 맡아 보건의료 선진화 방안과 우리나라의 1차 의료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보건정책 전문가다. 2020년 4.15 총선에 정의당 후보로 나와 제주갑 선거구에서 분루를 삼켰지만 총선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감염이 창궐하던 대구행 의료자원봉사에 나서 숱한 이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정의당 제주도당위원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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