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살아가면서 경찰서나 법원 한 번 가보지 않았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는 드문 일이다. 크고 작은 다툼이란 끊이지 않고 발생하며, 언제 어디에서 사건이 벌어질지 모르니 내가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다른 사람과 분쟁이 생겨 상대방이 나를 고소하면, 그 고소 내용이 사실이냐 거짓이냐를 떠나서 일단 수사기관에서는 나를 피혐의자 또는 피의자 신분으로 취급하며 조사가 시작된다. 만약 나의 결백함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상황이 이상하게 꼬여버려 범죄혐의가 있다고 여겨지면, 기소가 되어 피고인 신분으로서 형사재판을 받으며 오랜 기간 고초를 겪게 된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형사법 상의 대원칙으로 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나의 결백함을 증명해야 한다. 형사재판은 사건에 따라 다르지만, 길게 이어지는 경우 처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최종적으로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3년이 훌쩍 넘어가기도 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대한민국이 3심 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1심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검찰에서는 관례적으로 ‘대부분’ 항소를 한다. 사회적으로 관심이 큰 사건이면 2심 재판에서도 무죄가 나오더라도 검찰에서는 ‘거의’ 상고를 한다. 반대로 피고인 입장에서도 억울하게 1심에서 유죄가 나오게 되면 당연히 항소를, 2심에서도 억울함이 풀리지 않는다면 대법원으로 상고를 함은 당연할 것이다. 이래저래 대법원까지 끌려간다고 보면 된다. 기나긴 시간 동안 피고인이 겪게 되는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유무형적인 기회비용을 고려하면 설령 대법원에서 무죄로 판결되더라도 그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형사재판은 불구속 재판이 원칙이기는 하나, 피고인에게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하여 구속 재판으로 진행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만약 구속 재판으로 진행이 되다가, 피고인이 무죄임이 밝혀지는 경우 억울하게 수감되어 고통 받은 시간과 정신적인 고통은 보상 되어야 함이 당연하다. 대한민국 헌법 제28조에서는 “형사피의자 또는 형사피고인으로서 구금되었던 자가 법률이 정하는 불기소처분을 받거나 무죄판결을 받은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에 정당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로서 구체적인 절차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는 주로 피고인이 구속 수감되어 재판을 받았던 경우이고, 만약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면 ‘형사소송비용 보상제도’를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다. 피고인은 무죄 판결이 확정된 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무죄판결이 확정된 때부터 5년 이내에 자신에게 무죄를 선고한 법원에 소송비용보상을 청구하면, 그동안 공판준비 및 공판 기일에 출석하는 데 든 교통비 등 여비와 일당, 변호인 선임료 등을 보상받을 수 있다. 무죄확정판결문과 재판 과정에서 발생된 비용에 대한 지출내역과 영수증 등 증빙자료를 법원에 제출하면, 접수받은 법원은 대법원 규칙 등에 따라 적정한 일당, 여비, 숙박료를 계산하고, 변호인 선임료는 국선변호인의 보수를 기준으로 사건 난이도에 따라 차등하여 보상한다. 이렇게 보상받는 금액은 형사재판을 겪으면서 실제 들어간 비용이나 고생한 시간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수도 있다. 아니, 정말 억울하게 재판을 받게 된 경우라면 그 과정에서 느끼게 되는 불안, 분노, 압박감 등으로 인한 정신적인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단언할 수 있다. 무죄를 받더라도, 보상을 받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일 뿐 애초에 재판을 받지 않았던 것보다 좋을 수 없음은 당연하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 환괘(渙卦) 환(渙)은 풀어지다, 흩어지다 뜻이다. 사람은 침착하고 평온하여야 큰일을 해낼 수 있다. 경박하고 흩어지려는 사상이 있으면 안정할 수 없다. 단결할 수 없다. 성취를 이뤄낼 수 없다. 온 쟁반에 흩어진 모래처럼 산만하여 단결력이 없는 오합지중(烏合之衆)을 어떻게 하여야 할까? 마음이 분산되면 힘을 집중할 수 없다. 학업과 사업을 그르치게 된다. 청춘을 허비하게 된다. 한 무리의 마음이 분산되면 단결할 수 없다. 분열하게 되고 손해를 입게 되면 갈등이 생긴다. 한 국가의 민심이 흩어지게 되면 국가는 사분오열하게 되고 망국의 위기에 직명하게 된다. 『주역』은 말한다. “환(渙)은 형통하니, 왕이 사당에 이르며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 정고함이 이롭다.” 무슨 말인가? 흩어질 때에 제사를 거행하고 천자가 종묘에 내려온다. 감화력이 지극하면 흩어졌던 마음을 되돌릴 수 있다. 새로이 단결할 수 있다. 큰 강을 건너기에 알맞다. 정도를 견지하기에 적당하다. 여진족을 통일하고 나서 태종 홍타이지는 기인(旗人)에 대한 제약을 강화하기 위하여 팔기제의 군사 기능을 강화하였다. 더불어 군사 동력을 확대하고 민심을 구슬리기 위하여 한족 팔기와 몽골 팔기를 세웠다. 청나라 초기 제왕들은 총포 무력 등 실전 영역을 중시하면서 팔기군은 삼번의 난을 평정하고 대만을 복속시켰으며 제정러시아의 침략을 억제하는 등 전투 중 빛나는 전공을 쌓았다. 대택향(大澤鄕) 녹림호걸 진승(陳勝)은 소리 높여 외쳤다. “왕후와 장상은 어찌 씨가 있다는 말인가!”1) 경천동지하는 소리였다. 세상을 뒤흔들어 자신과 생사를 같이 할 수천수만의 궁핍한 대중을 끌어들였다. 당신이 경영자가 되었거들랑 아랫사람에게 관심 갖는 법을 배워야 한다. 아랫사람을 단결시켜야 한다. 아랫사람의 고통을 이해하여야 한다. 진정으로 당신이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아랫사람이 알게 하여야 한다. 그러면 인심을 얻고 아랫사람도 감동받아 기꺼이 회사를 위하여 일할 것이다. 흩어지려는 생각을 없앨 수 있다. 당신의 기업을 위하여 단결할 것이다. 동시에 ‘고인(高人)’을 끌어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 : 우수한 인재를 끌어들이는 것은 기업 성공을 위한 중요한 담보다. 좋은 격려 체제를 창조하고 업체에서 가장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여야 한다. 일류의 인재를 끌어들여만 회사의 종합적 능력을 강화할 수 있다. 『주역』은 말한다. “바람이 물 위에서 부는 것이 환(渙)이니, 선왕이 이것을 본받아 상제에게 제향하고 사당을 세운다.” 무슨 말인가? 바람은 물 위로 분다. 흩어지다, 헤어지다를 상징한다. 선왕이 민심을 구슬려 국가의 힘을 증강시키려고 천지에 제사지내고 종묘를 건립하였다. 나중에 이러한 형식은 점차 민간에 전파되었다. 동족 간에 의견이 상충하고 인심이 흩어질 때 백성은 단결하고 동족 사이의 응집력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조상에게 제사지내고 연회를 베풀었다. 영웅 사이에는 의기투합한 후 의형제를 맺었다. 충실하고 성실하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하여 마찬가지로 신령에게 제사지내고 서로 가까이 했다. 『수호전』 제19회 「양산박 의사(義士)가 조개(晁蓋)를 존중하다」의 내용이다 : 양산박(梁山泊)은 이때부터 “12명의 호한이 자리 잡아 앉았다.” 양산에는 전후로 칠팔백 명이 참배하러 와 양쪽에 분립하였다. 조개가 말했다. “너희 여럿이 여기에 있다. 오늘 임교두(林敎頭)가 나를 산채의 주인으로 세웠다. 오학구(吳學究)를 군사로 하고, 공손(公孫)선생과 함께 병권을 맡는다. 임교두 등과 함께 산채를 관리한다. 너희 여러 사람은 예전 직책에 따라 산 앞과 산 뒤 사무를 관장하여 영채 모래사장을 수비하여 실수 없게 하라. 각자 힘을 다하고 같은 마음으로 함께 대의를 모아야 한다.” 다시 양쪽 방을 수습하게 하고 두 가족을 거주토록 했다. 탈취한 생진강(生辰綱)2) ― 금은보화 ―과 백가장에서 일해서 번 금은 재화를 꺼내어 즉석에서 여러 소두목과 여러 부하에게 상으로 나누어 주었다. 현장에서 소와 말을 잡아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내고 새로이 거의(擧義)하는 것을 경축하였다. 이때부터 양산의 상하 영웅 호한은 서로 화목하였다.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였다. 서로 의심하고 능력자를 질투하며 생각조차 서로 달랐던 예전 상태를 일소하였다.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내는 것은 형식이지만 진심, 성의를 표현하는 일이다. 피로 동맹을 맺었다. 맹약을 체결하면서 함께 피를 마시거나 서로 간에 상대의 피를 마셨다. 지금 관점으로 보면 옛날의 야만, 반야만적 행위를 상징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옛날 신앙에 따르면 피로 동맹을 맺으면 두 사람 혹은 여럿이 친밀하여 조금의 격의(隔意)도 없이 결합된다고 믿었다. 친형제와 마찬가지로 삶의 즐거움과 슬픔을 함께한다고 믿었다. 옛 사람들은 이러한 방식으로 피차간에 정신적으로 확실한 안위와 승낙을 얻었다. 이렇게 쌓은 단결된 힘은 결코 경시하지 못했다. 오늘 날에는 천지신명에게 제사지내는 사람이 많지 않다. 피로써 동맹을 맺는 경우도 적다. 그러나 진정으로 믿고 단결하여 서로 도왔다는 점은 소중하다 할 것이다. 진정성이 있어야 더 많은 친구를 맞이할 수 있다. 친구가 있어야 자신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재부를 쌓을 수 있다.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행복을 맛보게 해준다. 더 많은 인심을 얻고 더 좋은 인간관계를 맺으면 당신의 사업은 끊임없이 발전할 것이다. 그렇기에 절대 자신의 사상을 흩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 사상이 한번 흩어지면 소극적으로 변하게 된다. 냉담해지고 무정해진다. 진취성을 잃게 된다. 자기 사업에 백해무익하다. 당신의 앞길이 막막하게 변한다. 『주역』은 말한다. “‘그 피를 흩음’은 해로움을 멀리하는 것이다.” 무슨 말인가? 흩어질 때에 위험은 멀어지고 안정하게 된다. 재앙을 피하는 길이다. 어떤 때에는, 흩어진 사상이 모르는 사이에 은연중에 감화(感化)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문제가 생기면 대면하여야 한다. 맞서서 시정하여야 한다. 사상이 흩어진 사람은 습관적으로 자기와는 관계없다며 무관심하여, 남의 일처럼 여긴다. 일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자유주의가 범람한다. 이것은 환경에서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이때 우리가 하여야 할 일은 심도 있게 재성찰해야 한다. 마음을 편하게 하여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면서 자아의 마음을 연꽃처럼 맑게 하여야 한다. “흙탕에서 나왔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아니하고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아니하다. 가운데는 통하며 밖은 곧아, 덩굴 뻗지 않고 가지 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깨끗하게 우뚝 서 있다.”3) 안정 속에서 부단하게 손질하면서 자시 심령을 씻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흩어질 때, 우리는 구슬리고 끌어당기는 법을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이 문제가 생겼을 때 내수(內修) 외치(外治)4)를 이해하여야 한다. 안정을 취하고 태평을 추구하며 재난을 피해야 한다. 마음이 지극히 순하고 사무사(思無邪), 세속에 물들지 않고 자신의 순결을 지키며 청렴결백한 덕성을 닦으면 예전처럼 찬란하게 될 것이다. ***** 渙卦 ䷺ : 풍수환(風水渙) 손(巽: ☴)상 감(坎: ☵)하 환(渙)은 형통하니, 왕이 사당을 지극히 두며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 정고함이 이롭다./ 환(渙)은 형통하니, 왕이 사당에 이르며 큰 내를 건넘이 이로우니, 정고함이 이롭다.(渙,亨,王假有廟,利涉大川,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바람이 물 위에서 부는 것이 환(渙)이니, 선왕이 이것을 본받아 상제에게 제향하고 사당을 세운다.(象曰,風行水上,渙,先王,以,享于帝,立廟.) 상구는 흩어짐에 그 피가 제거되며 두려움에서 벗어나게 하면 허물이 없으리라./ 상구는 피를 흩어서 제거하며 두려움에서 벗어남이니, 허물이 없으리라.(上九,渙,其血,去,逖(惕),出,无咎.) 「상전」에서 말하였다 : “흩어짐에 그 피”는 해로움을 멀리하는 것이다./ 「상전」에서 말하였다 : “그 피를 흩음”은 해로움을 멀리하는 것이다.(象曰,渙,其血,遠害也.) [傳] 환괘(渙卦)는 「서괘전(序卦傳)」에 “태(兌)는 기뻐함이니, 기뻐한 뒤에 흩어지므로 환괘(渙卦)로써 받았다.”라고 했으니, 기뻐하면 펴져서 흩어진다. 사람의 기운은 근심하면 맺혀서 모이고, 기뻐하면 펴져서 흩어진다. 그러므로 기뻐함에 흩어지는 뜻이 있어서 환괘(渙卦)가 태괘(兌卦)를 이은 것이다. 환괘는 손(巽)이 위에 있고 감(坎)이 아래에 있으니, 바람이 물 위에 행해서 물이 바람을 만나면 흩어지기 때문에 환(渙)이라 한 것이다. 1) 王侯將相寧有種乎! 2) 생진강(生辰綱)은 대량으로 운송하는 생일 선물의 뜻이다. 여기서 ‘강(綱)’은 대량으로 운송하는 조직을 뜻한다. 예를 들어, 차강, 소금강 , 화석강 등이 있다. 당나라, 송나라 때에는 대오를 편성해 운반한 생일선물을 ‘생진강’이라 불렀다. 3) 出淤泥而不染,濯清涟而不妖.中通外直不蔓不枝,香遠益淸,亭亭淨植.(宋·주돈이(周敦頤)『애련설(愛蓮說)』) 4) 『대학』에서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은 ‘내수(內修)’고 ;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는 ‘외치(外治)’다. 그 중간에 ‘수신(修身)’이 있는데 ‘내수’와 ‘외치’ 양쪽을 연결하는 중추다. ‘수신’ 이전의 ‘내수’ 항목과 연결시켜 ‘독선기신(獨善其身)’하고 ; 나중의 ‘외치’ 항목과 연결한 것이 ‘겸제천하(兼濟天下)’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비건(vegan)에 대해 다룬 지난 글에서 환경보전도 채식를 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얘기했었다. 육식을 하게 되면 가축 생산 과정에서 다량의 온실가스가 발생하여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온실가스는 지구의 표면에서 우주로 발산하는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는 기체를 말하는데, 수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등이 있다. 지구는 낮에 햇빛을 받아 뜨거워 졌다가 밤이 되면 지표에 머금고 있던 열 에너지를 우주로 발산한다. 그런데 온실가스는 우주로 빠져나가는 열 에너지를 흡수, 저장한 후 다시 지구로 방출하기 때문에 밤에도 충분히 식을 수 없어 지구 전체의 온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지구온난화 현상을 일으킨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뭐가 문제지? 제주도에서도 망고, 바나나, 코코넛, 파파야 등의 열대 과일을 재배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로 제주 특산물인 한라봉, 천혜향은 거제도에서도 재배하고 있고, 사과 생산지는 점점 북상하고 있다.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우리나라 근해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종류도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만으로는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이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실제 지구온난화는 지구 환경과 생태계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감에 따라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상승하여 수심이 낮은 나라는 바닷물에 잠기게 된다. 지구에서 열이 빠져나가지 못해 에너지가 축적되면 태풍도 강해지고, 사막화가 가속화되며, 엘니뇨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해 기상이변과 재해가 빈번히 발생한다. 또한 기후에 민감한 많은 동식물 들이 멸종 위기에 처하고 있다. 즉 지구가 인간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살기 어려운 환경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1985년 세계기상기구와 국제연합환경계획에서는 온실가스 중 방출량이 월등히 많은 이산화탄소를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공식 선언하였다. 이산화탄소는 교통수단 운행, 전기 생산, 공장 가동, 가축 사육 등의 인간 활동에 의해 다량 발생한다.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석유, 가스 등의 화석 연료를 신재생에너지 또는 원자력으로 대체하고 있고, 운송 수단도 전기자동차, 수소연료전지자동차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또한 우리가 일상 생활을 하는 동안 또는 물건의 생산에서 소비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총량을 나타내는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먹거리 분야에서는 지구온난화의 환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착한 소비의 일환으로 로컬푸드(local food)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로컬푸드란 생산지와 소비되는 곳이 가까워서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말한다. 식품이 생산되어 소비자에게까지 이르는데 소요된 거리인 푸드 마일리지가 높을수록 장거리 운송을 한 것이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로컬푸드를 사용하는 것은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환경에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생산자가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당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이동거리와 시간이 짧아 신선한 먹거리를 소비할 수 있다. 또한 누가 언제 어디서 생산했는지를 연락처와 함께 표시하기 때문에 믿고 먹을 수 있다. 로컬푸드의 구입에 지불된 돈은 농민에게 돌아가 그 지역에서 쓰이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농산물 장거리 운송 시 발생하는 운송 비용, 수많은 중간 도소매업체, 수출입업체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감소하면서 농가에는 적절한 보상이 이루어지고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이다. 로컬푸드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광역 지방자치단체 산하의 보건환경연구원에서는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의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로컬푸드가 일상에서 완전히 뿌리내리기 어려운 점도 존재한다. 한 지역에서 모든 농산물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 특산물인 귤은 다른 지역에서는 로컬푸드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는 판매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다른 지역에서도 귤을 재배하여 로컬푸드 직매장에서 판매한다고 가정해 보더라도 제주와는 일조량이 달라서 귤의 당도가 떨어지므로 소비자들은 최상 품질의 제품을 구입할 수 없게 되어 결국 외면하게 된다. 이러다 보면 각 지역의 로컬푸드 직매장에 가져다 놓을 수 있는 제품이 많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한번의 장을 보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농산물을 모두 구입하지 못하게 되어 결국 대형 마트를 찾게 되는 것이다. 로컬푸드의 원칙을 해치지 않으면서 품목을 다변화해야 하는데 인근 지역과 협의하여 푸드 마일리지를 최소화하면서 농산물을 교차 판매하는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사람이 많은 대도시에는 농지가 없어 로컬푸드 공급이 어렵고, 농촌의 로컬푸드 직매장은 인구가 적어 구매할 사람이 없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농촌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인근의 대도시에서 판매하도록 한 광역형 로컬푸드 직매장이 설치×운영되고 있는데 보다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수입 농산물은 국산화해야 하느냐에 대한 문제도 있다. 오렌지는 제주에서 재배하는 귤로 충분히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귤을 먹음으로써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 환경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해외 과일을 국산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바나나는 우리 국민들도 즐겨 먹는 열대 과일인데 대체할 국산 과일이 마땅히 없다. 수입 바나나는 동남아시아에서부터 장거리 이동했기 때문에 푸드 마일리지가 커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그럼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 바나나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해야 하는가? 바나나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려면 노지에서는 어렵고 온실에서 재배해야 하는데 온도 유지를 위해 많은 난방비가 들어간다. 국산 바나나는 푸드 마일리지는 짧지만 난방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배출은 더 많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동거리로 인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푸드 마일리지)는 식품 탄소발자국 중의 일부이기 때문에 그 식품이 어떻게 재배 및 생산되었는지와 같은 식품별 탄소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수입 농산물을 소비한다면 푸드 마일리지와 탄소 배출량이 적은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몇 가지 단점에도 불구하고 로컬푸드는 당일 수확한 농산물을 직거래로 당일 소비자들에게 팔기 때문에 탄소 마일리지를 줄이는 확실한 친환경 소비 방법이다. 또한 신선한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착한 소비다. 로컬푸드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라면 실생활에서도 탄소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작은 실천도 해봄직하다. 쓰지 않는 전자제품의 플러그를 뽑아둔다거나 불필요한 전등을 꺼놓고,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되 자가용 이용 시에는 공회전, 과속, 급정지를 하지 않는 것도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좋은 방법이다. 냉방과 난방 온도를 과하지 않게 설정하고 평소에 일회 용품의 소비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환경 보전에 도움을 준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미사일(飛彈) - 양기죽(楊淇竹) 농담처럼? 미사일이 아시아에 나타날 것인가? 평화는 환상에 불과하지 한 번 사라졌던 전쟁 사실 20세기 마지막 냉전이었지. 하지만…. 인간의 마음 아직도 미치광이인가? 북한, 예고도 없이 미사일을 발사했지 동아시아인들은 긴장했다. 또 다른 무서운 발사가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미국인이 대답했다. 일본도 견해를 밝혔다. 조밀하게 쓰인 민족주의가 국제적으로 발표되었다. 누구요, 당신은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감히 내 야망을 가로막겠는가? 미사일이 농담처럼 평화의 한계에 도전하네 잊지 마세요, 동아시아인 여러분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의 마음을! 飛彈 笑話似 飛彈會在東亞出現? 和平只是假象 消聲匿跡的戰爭 那,最後一場20世紀冷戰 其實啊…… 人心 依舊熱血 北韓突然無預警射飛彈 繃緊神經的東亞人 等待,下一次發威 美國喊了話 日本表了態 密密麻麻國家主義 向外宣稱 誰,到底是誰 敢抵擋我雄心壯志 飛彈像笑話 挑釁和平的限度 東亞人別忘了 人心,充滿慾望呢! Missiles(飛彈) (By Yang, Chi-chu) A joke? Missiles will appear in Asia? Peace is nothing but an illusion That once-disappearing war Was actually the last cold war in the 20th century But . . . Human hearts Are still maniac North Korea launched missiles with no advance warning East Asians tensed Knowing another terrifying launch would come American spoke up in response Japan voiced its stance The densely written nationalism Announced internationally Who? Who on earth are you? Who dares to stand in the way of my ambition Missiles are a joke That challenges the peace limit Do not forget, East Asians Human hearts, full of desire! ◆ 양치추(Yang Chi chu, 楊淇竹) = 비평가이며 편집자이다. 그녀는 비교문학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녀는 Tamsui(2018), Farewell for Reunion(2019) Winter, Strolled on the Haiku(2020) 등 7권의 시집을 출간하였다. 그녀는 2014년에 칠레에서 열린 국제 시 회의 “Tras las Huellas del Poeta”에 참가하였으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대만 탐수이(Tamsui)에서 개최된 포모사국제시축제(Formosa International Poetry Festival)에 참여하였으며 페루에서 개최된 2017 Capulí Vallejo y Su Tierra에도 참가하였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스토킹처벌법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상대방에게 찾아가거나, 연락하여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처음 제정 당시에는 반의사불벌죄로 구성됐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죄로, 쉽게 말하면 피해자와 합의를 하면 처벌받지 않는 죄다. 피해자와 합의하면 처벌받지 않으니 가해자들의 무리한 합의 종용을 조장하여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22년 9월 14일 신당역에서 우려하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350여 차례에 걸쳐 직장 동료에게 연락하여, 스토킹 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남성이 ‘내 인생 망칠 것이냐’며 피해자에게 찾아가 합의를 종용했으나 합의를 해주지 않자 살해한 것이다. 이른바 신당역 살인 사건이다. 위 사건 발생 이후 스토킹처벌법 상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여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2023년 7월 11일자로 반의사불벌조항을 삭제하는 것으로 개정되었다. 현재는 피해자와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받는다. 그 외에도 일부 조항을 구체화하였는데, 기존 스토킹행위로 정의하던 규정 중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거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프로그램 또는 전화의 기능에 의하여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이 상대방등에게 나타나게 하는 행위'로 개정되었다. 피해자가 가해자의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 피해자의 전화기에 표시되는 ‘부재중 전화’ 표시도, ‘가해자가 보낸 글이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로 볼 것이냐는 점을 두고 하급심에서 잇따라 엇갈린 판단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스토킹 행위가 반복돼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 증폭된 피해자일수록 전화를 받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 받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토킹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면 우연한 사정에 의해 처벌 여부가 좌우되고, 처벌 범위도 지나치게 축소된다'고 판시하여 판례의 취지에 맞게 새롭게 개정된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피해자가 전화를 받지 않더라도 반복적으로 전화를 하면 처벌받는다. 스토킹 피해자들은 전화가 울리거나, 초인종이 울리는 일에도 두려움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한다. 스토킹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고, 신당역 사건과 같이 스토킹 범죄가 중범죄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다시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스토킹처벌법 개정은 타당한 것으로 생각된다. ☞김대현은? = 제주도 감사위원회, 법무법인 현답에서 근무하다 제주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대법원 국선변호인, 헌법재판소 국선대리인, 제주지방법원 국선변호인 등으로 활동 중이다.
기쁨의 다른 방식은 함께 즐거워하는 것이다. 대중과 더불어 즐거워해야만 단결할 수 있고 마음을 합쳐 협력할 수 있다. 공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단결은 마음을 합쳐 협력하는 것이다. 공동의 이상, 공동의 임무를 실현시키기 위하여 다른 개체를 전체에 응집하는 것이다. 『손자병법』은 말한다. “상하 간에 같은 바람이 있는 자는 승리한다.”(上下同欲者勝) 장군과 병사 상하 간에 동일한 욕망을 가지면 어찌 승리하지 못할 것인가. 모택동(毛澤東)도 말했다. “군민이 한 사람처럼 단결하면 천하에 누구든지 대적할 수 있다.” 단결한 단체는 부서지지 않는 굳건한 응집력이 있다. 단결한 단체만이 공격해 깨뜨릴 수 없는 전투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 기업 중에서 한 마음으로 협력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체현하고 있다 : 동심(同心), 즉 한 마음이다. 한 마음으로 한 곳을 향해 나아가, 상하 모두 똑 같이 진심으로 기업을 대하고 발전을 도모한다. 동덕(同德), 일치된 도덕관념이다. 기업 상하 모두 상대적으로 일치된, 적어도 서로 용납하는 도덕 수준과 가치 관념을 갖추고 있다. 기업 이익 목표에 부합하기 위하여 동공으로 준수하는 행위 원칙이 있다. 동향(同向), 공통된 방향이다. 개인이 분투하는 목표와 방향 선택은 천차만별이다. 그런데 기업 내부에서는 개인의 목표와 방향은 기업 조직의 목표와 방향이 통일돼 있고 일치한다. 동리(同利), 공동 이익이다. 물질이익은 회피할 수 없는 문제다. 기업과 직원을 묶어주는 기본 연결고리다. 공동 이익의 요령은 가능한 한 공평하게 하는 원칙을 지킨다. 노동에 따라 분배한다. 동락(同樂), 같이 기쁨을 누린다. 서로 간에 소통하고 조정하면 기업 전체가 서로 이해하게 되고 화합하는 즐거운 분위기가 넘쳐나게 된다. 강기슭에서 밧줄로 배를 끄는 인부, 섬부(纖夫)를 보지 못했는가? 끌어당기는 밧줄, 섬승(纖繩)을 햇볕에 그을린 적동색의 넓고 두툼한 어깨에 묶고 웃통을 벗어던진 사나이 무리를 봤을 것이다. 길고 긴 밧줄을 지고 허리를 굽혀 끈다. 맨발로 고통스러울 정도로 힘들게 배를 끌며 앞으로 나아간다. 특히 황하의 섬부는 어깨 하나에 의지해 밥을 벌어먹고 사는 사나이들이다. 황하 먹임 소리를 목청껏 불러재낀다. 강인한 기백과 꺾이지 않는 용기로 살아간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한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간난신고를 건너간다. 한 사람 또 한 사람이 고난을 헤쳐 나간다. 그들은 깊고도 무거운 중국 오천 년의 역사를 끌고 왔다. 찬란한 문명을 끌어 앞으로 나아갔다.…… 어깨 하나로 한 가정의 행복을 부담하였다. 무수한 어깨가 민족의 진흥과 부강을 짊어졌다. 강철 같은 어깨로 도의를 짊어졌나니1), 공과는 후인이 평하지 않겠는가. 현재 하여야 할 일이 있다 : 손에 손을 잡고,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자신의 근면과 지혜를 이용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 머리를 나란히 하고 더 높은 곳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도움이 필요하다. 외팔로는 돌을 들기 어렵지 않던가. 사람이 많으면 산도 옮길 수 있다. 생화 한 송이로는 아름다운 봄을 치장할 수 없다. 마음을 열라. 활달하라. 그러면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하면 함께 발전할 수 있다. ***** 兌卦 ䷹ : 태위택(兌爲澤) 태(兌: ☱)상 태(兌: ☱)하 태(兌)는 형통하니, 곧게 함이 이롭다.(兌,亨,利貞.) 「상전」에서 말하였다 : 붙어 있는 못[澤]이 태(兌)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벗들과 강습한다.(象曰,麗澤,兌,君子以,朋友講習.) [傳] 태괘(兌卦☱)는 「서괘전」에 “손괘(巽卦䷸)는 들어감이니, 들어간 뒤에 기뻐하기 때문에 태괘(兌卦☱)로 받았다”라고 했으니, 태(兌)란 기뻐함이다. 물건이 서로 들어가면 서로 기뻐하고, 서로 기뻐하면 서로 들어가니, 태괘(兌卦☱)가 이 때문에 손괘(巽卦☴)의 다음이 되었다. 1) 鐵肩擔道義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검색과 해안 - 살바도르 엘리잘데(Salvador Elizalde) 나는 느리고 둔한 빛의 긴장 속에 남아 있고 세상의 목소리는… 나는 상상한다: 조용한 남자, 움직임의 환상. 모호한 즐거움을 구별하라. 부서진 길을 돌아다니는 활동하지 않는 방랑자. 인간의 변덕을 열망하는 스케치를. 그리고 하나된 웃음, 생명의 결정체 우물과 말에 빠져들고, 그들은 나를 그린다: 앉아서 생각하는 사람, 마음속에 거칠게, 순진한 유머, 피로가 풀렸다. 압도된 조각가 지루한 외관, 사려 깊은 환상 고통의 마법에. 그리하여 빛에 맞서는 유리잔과 일상의 지루함… 광범위한 쪽으로 나를 잠깐 본다: 밝은 지평선 행복한 휴식 중… 하지만 빛이 있고… 목소리가 있다. 문장에서: 녹초가 될 때까지 추구하는 검색, 계속 검색하게 된다. Search and shore (By Salvador Elizalde) I remain in suspense slow and dull of light, while the voice of a world… I imagine: The quiet man, illusion of movement. Be distinguished for ambiguous pleasures. Inert wanderer of broken roads. Eager sketcher of human whim. And the united laughter, crystals of life slipping into wells and sayings, they draw me: Sedentary thinker, wild in the mind, naive in humor, placid in fatigue. Overwhelmed sculptor of dull facades, of thoughtful fantasies in the magic of pain. Thus, the daily tedium of a glass against the light... towards the extensive glimpses me: bright horizon in happy rest... But there is a light... and a voice in sentence: until the breakdown searching pursued, you will continue searching. ◆ 살바도르 엘리잘데(Salvador Elizalde) = 아르헨티나 엔트레리오스주(Entre Rios) 헤네랄 갈라자(General Galarza)에서 1950년에 태어났다.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 문학 전공 교수이다. 다수의 출판물에 기고하고 있으며 문학회의 및 작가 회의에 참여했다. 그의 저서로는 Textuality and Literature – 1997 – Clé Editions, Literary Paths – 2000 – Clé Editions, The land and the future – Entre Ríos Editorial – 2013, The earth and the future – Sofía Editions – 2014 등이 있으며 다수의 사화집에 참여하였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지방노동위원회의 권리구제 대리인(법원의 국선변호인과 유사한 제도)으로 활동하다 보면 상상하지 못했던 분쟁에 휘말리는 사용자와 노동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을 모두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사용자가 나름대로 꼼꼼하게 공부하긴 하지만, 관련 규정을 상세하게 파악할 수 없다. 노동자 역시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우선이지, 당장 본인이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현재 근로기준법은 노동자에게 꽤 유리한 것처럼 느껴진다. 얼핏 봤을 때 상시 근로자 수가 5인 미만인 업장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을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으나, 근로기준법 시행령 [별표 1]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이 적지 않고, 적용되는 규정이 현실과 거리가 느껴지는 경우도 많다.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급하게 필요해서 알음알음 겨우 구하는 과정에 계약서, 임금명세서, 주휴수당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사장님이 과연 얼마나 될까. 특히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서류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조차 없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의무를 다하지 아니하였다는 책임은 모두 사용자가 부담한다. 노동자를 위한 구제책과 지원은 찾아보기 쉽지만, 초보 사장님을 위한 법률적인 지원은 쉽게 받기 어렵다. 사실 사용자와 노동자 모두가 선한 마음으로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고 하는 상황이 대부분일 것이다. 사장님은 직원을 정말 가족처럼 대하고, 일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직원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여 회사의 이익이 극대화되도록 노력하는 상황이 일반적이라 믿는다. 언제나 그렇듯 극소수의 나쁜 사람들이 문제다.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사회 경험 없는 순진한 사람을 사실상 가스라이팅하며 노동을 착취하는 사용자, 정당하게 노동의 대가로 급여를 받으려는 생각 없이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서 사장님을 압박하고 괴롭히는 노동자. 근로기준법 등 관련 규정이 있어, 나쁜 사장님들에 대한 적절한 조치는 잘 이루어진다. 피해를 본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그 처리 기간도 고용노동부나 노동위원회를 통하여 법원의 소송절차보다 신속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무단으로 결근하고, 돌발행동으로 사업장에 손해를 입히는 무책임한 노동자에 대하여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조치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진다. 명백하게 우월한 지위에 있어 일부 노동자의 행동이 사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용자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소규모 사업주다. 많지 않은 직원들의 행동 하나하나가 사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악의적인 특정 직원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업 자체가 위태로워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식의 조치는 사용자에게 악몽이 시작될 뿐이다. 실제 현실과 규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장님을 보고 있으면 참 속상하고 답답하다. 그렇지만 드릴 수 있는 말은 매우 한정적이다. 당연히 법은 지켜야 하고, 다음에는 문제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부터 조력을 구하시라고. 당장 현실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법을 위반하지 않는 가장 적절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하고 있겠다고.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 태쾌(兌卦) 태(兌)는 기뻐하다, 즐겁다 뜻이다. 사람이 평생 기쁘고 즐겁게 살아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천만금을 가진 부자도 고통 받을 때에는 괴로워한다. 빈한하지만 늘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마음을 열고 통이 큰 사람만이 오랫동안 즐거울 수 있다. 모두가 함께 있고 공동으로 나아갈 때에야 행복의 맛을 체득할 수 있다. 자질구레한 일, 지나치게 따지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의 일생 중 티격태격, 울퉁불퉁한 삶은 피할 수 없다.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려거든 반드시 마음을 열고 통이 커야 한다. 공동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한마음 한뜻으로 협력하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태(兌)는 형통하니, 곧게 함이 이롭다.” 무슨 말인가? 마음이 열려 있고 통이 크면 기쁘고 즐겁게 살 수 있다. 막힘이 없고 형통하면 정도를 굳게 지키는 데에 유리하다. 사람은 자신이 매일 유쾌하고 순조롭기를 바란다. 그러나 삶은 파란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지나치게 따지면 자신의 나날을 어두침침하고 무미건조하게 만든다. 활달한 마음을 가져야만 하루하루 생활에 빛이 충만하게 된다. 활달하게 되려면 먼저 개의치 않는, 염두에 두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무엇이건 심각하게 여기지 말라는 것이다. 연구할 가치가 없거나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애써 끝까지 매달리지 말자. 너무 체면을 중시하지 말자. 일마다 ‘착실하게’ 하지 말자. ‘좁은 마음’을 갖지 말자. 하찮아서 말할 가치도 없는 것, 닭털과 마늘 껍질처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을 마음에 두지 말자. 명예와 이익의 득실에 중점을 두지 말자. 걸핏하면 화를 내면서 소리 지르지 말자. 작은 이익으로 인하여 큰 손실을 보게 되면 후회막급이다. 민감하고 공연히 의심하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곡해하게 된다. 사실을 과대포장하게 되어 가상의 적으로 삼게 된다. 임대옥(林黛玉)처럼 그렇게 꽃만 보면 눈물을 흘리지 말자. 음악만 들으면 마음 아파하거나 늘 애수에 잠기고 감상적이지 말자. 자기의 그림자를 보고 스스로 자신을 한탄하지 말자. 인생은 어떤 때에는 정말 그렇게 어리석을 필요가 있다. 개의치 않는 것은 도량이 큰 것이요 너그러움이다. 넓은 마음이나 도량이 없으면 자질구레하게 되고 용속하게 된다. 활달과 너그러움을 실현하면 자연적으로 홀가분하게 되고 유머러스하게 된다. 거기에서 일반을 뛰어넘는 매력 넘치는 성적이 용솟음친다. 개의치 않는 것을 체현하는 것은 수양이다. 고위한 인격이다. 인생의 큰 지혜다. 모든 일에 다른 사람과 비교하고 이것저것 갑론을박하며 자잘한 일까지 시시콜콜하게 따지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작은 이득을 탐하다가 큰 손해를 보는 것이다. 개의치 않는다는 것은 무위지위(無爲之爲), 즉 하지 않은 함이요 대지약우(大智若愚), 즉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과 같아, 즐거움이 끝이 없다! 개의치 않는 사람은 모두 자아를 초월하는 사람이다. 소탈하게 사는 사람이다. 자질구레한 일에 속박되지 않기에 몸과 마음이 해방된다. 자유자재로 천지간에 마음대로 질주할 수 있다. 개의치 않는 것은, 자신에게 심리 보호선을 설치해 주는 것이다. 주동적으로 번뇌를 만들어 자아를 어지럽히지 않게 된다. 부정적인 정보에 태연자약할 수 있다. “몸은 산악처럼 평온하고 마음은 흐르지 않은 물처럼 고요하다. 바람과 파도는 치게 두고, 낚시 배에 조용히 앉아 고기를 잡는다.” 이것이 자아를 보호하는 묘방이다. 목표를 굳게 지키고 간섭을 배제하는 좋은 책략이다. 우리의 정력은 결국은 한계가 있다. 곳곳이 뒤엉키고 작은 일에 얽매이면 한 가지 일도 이루지 못하게 된다. 개의치 않는 것은 현실도피와 다르다. 무관심하고도 다르다. 번잡한 세상사를 뚫어보고 소극적으로 속세를 피하여 은둔하는 것과도 다르다. 인생의 큰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도중에 취하는 소탈, 활달, 표일한 생활 책략이다. 모든 일 전체를 다 마음에 둘 필요가 없다. 달관하여야 한다.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틀림없이 멋스러우며 가뿐한 인생이 될 것이다. 인생은 산 넘고 물 건너는 여정과 같다. 평탄한 길도 있고 울퉁불퉁한 길도 있다. 순조로운 경우도 있고 역경도 있다. 활달하면 평안하고 담백하게 인생을 직시할 수 있다. 정원에 피어 있는 꽃을 웃으며 볼 수……. 활달은 인생 태도다. 호쾌함, 정직, 열정, 거리낌 없음, 명랑, 낙관, 태연 등을 포괄한다. 사람의 좋은 소질을 구성하는 데에 필요한 요소 여러 가지를 포괄한다. 활달하면 마음을 열 수 있다.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다. 인생의 발걸음이 침착하고 힘 있게 된다. 『주역』은 말한다. “붙어 있는 못[택(澤)]이 태(兌)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벗들과 강습한다.” 무슨 말인가? 못물 두 개는 서로 유통하고 촉촉하게 적신다. 피차 이익을 주고받는다. 그래서 기쁨, 즐거움을 상징한다. 군자는 마땅히 그런 정신을 본받아야 한다. 의기가 투합하고 지향하는 바가 같은 친구를 좋아한다. 함께 연구하고 토론하며 도의를 강습한다. 이것이 인생 최대의 즐거움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1. 죽은 자는 빨리 잊혀진다. 자기가 실존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 현실 세계와 현재 교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래 살고자 하기 때문에 “남(他者)은 먼저 죽어도 내가 먼저 죽는다”는 사실을 전혀 실감하지 못한다. 사실상 죽음은 당위(當爲)이지만 사람들은 현실에서는 관심을 쓰기 조차 싫어한다. 일종의 회피다. 요즈음 죽음의 모습은 어떤가. 모든 망자에게 죄송스럽게도 장례는 놀라우리만치 상품 사회가 작동하는대로 마치 공장에서 제품을 다루듯 시간 타임에 따라 빨리 빨리 죽음이 처리된다. 이걸로 봐서는 모든 사람들이 오로지 자신만은 결코 안 죽으리라 생각하여 타자의 죽음에 대해서는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한 사람의 죽음은 큰 일 중에 제일 큰 일이다. 그러나 죽음이 이상하게도 큰 일이면서 큰 일이지 않게 넘어가는 것을 보면 시대적인 간편 코스가 따라주기 때문이다. 온 세상이 돈에 미친 세상이지만, 시간이 돈이 되면서 시간을 되도록 적게 잡아야만 서로(의뢰자와 의뢰 받은 자)가 이익인 사회가 되다보니 미래에 자신이 죽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이 남의 일처럼 가볍게 여기게 된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과연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가 뭘까? 우리의 삶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길어야 3일 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자신 앞에서 사라진다. 엊그제까지만 해도 곁에 있었던 사람을 잃은, 눈물이 채 마르기도 전에 아침 이슬처럼 순식간에 잊어버리는 것은 공포에 다름아니다. 2. 산담, 사라지는 헤테로토피아 기념물 헤테로토피아(Hétérotopies)는 일종의 비밀스러운 장소의 바깥에 있는 유토피아다. 무덤 또한 장소 바깥의 공간이다. 주변 환경으로부터 고립되지만 열림과 닫힘이 있다. 무덤은 죽은 자만 기거하고 산담은 그들의 울타리 공간이었다. 거기에서는 금기가 적용되기 때문에 일종의 산 자들의 반(反)공간이 된다. 무덤은 비장소이기도 하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만남이 이루어질 때 열려 있지만 의례가 끝나면 다시 닫힌다. 즉, 의례만 치러지고 일상으로 복귀되는 소멸되는 공간이며, 이후 다시 반공간이 되기도 한다. 망자들에게는 유토피아이지만 산 자들에겐 지워지는 공간이었다. 육지의 민묘는 곡장 없이 한 구역의 산등성이를 타서 사성(莎城:흙두둑)을 하고 위계질서에 따라 묻힌다. 가족 공동체를 충실히 따르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오름 등성이나 밭머리에 산담을 하고 묻힌다. 산담은 제주 사람들의 개인이나 부부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혼백의 집으로, 제주 문화의 이녘만썩(개인만의) 문화와 ᄀᆞᆸ가름(분배)의 문화를 잘 보여준다. 3. 산담, 죽음의 돌문화 제주의 문화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돌문화이다. 제주의 돌문화는 제주인의 오랜 역사적 조형물로서 제주사람들의 정신문화와 물질문화를 잘 담아내고 있다. 제주섬 자체가 거대한 돌로 된 타원형의 배처럼 남태평양으로 나아갈 듯한 형세다. 화산 섬의 풍토를 그대로 간직한 제주 섬은 현무암 석상의 보물섬이었다. 또한 제주섬은 사방의 돌로 막혀 있어 과거에는 천연 요새의 역할도 했다. 제주의 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제주의 돌문화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생산성, 생활성, 공공성, 종교성의 돌문화가 그것이다. 1) 기념비적인 산담이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불교, 무속, 도교(민간신앙) 등과 관련된 돌문화로서 동자복 미륵, 서자복 미륵, 포제단, 공덕비, 마애명, 갯당, 본향당, 미륵, 돌코냉이, 조천석 등이 있다. 이것들은 신앙행위나 의례행위와 관련이 깊었다. 유교의 돌문화는 단연 산담이 최고였다. 산담은 석물을 세트로 거느리고 있었는데 봉분을 중심으로 문석인(간혹 돌하르방 무석인), 동자석, 망주석, 상석, 비석, 돌잔, 토신단 등 산담 속의 돌문화 무리가 있었다. 지금은 그 세트가 비었고 케이스마져 위태롭다. 가장 먼저 동자석이 사라졌으며, 문석인, 망주석 다음으로 산담 차례가 왔다. 산담은 기념비성이 있어 집안의 자랑으로써 위세로 삼았다. 벌써 아득한 소리가 돼버렸지만, 한때 조상을 숭배하고, 추앙하는 이념이 담겨 있어서 기념적인 가치를 뽐내기도 했었다. 조상을 잘 모시게 되면 그에 상응하는 은덕을 받는다는 것이다. 자손이 조상을 잘 모시면, 조상도 자손에게 잘 되게 해준다는 것이 동기감응이라는 풍수이론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 효성어린 기념비도 수명을 다해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산업이 바뀌면서 일찍부터 혐오시설이 되더니 장묘제도가 달라지면서 화장을 한 후 평장이나 수목장을 거행하고 있다. 산담은 이제 갈 길을 잃어버리고 오히려 처분을 기다리는 쓰레기 취급을 당하고 있다. 600년 전통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하루 아침에 무너지고 있고, 산담의 가치를 아는 이 또한 없다. 가장 제주다웠던 제주의 뼈대가 잘려나가고 있다. 2) 죽음의 의례도 변해버린 장묘제도와 함께 사라지고 상·장례는 통과의례로서 매우 중요하다. 제주인들은 그것을 ‘큰일’이라고 한다. 장례문화는 오랜 역사와 전통이 있으나 제주에는 조선후기에 유교직 관혼상제가 집중적으로 장려되었고, 무속적 여성문화와 유교적 남성문화가 타협을 하게 되면서 영혼관, 의례에 깊이 습합되었다. 제주 상장제례의 독특한 의례나 형식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❶토롱, 헛묘, 망사비 ❷까마귀 모른 식게, 식게밥 돌리기 ❸문전코시, 조왕코시, 칠성상 ❹귀양풀이 ❺팥죽쒀가기, 물부조 ❻철리와 철리터 방법 ❼토신제 지내기 ❽산테우리(상여매기, 봉분, 산담쌓기 하는 마을의 청년들), 암창개, 죽은 ᄒᆞᆫ서 등이 있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제는 이런 의례를 하지도 않고, 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산업의 변화는 무서운 속도로 지난 시간의 역사와 문화들을 파괴해 버린다. 이제 그 자리에 건물이 들어서고, 그 안에서는 자본주의 상품이 나날이 우리들에게 행복한 삶을 보장하겠노라고 드라마 광고가 메아리친다. 4. 무덤과 산담 무덤, ‘주검을 묻은 공간’이다. 산 사람을 그대로 묻는 것을 생장(生葬)이라고 한다. 인류의 출현에서부터 이 무덤의 역사는 시작된다. 무덤의 형태는 지역이나 풍토, 생사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등장했다. 제주에서 무덤은 산이라고 부른다. 이 산은 산처럼 봉긋한데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육지에서는 이 산을 산소, 봉분, 묘소, 분묘 등으로 부른다. 제주에서 부르는 ‘산(山)’은 중국 진제국 때 이미 ‘산’이라고 부른 사례가 있다. 이후 후대의 제왕들이 분묘는 모두 ‘산릉(山陵)’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그 산릉의 다른 말이 산이다. 제주에 이 용어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렇다면 ‘산’이라고 부르는 봉분은 어떤 이유에서 만들었을까? 봉분을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크게 세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가 무덤을 보호하기 위함이며, 둘째가 장식하기 위함이고, 셋째가 기념물로 삼기 위함이다. 제주의 ‘산’인 경우, 육지처럼 흙더미(莎城)로 무덤 뒤쪽을 병풍처럼 두르지 않고 무덤에 돌담을 두른 것이 다르다. 이 돌담을 ‘산담’이라고 하는데, 산담은 과거 제주 지역의 산업이 목축이 주류였다는데서 무덤보호를 위해서 비롯된 것이다. 들에 마소들이 ‘산’을 파헤치지 않게 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또한, 야화(野火)가 번지거나, 경작지가 침입되는 것을 막는 것 또한 무덤의 보호라는 측면이 강했다. 무덤의 장식은 산담의 형태나 조형적인 요소, 망주석, 동자석, 문석인, 돌잔 등 석물을 설치한데서 알 수 있다. 산담의 규모, 석물의 설치에서 알 수 있듯이 가문의 경제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무덤의 기념비성은 비석에 묘주(墓主)의 행적, 벼슬이나 품성, 가족의 계보 등의 기록에서 가문의 자랑과 위엄을 나타내거나 그의 위세를 알리고자하는 무덤 치장이라는 장식적인 측면, 즉 사회적으로 과시하고 있다는 것을 엿볼 수가 있다. 물론 옛 이야기지만. 무덤은 인류의 역사를 밝히는 중요한 고리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많은 수의 유물은 무덤에서 출토된 부장품이다. 이런 유물들은 ‘명기(明器)’라고 하는데 죽은 자를 위해 사후 세계에서 그 물건을 쓰도록 한데서 비롯되었다. 고대에는 이 명기 말고도 산사람까지 함께 묻었다. 이런 순장(殉葬)에는 왕의 후궁들이나 그의 종들이 많았다. 후궁들에게 생존 시에 많은 부귀와 특혜를 주는 것은 왕이 죽으면 산사람들이 같이 무덤에 가는 조건에서였다. 5. 산담, 사자(死者)를 위한 산자(生者)들의 상징 온 섬에 뒹구는 제주의 돌은 신의 선물일까 아니면 재앙일까? 농부의 일손을 더디게 할 때는 잠시 재앙이 되지만, 돌이 이처럼 흔치 않았다면 사람과 짐승의 집은 물론 죽은 자의 영혼이 쉴 무덤 또한 제대로 지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돌로 울타리를 세운 집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다가 죽으면 다시 돌담이 둘러쳐진 무덤에 누웠다. 그렇게 돌은 제주사람들의 삶과 죽음 모두에 깊숙히 관여해 왔다. 제주 곳곳에서 볼 수 있는 돌담 가운데 무덤을 둘러싼 돌담을 ‘산담’이라 부른다. 산담은 여러 용도의 돌담 중 유독 신성시되는 것으로, 무덤 속 혼백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이자 영혼의 집임을 표시하는 경계선이기도 하다. 산담은 한 줄로 쌓은 외담과 겹줄로 쌓은 겹담으로 나뉘는데, 외담은 다시 모양에 따라 원형 산담과 도토리 모양의 산담, 사각형 산담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무덤 뒷부분을 좁게 조성한 사다리꼴의 겹담도 있다. 산담에는 영혼이 다니는 신문(神門)인 ‘올레’를 둔다. 올레는 제주에 5개가 있다. 산자들의 골목에 해당하는 집올레, 잠녀들이 바다로 가는 바당올레, 신당으로 가는 당올레, 전설 속에 나오는 해저의 길목 용궁 올레, 그리고 혼백이 사는 집인 산담 올레가 그것이다. 올레는 산담 좌측 혹은 우측에 약 40~50cm 정도의 너비로 사이를 터놓은 영혼의 출입 통로를 말한다. 그리고 그 터진 공간 위에 긴 돌 1~4개를 올려놓아 마소나 사람의 출입을 통제한다. 필자는 20년 전에 올레 사이를 가로질러 놓은 긴돌을 ‘정돌’이라고 명명했다. 정돌의 의미는 집올레의 정낭을 빗대어 부른 것이다. 예를 들어 집올레의 정낭이 말의 키 크기에 따라 1~5개를 걸쳐 놓은 것이라면 산담의 올레 또한 너비에 따라 1~4개까지 긴 돌을 걸쳐 놓은 것에서 유추한 것이다. 산담의 너비에 따라 정돌의 숫자가 다르게 된다. 올레의 방향이 좌우로 나뉘는 기준은 무덤 주인의 성별이다. 남자의 무덤은 망자의 시점에서 볼 때 좌측에 만들고 여자는 우측에 만들며, 합묘인 경우 남자를 중심으로 좌측에 만든다. 간혹 산담 앞쪽에 올레를 만든 사례도 있으며, 쌍묘에서는 특별히 좌우 양쪽에 올레를 내는 경우도 있다. 산담은 원래 밭머리가 아닌 들판에 있었고, 바로 그 때문에 들불놓기로 인한 소실, 또는 마소 등 짐승의 침입으로부터 무덤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했다. 하지만 들판이었던 땅이 점차 경작지로 변하면서 밭머리에 위치하게 된 것이다. 물론 친인척에 의한 관리의 편의성을 도모하기 위해 밭 한쪽에 무덤을 만들고 산담을 조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인가(人家) 근처에 있더라도 산담의 돌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터부의 대상이다. 타당한 이유나 정해진 날 외에는 허락 없이 산담을 함부로 들어가서는 안 되었다.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먼 길을 가는 나그네가 길을 잃었을 때에 한해서는 산담 안에 들어가 잠을 자면 무덤 속 영혼이 보호해 준다고 믿었다. 산담에는 일반 돌담과는 달리 돌을 다루는 제주 사람들의 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품격이 다른 조형적 미학이 배어 있다. 그 조형성을 간단히 정의하면 ‘한국적인 선의 미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한국의 기와집은 처마의 선이 좌우로 갈수록 부드럽게 하늘을 향해 들려 있어 마치 가볍게 날아오를 것 같은 리듬감을 느낄 수 있다. 산담의 선도 이와 유사한 아름다운 리듬감을 보인다. 이는 사람들의 본능처럼 물에 뜨도록 직선보다는 양쪽을 살짝 들어 올려서 부드럽게 파도를 타는 듯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산담 측면에서 보면 높이가 낮은 산담 뒤쪽에서부터 천천히 내려올수록 위를 향해 들리듯 올라가면서 앞쪽 좌측 끝에 오면 담장의 각은 하늘을 향해 살아나 유연한 선을 그리며 올라가서 멈춘다. 이 선이 산담 좌측에서부터 중앙으로 이동할수록 서서히 잠기듯 낮아지다가 반대편 우측 끝으로 갈수록 다시 같은 방식으로 살아나서 좌측 끝과 대칭을 이룬 듯 멈춰 선다. 더 나아갈 수 없이 살짝 멈춰 버린 산담의 선은 바라볼수록 유연하여 자연스럽다. 혼백의 심부름꾼 동자석 산담 안에 세우는 동자석은 이름 그대로 어린 남자 또는 여자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동자석은 여러 기능으로 죽은 이의 영혼을 위해 예를 갖춘다. 그중에는 숭배적 기능, 봉양적 기능, 수호적 기능, 장식적 기능, 교훈적 기능, 주술적 기능, 유희적 기능이 있다. 제주의 동자석은 내륙으로부터 온 여러 성씨의 입도 시조나 부임하는 목사(牧使), 제주 출신의 양반 토호나 유배객들에 의해 전파되었다. 하지만 제주 동자석은 불교적 색채가 미처 가시지 않은 채 약간의 지역적 특징만 더해진 내륙의 대다수 동자석들과는 사뭇 다르다. 유교 문화의 중심권인 한양 지역에서 잉태된 무덤 조각인 동자석이 멀리 남쪽 끝 변방인 제주까지 흘러오는 동안 각 지역의 독특한 풍습과 여러 신앙이 결합되고, 여기에 제주의 풍토와 사상이 더해지면서 매우 독특한 동자석으로 재탄생했다. 다시 말해 제주의 동자석은 불교, 무교, 도교 및 토속 민간신앙의 다양한 요소가 함께 어우러져 반영된 점이 특징이다. 제주의 동자석은 매우 친근한 정감을 준다. 특히 18세기 조선 영·정조대에 만들어진 동자석들은 눈이 크고 선이 부드러우며 보다 정교한 특징을 지녔다. 이는 육지 왕래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제주 사람들은 국상(國喪) 때마다 능역(陵役)을 지원하여 육지에 다녀온 적이 있다. 인조 재위 때인 1629년에 내려진 출륙금지령으로 인해 육지 출입이 쉽지 않았던 탓에 능역 자원 봉사는 제주 사람들이 육지로 나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때 그들이 왕릉 조성 과정에서 보고 기억한 석상을 재현한 것이 지금의 제주 동자석이다. 문석인을 모방해 만든 것인데, 기술이 부족한 아마츄어 제주 장인들의 손에서 전혀 다른 형태의 석상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 결과 제주 동자석은 육지에서는 보기 드문 현무암을 사용해서 매우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졌으며. 오늘날에는 고유의 단순미에서 우러나는 건강한 생명력으로 인해 제주의 매력적인 얼굴로 널리 사랑받고 있었으나 지금은 거의 도굴되었고 600년 산담마저 사라져가고 있다. 회복할 수 없는 제주 토착성은 역사속으로 잠기고 있는데 석상의 보물섬이 사라져 버리면서 전국 평균적인 획일적인 땅이 되버렸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김유정은? = 최남단 제주 모슬포 출생이다. 제주대 미술교육과를 나와 부산대에서 예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평론가(한국미술평론가협회), 제주문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주의 무신도(2000)』, 『아름다운 제주 석상 동자석(2003)』, 『제주의 무덤(2007)』, 『제주 풍토와 무덤』, 『제주의 돌문화(2012)』, 『제주의 산담(2015)』, 『제주 돌담(2015)』. 『제주도 해양문화읽기(2017)』, 『제주도 동자석 연구(2020)』, 『제주도 산담연구(2021)』, 『제주도 풍토와 문화(2022)』, 『제주 돌담의 구조와 형태·미학(2022)』 등이 있다.
최근 채식은 MZ 세대를 중심으로 새로운 식생활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서양의 레스토랑에서는 채식 메뉴를 손쉽게 접할 수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따로 준비해 놓는 식당을 찾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채식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식품 회사에서는 채식 전용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 편하게 구입할 수 있다. 다이어트나 건강을 위해서 채식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에는 동물복지와 환경보존을 위해 채식주의를 고수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가축의 비윤리적인 사육 환경과 도축에 대한 거부감 또는 사육 과정에서 다량 발생하는 온실 가스를 줄이고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일상에서 채식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채식주의자(베지테리언, vegetarian)를 채소나 과일만 먹는 사람으로 아는 경우가 많은데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아래의 표와 같이 베지테리언에도 여러 단계가 있다. 우리가 흔히 채식주의자의 대명사로 알고 있는 비건(vegan)은 동물성 식품은 전혀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말한다. 심지어는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화장품도 사용하지 않고 동물의 털로 만든 옷도 입지 않는다. 비건보다 더 엄격한 것이 프루테리언(fruitarian)인데 식물에 해를 끼치지 않는 부위인 열매 위주로 먹는다. 락토 베지테리언은 비건에서 우유나 유제품을 더 먹을 수 있고, 오보 베지테리언은 달걀은 먹는다. 락토-오보 베지테리언은 우유(유제품)와 달걀을 먹을 수 있다. 페스코 베지테리언은 생선과 조개류까지 먹을 수 있고, 폴로 베지테리언은 닭고기까지도 먹는다. 최근에는 상황에 따라서 육식을 하는 플렉시테리언도 늘고 있다. 완벽하게 채식을 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채식하는 요일이나 날을 정해서 실천하는 플렉시테리언도 있다. [베지테리언의 단계] 비건은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식품은 전혀 먹지 않기 때문에 식품을 구입할 때 어떤 원료가 들어갔는지 꼼꼼히 신경 쓰게 된다. 그렇지만 콜라겐이나 젤라틴과 같이 원료명이 쓰여 있을 때는 그 원료가 동물성인지 식물로부터 얻은 것인지를 아는 것은 정말 어렵다. 우리나라에서도 채식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비건을 위한 제품이 많아지고 있고, 비건 인증을 통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비건 인증기관에서 인증을 받으려면 동물에서 유래된 원재료를 이용하지 않고, 제품에 대한 실험이나 연구에 동물을 직간접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하며, 생산 시설을 비건이 아닌 제품과 공유할 경우 철저한 세척과 생산 시간 분리로 교차오염이 없어야만 한다. 수출을 할 경우에는 각 나라의 인증 조건을 따라야 하고, 수입식품은 우리나라의 비건 조건을 만족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우유, 달걀 또는 생선을 먹는 선택적 채식주의자에게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은 장기간의 채식으로 인해 특정 영양소가 부족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영양소 중 필수 아미노산, 필수 지방산, 비타민, 무기질(미네랄)은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식품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필수 아미노산은 주로 동물성 단백질로부터 얻을 수 있지만 식물성인 콩 단백질이 대신할 수 있다. 채식을 하더라도 콩, 견과류와 같은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공급원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콩과 식물(대두, 검은콩, 렌틸콩, 병아리콩 등)과 견과류(호두, 아몬드 등)에는 단백질뿐만 아니라 필수 지방산도 많이 들어 있어 몸에 좋다. 최근에는 두부, 된장, 간장 외에도 콩에서 분리한 단백질로 만든 콩고기, 밀 글루텐으로 만든 밀고기, 버섯 단백질 등의 대체육이 제조·시판되고 있을 정도로 식물성 단백질의 공급원이 다양화되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에는 콜레스테롤이 들어 있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필수 지방산과 대부분의 비타민, 무기질은 채식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몇몇 비타민과 무기질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들이 많이 들어 있는 식물성 공급원을 찾아서 섭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비타민 B12는 부족 시 악성빈혈, 식욕저하, 무력감 등이 올 수 있는데, 주로 육류 및 유제품에 들어 있기 때문에 채식을 통해 섭취하기는 쉽지 않다. 콩에는 비타민 B12가 거의 검출되지 않지만 된장이나 청국장 등으로 발효 과정을 거치면서 미생물에 의해 비타민 B12의 함량이 증가하므로 콩 발효식품의 적절한 섭취가 필요하다. 또한 비타민 B12는 김, 매생이, 청태 등에도 꽤 들어있기 때문에 해조류를 좀더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이외에도 효모를 발효시켜 생산한 비타민 B12를 영양제로 섭취하거나, 비타민 B12가 보강된 곡물이나 두유를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무기질 중에는 철분이 부족할 수 있는데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콩류, 녹색 채소(시금치, 브로콜리 등), 견과류 등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칼슘은 부족 시 골다공증을 야기할 수 있는데 식물성 식품인 두부는 좋은 공급원이다. 두부에는 칼슘과 마그네슘이 풍부하여 뼈와 근육 건강에 도움을 주고, 필수 아미노산도 충분히 들어 있어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훌륭한 식품이다. 한편 비건과 할랄(ḥalāl) 식품을 비슷하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는데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우리나라에도 해외 유학생들과 취업자들이 많아 지면서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을 쉽게 접하게 된다. 같이 식사하는 경우도 있는데 고기가 들어간 것은 전혀 먹지 않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을 보고는 무슬림을 채식주의자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무슬림은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만 먹을 수 있고, 할랄은 식품뿐만 아니라 화장품과 의약품에도 적용된다. 할랄은 ‘허용된 것’을 뜻하는 말로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된 원료를 사용해서 허용된 방식으로 만들어야 인정받는다. 할랄 식품에는 과일, 야채, 곡류, 어류, 우유 등이 포함되고, 소고기, 양고기, 닭고기는 이슬람의 도축 방식에 의해 얻어진 것만 허용된다. 이슬람에서 금지하는 돼지고기, 술, 동물의 피는 절대 먹어서는 안되고, 이것을 원료로 한 식품, 화장품, 의약품도 사용할 수 없다. 우리나라 식당에서는 이슬람 방식으로 도축한 고기를 쓰지 않기 때문에 무슬림들은 어쩔 수 없이 생선을 먹거나 채식을 하는 것이다. 무슬림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을 먹는다면 그와 반대로 종교적인 이유로 할랄 식품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전 세계 무슬림 인구가 약 20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28.3%를 차지하고, 2023년 전 세계 할랄 식품 시장은 1조5000억달러(약 2000조원)로 전 세계 식품 시장의 약 17%를 차지할 정도로 할랄 식품은 무시할 수 없는 매우 큰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식품 회사들도 무슬림 시장 진출을 위해 다양한 할랄 제품을 개발하여 시판하고 있다. 할랄과 유사한 것으로는 유대인들을 위해 유대교의 율법에 따라 합당한 음식으로 결정된 코셔(Kosher)가 있다. 할랄 또는 코셔 식품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공인된 기관에 의한 인증이 필요하고, 수출을 위해서는 해당 나라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최근에 세계 최대 이슬람 인구를 가진 국가인 인도네시아와 할랄 상호인정협약을 체결하여 내년 10월부터는 우리나라 인증기관에서 인증한 할랄 식품을 별도의 인증 없이 인도네시아로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서, 동물 보호와 환경 보전을 위해서 또는 종교적인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먹거리를 가리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식사 초대를 할 때 못 먹는 것을 물어보는 것이 문화로 자리잡았고, 비건을 위해 콩이나 버섯으로 만든 식물성 대체 고기를 준비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음식을 권하는 것을 예의로 알고 맛 있으니 한번 먹어보라고 또는 도전해보라고 얘기를 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이 있다. 건강 상의 이유든 신념 또는 종교적인 이유든 서로 간의 다름과 취향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잡을 필요가 있다. 채식주의를 지향할 경우 채식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에 따라 채식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엄격한 채식주의자인 비건의 경우 필수 영양소가 부족하지 않게 식물성 영양공급원을 꼼꼼히 살펴야 하고 필요하다면 식물이나 미생물 유래의 영양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좌절 - 제르맹 드로오헨브로트(Germain Droogenbroodt) 인생에는 좌절이 찾아오는 법이다. 심한 좌절이, 내가 더는 알 수 없을 정도의! —César Vallejo 인생의 나날에는 천장도 없고 음울한 그런 날들이 있지 그 자신의 슬픔에 잠기는. 비록 어느 곳에든 어떻든 피난처와 빛이 있겠지만 항상 눈에 띄지 않을 때도 있다. 출처: '존재의길' 서던애리조나프레스, 2023 SETBACKS There are setbacks in life, so fierce, I don't know anymore! —César Vallejo There are days in life so roofless and gray that in their own sadness they threaten to drown. Although somewhere —how or wherever?— there must be shelter and light but not always in sight. Germain Droogenbroodt from “The Road of Being” Southern Arizona Press, 2023 ◆ 제르맹 드로오헨브로트(Germain Droogenbroodt) = 벨기에의 시인, 에세이스트 및 번역가이다. 그는 20여 권의 시집을 출판하였으며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드로오헨브로트의 시는 종종 존재의 본질, 의미 탐구 및 인간의 삶에 대한 주제를 탐구하고 있으며 그의 작품은 철학적이고 사유적인 성격과 선명한 상상력과 음악적인 언어 사용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인도 및 아프리카 시인들의 작품을 포함한 많은 시인의 작품을 번역하였다. 국제 시 번역 및 연구를 촉진하는 문화 기관 IPTR (International Poetry Translation and Research)의 창립자이다. 1985년 몽스시에서의 Grand Prix de la Ville de Mons, 2003년 Nosside International Poetry Prize, 그리고 2015년 Nosside Lifetime Achievement Award를 포함한 수많은 상을 받았다. 또한 30년 이상의 기간 POINT 출판사(POesie INTernational)에서 세계 여러 지역의 현대 시인들의 수많은 시집을 출판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