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 창수메이(Chang Su-mei, 張素妹) 신비한 혈통 모든 색상은 당신의 전생일 수 있다 조화를 위해 흑백 사이를 계속 오가네 흰색보다 차분하고, 검은색보다 은은하게 은색보다 슬프고, 파랑보다 차갑다. 관용을 위해 영원한 기쁨과 슬픔 사이를 헤매며 해가 지기 전에 형형색색의 기차가 계속 달려온다 나만의 가장 밝은 페인트를 섞어보세요 타인의 소원성취를 위해 당신은 배경이 될 의향이 있다. Grey (By Chang Su-mei) A mysterious lineage All the colors may be your past lives For harmony Keeps running between black and white Calmer than white, more low-key than black Sadder than silver, colder than blue For tolerance Trekking amidst the impermanence The colorful train keeps running ahead of the sunset Mix your own brightest paint For fulfillment of others' wishes You are willing to become the background 灰 謎樣的身世 諸色都可能是你的前生 為了和諧 奔跑於黑白兩道之間 比白沉穩 比黑低調 比銀憂傷 比藍冷寂 為了包容 跋涉於無常悲喜之中 彩色列車不斷在日落前趕路 調配自己最亮麗的顏料 為了成全 你甘心選擇當背景 ◆ 창수메이(Chang Su-mei, 張素妹) = 1960년 대둔산(大屯山) 기슭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국립대만사범대학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30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다. 교사로서 그녀는 학생들과 함께 어린이의 시 생활을 창조했으며 시의 씨앗이 서로의 마음에 심어졌다. 그녀는 시가 관찰과 변화를 위해 삶의 핵심으로 빠르게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과정이라고 믿었다. 2019년 가을, 그녀는 린셩빈(林盛彬) 시인이 지도한 현대시 과정에서 현대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첸시우첸(陳秀珍) 시인의 지도로 성장했다. 4년 동안 그녀는 중단 없이 대만 현대시 매거진(台灣現代詩)과 ‘이시 매거진(笠詩)’에 계속 기고해 왔다. ‘대둔산 옆《大屯山邊》’ 첫 시집은 2024년 출간될 예정이다. 고향 땅에 서서 실생활을 반영하고, 자유롭게 타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선율이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입니다.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격이나 다름 없는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펜안 허우꽈? 오늘은 촘말로 좋은 날인게 마씸" (안녕하세요? 오늘은 참 좋은 날입니다) "Today is a great day. How are you doing?"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 )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최근 유명 TV 프로그램에 연예인 부부 중 한명이 위자료 청구 소송을 당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어 큰 화제가 되었다. 아마도 그 동안 대중들에게 잉꼬 부부로 알려져 있어서 그 배신감이 더욱 큰 것 같다. 민법 제840조 제1호에서는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하였을 때 재판상 이혼을 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디까지를 '부정한 행위'로 봐야 될까? 예전 간통죄가 폐지되기 전에는 배우자 일방이 부정한 행위로 이혼 소송을 하기 위해서는 그 배우자가 다른 사람과 간통(성관계)을 하는 현장을 잡기 위해서 모텔에 잠복하거나 미행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런데 꼭 다른 사람과 간통을 해야만 부정한 행위가 인정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민법 제840조 제1호에서 재판상 이혼사유로 규정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라 함은 간통을 포함하는 보다 넓은 개념으로서 간통에 까지는 이르지 아니하나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이에 포함되며, 부정한 행위인지의 여부는 구체적 사안에 따라 그 정도와 상황을 참작하여 이를 평가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대법원 1987. 5. 26. 선고 87므5,87므6 판결) 쉽게 말해서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배우자가 아닌 다른 이성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되는 행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법원에서도 한방에서 밤을 지낸 행위나 성매매를 한 행위, 이성과 스킨십을 하거나 메시지 등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행위 등이 부정한 행위로 인정되고 있다. 이혼 소송에서 부정한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 순간의 호기심과 쾌락을 위하여 배우자와 자식들 모르게 부정한 관계를 형성하여 유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법적으로 수천 만원의 위자료 지급 책임을 지게 된다. 그런데 사실상 더 문제인 것은 오랜 기간 쌓아온 배우자와 자식들과의 신뢰 관계가 완전히 파탄이 나게 되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이에 향후 가족들과 동 떨어진 외로운 인생을 살게 되는 것이다. 순간의 쾌락을 위하여 많은 것을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으로 보인다. ☞홍광우는? = 대한변호사협회 부동산 및 형사전문변호사다. 현재 서귀포경찰서에서 경미범죄심사위원회 시민위원, 선도심사위원회 전문위원, 수사민원 상담센터 법률상담 변호사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서귀포시교육청 지방공무원인사위원회 위원, 서귀포지역 건축사회 법률자문위원회 위원, 서귀포시 노인복지관 고충처리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소과괘(小過卦) 소과(小過)는 약간 과분한 것, 혹은 조금 과실이 있는 것이다. 어떤 일은 작은 잘못이 유익할 경우도 있다. 잘못한 게 있어야 고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잘못을 하면 반성하게 할 수 있고 많은 도리를 명백하게 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서 성공을 촉진시킬 수 있다. 작은 잘못을 했다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어떤 때에는 작은 잘못은 양해할 수 있다. 좋은 일이다. 제창할 만하다. 다른 사람의 사실에 대한 질문에 회피할 수 있다. 다만 선의의 거짓말이어야 한다. 무력행사 할 수도 있다. 다만 노상에서 억울함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서슴없이 칼을 뽑아 돕듯이 의협심이 있어야 한다. 손윗사람에게 순종하지 않고 거역할 수 있다. 다만 정의로운 일을 위해서……. 『주역』은 말한다. “소과(小過)는 형통하니, 곧음이 이로우니, 작은 일은 할 수 있고 큰일은 할 수 없으니, 나는 새가 소리를 남김에 올라감은 마땅하지 않고 내려옴이 마땅하듯이 하면 크게 길하리라.” 무슨 말인가? 조그마한 과실이 생겼을 때 형통할 수 있다. 다만 마땅히 바름(正)을 기본으로 하여야 한다. 그렇기에 정도를 굳게 지키는 데에 이롭다. 작은 일을 하는 데에 큰일에 미치지 않게 할 수 있다. 날고 있는 새는, 슬픈 울음을 남길 때에는 높이 날아가는 것은 좋지 않다. 낮게 날아서 둥지에 머물러야 한다. 높이 나는 것은 역행이요 낮게 나는 것은 순행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대길할 수 있다. 옛날 위(魏)나라에 활을 잘 쏘기로 유명한 궁수 경영(更嬴)1)이 있었다. 활 쏘는 기술이 어찌나 출중한지 백발백중이었다. 하늘이 유달리 맑은 어느 날, 위왕(魏王)은 경영 등을 대동하고 교외에서 사냥을 나갔다. 교외에 도착했을 때 하늘을 바라보니 동쪽에서 큰 기러기 한 마리가 날아가고 있었다. 경영이 위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큰 기러기가 보이십니까?” 왕이 답했다. “그렇소. 보이오.” 경영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신은 화살을 쓰지 않고 시위만 당겨서, 저 기러기를 맞출 수 있습니다.” “정말이요?” 위왕은 믿지 못하겠다는 투로 되물었다. “그대가 그런 재주가 있다는 말이요?” 경영이 말했다. “제가 한 번 해보겠습니다.” 경영은 화살을 메기지도 않고서 왼손으로 활대를 잡고 오른손으로 활시위를 당겼다 놓으니 ‘퉁’하는 소리만 들렸다. 동시에 큰 기러기가 솟구쳐 날려고 두세 번 날갯짓하더니 갑자기 땅으로 떨어졌다. “어!” 위왕은 눈을 크게 뜨고 놀라서 말했다. “그대 정말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요!” 경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 재주가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저 기러기는 예전에 활을 맞아 부상을 입었었습니다. 무리에서 떨어져 날고 있는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위왕은 더 기이하게 생각해 물었다. “그대가 어찌 안다는 말이오?” 경영은 계속해서 말했다. “너무 피로해 천천히 날았고 울음도 처량했습니다. 천천히 난 까닭은 예전에 화살을 맞아 아직 완쾌되지 않아서 통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량하게 운 까닭은 같은 무리에서 벗어나 외로이 무리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기러기가 활시위 당기는 소리만 듣고도 두려움에 더 높이 날아가려 날갯짓을 한 것입니다.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도 않고 힘찬 날갯짓에 상처부위가 터졌고 그 고통에 날갯짓을 하지 못하여 떨어진 것입니다.” 여기서는 잠시 경영의 능력이 어떤지 얘기하지 말고 그저 큰 기러기에 대해서만 얘기해 보자. 기러기는 위험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은 부상을 입었다. 그렇다면 바람 따라 낮게 날아야 했다. 나무숲에 숨든 풀숲을 향하여 내려와야 했다. 그렇게 해야 큰 힘을 들일 필요도 없겠고 상처부위가 덧날 까닭도 없었다.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재난을 피할 수 있었다. 기러기는 수를 잘못 썼다. 날아가는 방향을 잘 못 선택하였다. 높이 날았다. 힘을 더하니 상처부위가 터졌다. 숨을 곳이 없었다. 결국 땅으로 곤두박질 할 밖에. 1) 상궁지조(傷弓之鳥), 화살을 한번 맞아본 새처럼 어떤 일로 크게 혼이 난 사람은 하찮은 일에도 두려워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전국책(戰國策)』 에 나온다. 경궁지조(驚弓之鳥)라고도 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입니다.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격이나 다름 없는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호꼼이라도 이녁이영 고치만 있구정 허우다" (잠시라도 그대와 같이 있고 싶습니다) "I just want to be with you for a while"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 )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제주의 과거와 오늘을 조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 곳곳의 발자취입니다. 21세기인 지금과 1970.80년대의 풍경이 대조됩니다. 그동안 제주는 어떻게 변했고, 어떻게 흘러갔을까요? 제주도청의 기록자료를 매주 1~2회에 걸쳐 여러분들에게 선보입니다./ 편집자 주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입니다.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격이나 다름 없는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호꼼만 이십서게" "조끄트레 불렁 이녁 얘기하는 것 들으쿠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가까이 오라고 해서 당신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Please wait a moment" "Would you mind coming closer so I can hear your story?"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 )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바이오(bio)라는 용어는 생물과 관련된 분야에 일반적으로 쓰이는데, 생물(生物)은 ‘생명을 가지고 스스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와 말 중에 어떤 것이 생물이냐고 묻는다면 말은 생물이고 자동차는 무생물이라고 누구나 쉽게 답한다. 그런데 말과 자동차의 차이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보라면 머뭇거리는 사람이 많다. 생물은 어떤 특성을 가지는가? 먼저 말은 숨을 쉬지만 자동차는 숨을 쉬지 않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 동물이 숨을 쉬는 이유는 먹은 음식물을 태워서 에너지를 얻기 위한 것이다. 자동차도 연료를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어야 바퀴가 굴러가는데 이때 산소가 필요한 것이다. 말은 풀을 먹고, 사자는 고기를 먹고, 사람은 밥을 먹듯이 자동차는 휘발유, 경유, 가스를 먹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태워서 에너지를 만들려면 산소(O2)가 필요하고 이산화탄소(CO2)와 물(H2O)로 완전 연소가 일어난다. 즉 말이나 자동차 모두 숨을 쉬고 먹이를 먹는 것이다. 미생물 중에는 산소가 있으면 오히려 살기 어려워서 공기를 싫어하는 혐기성 세균이 있다. 이러한 혐기성 세균은 공기 없이도 잘 살기 때문에 숨을 쉬느냐의 여부는 생물과 무생물을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 또한 말이 태어나서 병 들고 노화되어 죽듯이, 자동차도 만들어져 고장나고 낡아서 폐차되기 때문에 이러한 것들도 생물의 특성이 될 수 없다. 말은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이지만, 자동차는 생각이 없고 스스로 움직일 수 없다. 그렇다면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으면 생물일까? 나무는 생물이지만 바람이 불어야 움직이지 스스로 움직이지는 못한다.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움직이지만 누구도 생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또한 인공지능(AI)은 바둑에서 이미 인간을 이겼듯이 생각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생물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식물이나 미생물은 뇌가 없기 때문에 생각이란 것이 없지만 분명히 살아있는 생물이다. 즉 생각하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고 해서 생물은 아닌 것이다. 그럼 자라는 것, 즉 성장하는 것이 생물의 특성일까? 자동차는 한번 만들어지면 낡아서 고장날뿐 성장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자란다는 것이 생물의 결정적인 특성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생물인 고드름이나 석회동굴의 종유석도 점점 자란다. 성장한다는 것도 생물을 정의하는 척도가 아닌 것이다. 이외에 생물은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하지만 자동차도 유전자처럼 설계도가 있어 그 안에 모든 정보가 들어 있다. 그러면 말과 자동차의 명확한 차이가 하나 남는데 그것은 새끼를 낳을 수 있냐는 것이다. 새끼를 낳는다는 의미를 똑 같은 개체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본다면 자동차도 공장에서 똑 같은 것들을 계속 만들어 낼 수는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말은 말이 낳지만 자동차가 자동차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생물은 자기 유전자를 가진 새끼를 스스로 만들어 내는데 이것을 자기복제라고 한다. 생물을 정의하는 기준은 자기복제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그럼 할머니는 애기를 못 낳으니 무생물로 봐야 하느냐는 우스운 질문이 있을 수 있다. 할머니가 애기를 낳지 못하는 것은 노화 때문이고 인간 종족 전체로 보면 애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할머니는 당연히 생물이다. 그런데 자기복제가 불가능한 것들도 있다. 라이거는 암컷 호랑이와 수컷 사자 사이에서 태어난 것인데 라이거끼리는 새끼를 낳을 수 없고, 씨 없는 수박도 번식이 불가능하다. 라이거는 자기복제를 못하기 때문에 무생물로 봐야 하는데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자연 상태에서 사자와 호랑이가 만나 결혼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사자와 호랑이는 서식하는 환경이 아예 다르다. 사자는 초원에 살고 호랑이는 밀림에 살기 때문에 만날 일이 없고 설사 만나더라도 서로 사귀기는커녕 싸우려고 들 것이다. 인간이 개입하여 사자와 호랑이를 교배시켜 라이거가 태어난 것이지 자연 상태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씨 없는 수박도 인간이 먹기 편하게 만든 것이지 자연 환경에서라면 수박은 자손을 퍼뜨리기 위해 씨를 만들었을 것이다. 자연 상태에서 생물의 가장 큰 특징은 자기복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물의 존재 가치는 자기복제를 통해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는 것이다. 세균과 같은 생명체는 유전자를 그대로 복제하여 세포를 둘로 나누기 때문에 새롭게 만들어진 세포는 후손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볼 수 있다. 인간과 같은 고등 생물들은 정자와 난자에 자신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자기복제한 후 수정(결혼)을 통해 자기 유전자를 가진 후손에 남기는데 이것은 자연에서 자기 유전자를 살아남게 하는 훌륭한 방법이다. 만약에 내가 추위에 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데 세균처럼 그대로 유전자를 복제한다면 후손도 나와 똑 같은 유전자를 가지기 때문에 강추위가 닥치면 모두 멸종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추위에 강한 유전자를 가진 배우자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되면 내 후손은 추위에 약한 내 유전자와 추위에 강한 배우자의 유전자를 동시에 가지기 때문에 강추위가 닥치더라도 살아남게 된다. 결국 추위에 약한 내 유전자도 살아남는 것이다. 고등생물은 교배를 통해 자기 유전자의 약점을 보완함으로써 자기 유전자를 더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 세균과 바이러스의 경우에는 돌연변이를 통해 환경에 적응하도록 유전자를 계속 바꿔 나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사례만 보더라도 백신이 개발되면 돌연변이를 통해 유전자를 바꿈으로써 기존의 백신을 피해가는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만들어진다. 아주 작은 미생물에 대해 다룰 때 사람들은 세균과 바이러스를 잘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세균은 자신의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할 수가 있다. 유전자를 한 생명체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설계도로 비유하면 이 설계도를 복사하여 널리 퍼트리는 것이 생물의 사명이다. 설계도를 복사하려면 복사기, 종이와 잉크도 필요하고 또한 복사기를 돌리는데 전기(에너지)가 필요하듯이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하려면 재료, 일꾼, 에너지와 같은 것들이 있어야 한다. 세균은 이러한 것들을 모두 가지고 있어 유전자를 자기복제할 수 있지만, 바이러스는 유전자 복제에 필요한 재료, 일꾼, 에너지가 모두 없기 때문에 유전자를 스스로 복제할 수는 없다. 바이러스는 유전자와 그것을 보호하는 단백질 껍질로 이루어져 있다. 즉 설계도(유전자)가 금고(단백질 껍질) 안에 보관되어있는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같은 경우에는 유전자가 들어있는 금고를 막으로 한번 더 둘러싸서 보호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반드시 숙주세포에 들어가서 숙주세포가 가지고 있는 재료, 일꾼, 에너지를 이용하여 자기 유전자를 복제해야 한다. 바이러스는 유전자를 가지고는 있지만 자기복제가 불가능하므로 생물이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 단계에 있다고 본다. 자기복제 능력이 없는 바이러스 조차도 다른 생명체의 시스템을 이용하면서까지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영원히 남기기 위해 본능적으로 움직인다. 그런데 최고의 고등생물이라는 인간에게서 이 숙명을 따르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임신 가능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아이의 수가 0.72명이란 의미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한 국가가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을 약 2.1명으로 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오래 살기 때문에 일할 사람은 적어지고 부양할 인구는 늘어나니 젊은 세대들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살기 어렵기 때문에 애를 낳지 않는다고 하는데 오히려 후진국에서는 출산율이 높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경우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가 출산율을 낮추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진단하고 있다. 애를 낳아도 대학 보낼 때까지 막대한 사교육비가 들어가고, 무한 경쟁에 몰리며, 번듯한 직장 잡기도 어렵고, 집을 갖기는 더욱 어려우니 그러한 환경에 내 유전자를 가진 자식을 내놓기가 두려운 것이다. 원인을 파악하였고 저출산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었는데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우리 자녀들이 마음 놓고 자신의 유전자를 복제하여 후손을 남기는 생물의 본능을 충실히 실현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 교수는?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식품기술사 자격도 갖고 있다.
단수이강의 거꾸로 비친 그림자(淡水河的倒影) - 린셩빈(LIN Sheng-Bin, 林盛彬) 단수이강둑에 앉아 강에서 수천의 물고기 이야기를 듣네 예측할 수 없는 산 구름과 막연한 약속을 하는 파도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단수이강둑을 걸었지 수천 개의 눈이 물을 응시하네 이곳에서 수백 년을 지켜온 아카시아들이 걷고 앉는 연인들은 한 번의 만남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겠지 단수이강의 거꾸로 비친 그림자 매일 눈을 떠 매일 입을 벌려 결국에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 淡水河的倒影 (林盛彬) 坐在妳的河岸 千萬張的魚嘴巴在河面張口 說捉摸不定的山雲 說只有含糊承諾的水波 走在妳的河岸 千萬隻的眼睛在水中凝視 一住就是千年的相思樹 那些走走坐坐的戀人 一次性的相遇 無止境的遺忘 淡水河的倒影 每天睜開眼睛 每天張開嘴巴 沒有人記得 Reflection of the Tamsui River (By LIN Sheng-Bin) I sit on your bank Listening to thousands of fish mouthes opening on the river They are discussing the unpredictable mountain clouds Talking about water waves, as there are only vague promise I walk on your river bank Watching thousands of eyes staring at the water Those acacia trees that have lived here for hundreds of years Lovers who walk and sit a one-time encounter with the river endlessly forget about it Reflection of the Tamsui River always opens its eyes opens his mouth every moment While no one remember it eventually ◆ 린셩빈(LIN Sheng-Bin, 林盛彬) = 1957년 대만 윈린(雲林/Yunlin)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신베이시(新北市) 단수이(淡水)에 거주하고 있다. 그는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Complutense University of Madrid)에서 스페인 문학 박사 학위를, 대만 최고의 사립대학인 담강대학교(Tamkang University)에서 중국 문학으로, 파리소르본대학(Paris IV-Sorbonne University)에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그는 Li Poetry(1964년에 창간된 격월 잡지)의 편집장을 역임하고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그는 파리 IV 대학, 파리 소르본 극동 연구 센터(Université de Paris IV, Centre de Recherche sur l’Extême-Orient de Paris Sorbonne)의 객원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The War (1988)、The Family Genealogy (1991)、The Wind blows from my deep heart (2002)、Anthology of Poetry by Lin Sheng-Bin (2010), Contemplation and Meditation (2010), Blowing wind and Beating heart(2012) 등의 작품집을 출간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형사재판의 첫 공판기일에서 가장 중요한 절차는 ‘공소사실에 대한 인부’이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느냐의 질문 절차다. 재판의 절차진행과 관련하여서는 피고인의 선택에 따라 재판이 간단하게 종결되기도 하고, 증인신문 등의 증거조사 절차 진행이 필요하여 재판이 길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인식처럼 형사재판이라고 하여 피고인이 주로 무죄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에서 피고인이 사실을 모두 인정하더라도 절차상 재판 과정을 통하여 법적인 판단을 받아야 한다. 무죄를 주장하며 진행되는 사건이 전체 형사사건 중의 일부일 뿐이며, 피고인의 입장에서는 공소사실이 다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고, 본인도 억울한 점이 있어서 하고 싶은 말도 많지만 공소사실을 인정하면서 진행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는 판결 결과에서 형량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렇다면 같은 사건에서 유죄로 판단되더라도, 처음부터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며 자백하면서 받게 되는 형량과 공소사실에 대하여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하다가 받게 되는 형량의 차이는 어느 정도일 것인가? 물론 현실의 시간은 한 방향으로만 흐르니, 둘 중에 하나의 길을 선택하면 가지 않은 길의 종착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다. 컴퓨터 게임처럼 세이브 후 로드(save & load)하며 여러 선택지를 경험하는 방식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사건에서 범행에 가담한 정도가 비슷한 피고인들이 여럿일 때, 각 피고인들이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는 경우 이를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는 있겠다. 오래 전에 진행한 사건이다. 사건의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외국인 3명이 관광 비자를 받아 제주도를 방문하였다. 그러나 이들은 입국 후 2~3일 정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다가 돈을 잃고, 차량을 렌트해서 교외에 있는 한적한 타운하우스 등지를 돌며 절도행각을 벌였다. 이후 경찰에 피해신고가 접수되어 수사기관에서는 CCTV 등을 확보하여 차량번호, 동선 등을 추적하여 용의자 특정을 하였고, 사전에 출국금지를 해두어서 이들이 관광비자 만료 즈음 제주공항에서 출국하려는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수하물에서는 피해물품인 명품시계 등이 발견되었다. 1심에서 피고인 A는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B, C는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였다. 그리고 수하물에서 피해물품인 명품시계가 나온 것에 관하여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모래사장에서 주었다던가, 사건 현장 CCTV에 찍힌 것은 자신이 아니라는 등으로 변명하였다. 1심의 결과는 피고인 A는 징역 2년, 피고인 B와 C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나는 피고인 B의 변호인으로서 2심을 진행하게 되었으며, 교도소에서 피고인 B를 접견하여 진실은 무엇이냐고 가장 먼저 물어 보았다. 그러자 피고인 B는 체념한 모습으로 사실 자신들이 범인이 맞으며 다만 처벌에 대한 두려운 마음에 범행을 부인하였다고 뒤늦게 고백하였다. 나는 대한민국에는 ‘괘씸죄’라는 것이 있다고 알려주었다(국경을 초월하여 어느 사회나 표현은 다르지만 비슷한 개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누가 보더라도 증거가 확실하고, 명백한 상황인데 피고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 ‘괘씸죄’가 추가로 적용되어 원래 받아야 하는 형량보다 높게 형량을 받는다고. 그리고 피고인 B가 원래 받을 형량은 피고인 A와 같이 징역 2년형 정도였을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결국 피고인 B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번의하여,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2심 재판부의 선처를 바라기로 하였다. 그러나 피고인 C는 1심과 마찬가지로 범행을 부인하며 무죄 주장을 유지하였다. 결국 2심 재판의 결과는 피고인 B는 징역 3년으로 감형되었고, 피고인 C는 항소가 기각되어 징역 4년이 유지되었다. 개별 사건마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도 모두 다르기에 이를 일반화하기에는 어렵겠지만, 형사재판에서 공소사실을 부인하다가 유죄가 인정되면 그 판결문의 양형 이유에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점’이나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는 점’ 등의 표현이 적혀지면서 피고인이 원래 받을 수 있는 형량보다 높은 형량을 받게 될 확률이 커진다고 생각된다. 대략적인 사실관계가 일치하며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는 사건이라면, 처음부터 인정할 것은 인정하면서 재판에 임하는 것이 결과적으로도 바람직한 선택이다. /한동명 법무법인 더바로 변호사
새해를 맞아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광표 작가의 '돌하르방이 전하는 말'입니다. 제주의 상징이자 제주문화의 대표격이나 다름 없는 석상 '돌하르방'을 통해 '오늘 하루의 단상(斷想)'을 전합니다. 쉼 없이 달려가는 일상이지만 잠시나마 생각에 잠기는 순간이기를 원합니다. 매주 1~2회에 걸쳐 얼굴을 달리하는 돌하르방은 무슨 말을 할까요? 독자 여러분의 성원을 기다립니다./ 편집자 주 "난 고양고양 이녁을 안아 보곡 소랑호젠" (나는 곱게 너를 안아보고 사랑할게) "I will hold you and love you with all my heart." ☞ 고광표는? = 제주제일고, 홍익대 건축학과를 나와 미국 시라큐스대 건축대학원과 이탈리아 플로렌스(Pre-Arch )에서 도시/건축디자인을 전공했다. 건축, 설치미술, 회화, 조각, 공공시설디자인, 전시기획 등 다양한 분야로 활동하는 건축가이며 예술가다. 그의 작업들은 우리가 생활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감정에 익숙한 ‘무의식과 의식’ 그리고 ‘Shame and Guilt’ 등 현 시대적인 사회의 표현과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려 하고 있다.
적토마가 탄식하며 말했다. “공의 말은 옳지 않습니다. 여포, 그는 가장 신용이 없는 사람입니다. 부귀영화를 위하여 정원(丁原)을 죽였고 미색을 얻으려고 동탁을 죽였습니다. 유비에게 의탁해서는 서주(徐州)를 빼앗았고 원술(袁術)과 결탁하서는 혼인 사절을 죽였습니다. ‘사람이 신용이 없으면 설 수 없다’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처럼 신용이 없는 사람과 이름을 같이 한다는 것은 내 평생 가장 큰 치욕입니다. 나중에 나는 조조에게 갔습니다. 조조에게는 맹장이 구름같이 많았지만 영웅이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나는 이번 생애에서는 노예의 손에 모욕을 당하고 살 수 밖에 없겠구나, 그저 마구간에서 죽겠구나 걱정했습니다. 나중에 조조가 나를 관우장군에게 하사했습니다. 나는 일찍이 호뇌관(虎牢關) 앞에서 그의 무용을 본 적이 있었습니다. 백문루에서 그의 은의를 보고 앙모한 지가 오래됐습니다. 관우장군이 나를 보고는 크게 기뻐하며 조조에게 감사했습니다. 조조가 왜 그렇게 기뻐하느냐고 물으니 관우장군은 대답했습니다. ‘이 말이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금 다행히도 적토마를 얻었으니 어느 날 내가 형의 행방을 알게 되면 하루 만에 만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의 성심이 이와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말하지 않습니까. ‘새는 난봉(鸞鳳)을 쫓아 멀리 날고, 사람은 현량과 동반해 품성이 고상해 진다.’ 내가 어찌 죽음으로 보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백희가 듣고는 탄식하였다. “사람들이 관우장군이 그토록 성신을 갖춘 인물이라 말하였는데, 오늘 그대에게 들으니, 과연 틀림이 없구나.” 적토마는 울면서 말했다. “나는 일찍이 주나라 곡식을 먹지 않겠다고 했던 백이, 숙제의 의기를 앙모했습니다. 옥은 부서질지언정 하얀색은 손상되지 않고 대나무는 불에 탈지언정 마디는 휘어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죽습니다. 사람은 진실로 믿는 까닭에 존재합니다. 내가 어찌 오나라 곡식을 먹으면서 구차하게 살기를 바라겠습니까?” 백희도 방성대곡하였다. “미물도 이러하거늘, 사람이 어찌 견딜 수 있겠는가?” 나중에 손권에게 상소하였다. 손권이 듣고는 역시 울면서 말했다. “나는 관우가 그렇게 성신(誠信)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오늘 그 충의지사를 내가 죽였으니, 내가 무슨 면목이 있어 천하의 창생을 대면하겠는가?” 후에 손권은 유시를 내려 정중하게 관우 부자와 적토마의 장례를 치러주었다. 성신(誠信)은 인생의 지렛목이다. 사람됨의 준칙이기도 하다. 사람은 서로 존중하여야 한다. 진실하게 믿음으로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에게 존중받을 수 있다. 성신의 기초 위에서 당신은 곳곳에서 수원을 얻을 수 있고 만사가 형통하며 풍족하게 수확할 수 있다. 『주역』은 말한다. “헤아리면 길하니, 다른 마음이 있으면 편안하지 못하다.” 무슨 말인가? 일하는 데에 전심전력, 온 마음을 다 기울여야 한다. 그러면 길하다. 다른 꿍꿍이셈이 있으면 불길하다. 어떤 일을 이루려면, 업무나 학업에서 성취하려면 우유부단하거나 딴 마음을 품거나 들떠있는 것은 가장 큰 방해물이 된다. 사람을 비교해 보면 총명한 정도는 상대적으로 차이가 크지 않다. 전심전력을 하느냐의 정도가 다르다. 얻는 성적도 큰 차이가 있다. 모든 일에 전심전력하는 사람은 탁월한 성적을 얻는 경우가 많다.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은 결국 만족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 퀴리부인이 과학에서 그렇게 큰 성취를 거둔 것은 평생 일하는 데 전심전력으로 몰두했기에 가능하였다. 혁추(奕秋)는 고대에 유명한 바둑기사였다. 명성을 선모해 두 명이 찾아와 스승으로 모셨다. 혁추는 일심으로 자신의 기예를 전수해주려고 특별히 열심히 가르쳤다. 한 학생은 전심전력으로 그의 가르침을 따랐다. 다른 학생은 표면적으로 열심히 듣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집중하지 못했다. 창밖에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면서 새 고기 먹는 것을 상상하였고……. 혁추가 모든 것을 다 가르친 후 두 학생을 불러 대국케 했다. 학생은 스승의 요구에 따라 바둑을 두기 시작하였다. 바둑을 둔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뚜렷해졌다. 한 명은 침착하게 공격도 하고 수비도 했으나 한 명은 다급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여 허둥지둥하였다. 두 사람의 바둑 기술이 너무나 차이가 났다. 혁추는 바둑 기예가 뒤쳐진 학생에게 말했다. “너희 둘이 내게 같이 수업을 들었는데, 쟤는 전심전력으로 공부하였고 너는, 정신을 딴 데 팔았구나.” 사람이 전심전력하면 여러 가지 일을 잘 할 수 있다. 사람의 사상은 굉장히 놀랍다. 어떤 일에 전심전력하면 자신도 놀랄만한 성적을 거둘 수 있다. 지금 하는 사업이 아직 발전하지 않았다면 지금부터 성심으로 믿고 전심전력을 다하기 바란다. ***** 中孚卦 ䷼ : 풍택중부(風澤中孚) 손괘(巽: ☴)상 태괘(兌: ☱)하 중부(中孚)는 돼지와 물고기까지 하면 길하니, 큰 내를 건너는 것이 이롭고, 곧게 함이 이롭다.(中孚,豚魚,吉,利涉大川,利貞.) 초구는 헤아리면 길하니, 다른 마음이 있으면 편안하지 못하다.(初九,虞,吉,有他,不燕.) [傳] 중부괘(中孚卦䷼)는 「서괘전」에서 “절제하여 믿게 하므로 중부괘로 받았다”라고 한다. 절(節)이란 절제하여 넘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믿은 이후에 행할 수 있으니, 윗사람이 믿어서 지킬 수 있고 아랫사람이 믿어서 따른다. 절제하여 믿게 하니 중부괘가 절괘 다음에 있는 까닭이다. 괘의 모양은 연못 위에 바람이 있으니, 바람이 연못 위로 불어 물속으로 감동하게 하는 것이 중부(中孚)의 상이다. ‘감동[감(感)]’은 느껴서 움직이는 것이다. 안팎이 모두 충실하고 가운데가 비어서 ‘속이 미더운[중부(中孚)]’ 상이 된다. 또한 이효와 오효가 모두 양이어서 가운데가 충실하니 역시 ‘미더운[부(孚)]’ 뜻이 된다. 두 몸체로는 가운데가 충실하고 전체로는 가운데가 비었는데, 속(가운데)이 빈 것은 미더움의 근본이고, 속(가운데)이 충실한 것은 미더움의 실질이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