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내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9일 공동성명을 통해 "신항 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조차 지금의 신항 개발계획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연대회의는 "제주도가 도민 의견수렴 절차 없이 제주시 탑동 앞바다를 대규모로 매립해 신항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제주신항 개발계획은 어민 등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은 물론 도민 공론화 절차도 없이 일방적으로 만들어낸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우선 매립면적부터 문제 삼았다.
제주도의 신항 개발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국비 1조4000억원, 민자 1조원 등 총 사업비 2조4000억원을 투입해 제주신항을 건설할 계획이다. 탑동 앞바다 매립면적은 항만 및 배후부지로 131만4000㎡, 항만 재개발로 79만9000㎡ 등 총 211만3000㎡(64만여평)에 이른다. 이는 1987~1991년 매립된 16만5000㎡의 10배가 넘는 면적이다.
연대회의는 "매립 면적을 지나칠 정도로 넓게 잡은 이유는 항만 개발비용을 충당하고 사업 수익성을 맞추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며 "대규모 매립이 현실화될 경우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수중생태계 파괴와 환경훼손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항만 매립지를 상업시설로 채우겠다는 계획도 문제로 꼽았다.
항만 매립지 가운데 주상복합, 상업시설, 호텔, 해양리조트 등 상업시설 부지면적이 88만㎡로 전체 부지의 40% 이상을 차지한다.
연대회의는 "이는 제주도가 탑동 앞바다를 대규모로 매립한 후 항만 개발에 투자한 민간업체에 공사비에 상응하는 매립지를 넘겨준 뒤 이를 상업시설로 개발하겠다는 발상"이라며 "공유수면이 도민 모두의 공공자산이듯 공유수면 매립지 역시 공공자산임에도 민간투자자들의 이윤 추구를 위한 부지로 내주겠다는 것은 공익에 위배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특혜 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급기야 제주도는 신항 계획을 일방통행식으로 발표한 것도 모자라 이달 안에 해양수산부에 관련 계획을 제출하겠다는 방침"이라며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고 하더라도 도민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속전 속결로 밀어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대회의는 "신항 계획은 부지면적에서부터 사업내용, 민자유치에 이르기까지 공공시설로서의 기능을 벗어난 민간기업이 투자하는 대단위 복합관광시설로 계획돼 있다"며 "이처럼 제주경제에 중대한 현안으로 부각될 제주신항 개발계획은 제주도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면밀한 검토와 함께 충분한 도민 의견수렴과 공론화 과정을 거친 후 도민합의에 의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