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검색창 열기

[제주에 살다] 짐 선더스, 제주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주는 곳
“이젠 제주 떠나 사는 것 생각도 못해요”…‘고기국수’가 제일 좋아

 

“아이슬란드에서 살아보려고 했다. 제주에 돌아와 보니 제주가 좋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다. 제주사회에 당당한 일원으로 살고 싶다. 우리 동네 ‘통장’도 해보고 싶다.”

 

제주 전통 고기국수를 좋아한다. 원두커피보다는 잔칫집 커피가 더 좋다. 파란 눈의 이방인. 이제 그를 ‘이방인’이라고 부르기에는 어색하다. 어느덧 ‘제주사람’이 다 됐다.

 

제주가 좋아 제주여자와 결혼까지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제주에 살겠단다.

 

영국 버밍햄 근처 작고 조용한 시골마을 ‘맨세터’(Mancetter)가 고향인 짐 선더스(Jim saunders·29).

 

맨세터는 로마인들이 만든 마을이다. 지금도 로마인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평범한 주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짐의 꿈은 저널리스트였다.

 

어렸을 때부터 역사도 좋아해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학을 전공했다. 할아버지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다. 따지고 보면 한국과 인연이 깊은 가족이다.

 

대학을 졸업하던 2006년(23세)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었다. 그 동안 유럽이나 미국은 다녀봤지만 다른 나라는 가본 적이 없다. 돈을 벌면서 여행하기로 했다. 그 첫 출발지가 대한민국이다.

 

원어민 영어강사 수요가 많았던 대한민국이라 돈을 벌기 수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울산에 첫 발을 내딛고 학원 영어강사를 했다. 그러던 중 동료 외국인으로부터 제주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제주에도 한번 가보고 싶었다. 울산 생활을 정리하고 2007년 제주로 들어왔다.

 

제주시 삼양동 한 학원에서 일을 했다. 그런데 제주에는 외국인을 위한 영어정보지가 부족했다. 그래서 직접 월간 ‘제주 라이프’(Jeju Life)지(紙)를 만들었다. 캐나다로 유학을 떠나기 전까지 1년 8개월간 발행됐다.

 

그의 꿈은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지만, 제주에서 그는 꿈의 문턱까지 이룬 것이다.

 

캐나다 유학을 마치고 2010년 9월 짐은 다시 제주로 들어왔다. 제주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했던 것이다. 사실 처음 제주에 와서 만났던 제주여인을 잊지 못한 것이다. 돌아온 뒤 다시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아리랑 라디오에서 리포터로도 활약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첫 제주여인 장선옥(Jamie Jang)씨와 결혼했다. 장씨의 가족들도 짐을 사위로 선뜻 받아들였다. 짐은 장씨의 고향인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로 자주 놀러 간다. 성산일출봉이 있는 성산포로 가는 길은 그 느낌이 항상 좋다고 한다. 처갓집에서 장모님의 심부름도 곧잘 한다.

 

그는 지금 제주사람으로서 수업(?)도 받고 있다. 제주어를 배우고 있다. 일요일 아침에는 조기축구도 나간다. 텃밭에 상추를 키우기도 한다. ‘길거리 할머니 좌판 옆에 앉아 상추를 팔아볼까’라는 겁(?)없는 도전도 생각했다.

 

그는 국적을 얻으면 당당히 제주사람으로서 제주사회에 역할을 톡톡히 하겠다고 한다.

 

 

-‘제주 라이프’는 어떤 잡지인가

 

“제주에 와보니 외국인을 위한 영어정보지가 없었다. 행정기관의 것은 정보력이 부족했다. 관광지, 문화, 버스노선 등. 그래서 ‘나 같은 외국인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것이 2007년 9월 첫 발간된 ‘제주 라이프’다. 미국, 캐나다, 러시아 등 4명의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했다. 그러나 편집장, 기자, 홍보, 일러스트, 배부까지 거의 모든 일을 혼자서 해야 했다. 취재도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정보가 부족했다. 팀원들은 도로에 붙여진 홍보 포스터, 관광 안내도, 축제 일정 등에 의존해야만 했다. 직장인이라 시간도 부족했다. 인터뷰 섭외에도 한계가 있었다. 물론 돈도 없었다. 그래서 제주시에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시는 뚜렷한 지원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그러던 중 제주시청 공보과에 근무하는 강봉수씨의 도움으로 제주시로부터 매달 발간비용으로 50만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비영리비자여서 취재에 필요한 비용은 받을 수 없었다. 그래도 열심히 했다. 서귀포시에 있는 한 커피숍에 배부하기 위해 아침 일찍 한라산 횡단도로를 다니는 버스를 타고 배부하고는 출근을 위해 바로 제주시로 넘어왔다. 비자가 만료되면서 2009년 5월 제주 라이프는 중단됐다. 저널리스트 공부를 하기 위해 캐나다로 1년간의 일정으로 유학을 떠났다. 나중에는 이 정보지가 아셈(ASEM·아시아유럽정상회의) 참가자에게 배부된 제주 홍보를 위한 단행본으로 제작·활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호평을 받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제주나 한국을 알고 있었나?

 

“우리 가족은 제주도는 물론 대한민국이 어디에 있는 국가인 제대로 몰랐다. 그러나 이젠 대한민국 팬이 다 됐다. 부모님들도 제주에도 다녀갔다. 특히 아버지는 3차례나 제주를 방문했다. 아버지는 주영 한국대사관에서 발간하는 대한민국 문화 잡지를 구독하고 있다. 혹시라도 제주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인터넷 화상 전화할 때 보여주기도 한다. 또 대한민국에 대한 뉴스가 나오면 통화할 때 대화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할아버지 레이몬드 선더슨(Raymond Saunders)은 한국전쟁 참전 용사다. 해군으로 참전했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로부터 한국전쟁에 참전했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그다지 관심은 없었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면서 한국전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금은 할아버지의 한국전쟁 참전당시의 일기 일부를 블로그에 게재하기도 한다. 옛 사투리로 적혀 있어 다소 해석(?)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왜 제주가 좋은가?

 

“한라산, 바다, 들이 있다. 작은 섬 안에 모든 게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독특한 자연이 있어서 좋다. 주말마다 새로운 것들이 발견한다. 어디를 가도 새로운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래서 항상 새로운 경험도 한다. 오름도 많이 다녔다. 도시를 나와서 탁 트인 풍광을 보면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다. 운동도 할 수 있다. 오름마다 다른 경치를 지니고 있는 것도 재미있다. 100개가 넘는 오름을 다녔다. 다녀온 오름을 지도에 표시해 두기도 한다. 당오름(제주시 한경면), 단산(서귀포시 대정읍), 검은오름(제주시 조천읍), 도두봉(제주시 도두동) 등이 인상 깊다. 제주올레 코스를 모두 차례대로 완주했다. 지난 4월에 아내와 함께 고향 맨세터를 방문한 적이 있다. 낯선 땅에 온 기분이었다. 아이슬란드도 살아보려고 둘러봤는데, 푸름이 없이 삭막했다. 돌아와 보니 ‘제주도가 정말 푸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제주에서의 삶은 어렵지 않나?

 

“깊은 친구 관계를 맺는 게 어렵다. 언어 때문이다.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마음을 터놓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없다. 외국인 친구들은 대부분 조금 있다가 떠나기 때문에 깊이 사귈 수 없다. 그래서 요즘은 한국어 공부에 열심이다. 아내와 아리랑 라디오에게 제주어도 배운다. 그 외에는 어려운 점이 없다. 제주음식도 잘 먹는다. 자리물회도 먹어 봤다. 특히 고기국수는 제일 좋아한다. 처음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더라.”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 아내와 함께 영어 공부방 ‘J&J English room’을 운영한다. 이달 초 문을 열었다. 아내도 영어강사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풍부한 경험을 살릴 것이다. 이제는 세계여행 목표는 접었다. 아내와 제주에 살면서 한국 국적을 얻기 위한 시험도 볼 것이다. 그리고 제주사회 일원으로 당당히 참가하고 싶다. 동네일(통장)부터 해보고 싶다. 선거에도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꿈을 반드시 이루고 싶다. ‘제주 라이프’처럼 한계가 있는 저널리스트가 아닌 당당히 출입처를 갖고 브리핑 때도 프로페셔널하게 질문도 하고 싶다. 기회가 닺는다면 한국의 언론사에 취업해 ‘기자’라는 직함을 갖고 활동하고 싶다.”

 

■짐 선더스의 블로그 (http://blog.daum.net/jejujim), 홈페이지(www.jimsaunders.info).

 

추천 반대
추천
0명
0%
반대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제이누리 데스크칼럼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실시간 댓글


제이누리 칼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