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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파고(Fargo) (4)
세종대왕 과거시험 친히 출제 ... 장원에 뽑힌 강희맹의 답안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 ... 인재등용 모범답안으로 남아

장인에게 돈을 뜯어내기 위해 아내 납치 자작극을 벌이기로 한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납치청부업자를 구하는 일이다. 제리는 아내 납치를 설계할 순 있지만, 자신이 직접 아내를 납치하기는 간단치 않다. 그래서 그는 나쁜 일을 할 청부업자와 접촉한다.

 

 

“나는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고, 당신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 힘을 합치면 우리는 혼자는 할 수 없는 큰일을 할 수 있다.” 테레사 수녀님이 남긴 좋은 말씀이다. 제리 룬더가드는 이 말씀을 ‘아내 납치’란 나쁜 일에 실현한다. 테레사 수녀님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사람들이 힘을 합쳐 꼭 좋은 일만 하는 건 아니다. 좋은 큰일보다는 나쁜 큰일을 위해 뭉치기도 한다.

아내 납치청부업자를 ‘공채’로 뽑기는 불가능하다. 제리는 자신이 일하는 자동차 대리점에서 자동차 수리를 맡고 있는 빅풋(Big Foot)에게 납치 청부업자 ‘천거’를 부탁한다. 

인디언 후예인 빅풋은 인디언 전사처럼 무표정하고 과묵하게 자기 할 일만 한다. 왠지 믿음이 간다. 제리가 생각하기에 빅풋은 전과기록이 있는 만큼 ‘어둠의 세계’에도 인맥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빅풋 같은 듬직한 청부업자를 기대한다. 제리는 허름한 술집에서 빅풋이 추천한 청부업자 쇼월터(Showalter)를 만난다. 빅풋 스타일이 아니라 완전히 ‘양아치’ 스타일이다.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다.

‘양아치’ 같은 쇼월터는 동업자 게어(Gaear)와 함께 아내 진(Jean)의 납치에 나선다. 일단 납치에는 성공하는데, 진을 자동차 뒷좌석에 ‘싣고’ 가던 중 경찰의 불심검문을 받다가 게어가 경찰관을 사살하고, 운수 사납게 그 현장을 목격한 2명의 목격자까지 사살하고 만다.

애초에 제리가 아내 진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 줘야 한다는 것을 계약조건에 명시하지 않아서였는지 게어는 TV 보는데 계속 시끄럽게 군다고 진도 때려죽여 버린다. 주차장으로 몸값을 가져온 장인도 죽이고, 주차비 달라는 주차경비원도 죽인다. 쇼월터는 동료 게어까지 도끼로 찍어 죽인다. 

이들은 애초에 러시아 ‘바그너’ 용병부대에나 들어가야지 시시하게 미네소타 시골구석에서 부녀자 납치 용역이나 맡을 청부업자들이 아니었다. 제리는 인재영입에 실패한 셈이다. 잘못된 인재영입으로 장인과 아내 포함 대략 6명이 죽는 대참사가 발생한다. 본인도 모텔방에 숨어있다 경찰에 끌려간다. 그가 치러야 할 대가도 만만치는 않을 듯하다.

이 비극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청부업자 쇼월터와 게어의 잘못일까, 아니면 제리에게 인재 추천을 잘못한 빅풋의 잘못일까. 그것도 아니면 잘못된 추천을 받아들이고 그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제리의 잘못일까.
 

 

인재등용과 육성, 활용에 고민이 많았던 듯한 세종대왕은 1447년(세종 29년) 과거시험에 친히 문제를 출제한다. “임금이 인재를 쓰지 못하는 경우는 3가지가 있다. 첫째, 임금과 소통이 막히는 경우. 둘째, 소통하지만 임금을 공경하지 않는 경우. 셋째. 임금과 뜻이 다른 경우이다. 이는 두 맹인이 만나는 것과 같다. 이렇게 어려우니 어찌하면 임금이 인재를 등용하고 육성하고 분변(分辨)할 수 있겠는가?”

그 당시 세종도 등용해놓고 보니 ‘똑똑하기는 한데, 부모가 잘못 키워 도덕도 없고 버르장머리 없고 딴 살림 차리려는’ 인재에 진저리를 치다 이런 문제를 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해 이 시험에서 세종이 장원으로 뽑아 병조판서에까지 올랐던 강희맹(姜希孟, 1423~1484년)의 답안이 후세를 위한 인재등용의 모범답안으로 남아있다. 

“세상에 완전한 사람이나 전능한 사람은 없다. 따라서 조금 부족하더라도 적합한 자리에 기용해 인재로 키워야 하고 그에게 적당한 일을 맡겨 능력을 기르게 해야 한다. 그 사람의 결점만 지적하고 허물만 적발한다면 아무리 유능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지 못한다. 따라서 단점을 덮어두고 장점을 취하는 것이 인재를 구하는 원칙이다. 그리하면 탐욕스러운 자도 능히 인재가 될 수 있다. 임금이 올바른 도리로 구하면 인재는 항상 남음이 있는데, 어찌 인재가 없다고 단정해 딴 세상에서 구해 쓸 수 있겠는가?”

한마디로 ‘능서불택필(能書不擇筆, 명필은 붓은 탓하지 않는다)’의 논리로 모든 것은 임금 하기 나름이라는 논지를 펼친다. 우세남(虞世南), 저수량(遂良), 구양순(歐陽詢)은 당나라 3대 명필로 일컬어진다. 그중 구양순은 붓과 종이를 가리지 않고 훌륭한 글씨를 쓰는데, 저수량은 마음에 드는 붓과 먹, 종이가 아니면 아예 쓰기를 거부했다고 한다. 

어느날 그 저수량이 우세남에게 자신과 구양순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우세남이 “구양순은 종이나 붓을 가리지 않고 써도 자기 뜻대로 쓸 수 있다고 하던데, 자네가 어떻게 그런 경지에 이르겠느냐(吾聞詢不擇紙筆, 皆得如志. 君豈得此)”며 비교 불가를 선언한 데서 나온 말이 ‘명필은 붓을 탓하지 않는다’라고 한다.

세종은 강희맹의 답안에 큰 깨달음을 얻었는지 그 후에 “무릇 관직이란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들 데려다 앉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정적(政敵)이거나 나에게 불경(不敬)한 자일지라도 그 임무를 가장 잘해낼 수 있는 사람을 택해 임명하는 것”이라는 인재등용 원칙을 정립한다. 명필(名筆)이 붓을 탓하지 않듯 명군(名君)은 신하를 탓하지 않는다.

 

 

‘나라님’에게 불경스러운 전직 당대표 문제로 집권당이 여전히 소란스러운 가운데, 그 소란을 잠재우고 당을 ‘혁신’해달라고 ‘딴 세상 사람’에게 일을 맡겼더니 더 격렬하게 소란스럽다. 

부산엑스포 유치전이 놀라운 패배로 끝났다. 개최지 선정 발표 이틀 전까지도  ‘49대 51’ 초박빙 보고를 올려 대통령이 헐레벌떡 파리까지 날아가게 만든 그 인재(人才)들이 만들어낸 인재(人災)인지, 그런 인재들을 등용하고 분변 못한 대통령의 실책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세종이나 강희맹, 우세남에게 이 모습들을 보여주면 뭐라고 할지 궁금하기도 하다.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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