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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회의 '영화로 읽는 한국사회' - 파고(Fargo) (11) 대통령이 언급한 ‘선택할 자유’
상위 1%에게나 주어져 ... 보통사람에겐 강요된 선택뿐
코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 ... 총선 앞둔 국민 선택할 자유 있나

자신이 일하는 자동차대리점 정비부에서 일하는 인디언 ‘빅 풋’에게서 소개받은 청부업자 게어 그림스루드(Gaear Grimsrud)와 칼 쇼월터(Carl Showalter)를 만나본 제리 룬더가드(Jerry Lundergaard)는 못내 찝찝하다. 게어는 영혼이 가출한 듯한 눈빛으로 아무 말 없이 죽어라 담배만 피워댄다. 과묵한 건지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반대로 쇼월터라는 인물은 입에 모터라도 달아놓은 듯 쉬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아무리 짧은 문장도 f***이 안 들어가면 문장 구성이 안 된다. 한 집 건너 커피숍처럼 한 단어 건너 f***이다. 이런 자들에게 아내를 납치해달라는 청부를 하려니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하다.

이들에게 도무지 믿음이 안 가면 불합격처리하고 다른 청부업자를 찾아보는 게 맞기는 한데, 그럴 형편이 아니다. 분명 선택할 자유는 있는데 다른 선택지가 없다. 인터넷에 ‘아내 납치해줄 성실하고 용모단정한 분 급히 구함, 4만불 사례함’이라는 광고를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찝찝한 2인조에게 퇴짜를 놓고 나면 남은 선택지는 장인에게 뜯어내려던 4만불을 포기하는 것밖에 없다. 딱하게도 불길한 예감은 항상 적중한다. 청부업자로서의 ‘전문성’도 없고, ‘직업윤리’도 없고, ‘팀워크’까지 개판인 게어와 쇼월터는 평온한 브레이너드 시를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의뢰인인 제리의 아내와 장인까지 죽여버린다.

이 모든 비극의 원인이 제리가 잘못된 청부업자들을 선택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면 제리도 뭔가 억울할 듯하다. 제리에게 청부업자를 선택할 자유는 있었겠지만 ‘더 좋은 청부업자’라는 다른 선택지는 애초에 주어지지도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선택할 자유’란 대개 그렇게 다른 선택지가 없는 강요된 선택들이다.

우리 대통령이 깊은 깨달음을 얻었다는 「선택할 자유(Free to Choose)」에서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은 시장을 통제하고 간섭하는 정부가 어떻게 잘못된 결과를 가져오는지, 소비자의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일이지 설파한다. 일리가 있는 말씀이기는 한데, 왠지 크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다. 뭔가 장화 신고 가려운 발등 긁는 듯한 느낌이다.

프리드먼이 우리 대통령의 가려운 곳은 시원하게 긁어준 모양인데, 우리네의 가려운 곳은 시원하게 긁어주지 못하고 왠지 ‘딴 세상’ 이야기 같다. 과연 정부가 시장을 간섭하고 통제한 것 때문에 ‘더 좋은 것을 선택할 자유’를 제한받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어쩌면 상위 1% 혹은 10%에게나 해당하는 말인 듯하다. 

 

 

「선택할 자유」를 모두 읽고 나면 왠지 “최소한 상위 10%도 못 되면 그냥 나가 뒈지세요”라는 조롱이 들리는 듯하다. 프리드먼이 간혹 소득과 계층의 양극화 현상 심화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위 1%들이나 일류대 인기학과들을 늘어놓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직업도 원하는 대로 선택하고, 대기업들을 줄 세워놓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선남선녀 중에서 자기 짝을 임금님의 간택처럼 선택할 수 있지, ‘보통사람들’에게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반지하방에서 사는 사람들이나 폐지 줍는 노인들, 자살자들은 모두 다른 ‘선택지’가 없어서일 뿐이지, 그것이 ‘자유롭게 선택’한 것일 리 없다. 만약 제리도 미국의 1%였다면 전직 FBI 요원이나 고도로 훈련받은 전직 특수부대 요원을 ‘선택’해서 깔끔하게 일을 마무리 짓는 것이 가능했겠다. 제리나 우리네 보통사람들처럼 다른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선택할 자유’란 공염불일 뿐이다.

뉴스마다 온갖 어지러운 정치뉴스가 늘어나는 것을 보니 또 선거라는 ‘선택’할 시간이 다가오는 모양이다. 선거 때마다 게어·쇼월터와 마찬가지로 ‘전문성’도 없어 보이고, ‘직업윤리’도 없어 보이며, ‘팀워크’도 실종된 정치인들 중에서 아무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우리 처지도 자격미달의 그들에게 청부를 맡길 수밖에 없는 제리만큼이나 딱하다. 우리에겐 분명 우리의 대표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하는데, 이들 말고 달리 선택지가 없다. 

우리도 팔보채도 먹고 싶고 탕수육도 먹고 싶은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메뉴는 짜장면과 짬뽕밖에 없다고 한다. 짜장면과 짬뽕이 지겨워진 사람들을 위해 선거철만 되면 ‘짬짜면’이라는 묘한 메뉴 내놓듯이 ‘신당’이 나오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짬짜면이라는 것이 짜장면에 짬뽕 국물을 부었다는 건지, 짬뽕에 짜장을 얹었다는 건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다. 지겨운 짜장면과 짬뽕이든, 짬짜면이든 그것들이 그나마 식품위생법에 충실하다면 괜찮겠는데, 가끔은 이거 혹시 부정식품은 아닌지 찝찝하기까지 하다. 

2021년 대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후보는 어느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통해 배웠다는 자유경쟁 시장의 철학이 지금 이 시대에도 맞는 것 같냐는 질문을 받자 ‘부정식품’의 예를 들어 ‘선택할 자유’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게 프리드먼의 책을 이렇게 보면은 거기에 다 나와요… 먹으면 병 걸리고 죽는 것이면 몰라도 없는 사람은 그 아래라도, 그러니까 품질 기준선의 아래라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된다 이거야… 이거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에서 그런 말을 본 기억은 없다. 책을 꺼내어 다시 확인해보고 싶은 필요까지 느끼지는 않는다. 프리드먼이 제아무리 ‘자유지상주의자’라도 그렇게까지 심한 말을 할 리는 없다. 아마도 대통령의 ‘확대해석’이거나 ‘자의적 해석’인 모양이다. 

그러나 프리드먼이 말하는 ‘선택할 자유’를 해석한 우리 대통령의 생각이 우리나라 실정에 가장 정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현 시점에서 모든 정치인을 ‘품질 기준선’에 맞추는 건 불가능하니, 품질 기준선 아래라도 뽑도록 만들어주는 게 국민의 ‘선택할 자유’를 보장해주는 꼴일 수 있어서다. 불량 정치인 좀 뽑았다고 ‘당장 병 걸리고 죽거나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니, 이런 현실을 괜찮다고 말해야 할까. [본사 제휴 The Scoop=김상회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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