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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풍속 2.5∼6.8㎧, 고산이 최고 … 바람 이겨내는 제주인의 지혜와 문화 생겨나

"바람 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제주 하면 떠오르는 대표곡 중 하나인 혜은이의 '감수광' 도입부에는 바람, 돌, 여자가 많다는 '삼다도'(三多島) 이야기가 담겨있다.

 

돌의 경우 과거 한라산 화산활동에 의해 형성된 현무암을 말한다. 제주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으며, 돌문화는 곧 제주의 역사이자 문화다.

 

또한 과거에는 제주에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으나 2008년 이후로는 쭉 남성이 더 많아 여다(女多)는 옛말이 됐다.

 

그렇다면 바람은 어떨까. 정말 제주에는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많이 부는 것일까. 그리고 바람은 제주인에게 어떤 영향을 줬을까.

 

 

◇ 연평균풍속 2.5∼6.8㎧…전국 219개 지점 중 고산이 최고

 

1991∼2020년 30년간 평년값 기준으로 제주도의 연평균풍속은 2.5∼6.8㎧로,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강하게 분다.

 

지역별로는 제주 3.3㎧, 고산 6.8㎧, 성산 3.1㎧, 서귀포 2.5㎧로 제주도 서쪽 끝 고산에서 가장 강하게 불고, 남부 서귀포에서 가장 약하게 분다.

 

기후 평년값이 제공되는 전국 219개 지점 중 연평균풍속이 가장 빠른 곳은 고산이다.

 

제주(제주기상청) 지점보다 빠른 곳도 고산을 비롯해 대관령(3.8㎧), 백령도(4.4㎧), 울릉도(3.6㎧), 부산(3.5㎧), 목포(3.7㎧), 여수(4.1㎧), 흑산도(5.4㎧), 완도(3.4㎧), 추자도(4㎧), 거문도(4㎧), 영도(3.6㎧), 가덕도(4㎧), 간절곶(3.7㎧) 등 14곳에 불과하다.

 

또한 1991∼2020년 30년간 제주도의 폭풍일수(일 최대풍속 초속 13.9m 이상인 일수)는 총 129일이다.

 

강릉·서울·인천·대구·부산·목포 등 제주도와 기상관측 역사가 비슷한 전국 6개 지점의 평균 폭풍일수(21.5일)보다 월등히 많아 제주에 강풍이 얼마나 자주 부는지 짐작하게 한다.

 

제주의 바람은 월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4∼10월에는 북동풍이 주로 불며, 11월부터 3월까지는 북서풍이 강하게 분다.

 

계절별 풍속은 봄 2.6∼6.6㎧, 여름 2.5∼4.9㎧, 가을 2.6∼6.4㎧, 겨울 2.4∼9.4㎧로 겨울, 봄, 가을, 여름 순이다.

 

 

'제주 역사·문화와 함께 하는 제주기상 100년사'에서는 "제주도는 큰 용암이 형성해놓은 완만한 지형으로 이뤄져 있으며 중앙의 한라산을 제외하고는 바람의 이동을 막아줄 높은 지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바람이 다른 지역에 비해 강도와 빈도에서 그 규모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제주에서 가장 강한 바람이 분 날은 태풍 매미가 내습한 2003년 9월 12일이다. 이날 제주와 고산에서 최대순간풍속 60㎧의 강풍이 관측됐다.

 

초속 60m는 당시 기준으로 국내 기상관측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그 이후 2006년 10월 23일 강원 속초에서 역대 최고치인 63.7㎧가 관측됐다.

 

최대풍속(10분 평균으로 가장 세게 분 풍속)으로 보면 2003년 9월 12일에 고산 51.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같은 날 제주의 최대풍속도 39.5㎧에 달했다.

 

 

◇ 석다(石多)섬 제주의 돌문화에 담긴 풍다(風多)

 

돌 많은 제주에서 비바람에 강한 재료인 돌은 제주인의 삶 전반에 사용돼왔다. 제주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돌담에는 강한 비바람을 이겨낸 제주인의 지혜가 담겨있다.

 

돌담은 얼핏 보면 허술하게 쌓여있는 듯 하지만 웬만한 강풍에는 버텨내는 힘이 있다. 거센 바람을 막으면서 돌과 돌 사이 틈으로 바람을 통하게 함으로써 강풍의 저항을 고스란히 받아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현수막을 내걸 때 구멍을 일부 내어 바람 저항을 줄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틈을 시멘트 등으로 메운 돌담도 종종 보이지만, 오히려 이렇게 빈틈이 없으면 강풍에 더 약할 수도 있다.

 

주거문화에서도 과거부터 강한 바람을 이겨내기 위해 집 주변에 돌담을 쌓는 경우가 많았다. 돌담이 울타리이자 방풍벽 역할을 해줬다.

 

농업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척박한 땅을 일구며 캐낸 돌덩이들을 주위에 쌓으면서 생겨난 '밭담'은 농경지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물론 강풍에 의해 농작물과 흙이 유실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했다.

 

제주 밭담은 2013년 1월 국가중요농어업유산으로 지정됐고, 2014년 4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는 등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받았다.

 

검은 용이 용틀임을 하듯이 구불구불 이어진 제주 밭담의 아름다움을 '흑룡만리'(黑龍萬里)라 한다. 제주 밭담의 길이는 만리장성의 총 길이 6400㎞보다 훨씬 긴 약 2만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바람의 신' 영등할망 제주 왔다 간다는 '영등달'엔 정말 강풍 부나

 

제주에서는 음력 2월을 '영등달'이라고 부른다. 음력 2월은 우리나라에서는 겨울철 시베리아 기단의 차가운 북서풍이 약해지면서 기압골 이동이 빈번한 봄으로 바뀌는 환절기로, 날씨 변화가 심하다.

 

과거 제주인들은 봄이 온 듯 포근하다가 또 금세 찬 바람이 쌩쌩 불기도 하는 이 시기 날씨의 변화무쌍함은 '바람의 신' 영등신(영등할망)이 다녀가기 때문이라고 여겨왔다.

 

영등신은 영등날(음력 2월 1일) 바람을 몰고 제주에 와 보름간 섬 곳곳에 곡식과 해산물의 씨를 뿌린 뒤 음력 2월 15일 제주를 떠난다고 한다. 어부들은 영등 기간에 강풍이 불고 풍랑이 거세게 인다며 조업에 나서지 않기도 했다.

 

또한 제주인들은 '영등날 날이 궂으면 영등달 날씨가 궂다'며 영등날 날씨로 영등달 한 달의 날씨를 점치곤 했다.

 

영등신의 옷차림과 동행인에 따라 날씨가 달라진다는 속설도 있다. 영등기간에 비가 내리면 '영등신이 비옷을 입고 왔다'고 한다. 영등신이 딸과 함께 오면 따뜻하고, 며느리와 오면 변덕스럽고 궂은 날씨를 보인다고도 한다.

 

 

그렇다면 영등달에는 정말 강풍이 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속설은 실제와는 차이가 있었다.

 

제주기상청이 1992∼2021년 30년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영등달 바람이 유독 강하게 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영등달을 전후로 제주도의 음력 1∼3월 평균풍속을 비교해보면 영등달인 음력 2월 평균풍속은 4.4㎧로 음력 1월(4.6㎧)보다는 다소 약했고 음력 3월(3.8㎧)보다는 강했다.

 

이는 양력 1∼3월 평균풍속 추이와 같아서 영등달에 다른 달에 비해 바람이 강하게 분다는 속설과는 맞지 않았다.

 

또한 영등날(음력 2월 1일) 일 평균풍속은 2003년에 10.2㎧로 가장 강했고, 2008년에 2.6㎧로 가장 약했다.

 

1992∼2021년 30년간 영등날 평균풍속은 4.6㎧로, 이는 영등달 평균(4.4㎧)보다 조금 높아 영등달 중에서도 영등날에 평균 이상으로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영등날에 비가 내린 날은 16번 있었으며, 2017년 이후로는 쭉 영등날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

 

영등 기간 제주에서는 영등신을 환영하고 송별하며 한해의 풍요와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영등제가 열린다.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는 음력 2월 1일인 지난달 20일 제주시 수협위판장에서 영등 환영제를 열었고, 음력 2월 14일인 오는 5일에는 제주시 사라봉 칠머리당에서 영등 송별제를 연다.

 

칠머리당영등굿은 국가무형문화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보존회와 산지어촌계, 산지어민회, 어선주협회 등 주민들이 함께 지켜온 제주의 문화유산이다.

 

1980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됐으며, 2009년 9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으로 등재됐다. [연합뉴스=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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