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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재찬의 프리즘] 심상찮은 미국발 통화긴축 후폭풍

미국발 통화긴축 후폭풍이 심상찮다. 미국 뉴욕증시가 1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급락했다. 한국 코스피지수도 17개월 만의 최저치인 2600선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5월 4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하자 주요국 증시가 휘청거렸다.

 

연준이 빠른 속도로 돈줄을 죄면서 미국 달러화 가치는 2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연준은 4일 빅스텝에 이어 연내 두세 차례 추가적인 빅스텝을 예고했다. 6월, 7월 잇따라 빅스텝을 밟고, 하반기 3차례 회의에서도 0.25%포인트씩 올리면 연말 금리 상단은 연 2.75%에 이른다.

그럼 올 초 제로(0~0.25%) 수준이던 기준금리가 1년도 안 돼 3%에 다가서는 셈이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초저금리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흥국으로 향했던 글로벌 자금의 이탈이 본격화할 수 있다. 달러 빚이 많은 신흥국일수록 달러화 대비 통화가치가 급락(환율 상승)하며 빚 부담도 커진다.

다급해진 신흥국들이 기준금리를 올리며 방어선을 쌓았지만, 인도·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통화가치는 속절없이 급락했다. 우리나라의 돈, 원화가치도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6시 기준 1290선을 넘어섰다.

미국발 통화긴축 후폭풍으로 금리·환율이 급등하고 주가가 급락하는 긴축발작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달러 부채가 많은 신흥국에서 1994년 멕시코에 닥쳤던 ‘테킬라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테킬라 위기 당시 도화선도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이었다. 연준은 1994년 2월부터 1년 만에 6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3%에서 6%로 끌어올렸다.

달러화 강세에 따른 자금 이탈은 멕시코의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불길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르헨티나·태국·필리핀을 거쳐 한국까지 연쇄적으로 위험에 빠뜨렸다. 이를 두고 금융위기가 ‘멕시코 전통술 테킬라에 취한 것처럼’ 인접국가에 번졌다고 해서 ‘테킬라 효과’로 불렀다.
 

금융시장만 불안한 게 아니다. 실물경제도 심상치 않다.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에 근접하며 13년 반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三重高가 깊어지는 가운데 무역과 재정에선 ‘쌍둥이 적자’가 나타났다.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도시 봉쇄로 글로벌 공급망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그 여파로 원유·가스·석탄 등 3대 에너지 가격이 치솟고 곡물과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자 월간 수출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도 무역수지는 3~4월 두달 연속 적자를 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경제위기에 준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국가채무와 가계빚이 역대 최대인 판에 금리는 10여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기대했던 3% 성장은 물 건너갔고, ‘2%대 저성장, 4%대 고물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 재정을 풀어 성장을 떠받치자니 물가를 자극할 수 있고, 물가를 잡으려고 금리를 올리자니 경기불황이 우려되는 딜레마 상태다. 재정지출 확대 카드는 직전 문재인 정부 시절 급증한 국가채무 때문에 재정건전성이 악화돼 있어 쓰기도 어렵다.  

따라서 새 정부로선 물가상승 압력을 억제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새 정부는 1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370만명에게 최소 600만원의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을 지급하기 위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36조4000억원으로 결정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손실 보상은 필요하다. 문제는 물가가 치솟는 판에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면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경제가 굉장히 어렵다”며 “제일 문제가 물가”라고 염려했다. 추경 재원은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 7조원과 초과세수로 마련한다지만 경기가 예상보다 침체하는 상황에서 세수가 얼마나 더 걷힐지 장담하기 어렵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지방선거만 의식하지 말고 경제상황과 민생을 고려해 추경 규모를 조정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 경제팀은 금융·실물 시장에 한꺼번에 몰아친 복합위기 상황을 직시해야 한다. 현행 경제정책 방향은 문재인 정부 경제팀이 세계경제가 양호하리란 전망에서 만든 것이다. 과감한 규제개혁과 과학과 기술, 혁신에 기반해 민간 주도 성장을 일깨우는 쪽으로 경제운용계획을 다시 짤 때다. 긴급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중장기 발전 계획도 세워 시장에 믿음을 줘야 한다. [본사 제휴 The Scoop=양재찬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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