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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숲길 산책 (10)] 야생으로 자라는 돌복숭아 ... 제주말로 '복생기'

 

숲속 한 편에는 비닐하우스 설치 작업이 한창이다. 익숙한 솜씨로 철재 구조물을 설치하고 비닐을 씌우더니 금새 감귤묘목이 심어졌다.

 

이 땅에서 살아 온 농민들은 뛰어난 과학자들이다. 감귤이 재배된 이후로 짧은 기간에 크게 성장하더니 기술적으로도 큰 발전을 이루어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과 같이 전세계 어디에 내어놔도 손색이 없는 뛰어난 상품을 만들었다.

 

감귤(citrus)은 오렌지(orange), 레몬(lemon), 만다린(mandarin)으로 구분되며, 이 땅에서 재배되는 품종은 만다린으로 껍질을 벗겨서 먹는 종류이다. 만다린에는 유럽에서 생산되는 탠저린이나 클레멘타인이 있으나 껍질을 까려면 물이 질질 흘러 내려서 불편하기도 하고 씨도 많아 먹기도 힘들다.

 

외국의 오렌지나 레몬이라도 이 땅에서 농민들이 만들어 낸 감귤이 더 뛰어나다. 불모지에서 레몬을 생산해서 수출한다니 쾌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농민들은 꾸준하게 연구하여 더욱 우수한 상품을 만들어 낼 것이다.

 

누가 부르지는 않았지만 소리도 없이 살며시 다가온 봄기운이 숲속에 가득하다.

 

숲 속 한구석에서 하얀색으로 피어나는 빛나는 꽃은 벚꽃인줄 알았다. 겨울을 지나면서 잎은 하나도 남김없이 떨어진 채로 고향의 봄을 알리려는 듯이 조심스럽게 복숭아꽃이 피어나는 중이다.

 

야생으로 자라는 돌복숭아다. 제주말로 '복생기'라고 불렀던것 같기도 하다. 누가 돌보아 주지 않았지만 숲 속 한 구석에서 봉오리를 맺는 꽃은 잠시 후면 화려하게 피어나고 농민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흥흥 거릴 것이다. 꽃이름은 복사꽃이라고 하기도 한단다.

 

수줍은 듯이 피어나던 꽃이 피었구나 하는 순간 무성한 잎이 나무를 덮으며 속에는 주렁주렁 열매가 달려 마음이 풍부해지는 느낌이다. 물 오른 나무가지와 알차게 커가는 열매들을 보면 올해도 풍성한 수확을 거둘것이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의 천도 복숭아는 아니지만 야생으로 자라나는 이 돌복숭아는 요즈음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농가 소득원으로 각광을 받는다. 이 나무의 열매는 물론이고 잎이고 뭐고 몸에 다 좋다면서 열매가 익을 때면 누군가 다 따간단다.

 

 

복숭아는 옛날부터 많은 얘기가 전해진다. 신선들이 사는 무릉도원, 한번 먹으면 3000년을 산다는 선도복숭아, 온갖 잡귀를 내쫓는 선목(仙木)이라 부르기도 한다.

 

옛날 중국 후한시대에 유신과 완조라는 사람이 깊은 산속에 약초를 캐러갔다가 길을 잃어 헤매다가 양식이 다 떨어지고 거의 죽을 지경에 이르렀다. 주저 앉아 다 포기한 상태에서 마침 복숭아 나무를 발견하고 잘 익은 복숭아를 따먹고 기운을 차렸다.

 

이어서 으리으리한 누각을 발견하고 거기에서 아름다운 두 여인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살다가 반년쯤 지나서 고향에 돌아와 보니 아는 사람은 다 죽어 없고 7대 손들이 살고 있었다 한다. 잠깐 사이에 200년이 흘러 가버렸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옛날부터 선비들은 꽃을 즐기기 위해 집 주변에 돌복숭아 나무를 심었다고 전해지기도하고, 신선세계나 이상세계의 상징이 되기도 했었다.

 

누구에게나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라며 흥얼거리던 동요 '고향의 봄'은 늘 봄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아이들이 맑은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너무나 친근하다.

 

마침 복숭아꽃을 보았으니 따뜻한 가슴을 지닌 시인이라면 얼마나 좋을 까마는 기억이 아련한 어느 시인의 시(詩)가 떠오를 듯 말듯하다.

 

'......오늘도 복사꽃 피는 고향엔 꽃향기를 전해주는 잔잔한 바람이 인다......'

 

마침 살구꽃이나 진달래를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한참 일손이 바쁜 농민에게 다가가서 물어 보았다.

 

“살구나무나 진달래 보지 못했수가?”

 

“게메 양! 바빠부난 살펴보지 못허연!”

 

야생나무들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한량(閑良)이 바쁜 농민에게는 한심해 보이는 표정이다. 살구나무나 진달래는 꽃집에 가면 많이 볼 수는 있지만, 야생 살구나무나 진달래는 이 숲 속 어디엔가 잘 있을테지만 찾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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