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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숲길 산책 (9)] 숲의 외곽을 지키는 망토식물 ... 표준어는 청미래 덩굴

 

숲 속에서 포크레인과 전기톱 소리가 요란하다. 재선충으로 붉게 물들은 소나무를 제거하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아름드리 소나무가 밑둥에서 잘려나갔다.

 

숲 속 깊이 들어가면서 포크레인 바퀴자국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잘려나간 소나무 주변에는 돌과 흙이 파헤쳐지고, 작은 관목과 덤불이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포크레인 삽질은 두세번 좌우로 훑어버리면 한 무더기 청미래 덩굴이 흩어져 버리지만 포크레인을 탓할 수는 없는 형편이다.

 

또 하나의 숲의 공해는 외래 식물이다. 여러 가지 외래식물 중에서도 '도깨비 가지'라 이름 붙여진 이 식물은 서양 도깨비 같이 번식력이 강하여 다른 토종 식물을 밀어내면서 자리를 넓게 잡아가면서 순식간에 숲의 생태계를 파괴해버린다. 날카로운 가시와 함께 주둥이를 내밀고 역한 악취를 내뿜으며 열매를 키워 번식해 나가는 중이다.

 

이 고약한 외래 식물은 당장 캐어 버리고 싶지만 도구가 없어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다.

 

관계 공무원에게 신고를 하였더니 "즉시 처리하겠다!"고 한다.

 

이럴 때 '도깨비 가지'에게 딱 어울리는 말이 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가지고 있다. 나한테 그 주둥이가 얻어터지기 전까지는!"(무하마드 알리)

 

 

포크레인 작업과 도깨비 가지에게서 밀려 난 '청미래 덩굴'이 한편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청미래 덩굴은 산야 어디에서든지 흔하게 마주칠 수 있는데 자신이 스스로 바로 서지를 못하여 다른 나무에 얹혀살아야 된다.

 

숲은 인간의 간섭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하여 그 숲의 외곽 경계에는 망토식물 공동체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청미래 덩굴은 그 공동체 구성원의 하나라고 전해지기도 한다.

 

다시 살펴보니 청미래 덩굴은 숲의 외곽에서 자라고 숲의 안쪽에는 보이질 않는다. 길게 뻗어나간 줄기는 깊은 숲 속으로 들어가는 사람의 발길을 막으려는 듯 망토처럼 덮여지고, 날카롭게 돋은 가시는 사람의 손길로부터 간섭을 막고자 하는 숲의 본능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다른 지방에서는 '덜 익은 푸른(靑) 열매의 덩굴'이라는 의미로 한자와 한글이 섞여진 이름으로 불려지고, 잎과 줄기, 뿌리와 열매를 약용으로 쓴다든지 여러 가지 용도로 쓰여 진다는데 제주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듯하다.

 

 

농부들은 '청미래 덩굴'이라는 표준말 대신에 '밸랑귀낭'이라는 자유분방하고도 억척스러운 소녀 같은 이름을 붙여 주었다.

 

아마도 가지 수명이 2~3년에 불과하여 말라 없어지고 다시 새로운 가지와 가시가 돋아나면서 불규칙하게 뻗어나가는 모습에 어울리는 이름인 듯하다.

 

밸랑귀낭 가지는 자유분방하게 이리저리 뻗어나가고, 가지에 붙어있는 가시는 억세고도 앙칼스럽다. 그 덩굴 사이에 자라는 빨간 열매는 보석같이 겨울 눈 속에서 빛나는 모습이다.

 

빛을 발하며 반짝이는 잎을 배경으로 가을에 익는 빨간 열매는 지난 겨울 내내 달려 있었다. 겨울을 지나 봄이 완연한데도 여태 매달려 있는데 아마도 새로운 열매가 나올 때까지 버티면서 매달려 있을 기세다.

 

마침내 밸랑귀낭 잎은 더욱 푸르고 가지들은 숲을 보호하려는 듯 쭉쭉 사방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봄을 열어가듯이 노란 꽃을 활짝 피워 그 자리에는 청포도 같은 푸른 열매를 키우고 가을이 되면 다시 빨갛게 익어 갈 것이다.

 

그냥 지나치면 밸랑귀낭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가시덤불과 같지만 숲을 보호하는 큰 역할을 다시 새겨 보기로 하였다.

 

마침 밸랑귀낭의 새 순이 돋아나고 있다. 새 순은 촉촉하고 싱싱한 물기로 농부들의 입맛을 다시기도 했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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