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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연의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3) 제주도민 대량 살상 예고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조중연 작가의 소설 '욕망의 섬, 에리시크톤의 반격' 입니다. 일찌감치 제주의 역사성과 자연의 가치, 문화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보던 조 작가의 소설은 제주가 가진 정체성에 대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소설은 역사적 자료와 학술논문.서적을 두루 살펴 논픽션이 가미된 제주사를 다시 픽션의 영역으로 풀어냅니다. 반듯한 사실이 주류지만 때론 작가의 상상과 추리.추정이 가미돼 등장인물과 사실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설의 취지는 개발과 파괴로 도륙의 길을 걷고 있는 제주를 재발견하자는 취지입니다. 아울러 소설은 계간 『제주작가』 2020년 봄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저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주]

 

 

결7호작전

 

1944년 7월, 사이판이 함락되자 일본 본토가 적의 공습 가시권에 들어가면서 미군의 본토 상륙에 대한 대응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다. 일제는 미군의 상륙 방향을 두 경로로 예측했다. 하나는 사이판과 괌에서 일본 동남부의 오가사와라 제도를 거쳐 태평양을 거슬러 도쿄를 직접 타격하는 경로였다. 또 하나는 필리핀에서 오키나와 열도를 거쳐 서남부 규슈로 상륙하는 루트였다.

 

규슈 경로가 채택될 경우, 미군은 제주도를 점령한 후 여기에 베이스캠프를 꾸리고 일본 본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컸다. 이는 규슈 상륙작전과 일제 최정예 부대인 관동군의 본토 합류를 차단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노릴 수 있었다.

 

1945년 2월 9일, 일제의 방위총사령관은 각 방면군 사령관에게 비밀 작전 명령을 내린다. 이른바 암호명 「결호(決號)작전」이었다.

 

이름에서부터 결연한 의지가 풍기는 이 작전 중 결1호에서 결6호까지는 모두 일본 영토이고, 제주도만 유일하게 일본 영토 외 지역이었다.

 

이미 일본 본토에서는 1945년 4월 전쟁 종결의 임무를 지고 스즈키 간타로(鈴木貫太郞) 내각이 들어서 있었다. 일왕 히로히토는 일본 육군 강경파 원수(元帥) 하타 슌로쿠 대신, 문관과 해군에서 추천한 스즈키 간타로를 총리로 지명했다. 스즈키 내각은 본토 결전 준비와 명예로운 강화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해두고 있었다.

 

‘명예로운 강화’는 말은 언뜻 멋들어 보이지만, 오키나와 전투에서 이미 자행되었던 잔인함과 교활함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것뿐이었다. 열패감에 사로잡혔던 일제는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미군에게 가급적 많은 타격을 가함으로써 유리한 종전조건을 끌어내기 위해 자국 민간인마저 인간 방패로 사용했다. 제주도 결7호작전 역시, 이러한 일제의 종전 전략 속에서 제주도민의 대량 살상이 예고되어 있었다.

 

‘결7호작전’에 따라 17방면군 산하 58군이 제주도에 창설되었다. 이로써 1944년 300명에 불과하던 병력이 아홉 달 만에 10배 이상 불어났고, 1945년 8월에는 7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조선 전체 병력 24만 명 중 30% 이상의 병력이 제주도에 집중되었다. 여기에 만주에 배치되었던 최정예 부대 관동군까지 합세한다.

 

전쟁이 끝난 1945년 9월 28일, 제주도에는 육지와 별도의 항복 접수팀이 도착한다. 미24군단 그린 대령은 도야마 사령관에게 제주 58군에 대한 항복 서명을 따로 받았다. 제주는 당시 오키나와만큼 중무장되어 있었고, 58군은 그만큼 위험했다.

 

증언

 

“당장에라도 제주도에 전쟁이 날 것 같은 분위기라났수다. 일본은 최종적으로 미국을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제라허게 싸워그네 천황을 지키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후 치와불겠다. 어디에선가 한 번이라도 꼭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에 머리가 헤까닥 돌아분 거라. 그게 바로 제주도라. 경허난 제주도 전체를 요새로 만들어불었수게. 이디 바닷가에서 일본 해군들이 굴 파고 뭐하고, 산에서는 일본 육군들이 진지 만든다고 막 이래착 저래착……. 몇 명이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당시 듣기로는 일본놈들이 손잡고 제주도를 두 바퀴 돌 정도의 병력이 여기 와서 주둔했다 헙디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중연= 충청남도 부여 태생으로 20여년 전 제주로 건너왔다. 2008년 계간 『제주작가』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로 『탐라의 사생활』, 『사월꽃비』가 있다. 제주도의 옛날이야기에 관심이 많아 이를 소재로 소설을 쓰며 살고 있다. 한국작가회의 제주도지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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