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일본의 4.3과 자이니치(在日)들의 지난한 삶을 이해하는데 작은 도움이라도 됐으면 합니다."
김창후 전 제주4·3연구소 소장이 책을 펴냈다.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 연구총서기도 한 '4.3으로 만나는 자이니치'에 그들의 이야기를 실었다.
자이니치는 일제강점기때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과 그 후손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은 재일코리안도 아우르는 의미로 쓰인다. 이 말에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차별 받고 외면당해 온 재일코리안들의 고난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김 전 소장은 일본을 오가며 자이니치를 만나왔다. 그 중 6명의 4·3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옮겼다.
책에 등장하는 이들의 직업은 다양하다. 정치학자인 문경수씨, 시민운동가인 오광현씨, 경제학자 장아영씨, 회사원 장정봉씨, 사업가 조동현씨, 출판사 대표 고이삼씨. 그러나 이들은 자이니치 4·3운동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의 대부분은 운동권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1970~1980년대 일본에서 대학을 다녔던 사람들로 학내에서 동아리 활동을 하며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했다. 80년대에는 지문날인 거부운동을 일본인들과 함께 벌이며 시민운동가의 길로 들어섰다.
김 전 소장은 제1부에서 자이니치 4.3운동가 여섯명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이들이 일본에서 4.3운동을 했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했다. 저자와의 일문일답식 인터뷰로 엮어졌다.
제2부에서는 일본 4.3운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들이 실려있다. 이 중 '일본 4.3 추도사업 일람'은 1988년 처음으로 도쿄에서 4.3추도식이 거행된 이래 지난해까지 이어져 온 모든 행사를 정리한 글이다.
이 연구총서를 발간한 최현 제주대 재일제주인센터장은 "도민들도 제대로 말할 수 없었던 4.3사건을 알리고 그 사건의 역사적 의미와 교훈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동포들의 삶과 정신을 알리는 값진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진인진. 1만8000원.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