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소방사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순수한 청년이었어요. 간호학과 출신답게 구급환자를 가족처럼 돌보며 안정시키는 그런 동료였는데...”
태풍 ‘차바’가 강타한 울산에서 고립객을 구하려다 제주출신 소방관이 순직했다.
울산 온주119센터 강기봉(29) 소방사는 지난 5일 낮 12시쯤 울산시 울주군 회야댐 수질사업소 인근에서 “고립객 2명이 차안에 갇혀 있다”는 신고를 받고 동료 2명과 함께 출동했다.
이들 소방대원은 종아리까지 차오른 빗물을 헤치고 신고 차량을 확인했다. 차량 안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숨을 쉬고 구급차로 돌아가려 했으나 순식간에 불어난 강물이 대원들을 덮쳤다.
강 소방사와 동료들은 전봇대와 굴삭기를 붙들고 버텼다. 그러나 전봇대에 매달려있던 강 소방사와 A 동료는 결국 힘에 부쳐 물살에 떠내려 갔다.
A동료는 2.4㎞ 정도 떠내려가다 가까스로 물살에서 탈출했으나 강 소방사는 끝내 탈출하지 못했다.
소방본부는 이날 헬기 2대와 온주119센터 전 인력을 동원, 강씨를 수색했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이어 6일 수색을 재개했고 이날 오전 11시 15분쯤 울산시 울주군 온양읍 덕망교 인근에서 강 소방사가 숨진 채로 발견됐다.
강 소방사가 발견된 곳은 실종된 장소로부터 3㎞ 떨어진 곳이었다. 발견 당시 구조복은 착용하고 있었으나 헬멧은 벗겨지고 없었다.
강 소방사는 제주 출신으로 오현고와 제주한라대를 졸업했다. 지난해 4월 특채로 울산에서 임용됐고 온주119센터에서 근무해 왔다.
실종 소식을 접한 강 소방사의 아버지(63)는 제주에서 급히 울산으로 달려갔으나 숨진 아들의 소식을 듣고 결국 오열하고 말았다. 아버지 강씨도 제주에서 30여년간 소방관으로 근무하다 2014년 정년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소방사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가족들과 동료들은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고 있다. [제이누리=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