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미국 현지 호접란 농장이 결국 팔린다.
민선 2기 우근민 도정에서 사업을 시작, 민선 4기 김태환 도정에서 사업성이 없는 전형적인 ‘전시행정’ 사례로 부각됐던 사업이다.
결국 농장을 사들인 새 주인은 찾았지만 조성·투자사업비의 절반도 안되는 23억원에 팔리는 신세가 됐다. 100억원대의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제주도개발공사 김영철 사장은 29일 오전 제주도청 4층 대강당에서 열린 '도정시책 공유 간부회의' 자리에서 원희룡 지사에게 '미국 호접란농장 매각'과 관련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보고했다.
공사는 이달 초순 미국 LA에서 호접란 사업을 운영하는 대만계 사업체에게 벤추라 카운티 호접란 농장을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대금은 미화 200만불(한화 23억3360만원)이다.
미국 호접란 농장은 2012년부터 수차례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그동안 주인을 만나지 못했다.
호접란 사업은 100억원 이상 손해를 본 대표사업이다.
제주 화훼농가들의 소득증대를 명분으로 민선 2기 우근민 지사 재임 시절인 2000년부터 2003년까지 85억8500만원을 들여 농장이 만들어졌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벤추라카운티에 부지면적 4만2776㎡·수용능력 38만본(하우스 5개동·1만8575㎡) 규모로 조성됐다.
설립 초기 제주도가 설립한 공기업인 제주교역이 사업을 맡았지만 50억원의 적자만 떠안았다. 제주교역이 공중분해되는 신호탄이었다. 2004년부터 제주개발공사가 사업을 대행했다.
적자행진은 계속됐다. 호접란 생산에서 기후와 기술력 등 호조건을 갖춘 대만 업계와는 물론 현지 유통을 장악한 일본 업계와의 경쟁에서도 줄곧 밀리면서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개발공사 역시 2004년부터 10년간 24억원의 적자를 봤다.
개발공사는 2011년 행정자치부의 경영개선명령에 따라 호접란 농장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무산됐다.
호접란 사업에 들인 비용은 투자비 85억원과 누적적자액 74억원 등 159억원에 이른다. 반면 이번 매각대금은 고작 23억원으로 136억원의 손해를 고스란히 봤다. 주먹구구 사업추진의 폐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기록이 되고 말았다.
호접란 농장 매각은 그동안 4차례 입찰형식으로 추진됐지만 모두 응찰자는 없었다. 감정평가액도 2010년 미화 220만불 → 2012년 230만불 → 2014년 210만불로 하락했다.
제주개발공사는 “매수 희망자가 미화 180만불을 제시했지만 감정평가액의 95% 수준에서 매각계약을 체결했다”며 “감정평가액의 하락세와 감가상각 등을 감안할 때 적절한 수준에서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개발공사와 매수인 간의 계약은 현재 에스크로우 단계에 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
☞에스크로우 = 중립적인 제3자 또는 기관이 쌍방대리인의 자격으로 매매에 관련된 보증금이나 보증 또는 그것에 해당하는 재산과 서류 일체를 계약 조건이 종료될 때 까지 보관하는 것을 말한다. 매도인 및 매수인 양측을 보호하고, 변호사, 부동산 중개인 및 그 이해당사자간의 이해관계 등 부동산거래와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업무를 제3자의 입장에서 공정하게 실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