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5년 전 음력 1950년 5월29일. 양력으론 7월14일로 6·25로 불리는 한국전쟁의 동란이 몰아치던 때였다.
하지만 전란의 소용돌이에 채 진입하지 않았던 제주는 그나마 평온한 듯 보였다.
당일 오후 제주의 한 시골마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수십명의 아이들이 모여 앉았다.
한 아이가 들고온 시커먼 쇳덩이를 만지작 거리며 여느 때처럼 아이들의 얼굴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러던 중 한 아이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쇳덩이에 돌을 던지기 시작했고, 그후 너나 할 것 없이 아이들은 이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돌멩이를 쇳덩이에 맞추고 부쉈다.
결과는 대참사였다.
4.3사건 당시 진압군이 남기고 간 것으로 보이는 포탄은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한적했던 운동장에 모인 30여명의 어린이들은 이내 현장에서 희생되고 말았다.
폭발사건 직전 표선초에는 4.3사건의 진압을 위해 1개 소대 병력이 주둔한 적이 있다.
당시 사고로 20여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었고, 10여명이 중상을 입는 등 30여명이 희생됐다. 현재 확인된 희생자는 16명.
28일 서귀포 표선초등학교에서 위령탑 제막식이 열렸다.
이날 오전 10시 당시 사고의 희생자 유가족, 학생, 총동문회원, 표선리 각 단체장, 4.3희생자유족회장 등 9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탑 제막식과 위령제를 지냈다.
위령탑건립추진위원회(회장 강귀민)와 표선초등학교 총동문회(회장 강연호)가 주관한 행사다. 유가족들의 정성과 뜻을 모아 위령탑을 건립하게 되었다.
위원회는 추도사를 빌어 “암울했던 시대의 희생이라지만 그동안 억울함과 울분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유족에 대한 애도와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한다”며 “앞으로 이러한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안전하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나가자”고 다짐했다. [제이누리=양성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