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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청소년지도사들의 근무실태…고용불안에 주말 휴식 꿈도 못 꿔
하루 12시간 고강도 근무에 신변위협까까지…도정은 관련 예산도 배정 안 해

 

14일 오후 4시. 제주시 도남동 청소년문화의 집. 청소년지도사 김선영(30.여)씨가 여중생 2명과 상담을 하고 있다. 약 30분쯤 더 상담을 하고는 이제 다른 청소년과 대화를 하려 했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110~130명, 주말에는 200~250명이 찾는다.

 

김씨는 이 청소년문화의 집에서 시설만 운영·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진로상담과 청소년들의 각종 고민을 들어주고 대안을 제시해주는 멘토 역할을 한다. 또 청소년 교육 프로그램을 짜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교육도 시켜준다.

 

김씨는 이날 오후 1시에 출근했다. 퇴근은 저녁 9시까지. 내일은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6시에 퇴근한다. 다음 날은 또 다시 늦은 근무다.

 

하지만 동료 지도사가 집안이나 개인적으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그는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9시까지 근무해야 한다.

 

주말엔  체험프로그램이 있어 청소년들과 꼬박 같이 보내야 한다.

 

쉬는 날은 공식적으로 휴관하는 월요일과 명절연휴.

 

이렇게 2교대로 근무한지도 벌써 6년.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하다. 6년을 한 직장에 잘 다니는데 무슨 걱정이랴 마는 그에게는 남모를 걱정이 많다.

 

김씨는 이날도 19개월 첫째 아이가 고열로 아파 울며 보채는데도 병원에도 못가고 친정 엄마에게 맡기고 출근해 버렸다. 아이가 눈에 밟혔다.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것은 물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지 못한다.

 

 

김씨는 “주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한다. 주말에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가 없다. 친정과 친척들에게 맡기거나 가끔은 문화의 집에 데리고 온다”며 “엄마가 젖먹이 아이를 떼어놓고 주말도 같이 못 보내는데 아이들이 커서 엄마를 원망할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근무 특성상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고용불안은 그를 더욱 힘들게 한다.

 

그는 매년 1월에 제주시와 근로계약서를 쓴다. 6년이 흘러도 그의 월급은 변함이 없다.160여만원. 김씨의 자격증은 2급이다.

 

월급도 월급이지만 매년 계약을 하다 보니 큰 병이 나 장기 병가나 휴직계를 쓰면 다시 직장으로 가는 것은 엄두도 못 낸다.

 

김씨는 “보통 여성들은 출산을 하고 1년은 엄마가 아기를 봐야한다. 하지만 막내를 낳은 뒤 출산휴가 3개월만 받고 다시 출근했다. 육아휴가를 내기에는 동료에게 12시간 업무라는 가중한 부담이 주어지고 장기 휴가를 가면 다시 계약을 쓰기도 힘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말 못할 고민은 또 있다. 660m²에 지하1층 지상2층 다소 큰 건물이지만 청소년문화의 집에는 여성 지도사 둘뿐이어서 각종 시설 수리도 직접 해야 한다. 운영금이라도 넉넉히 나오면 용역이라도 불러 수리를 하겠지만 시에서 나오는 시설 운영금으로는 용역을 부르는 것은 꿈도 못 꾼다.

 

운영금은 1년에 2000만원,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빠듯해 청소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때문에 청소는 물론 화단 김매기는 기본, 망치질, 전동 공구를 이용한 수리까지 여자의 몸으로 해야 한다.

 

게다가 2교대로 근무하다보면 저녁 근무자는 늘 불안에 떨어야 한다.

 

청소년문화의 집은 개관 시간에는 늘 청소년들이 오가고 있는 개방 공간이기 때문에 문을 수시로 잠글 수 없다. 밤에 술 취한 사람들이나 낮선 남자들이 오면 불안에 떨어야 한다. 어떨 때는 경찰을 부르기도 했다.

 

김씨는 “여자 직원 2명이서 근무를 하다 보니 밤에 술 취한 사람이나 낮선 남자들이 와서 시설을 이용하면 그분들이 나갈 때까지 위협이 느껴진다”고 토로했다.

 

취재에 응하던 김씨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하루 종일 각종 일을 하다가 퇴근하면 울다 지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을 보다 울컥 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라며 “그만 두고 싶어도 ‘청소년을 위해 일해 보겠다’는 뚝심으로 국가공인 청소년자격증을 따냈던 기억이 스쳐 참고 버틴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못내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녀는 자부심 때문에 열악한 근무조건에도 묵묵히 일할 뿐이라고 애써 태연한 척 했다.

 

그녀는 “지도사들은 단순히 학생들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이 진로나 고민 등 말 못 할 얘기를 우리들에게 상담 한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2006년에 근무를 시작했을 때 중학교 1학년이던 학생들이 이제 대학생이 됐다. 그 학생들이 가끔씩 찾아와서 ‘당시 상담하면서 마음을 잘 헤아려 줘서 고맙다. 장차 선생님 같은 청소년 지도사가 되고 싶다’는 학생이 많다”고 강조했다.

 

그래도 그녀는 너무 힘들다.

 

제주도에는 수련관 3곳과 청소년문화의집 19곳 등 모두 22곳의 청소년 시설이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청소년지도사만 49명. 대부분 김씨와 같은 근무조건에 일을 하고 있다.

 

결국 제주지역 청소년지도사들은 16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주도정을 향해 무기계약직 전환 등 처우개선을 호소했다.

 

청소년지도사들은 우선 2년 이상 근무하고 있는 청소년지도사를 무기계약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해 도정질의에서 우근민 도지사의 청소년지도사 처우개선 답변에 있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무기계약전환 도지사 결재 문서가 나돌아 내년 1월1일부터 정규직 전환의 부푼 꿈을 안고 있었다”며 “그러나 도지사의 결재 문서가 누락돼 예산안 상정이 되지 않았다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듣게 됐다”고 성토했다.

 

이들은 “도지사가 결재한 안건이 담당 공무원이 누락하는 행정이 과연 있을 수 있느냐”며 강하게 불만을 제기했다.

 

이들은 정상적인 월급도 요구한다. 1년이든 10년이든 월급은 똑 같다. 월급 차이는 급수에 따라 있을 뿐이다. 3급 자격증인 경우 156만원, 1급 자격증인 경우 172만원이다. 4대 보험 포함해서다. 이를 제외하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친다.

 

이들은 “실제로 근무하는 시간은 근로계약서보다 많다. 하지만 각종 수당은 없다”며 “현실적인 임금을 줘야 하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이들의 이러한 요구에 제주도 정책기획관실 관계자는 “당시 도지사가 약속한 것은 아니”라면서 “제도에 대해 검토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사만 아니라 다른 기간제 근로자들도 무기계약직으로 하려다 보니 인원이 많아서 기준 마련과 예산 문제에 고충이 있다”고 예산 반영이 안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지도사에 대한 처우가 더 좋아진다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열정을 쏟을 수 있을 것 같다. 사춘기에 방황하는 학생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는 학생들, 부모에게 말 못할 고민을 갖는 학생들에게 언니로서 누나로서 좋은 길로 안내해 줄 수 있을 텐데…”라며 말을 흐렸다.

 

한편 전국적으로 청소년지도사들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한 곳은 진주시 청소년문화의 집, 양산시 청소년문화의 집, 유성구 청소년문화의 집, 고창군청소년문화의 집, 무주반딧불이수련원 등이 있다. 일부는 별정직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누리=이석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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