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리너판(Berliner format) 신문을 제작했던 중앙일보 제주 인쇄판이 갑자기 커졌다. 왜 그럴까?
중앙일보 제주판이 7일자부터 기존 베를리너판이 아닌 대판(over size)으로 인쇄돼 배포됐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한 대판은 아니다. 크기만 대판이다. 때문에 인쇄 가장 자리 여백이 약 3~3.5cm 정도 남은 볼품없는 신문이 돼버렸다. 대판에 억지로 맞춘 형국이다. 즉 껍데기는 대판, 알맹이는 베를리너판에 가깝게 된 셈이다.
이처럼 바뀐 근본적인 이유는 제주일보 부도사태가 원인이다.
중앙일보를 현지 인쇄했던 제주일보의 모든 자산이 부도로 인해 공매에 부쳐졌다. 이를 (주)천마가 낙찰 받았다.
언론 관계자에 따르면 제주일보를 낙찰받은 천마는 지난주 잔금을 모두 치렀다. 제주일보 자산이 완전히 천마로 넘어간 것이다. 마침 중앙일보도 계약기간이 만료됐다.
하지만 천마는 중앙일보를 인쇄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중앙일보도 현지 인쇄는 해야겠고, 협상이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차선책으로 한라일보를 택했다. 때문에 지난 7일자부터 한라일보가 중앙일보 현지 인쇄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왜 중앙일보의 형태가 이상해졌을까?
제주일보 윤전기는 대판형이다. 제주일보는 베를리너판형으로 만들기 위해 대판형으로 찍은 뒤 커터기로 베를리너판형을 만들었다. 때문에 제주에서 배포되는 중앙일보는 모서리가 톱니가 아니라 매끄럽다.
그러나 한라일보는 커터기가 없다. 때문에 대판에 인쇄한 채로 배포할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중앙일보와 한라일보는 정식 계약이 맺어진 상태가 아니다. 임시라는 얘기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천마와의 협상이 진행중이다. 독자와의 약속이 있기 때문에 현지 인쇄를 멈출 수 없어 급한대로 한라일보에 인쇄를 의뢰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앙일보는 지난 1994년부터 지금까지 제주일보에서 제주 현지 인쇄를 해 왔다. 중앙지 중 가장 먼저 현지인쇄에 나섰고 이후 조선, 동아가 그 뒤를 따랐다. 베를리너판형 발행은 2008년 1월부터 시작됐다.
제주일보 부도사태 이후 조선·동아는 제민일보로 인쇄처를 바꿨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