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포획돼 강제 노역에 시달렸던 제주 남방큰돌고래 ‘제돌이’와 ‘춘삼이’가 고향인 제주 바다에 방류된다. 불법 포획된 지 4년, 방류결정 497일만의 귀향이다.
제돌이가 오는 18일 오후 2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야생에 방류된다. 방류지는 김녕 앞바다.
지난 2009년 5월 제주 서귀포 성산읍 앞바다에서 어민의 쳐 놓은 그물에 걸린 뒤 제주 퍼시픽랜드와 서울대공원에서 생활해 온 남방큰돌고래 춘삼이와 제돌이.
이들의 사건은 지난 2011년 7월 알려졌다. 당시 해양경찰청이 제주 퍼시픽랜드와 서울대공원에서 공연에 사용한 돌고래가 제주해상에서 불법 포획한 남방큰돌고래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돌고래쇼 중단과 불법 포획된 돌고래들의 야생방류를 촉구했다.
지난 2011년 10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3월 서울대공원 돌고래쇼 중단과 함께 제돌이의 방류를 선언했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퍼시픽랜드의 사건이 지난 2011년 12월 30일 재판에 회부되면서 제돌이의 친구들인 춘삼이와 삼팔이(D-38)이 등 불법 포획된 돌고래 5마리의 운명이 결정되지 않았다.
희망이 생겼다. 지난해 4월4일이다. 제주지법 1심 판사인 김경선 판사가 돌고래 5마리의 몰수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퍼시픽랜드 측은 즉시 항소했다.
항소심 선고가 늦어졌다. 12월 13일 제주지법 2심 재판부가 항소를 기각하면서 춘삼이와 그 친구들이 귀향이 머지않음을 알렸다. 그 사이에 돌고래 1마리가 숨을 거뒀다.
재판 1년 4개월 만인 올해 3월 28일 대법원은 퍼시픽랜드의 상고마저 기각했다. 결국 춘삼이와 친구들의 귀향이 확정된 것이다.
그 동안 제돌이는 서울시 시민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착실하게 야생 수업을 받아왔다. 하지만 춘삼이와 친구들은 함께 하지 못했다.
지난 4월 3일 ‘춘삼이’와 ‘D-38’은 건강상태가 좋아 제주 서귀포시 성산항으로 옮겨져 제돌이를 기다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태산이’와 ‘복순이’는 야생으로 가기에는 장애가 생겨 4월 9일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관리에 들어갔다.
휴식과 훈련을 거친 제돌이는 지난 5월 11일 전세기 편을 이용해 고향 제주로 와 춘삼이와 D-38과 감격의 재회를 했다.
이들 3마리는 방류 연구팀에 의해 관리됐고 야생성도 회복됐다.
방류 책임자인 김병엽 제주대 교수는 “가두리로 이동 후 야생 적응 훈련을 받아 온 돌고래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빠른 속도로 야생 돌고래에서 나타나는 행동과 유사한 행동을 보이며 매우 민첩하게 활어 사냥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돌고래들은 초음파를 쏴서 먹이를 확인하고 사냥을 하는데 살아 있는 먹이에 대해서는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지난 22일 D-38이 뚫린 가두리 그물을 찾아내 먼저 고향 바다로 돌아갔다. 그리고 5일 뒤 그는 돌고래 무리에 합류해 건강하게 뛰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 교수는 “D-38이 야생 남방큰돌고래 무리에 성공적으로 합류했다”며 “외관상으로도 건강에 이상이 없다. 야생성을 거의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38의 성공적 무리 합류에 연구팀과 돌고래들의 방류를 기뻐하는 이들에게 큰 희망이 됐다.
그 동안 퍼시픽랜드를 비롯한 돌고래의 방류에 회의적이던 이들은 “즉시 방사할 경우 돌고래의 생존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사육사 등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며 방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을 D-38이 보기 좋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이제 제돌이와 춘삼이가 방류될 차례가 온 것이다. 지난 26일 성산항에서 방류지로 결정된 김녕항 부근으로 가두리가 옮겨졌다.
그리고 이들은 오는 18일 오후 2시 방류된다.
이번 불법포획 돌고래들의 방류에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로 평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환경운동가 ‘제인구달’은 우리나라를 방문해 두 차례에 걸쳐 서울대공원 제돌이 이야기관을 찾아 제돌이의 성공방류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돌고래 심포지엄 등에 참석하기 위해 두 차례나 방한했던 미국의 돌고래활동보호가 ‘릭 오배리’는 “돌고래 야생방류는 한국이 자연을 존중하고 있다는 강하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해 준 계기가 됐다” 말했다.
같은 행사에 참가한 ‘나오미 로즈’ 국제포경위원회(IWC) 과학위원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제돌이의 방류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이며 “한국은 제돌이 방류를 계기로 해양생물 보호에 있어 국제적인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환경·시민단체들도 ‘진정한 의미의 교육적인 사건’으로 평가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의 최예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번 제돌이와 춘삼이, 그리고 이미 무리에 합류한 D-38의 방류는 성공 가능성이 충분히 보여줬다”며 “돌고래 방류가 인간의 영향과 손길에서 멀어지게 해야 함에도 인간의 흔적을 남기는 동결낙인에 대한 표시는 유감”이라고 말했다.
핫핑크돌핀스의 황현진 대표는 “다시는 인간들에 의해 잡혀오지 않고 무리 속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사람과의 이별은 슬픔이 아니라 축하를 해 줘야 할 이별이며 앞으로도 돈벌이, 오락수단이 아닌 지구상을 함께 살아가는 친구로 남아주기를 바란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이번 돌고래 방류는 비단 돌고래 세 마리가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로 하여금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인간의 욕심에 희생당하는 다른 동물들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의 조희경 대표는 “돌고래를 본래의 자리에 돌려보내는 것은 우리 사회가 생태의 가치인식을 되돌아 본 진정한 의미의 교육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돌고래는 자아를 의식하는 동물이기에 인간의 생존과 직접적으로 관계되지 않는 한 동물의 이용을 최소화 시켜야 하는 것이 인간이 지녀야 할 면모다. 따라서 이번 돌고래를 바다로 보내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가 참 큰 의미를 되돌아 본 기회였다”고 말했다.
한편 제돌이와 춘삼이의 성공방류 기념 표지석 제막식 및 방류행사가 이날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 공적비 앞에서 진행된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