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건 어떨까요?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입니다. 잠시 쉬어가는 페이지입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무심결에 다가오는 순간! 그래도 그 순간은 우리에게 잠시의 ‘되돌아봄’을 안겨줍니다. 잠시라도 멈추는 건 어떨까요? 그 찰나의 순간을 오동명의 세밀화로 살펴봅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수없이 존재했던 과거로부터 내일을 다시금 돌이켜봅니다./ 편집자 주 "난 꽃이 아닌데...." "난 꽃으로 보이는 걸? 단향기까지 나!" ☞ 오동명은? = 서울 출생.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사진에 천착, 20년 가까이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을 거쳐 국민일보·중앙일보에서 사진기자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기자상과 99년 민주시민언론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저서로는 『사진으로 세상읽기』,『당신 기자 맞아?』, 『신문소 습격사건』, 『자전거에 텐트 싣고 규슈 한 바퀴』,『부모로 산다는 것』,『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야』,『울지 마라, 이것도 내 인생이다』와 소설 『바늘구멍 사진기』, 『설마 침팬지보다 못 찍을까』 역사소설 <불멸의 제국> 소설 <소원이 성취되는 정원> 소설 <장군어미귀향가>등을 냈다. 4년여 제주의 한 시골마을에서 자연과 인간의 만남을 주제로 카메라와 펜, 또는 붓을 들었다. 한라산학교에서 ‘옛날감성 흑백사진’을, 제주대 언론홍보학과에서 신문학 원론을 강의하기도 했다. 현재는 지리산 주변에 보금자리를 마련, 세상의 이야기를 글과 그림으로 풀어내고 있다.
망명자 - 듀산 고이코프(Dušan Gojkov) 내 선조들은 12세기에 자신들의 고향을 떠나 북쪽으로 도망쳤지 자신들의 생각과 말하는 방식을 싫어하는 사람들로부터 내 선조들은 15세기에 새로운 고향에서 떠나 동쪽으로 도망쳤지 17세기에도 다시 떠나 남쪽으로 도망쳤어 자신들의 생각과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쳤지 내 선조들은 19세기에는 다시 서쪽으로 도망쳤지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말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도망쳤어 나는 20세기에 태어났어. 내가 거주했던 나라는 37개국이야 내가 사용하던 언어는 더는 존재하지 않지만, 대신 4개의 언어가 생겼어.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더는 내 생각이나 말하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지! 그리고 그동안 집은 어디론가 사라졌지. [번역=강병철 작가] Refugee (Dušan Gojkov) In the twelfth century my ancestors had to leave their home and fled north from people who didn’t like how they thought and how they speak In the fifteenth century my ancestors had to leave their new home and fled to the east from people who didn’t like how they thought and how they speak In the seventeenth century my ancestors had to leave that home as well and fled south from people who didn’t like how they thought and how they speak In the nineteenth century my ancestors fled again this time to the west from people who didn’t like how they thought and how they speak I was born in the twentieth century I have lived in thirty-seven countries the language I spoke and wrote no longer exists (instead there are now four languages) but no one cares what I think anymore nor what I say and the home was lost somewhere along the way ◆ 듀산 고이코프(Dusan Gojkov)는 1965년 8월 11일 유고슬라비아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났다. 그는 라디오 감독, 극작가, 시인, 소설가, 작곡가다. 248개의 라디오 드라마, 5개의 연극, 2개의 다큐멘터리 TV 시리즈를 연출했다. 15권의 소설과 1권의 시집을 출판했다. 언론인으로서 37개국에서 보도를 했다. 문학과 예술을 위한 유럽 첫 전자 잡지인 Balkan Literary Herald의 창립자이며 Arman PEN의 창립 회원 겸 사무총장이다. Earthmates Network의 회원으로 세르비아와 그리스에서 거주하고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새로운 연재를 시작합니다. 김동청 교수의 ‘식품&바이오 이야기’입니다. 몸에 좋다는 음식, 그리고 특효가 있다는 각종 성분 이야기를 들으며 우린 무심결에 무언가를 입에 넣게 됩니다. 과연 모든게 맞는 말일까요? 식품과 바이오 분야에 해박한 김 교수가 ‘새로운’ 이야기를 격주로 풀어냅니다.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제이누리>에서 또다른 지평을 만나시기 바랍니다./ 편집자 주 누구나 아프지 않고 오래 살기를 원한다. 그렇지만 노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의 기능은 떨어진다. 심지어 젊은 사람조차도 스트레스나 부적절한 식생활로 질병에 쉽게 노출되고 신체적으로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서적으로 약을 먹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식품을 통해 건강을 유지 또는 회복하고자 하는 경향이 더 많다. 이 때 찾는 게 ‘건강기능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성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을 일컫는다. 여기서 ‘기능성’이란 말은 인체의 구조 및 기능에 대하여 영양소를 조절하거나 생리학적 작용 등과 같은 보건용도에 유용한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을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는 식품이다. 하지만 건강에 좋은 성분이 들어갔다고 아무 식품이나 기능성을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동물시험, 인체적용시험 등 과학적 근거를 평가하여 기능성 원료를 인정하고 있으며, 건강기능식품은 이런 기능성원료를 가지고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일정 절차를 거쳐 만든 제품만 인정을 받는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은 ‘건강식품’, ‘자연식품’, ‘천연식품’, ‘건강보조식품’과는 다른 것으로 기능성을 과학적으로 인정받아야 '건강기능식품'이라는 문구 또는 인증마크를 사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기능성 원료인 홍삼은 면역력 증진, 피로개선, 혈소판 응집억제를 통한 혈액흐름, 기억력 개선, 항산화, 갱년기 여성의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과 같은 기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그렇다면 홍삼이 원료로 들어간 식품은 모두 건강에 좋은 ‘건강기능식품’일까? 머리가 아플 때 두통약을 먹게 되는데 두통약 한 알을 곱게 갈아서 밀가루와 섞어 두통약 10알을 만든 다음 그 중 한 알만 먹는다면 진통 효과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렇듯이 홍삼의 유용한 효과를 얻으려면 홍삼의 기능성분이 일정량 이상 들어가야 한다. 따라서 홍삼 성분을 조금 넣어서 기능성을 기대할 수 없는 제품은 설사 홍삼이 들어있더라도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일반식품’이 되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에는 정해진 기준에 맞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의 기능성분이 들어있어야 한다. 이를 제품의 포장지에 있는 영양.기능정보에 표기하여 소비자들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있다. 소비자들은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할 때 포장지를 꼼꼼히 확인하여 ‘건강기능식품’ 인증마크가 있는지 기능성분(지표성분)은 얼마나 들어있는지 비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건강기능식품’은 질병의 직접적인 예방 및 치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체의 정상적 기능을 유지하거나 생리기능을 좋게 하여 건강의 유지 및 개선에 도움을 주는 식품으로 의약품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유산균 제제로 널리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의 ‘기능성 내용’에는 ‘유산균 증식 및 유해균 억제×배변활동 원활×장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표기되어 있듯이 ‘건강기능식품’은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예방에 효과적이다’, ‘치료에 도움을 준다’와 같은 단정적인 표현을 쓸 수 없고, ‘~에 도움을 줄 수 있음’으로 표기한다. 또한 ‘본 제품은 질병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의약품이 아닌 건강기능식품입니다’는 문구로 의약품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을 서로 맞지 않는 식품 또는 약과 같이 먹게 되면 효능이 과도하게 나타나거나 떨어지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에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다면 유사 효과를 나타내는 ‘건강기능식품’을 같이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하듯이 평소에 의약품을 복용하고 있다면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하는데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따라서 질병이 있어 약을 복용 중이라면 ‘건강기능식품’을 선택할 때 의사나 약사에게 상담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음편으로 이어집니다.> ☞ 김동청은? =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했다. 연세대 대학원 생화학과 이학석사 및 서울대 대학원 농화학과 농학박사를 취득했다. 대상㈜ 중앙연구소 선임연구원, 순천제일대 조교수, 영국 캠브리지대 방문연구원, 성균관대 기초과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청운대 인천캠퍼스 화학생명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규범이다.” 늘상 들어온 말이지만 알쏭달쏭 까다로운 법률 용어가 난무하는 현장에 일반인은 그저 아리송하기만 할 뿐입니다.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죠. <제이누리>가 또 한번 새로운 기획에 나섭니다. 제주지방변호사회와 공동으로 ‘다가가는 법률산책’ 길에 오릅니다. 4인의 변호사가 매주 릴레이로 여러분에게 ‘알고싶은, 알기쉬운 법 이야기’를 전합니다. 알아두면 꼭 필요한 ‘법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천원짜리 변호사',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같은 드라마가 있다. '변호인', '재심' 같은 영화도 있다. 나아가 '역전재판'이라는 게임도 인기다.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무수한 콘텐츠가 곳곳마다 켜켜이 쌓여가고 있다. 저마다 인기다. 정작 변호사를 콘텐츠로 하는 작품을 즐기진 않는다. 하지만 변호사가 등장하는 작품들이 유행할 때마다 “진짜 그래?”라는 호기심 어린 질문을 접할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그 작품들을 보지 못한 입장에서 “뭐 그럴수도 있겠지?”라며 머쓱한 웃음으로 넘어가곤 한다. 변호사가 등장하는 콘텐츠가 왜 인기가 있는지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막연하게 짐작할 뿐이다. 변호사는 사람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고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 간의 갈등, 역경, 불공정처럼 공감할만 상황이 나와 더욱 인기를 끄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직업이 다른 사람들에게 중요하고 멋지게 비쳐지는 것 같아 괜히 어깨가 으쓱하면서도, 변호사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이 더해져 책임감을 다잡게 된다. 그러나 콘텐츠 안에서의 변호사와 현실, 그리고 법정에서의 변호사는 다른 점이 있다. 드라마와 영화, 게임 안에서 변호사가 상대방 주장의 모순을 지적하며 허를 찌르고,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을 휘어잡는 날카로운 언변을 보여줄 때, 사람들이 카타르시스와 희열을 느낀다. 그렇지만, 현실과 법정 안의 변호사에겐 그런 언변을 뽐낼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민사소송법에서는 구술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제도적으로는, 주요 소송행위(소의 제기 등)에 대해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정하고, 변론의 집중과 준비를 위해 준비서면을 제출하도록 정한다. 실무적으로도, 같은 시간에 수 개의 사건이 잡혀있는 경우가 많고, 해당 재판부에서 하루에 진행해야 할 사건의 수가 수십 건에 달할 때도 있다. 결국, 출석한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이 하는 모든 발언을 듣고, 기록하며 소송을 진행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원활한 소송의 진행을 위해서 당사자 또는 소송대리인은 자신의 주장을 자세하고 명확하게 기재한 서면을 사전에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제출된 서면을 재판장이 사전에 읽어본 후 변론기일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제출한 서면의 내용을 굳이 변론기일에 구두로 자세하게 진술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선임한 변호사는 말 한마디 안하더라’ 혹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은데 재판장이 말도 못하게 했다’며 불만을 터트리곤 한다. 그러나,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가 당사자에게 해가 될 만한 언행을 할 리가 없다. 재판장 역시 자신의 판단이 당사자들의 권익에 직결되는 사정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당연히, 자신의 역할에 주어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충실하게 각자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핑계 같은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실정이다. 내 마음 속의 천불을 어디에도 꺼내놓지 못해 당장 홧병으로 쓰러질 것만 같지만, 속에 있는 말을 하고 말고는 재판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변론기일에서야 법정에 가서 새로운 주장, 혹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진술하는 것은 오히려 재판절차를 무의미하게 지연하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평생을 살아가며 법원에 올 일이 한 번도 없는 사람이 대다수다. 그러나, 사고나 자연재해와 같이 내가 의도하지 않더라도 송사에 휘말리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변호사를 선임할 때, 이 변호사가 단순히 드라마 또는 영화에서 나왔던 변호사의 모습과 얼마나 닮았는지만을 고려하는 것은 현명한 처세가 아니다. 변호사와 직접적인 상담을 통해 자세한 절차와 대응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받고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내가 선임한 변호사와의 굳건한 신뢰 관계를 쌓는 것이 분쟁 해결엔 훨씬 바람직한 방법이다. ☞이용혁은? = 제주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 변호사. 변호사시험 합격 후 제주도청 특별자치법무담당관실에서 3년간 근무하며 경험을 쌓은 뒤 제주지방법원 사거리에서 개업했다. 대한변협 대의원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제주지방법원, 대법원, 헌법재판소, 제주도 지방노동위원회, 제주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의 국선변호인/국선대리인 역할을 수행하며 공익활동에 힘쓰고 있다. 이외에도 제주지검 청원심의회 등 각종 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도민로스쿨 특별강연과 제주도 공무원을 위한 특강에도 힘쓰며 지역발전에도 이바지하고자 노력 중이다.
◆ 손괘(損卦) 손(損)은 감소(減少)다. 적게 하다, 적어지다, 감소하다, 덜다, 줄(이)다, 절약검소, 자아 약속 등으로 인신할 수 있다. 어떤 때는 잠시 감소한 것은 나중에는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적당한 손해는 미래의 복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물건 하나를 잃으면 다른 물건을 얻게 된다. 이 세상은 이처럼 기묘하다. 손해를 보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주역』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손해란 결코 온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다. 평상시에 손해를 봤다면? 자신이 잃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실제로는 타인에게 신임과 존중을 받게 되기도 한다. 결국 우리에게 보답으로 돌아오는 게 더 많을 수도 있다. 손해는 복이다. 사람은 모두 이익을 보려는 본성이 있다. 내가 손해 보면 타인은 이익을 보게 된다. 최대한도로 타인의 적극성을 발양할 수 있게 만들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우리 사업도 흥성하고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그렇더라도 현실 생활에서 주동적으로 손해 보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 어찌 인성의 약점이라고만 말할 것인가. 본래 우리가 가져야 할 것이 눈앞에 펼쳐져 있는데 그것을 거절하기 어디 쉽겠는가? 어찌 대다수가 멀리 앞을 내다보는 전략적 안목이 부족하다고만 말할 수 있겠는가. 눈앞의 작은 이익을 버리고 멀리에 있는 큰 이익을 얻기란 그리 쉽지 않음일지니. 강자는 항상 강하다. 강자는 본전을 잃을 때가 많다. 그렇다면 약자는? 손해를 보려하여도 손해 볼 것이 없을 때가 많다. 그렇기에 약자는 실제로 생존하기가 무척 어렵다. 『주역』은 말한다. “세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을 덜어내고, 한 사람이 가면 그 벗을 얻는다.” 세 사람이 길을 간다고 치자. 우리가 조금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한 명과는 더 친하게 되고 한 명과는 소홀하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둘 중 한 명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게 된다. 손해를 보는 것이다. 우리가 의심을 품게 되면 누가 친하고 누가 소홀한지 알 수 없게 된다. 그중 한 사람은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찾지 못하여 떠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 혼자 길을 간다면 어떻게 될까? 분명히 고독하다는 감정이 생기게 된다. 그러면 갈망하게 된다.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분명 동반자를 얻게 된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가지고 있는 것을 제외한 다른 물건은 모두 잃은 것이다. 잃어버린 것 이외에는 모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던가. 사람에게는 득실이 있다. 잃은 것이 있으면 얻는 것이 있다. 득실 사이에서 사람은 살아간다. 어떤 득실은 우연에 속하기도 한다. 지갑을 주웠다고 하자. 우연하게 얻은 것이다. 반대로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자. 그 또한 우연하게 잃어버린 것이다. 지갑을 주웠는데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고 하자. 그러면 미덕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얻는 것이 있으면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 지갑을 잃어버렸는데도 ‘한 번 좌절을 당하면 그만큼 현명해진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면 잃는 것 중에서 얻는 것이 있는 것이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다. 잃는 게 있으면 얻는 게 있게 된다. 얻고 잃는 것, 얻으면 잃게 되고 잃으면 다시 얻게 된다. 이것이 생명의 과정이다. 어떤 득실은 필연적인 것이 있다. 생을 얻으면 반드시 생을 잃게 된다.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는 말이다. 이런 법칙을 아는 사람 중에서 얻는 게 있는 것은 똑 같지만 그를 대하는 태도는 서로 다르다. 소극적인 태도가 있다. “오늘 아침 술 있으면 오늘 아침 취하고”1), “인생에서 뜻대로 되었을 때 모름지기 즐겨야 하나니.”2) 반면에 적극적인 관점이 있다. “사람의 일생은 짧고도 짧다. 절대 헛되이 생명을 낭비하지 마라.”(계선림季羨林) 전자의 관점은 그 법칙을 이해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후자는 확실하게 깨달은 것이다. 물론 앞에서 말한 법칙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 전반에 대한 이해라 할 수 있다. 일득일실(一得一失)에 끙끙 앓고 이해득실에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있다. 인간은 ‘1’에 불과하다고 누가 그랬지 않은가. 어떤 때에는 끝끝내 마음속에 떨쳐버리지 못하고 목숨 걸고 ‘1’ 뒤에 ‘0’을 붙이려고 건강을 상해가면서 끊임없이 애쓰지 않던가. 결국에는 ‘1’ 뒤에 ‘0’을 얼마 붙이든지 간에 연기나 구름같이 사라져 없어져 버리나니. ‘1’ 때문에 마침내 쓰러진 것이나 진배없다. 우리는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그리 아파할 필요가 없다. 후회 막급할 필요가 뭬 있는가. ‘1’은 또 있을 터인데. 기왕에 잃어버렸는데도 그걸 또 후회하면 낭비가 아니던가. 비를 흠뻑 맞아 물에 빠진 병아리처럼 됐다고 가정해보자. 비를 홀딱 맞은 때의 느낌을 계속해 되새기면 결과는 갈수록 비참해지고 결국에 자기가 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지 않겠는가. 이왕 그렇게 된 바에야 다시 후회하지 말고 새로이 시작하는 게 옳지 않은가. 이미 땅바닥에 쏟은 물이거늘, 울면 뭐할 것인가. 잃어버린 것을 슬퍼할 필요가 없다. 얻었다손 그리 기뻐할 필요도 없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얻게 된다. 얻을 수 없는 것을 목숨 걸고 얻으려고 하지 말자. 서지마(徐志摩)가 말했잖은가. “얻으면 행운이요, 얻지 못하면 운명이다. 그것뿐이다.” 손실에 직면하였을 때 생각해 보자. 손기이인(損己利人)이라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이롭게 한다면? 자신은 손해를 보면서라도 욕망을 제어한다면? 자신의 행위나 총명함, 포부가 억제된다면? 마땅히 좋은 일이라 생각하여야 한다. 그래야 우리 스스로에게 이로움이 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 損卦 ䷨ : 산택손(山澤損) 간(艮: ☶)상 태(兌: ☱)하 손괘는 믿음이 있으면 크게 착하고 길하며 허물이 없어서, 바르고 곧게 할 수 있기에 가는 것이 이로우니, 어디에 쓰겠는가? 그릇 둘로도 제사지낼 수 있다. / 손괘는 믿음이 있으면 크게 착하고 길하며 허물이 없고, 곧게 할 수 있으며, 가는 것이 이로우니, 어디에 쓰겠는가? 그릇 둘로도 제사지낼 수 있다.(損,有孚,元吉,无咎,可貞,利有攸往,曷之用.二簋,可用享.) 세 사람이 가면 한 사람을 덜어내고, 한 사람이 가면 그 벗을 얻는다.(三人行,則損一人,一人行,則得其友.) [傳] 손괘는 「서괘전」에 “해(解)는 느슨해짐이니, 느슨해지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으므로 손괘(損卦䷨)로 받았다”라고 했다. 늘어지고 느슨해지면 반드시 잃는 것이 있게 되고, 잃으면 손실되니 손괘가 해괘를 이은 것이다. 괘의 모양은 간괘(☶)가 위에 있고 태괘(☱)가 아래에 있는데 산의 몸체는 높고 연못의 몸체는 깊다. 아래가 깊으면 위가 더욱 높으니 아래를 덜어서 위를 보태는 뜻이 된다. 또 연못이 산 아래 있어서 그 기운이 위로 통하여 윤택함이 초목과 만물에 미치니, 이것이 아래를 덜어서 위에 보태는 것이다. 또 하괘는 태괘라는 기쁨이 되어 세 효가 모두 위로 호응하니 이는 기쁨으로 위를 받드는 것으로 역시 아래를 덜어 위를 보태는 뜻이다. 또 아래의 태괘가 태괘로 된 것은 육삼으로 변했기 때문이고, 위의 간괘가 간괘로 된 것은 상구로 변했기 때문이다. 삼효는 본래 굳센 양이었는데 부드러운 음이 되고, 상효는 본래 부드러운 음이었는데 굳센 양이 됐으니 또한 아래에서 덜어 위에 보태는 뜻이다. 위에서 덜어 아래에 보태면 익괘가 되고, 아래에서 취하여 위에 보태면 손괘가 되니, 남의 윗자리에 있는 자가 은택을 베풀어 아래에 미치면 보탬이고, 그 아래에서 취하여 자신에게 두텁게 하면 덜어냄이다. 성루의 흙에 비유하면 위에서 덜어 그 터전을 북돋우면 위아래가 편안하고 튼튼할 것이니, 어찌 유익이 아니겠는가? 아래에서 취하여 위를 높게 올리면 위태롭고 추락할 것이니, 어찌 손실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손괘(損卦)는 아래에서 덜어 위에 보태는 뜻이고, 익괘(益卦)는 이와 반대이다. 1) 「스스로 근심을 풀다(自遣)」(唐·나은羅隱) 得則高歌失則休(득즉고가실즉휴), 잘 풀리면 노래하고 안 풀리면 할 수 없고, 多愁多恨亦悠悠(다수다한역유유). 근심 많고 한 많아도 느긋할 뿐이라오. 今朝有酒今朝醉(금조유주금조취), 오늘 아침 술 있으면 오늘 아침 취하고, 明日愁來明日愁(명일수래명일수). 내일 할 근심일랑은 내일 근심하세나. 2) 「술을 권하며(將進酒)」(唐·이백李白) 人生得意須盡歡(인생득의수진환), 인생에서 뜻대로 되었을 때 모름지기 즐겨야하나니, 莫使金樽空對月(막사금준공대월). 달을 마주하고서 금으로 만든 술통 헛되이 두지 마시게. 天生我材必有用(천생아재필유용), 하늘이 나를 낳았으니 반드시 쓰임이 있을 터이니, 千金散盡還復來(천금산진환복래). 천금을 다 써버리면 또 다시 생기는 것이거늘.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히말라야의 아침 - 럽싱 반다리(Rupsingh Bhandari) 매일 아침 히말라야가 출산할 때 태양에게 비명을 지르지 않으며 붉은 파노라마 전경이 펼쳐진다 아찔한 순백의 절정에서 그림자는 내게서 사라지고 노래한다…소리 없는 신비한 노래 나도 불꽃 속에 있다. 창조의 기념식이… 매일 아침 천천히 사라져 향의 재로 히말라야의 제단에서. 히말라야에서 반사된 붉은 빛 모든 나무는 립스틱을 바른 듯 망설임 없이 협곡과 구름 덩어리들 고요한 계곡에 불평 없이 순응하네. 청춘의 강… 새는 나뭇가지에서 날갯짓하며… 그들의 작은 날개로 거대한 산으로 날아가네. 들꽃으로 뒤덮인 들판 위로 하늘이 펼쳐진다. 히말라야의 따뜻함으로 산들바람이 불어가며 은밀한 움직임이 느려지네 나도 민들레 씨처럼 떠오르고 하나씩 떨어지며 내부에서 멀리 매일 아침 점점 나를 잊고 히말라야가 되네 태양에게 비명을 지르지 않으며 히말라야가 태어날 때 붉은 파노라마 전경이 펼쳐진다 아찔한 순백의 절정에서 Himalaya’s Morning (Rupsingh Bhandari) Every Morning When Himalayas gives birth To sun without screaming Bleeding panoramically In the heady height of whiteness The shadow fades away from me and Sings…the silent song of mystery I also inflame In the celebration of creation…. every morning Little by little disappear As incense’s ashes On the altar of Himalayas. The reflected redness from Himalayas Every tree uses as lipstick Without any hesitations The ravines and the group of clouds Surrender without any complains in to the serene gorge of Adolescent River… Birds enliven in branches…carrying the Immense destination in their tiny wings. Sky stretches throughout the meadows carpeted by wild flowers Breeze thickens by Himalaya’s warmth Slows its secret patrolling. I also float as the dandelion seeds Being into pieces one by one Far away from within Every morning I lose myself little by little and become Himalayas When Himalayas gives Birth to sun without screaming Bleeding panoramically In the heady height of whiteness. ◆ 럽싱 반다리(Rupsingh Bhandari)는 네팔 카르날리주(Karnali Province) 출신의 시인, 단편 소설 작가, 사회 운동가, 비평가, 번역가이다. 그는 영어, 네팔어, 힌디어로 글을 쓰고 있으며 시, 단편소설, 기사, 번역작품들을 출판하였다. 그는 ‘양심의 양자(Conscience’s Quantum)’ 시집을 출간하였으며 ‘2020년 국제팬데믹시선집(International Anthology of Pandemic Poetry 2020)’의 편집자였으며 ‘Words Highway International(문인협회)’의 설립자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 해괘(解卦) 해(解)는 해제하다, 벗어나다 뜻이다. 위험이 도래할 때 우리는 자신을 보호할 줄 알아야 한다. 숨을 때는 숨을 줄 알아야 한다. 숨을 때는 정기(精氣)를 키우고 예기(銳氣)를 모아야 하며 개과자신(改過自新)하여야 한다. 경거망동하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해(解)’는 험난함이 풀어져 흩어지는 때이다.”1) 곤경에 처하면 풀 방법을 생각하여야 한다. 높은 산을 만나고 사막을 보았을 때처럼 용감하게 대면하여야 한다. 방법이 있어야만 평안하게 위험한 처지를 벗어날 수 있다. 험지를 막 벗어났다면 우리가 처음 할 일은 휴양생식(休養生息)이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어려움이 해결된 후 모든 것은 쉽게 하고 평온하게 하여야 하며 백성을 쉬게 하여야 한다 ; 다시는 백성을 번거롭게 하거나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 평탄한 대지처럼 평온은 풍족하게 되는 전조다. 기원전 224년, 진(秦)나라 영정 23년에 왕전(王翦)이 60만 대군을 이끌고 제2차 초(楚)나라 정벌에 나섰다. 초나라도 병력을 모아 항전하였다. 봄에 진나라 군대는 영도(郢都)를 공략하였다. 진(陳) 남쪽과 평여(平輿) 사이의 지대까지 진군한 후 영수(潁水)와 여수(汝水) 사이에서 진지를 구축해 기회를 엿봤다. 왕전은 친히 사병과 함께 식사하며 사기를 진작시켰다. 정기를 키우고 예기를 모으며 편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적이 피로해지기를 기다렸다. 초나라와 정면 대결을 피했다. 초나라 장수 항연(項燕)은 서진하고 있는 초나라 군사의 사기가 충천한 틈을 이용해 일거에 진나라 주력군을 섬멸하려고 공격하였다. 그런데 수차례 공격에도 불구하고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싸움이 오랫동안 계속돼 병사가 몹시 지쳐 있는 상태가 되자 병사를 이끌고 동쪽으로 철군하려 했다. 왕진은 그 철군하는 기회를 틈타 대대적으로 반격해 들어갔다. 총력으로 추격해 기(蘄)에서 초나라 군대를 대패시키고 항연을 죽였다. 이듬해에 왕전, 몽무(蒙武)는 승기를 틈타 동진하였다. 초나라 도성 수춘(壽春)을 공략해 초왕 부추(負芻)를 포로로 잡았다. 그렇게 초나라는 망했다. 어려움이 지나간 후 방치되거나 지체된 모든 일이 다시 시행되기를 기다려야 하는 시기에 처했을 때에는 잠시 감추고 숨어야 한다. 기운을 보강하고 능력을 배양한 후에 단숨에 해치워 잃어버린 위풍을 진작시켜야 한다. 일이 바쁠 때는 대뇌가 쉬이 피로해진다. 체력 소모가 크다. 그때는 관련 없는 다른 바쁜 일은 하지 말고 영양제라도 먹고 편하게 잠을 청해야 한다. 체력을 회복시켜야 한다. 피로로 몸을 해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어떤가? 일에만 너무 매달려 자신의 건강에 주의하지 않는 경우는 없는가? 젊음은 좋다. 자신이 젊어 혈기왕성함만 믿고 천하에 두려운 것 아무 것도 없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먹고 마시며 살아가면서 자기 건강은 뒷전에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 젊음의 건강이 벌써 과도하게 정력을 사용해 버렸는지 어느 누가 알겠는가. 일찍이 내리막길에 들어서지 않았다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문제가 발생하면 이미 때는 늦었을 지니. 자신감에 차 있는 시기가 젊은 시절이다. 그런데 신체가 건장하고 힘이 있을 때 너무 정력을 소비하면 나이가 들어서는 형세를 돌릴 힘이 없게 된다. 병이 들어 일찍 노쇠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지 않던가. 그러기에 평상시에 자신을 보양하여야 한다. 정기를 키우고 예기를 모아야 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이미 어려움은 해결되었고 막힌 것이 뚫렸으니 겨울이 지나간 것과 같다. 봄날의 우레와 비가 내리니 만물이 더불어 살아 나가리니. 이때는 위험한 지경은 벗어났지만 진정으로 어려움이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려움이 생겨난 원인을 확실히 파악하여야 한다. 경험을 총결하고 개과자신하여야 한다. 다시 어려움에 봉착해서는 안 된다. 한(漢) 왕조 초기에 이름 난 의사 순우의(淳于意)가 있었다. 의술이 고명하였다. 병을 치료할 때마다 침과 약물을 아울러 같이 써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았다. 순우의가 40세 때에 어떤 사람이 그를 조정에 고소하였다. 조정은 순우의를 도성 장안(長安)으로 압송해 형벌을 내리라고 명했다. 순우의에게는 아들이 없고 딸 다섯 명이 있었다. 출발하는 날에 딸 다섯 명이 순우의 앞에 꿇어앉아 눈물만 흘렸다. 순우의는 딸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화가나 욕을 해댔다. “내게 아들이 없는 게 한이로구나. 사건이 벌어지자 딸들은 눈물만 흘리고. 내가 너희를 잘못 길렀구나.” 몇몇 딸들은 아버지가 욕을 하든 말든 개의치 않았으나 막내딸인 제영(緹縈)이만 무척 마음 아파하였다. 그녀는 아버지 앞에 꿇어앉아 말했다. “저는 아버지를 따라 장안으로 가겠습니다. 내 한 몸으로 아버지의 죄를 대신해 속죄하겠습니다.” 장안에 도착하자마자 순우의는 하옥되었다. 제영은 목숨을 걸고 한 문제(文帝)를 만나러 황궁으로 가기로 결심하였다. 진정서를 작성하고 문지기에게 건네면서 황제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렇게 편지를 썼다. “저의 아버지 순우의는 관리가 된 후 고향 백성은 모두 청렴하고 공평하다고 칭송했습니다. 지금 아버지가 법을 어겼으니 벌을 받는 게 마땅합니다. 저는 죽은 사람들이 다시는 살아오지 못하는 것이 한입니다. 그들이 자신의 죄를 알고는 개과천선하려고 하여도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저는 아버지의 죄를 대신해 관가의 노비가 되기를 자원합니다. 아버지에게 개과천선할 기회를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무제가 제영의 서신을 읽고는 그녀의 희생정신에 감동받았다. 순우의의 형벌을 면제해줬을 뿐 아니라 제영을 노비로 삼지도 않았다. 무제는 명을 내렸다. “요순시대에는 형벌이 가벼웠지만 법을 범하는 사람은 적었다. 지금은 형벌이 특별히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범죄자는 그치지 않는다. 왜 그러한가? 우리 교육이 부족하기에 그러하다. 나는 무척 부끄럽다. 오늘날 법을 어긴 사람에게 교육은 하지 않고 형벌만 내린다. 그들이 과오를 고치려고 하여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나는 모두가 의논해 새로운 법을 만들기를 바라노라!” 재난이 지난 후 자신을 새로이 살펴야 한다. 자기를 반성하여야 한다. 경험의 교훈을 총결해 이전 잘못의 근원을 찾아내어야 한다. 개과자신하여야 한다. 비천한 자가 고관대작의 차를 탔다. 가난한 사람이 부자의 차를 얻어 탔다. 도적이 그를 권력이 있거나 돈이 많은 사람으로 착각해 차를 강탈하고 목숨까지 빼었다면, 누구를 책망할 것인가? 위험이 도래할 때 자신을 보호할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정기를 키우고 예기를 모아야 한다. 배우고 익혀 개과자신하여야 한다. ***** 解卦 ䷧ : 뢰수해(雷水解) 진(震: ☳)상 감(坎: ☵)하 해괘(解卦)는 서남쪽이 이로우니, 갈 곳이 없어서 와서 회복함이 길하다. 갈 곳이 있거든 일찍 하면 길하다. / 해괘(解卦)는 서남쪽이 이로우니, 갈 곳이 없으면 와서 회복함이 길하고, 갈 곳이 있으면 일찍 함이 길하다.(解,利西南,无所往,其來復,吉.有攸往,夙,吉.) 육오는 군자가 오직 풀음이 있으면 길하니, 소인에게서 증험이 있을 것이다.(六五,君子維有解,吉,有孚于小人.) 「상전」에 말하였다 : “군자가 풀음이 있음”은 소인이 물러가는 것이다.(象曰,君子有解,小人退也.) [傳] 해괘(解卦䷧)는 「서괘전」에 “건(蹇)이란 어려움인데, 사물이 끝까지 어려울 수는 없으므로 해괘로 받았다”라고 했다. 사물은 끝까지 어려울 리가 없으니, 어려움이 극에 달하면 흩어지기 마련이다. 해(解)는 흩어짐이므로 건괘(蹇卦䷦) 다음에 놓였다. 괘는 진괘(☳)가 위이고 감괘(☵)가 아래인데, 진괘는 움직임이고 감괘는 험하니, 험함의 밖에서 움직여서 험함을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난이 풀려 흩어지는 상이다. 또한 진괘는 우레가 되고 감괘는 비가 되어 우레와 비가 일어나니, 음양이 교감하여 화창하고 부드럽게 퍼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해괘가 된다. ‘해(解)’는 천하의 환난이 풀려 흩어지는 때이다. 1) 解者,險難釋散之時也.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손자에게 보내는 편지 - 타릭 귀너셀(Tarık Günersel) 인간관계에서 매일 유익한 시간을 보내도록 해라 자연과 연민과 노동으로. 발전하기 위해 자신을 보호하고,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계발하라 강력해지려고 노력한다는 것은 약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성공하려고 애쓰면 성공하기가 더 어렵게 된다. 꽃이 피려고 애쓰던가? ‘그냥’ 피어난다. 창의성에는 욕심이 필요하지 않다. 열정이면 충분하다 고통과 슬픔은 필요하지 않다. 삶의 기쁨이면 충분하다. 겸손하면 쓸데없는 힘을 쏟지 않아도 된다 그래서 열매를 맺는 데 도움이 된다 긍정적인 한계를 택하거라 고요한 바다가 깊은 법이다 불평하지 말고 다가가라 떠나는 자는 버림받는다 그러나 필요할 때는 혼자가 되라 과도기가 무가치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감각을 과소평가하면 온전히 살 수 있을까? 직관이 막히면 이해력이 풍부해질 수 있을까? 인생의 모든 것을 세세히 설명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 노력은 즐겁고 무익하지 않다. 무한한 지평선이란 무엇인가? 비판적 상상력 – 지식과 함께. 그러나 '지식'은 일반적으로 추측이다. 무식하고 무능한 대통령보다는 세련된 '평범한 사람'이 되어라. 믿음은 지식이 아니다. 어떤 유산을 세계사에서 받아들여야 할까? 습관적인 믿음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발전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다른 동물의 지혜에서 배워라 두 개의 열린 창이, 나란히 있는데 하나는 막이 쳐있다. 날개 달린 곤충이 막이 쳐진 창으로 빠져나오려고 헛된 노력을 한다 가까운 지점에 힘을 쏟으며 자유로운 탈출구를 알지 못하고. 그러고 나서 뒤로 날아가서 거리를 둔 후에야 쉽게 출구를 찾게 되지. 자연을 정복하려 하지 말고 함께 춤을 추려고 해라 처음에는 아마도 자연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다음 우주는 -140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 이 모험 후에? 여전히 자연이 있을 거야. 있게 된다면, 아마도 다른 우주로 이어지겠지. 일부 주장처럼 여러 우주가 있을 수 있겠지. 그리고 인간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자연의 기회이지. 상상의 힘을 칭찬하는 것이 유감스럽지 않을까? 우리의 선행을 위해 그러나 잘못에 대해서는 우리 자신을 정죄하고? 인간에게 그들이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을. 신에 대한 생각이 불공평하지 않을까? 자연과 노동? 종교는 누에고치와 같아. 인간은 고치에서 성장하여 그리고 자유롭게 날아 지혜를 소중히 여김으로써 그리고 맹신을 버려라. 일부 현실주의자에게는 자본주의가 정상으로 보이겠지. 그러나 한때는 노예 제도도 정상적인 것으로 보였단다. 너는 두 개의 모국어를 할 수 있게 태어났다. 혼종성은 세계 평화에 좋은 것이지. 인권에는 동물권 일부도 있지. 자연의 권리. 네 안의 빛을 밝게 하라 어둠의 가면을 쓰지 마라. 새로운 지구동반자로서 너만의 지침을 준비해라 인용 및 너의 기여도 함께. 개방적으로 상호 작용을 해라. 질문해 보라: 그리고 뭐? 만약 내가 틀렸다면? 자유는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견뎌라. 유연성은 더 나은 경로를 찾는 데 도움이 된다. 네가 지나치게 확신할 때 너는 넘어지기 쉽다. 글을 써라. 이해하기 위해 말하기보다는. 그리고 기뻐하라. 이제 적어도 한 사람이 있다. 너를 이해하는 사람 조금이라도: 너 자신. 한 해에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그 전에 천 가지가 필요하다. 수습생은 명장을 꿈꾼다. 명장은 꿈속에서도 수습생이다. 대안계획으로 인생을 망치지 마라. 성취?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다. 여정을 즐기거라. 내 손자야. 용기는 겁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것이란다. 호수의 한 방울보다는 대양의 한 방울이 되어야 더 풍요롭다.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이바지하고 축하하라. 너의 명성이 너의 작품보다 더 빛나지 않도록 주의해라. 유행을 타지 않으려면 풍조에 합류하는 것을 자제하라. 우리는 흔적을 따라서 오고 흔적을 남기며 떠난다. 네가 결실을 남기기를 빈다. 평범하지만 건설적이고 깊이 있게 적어도 한 사람을 위해 – 모든 것이 완료되었을 때. 너의 흔적은 이미 시작되었다. Letter to my grandchild (Tarık Günersel) May each day be fruitful in relationships with nature, compassion and labour. Protect yourself in order to develop, and develop to protect yourself. Trying to be powerful implies weakness. Trying to be successful makes it harder to succeed. Does a flower try to open? It ‘simply’ open. Creativity require no greed. Enthusiasm is enough. Pain and sorrow are not necessary. Joy of living is enough. Modesty saves energy and thus helps fruitfulness. Choose positive limits. Tranquillity doesn’t make the ocean shallow. Don’t complain. Approach. One who leaves out is left out. But be alone when necessary. Transitory doesn’t mean worthless. Can you live fully if you underrate the senses? Can comprehension be rich if intuition is blocked? Life can’t be explained in every detail but the effort is pleasant -and not fruitless. What is a limitless horizon? Critical imagination –with knowledge. Yet ‘knowledge’ is usually conjecture. Rather than an ignorant and insolent president, be refined and ‘ordinary’. Belief is not knowledge. Which legacy should one accept from world history? A habitual belief may be handy –but it may hinder progress. Learn from the wisdom of other animals: Two open windows, side by side, one with a screen. A winged insect -trying to get out through the one with the screen, in vain, forcing the nearby spots unaware of the free way out. Then it flies back, gains distance and easily perceives the exit. You can not govern nature but you can dance with her. First there was nature, probably. Then the universe began -14 billion years ago. After this adventure? There’ll still be nature. Maybe leading to a different universe –if any. Perhaps there are multiple universes, as some claim, and humans are nature’s chance to understand herself. Isn't it a pity to praise an imaginary power for our good deeds but condemn ourselves for misdeeds? To humans what they deserve. Isn’t the idea of a god unfair to nature and labour? Religions are cocoons. Humans can grow out of them and fly freely by holding wisdom dear and getting rid of beliefs. Capitalism seems normal to some realists. But slavery too seemed normal once. You were born with two mother tongues to enjoy. Hybridity is good for world peace. Human Rights are part of Animal Rights -part of Nature’s Rights. Let the light in you be light and not masked darkness. Prepare your own guide as a new earth mate with quotations and your contributions. Open to interaction. With questions: Then what? What if I’m wrong? Freedom implies uncertainty. Endure. Flexibility helps you see the better path. You fall when you are too sure. Write. In order to understand rather than to tell. And rejoice. Now there’s at least one person who understands you even a little bit: Yourself. One good sentence a year is good enough. But a thousand are necessary prior to it. An apprentice is a master in his dream. A master is an apprentice even in his dream. Don’t ruin your life with a ‘B Plan’. Accomplish? Without giving up, one can. Enjoy the journey, my dear. Courage is not fearlessness, but taking steps despite fear. A drop in an ocean leads a richer life than a lake. Approach with care, contribute, and celebrate. Beware of letting your name outshine your works. If you don’t want to go out of fashion, refrain from becoming fashionable. We come with traces and leave traces behind. May yours be fruitful. Plain, constructive, deep. At least for one person –when all is done. Your traces have already begun. (English translation by Beverly Barbey / T. Günersel) ◆ 타릭 귀너셀(Tarık Günersel) =이스탄불 시립 극장의 시인이자 극작가, 소설가로 PEN 튀르키예 회장과 PEN 국제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이스탄불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1997년 ‘세계시의 날(World Poetry Day)’을 제안했고 PEN International에서 받아들여 UNESCO에서 3월 21일을 시의 날로 선포했다. 그는 Samuel Beckett, Vaclav Havel and Arthur Miller 등의 작품들을 튀르키예어로 번역했다. 그의 작품들은 The Nightmare of a Labyrinth (mosaic of poems and stories), and How’s your slavery goin’? His Olusmak (To Become), a “life guide for myself,” includes ideas from world wisdom of the past four millennia 등이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최근엔 중국의 계간 문학지 《국제시가번역(国际诗歌翻译)》에도 강 작가의 시 두편이 소개되었다.
◆ 건괘(蹇卦) 건(蹇), 『서괘전(序卦傳)』에 말했다. “건은 어려움이다.” 건은 위험, 곤경이다.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고통을 받는다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따지고 싶지 않다. 다만 곤란은 확실히 시시때때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은 분명하다. 곤란을 대면했을 때 더듬어 생각하고 반성하여야 하고 굳세고 힘이 있고 정직하고 공정하여야 한다. 곤경에 빠졌을 때 어떻게 하여야 할까? 생아편은 본래 좋은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사용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런데 생아편을 아편으로 제조돼 청(淸) 왕조 시기 중국에 유입되었을 때 백성에게 해독을 끼치고 망국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죄악의 검은 마수가 됐다. 이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여러 가지 원인에 따라 오늘날 환경은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 많은 물종이 지구에서 멸종되었다. 각양각색의 기괴한 질병이 엄습하고 있다. 자연재해는 차례차례로 끝없이 나타나고 있다.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원흉은 누구인가? 어느 누가 무고하게 사라져간 생명의 영혼을 달랠 수 있는가? 곤경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는가? 외계 대자연이요 인위적인 데서 도래하기도 했고 많은 일들은 자초하기도 했다. 황사가 몰려오면 우리는 답답하고 고뇌하고 초조 불안하고 닥치는 대로 저주하고 욕을 퍼붓는다. 천지는 우리가 감정을 발산하는 대상이 됐다. 그런데 어찌 천지가 욕을 먹어야 하는가. 하늘과 땅은 억울할 따름이다. 진정한 원흉은 인류 자신이다. 산성비가 내린다. 싹이 시든다. 잎이 누렇게 변해 버린다. 건물이 부식된다. 우리 삶의 터전이 훼멸된다. 이것은 누구 탓일까? 누구의 잘못일까? 이러한 곤경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우리 곁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고 있다. 덤터기를 씌운다. 책임을 전가해 버린다. 우리는 왜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가? 어째서 발생 원인을, 뿌리를 캐지 않는가? 왜 현실을 직시하지 않는가? 어째서 우리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가? 『주역』은 말한다. “산 위에 물이 있는 것이 건(蹇)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자신에게 돌이켜 덕을 닦는다.” 무슨 말인가? 산 위에 큰물이 있으니 행인은 위험하다. 인생의 길에서 어떤 때는 형극으로 가득 덮여있기도 한다. 장애를 만났을 때 반성하고 돌이켜볼 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자신을 되돌아보고 자기의 인품과 덕성을 수련하여야 한다. 위험의 원인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야만 곤란은 우리에게서 떨어질 것이다. 곤란이 생기면, 문제가 나타나면, 과연 이것은 우리 잘못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모든 책임이 내게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대부분은 내 탓이로소이다, 라고 말하지 못한다. 아니 안 한다. 그저 거스를 수가 없었다, 고의가 아니었다, 피할 수 없었다는 모호한 말로 당당하게 지나가 버린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해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연속된 문제가 연이어 발생하게 된다. 곤란은 여전히 우리 곁을 포위하게 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조만간 커다란 문제가 도래하게 된다. 곤란은 불가피하다. 이 세상에는 모순이 가득하다. 혼란은 시시때때로 나타난다. 일마다 존재한다. 어떻게 그 곤란에 대처하여야 하는가? 곤란이 생기면 객관적으로 분석하여야 한다. 깊이 연구하여야 한다. 문제가 존재하는 열쇠를 찾아야 한다. 그러면서 대책을 강구하고 경험을 살려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 번 좌절을 당하면 그만큼 현명해진다는 말처럼 그렇게. 『맹자』에서도 보인다. 일을 하는데 효과를 얻지 못할 때, 일을 하는데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반드시 자신을 반성하라고 했다. 반성하면 수신할 수 있다. 끊임없이 자신이 하는 일의 효율을 제고시킬 수 있다. 자기의 모든 소질을 높일 수 있다. 자신이 고집불통이 아닐까, 이간질시키는 말을 곧이듣는 것은 아닐까 반성하여야 한다. 시원시원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맺고 끊는 맛이 없는 것은 아닐까, 너무 성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은 아닐까? 너무 부지런하고 신중한 것은 아닐까, 냉정함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통찰력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세심하지 못한 것은 아닐까? 마음이 좁은 것은 아닐까, 너무 사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주색에 너무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돈에 너무 몰두해 있는 것은 아닐까……. 보통사람인 우리는 어째서 캐묻지를 않는가? 곤란이 도래하면 캐묻는 것을 배웠다면 곤란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을 수 있게 되면서 곤란은 우리에게서 멀어지게 된다. 문제가 생기면 캐묻고 따지고 들면 문제는 순리적으로 해결된다. 공자는 말했다. “날마다 세 번 내 몸을 살핀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끊임없이 수련하고 자아의 인품 덕성과 수양을 제고시키면서 자아의 고상한 정조를 나무랄 데가 없도록 했다. 공자는 그렇게 하기 위하여 부단하게 자신을 반성하였다. 자신에게 캐물었다. 그러면서 어떤 문제라 할지라도 한 번 도래하면 이후 자신에게 다시는 그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곤란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걸출한 성인이 된 것이다. 위험을 만나면 당황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말며 절망하지 말아야 한다. 반성할 줄 알고 캐물을 수 있어야 한다. 태연자약할 수 있어야 한다. 탈출구를 찾아야 하고 자신에게 생명을 불어넣을 ‘귀인’을 찾아야 한다. 끊임없이 사색하여야 한다. 신변에 모든 유리한 조건을 이용하여야 한다. 자기 자신의 지혜의 원천을 캐내야 한다. 기다림은 곤란을 이기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 기다림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행하는 방법이다. 어떤 때에는 기회가 왔는데도 잡아채지 못하기도 한다. 무제한으로 물리면 결과적으로는 만회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곤란이 생기면 마땅히 적극적이고 융통성 있게 간단한 방법으로 재빨리 해결하여야 한다. 『주역』은 말한다.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올 것이다.” 곤경에 빠졌거들랑 강건하고 중정함〔강건중정(剛健中正)〕을 견지하여야 한다. 그러면 열정적인 사람이 나타나 곤경에서 구해줄 것이다. 당신이 위험한 지경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관경을 본 적이 있는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 때 열정적인 아주머니나 아저씨가 당신에게 방향을 가리켜준 적이 있는가? 넘어졌을 때 힘이 있든 없든 당신에게 내미는 손이 있었는가? 만약 그렇다, 라고 대답한다면, 우리는 행복하고 행운아라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걸어가는 길이 옳다는 것을 말한다. 정의로운 길을 향하여 가고 있으니 옮길 필요 없이 계속 전진하여야 할 터이다. 우리가 곤란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이 있으니, 타인이 곤경에 빠졌을 때 우리도 용감히 나서야 한다. 비록 영웅처럼 ‘춘풍명월을 보는 게 습관이 되어’ 만사를 ‘담소하며 즐기는’(「강가의 신선들(臨江仙)」) 지고지순한 경지에 이르지는 못하였지만 적어도 우리가 곤경에 처했을 때 곤경에 놀라 자빠지지 않고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회한하지 아니하고 무능해 해놓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부끄러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 蹇卦 ䷦ : 수산건(水山蹇), 감(坎: ☵)상 간(艮: ☶)하 「단전」에서 말하였다 : 건(蹇)은 어려움이니, 험함이 앞에 있음이다. 험함을 보고 그칠 수 있으니 지혜롭다.(彖曰,蹇,難也,險在前也,見險而能止,知矣哉.) 「상전」에서 말하였다 : 산 위에 물이 있는 것이 건(蹇)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자신에게 돌이켜 덕을 닦는다.(象曰,山上有水,蹇,君子以,反身脩德.) 구오는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온다. / 구오는 크게 어려움에 벗이 올 것이다.(九五,大蹇,朋來.) [傳] 건괘(蹇卦)는 「서괘전」에서 “규(睽)는 어긋남이며, 어긋나면 반드시 어려움이 있으므로 건괘로 받았으니, 건(蹇)은 어려움이다”라고 하였다. 어긋나는 때에는 반드시 어려움이 있으니, 건괘가 그래서 규괘(睽卦)에 다음하는 것이다. 건(蹇)은 험하게 막혔다[險阻]는 뜻이므로 어려움[건난(蹇難)]이 된다. 괘 됨이 감괘(坎卦☵)가 위에 있고, 간괘(艮卦☶)가 아래에 있는데, 감괘는 험함이고 간괘는 그침이다. 험한 것이 앞에 있어서 그친 것이니, 나아갈 수 없다. 앞에는 험함에 빠짐이 있고, 뒤에는 높게 막힘이 있으므로 건괘(蹇卦)가 되었다. □ 「강가의 신선들(臨江仙)」(楊愼) 滾滾長江東逝水 장강은 도도히 흘러 동으로 가는데 浪花淘盡英雄 물거품처럼 사라져간 영웅들. 是非成敗轉頭空 돌아보면 시비와 성패가 모두 헛된 것 青山依舊在 청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幾度夕陽紅 몇 번이나 석양에 붉게 물들었던가. 白髮漁樵江渚上 강가 고기 잡고 나무하는 늙은이들 慣看秋月春風 춘풍명월을 보는 게 습관이 되어 一壺濁酒喜相逢 탁주 한 병 들고 기쁘게 만나 古今多少事 옛이야기 요즘 이야기 都付笑談中 담소하며 즐기는 거지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오채(五彩) - 치앤 주이 링(簡瑞玲, CHIEN Jui-ling) 녹색은 ‘구름 문’ 서점 간판 위에 있는 반얀나무 색이네 그 밝은 빛이 당신의 치마에 반사되고, 이라크의 짙은 녹색 같은 여름비 후에 나오는 새싹처럼 빨강은 열정, 엘살바도르인의 라틴 영혼, 튀니지 시인의 명랑하고 따뜻한 입술, 레드 캐슬 레스토랑(Red Castle restaurant)의 벽돌, 그리고 붉히는 얼굴에 가려진 나의 수줍음. 파란색은 비가 내리는 관음산의 풍경, 미술전시관 가마쿠라 주쿠(Kamakura Juku) 사암의 회색 파랑, 내가 잠겨 드는 군중의 파도, 그리고 에콰도르 시인의 뜻밖의 슬픔 흰색은 순도의 일종이며, 닥터 맥케이(Doctor Mackay)의 대만에 대한 흠 없는 사랑, 일본 시인의 확고한 반핵 외침, 단수이 연인의 다리(淡水漁人碼頭, Tamsui Fisherman's Wharf)의 하얀 요트, 내 마음의 공허함을 채우는 솜털구름. 검은색은 신비로운 금기이며, 단수이의 한밤중 색을 커피에서 찾을 수 있지, 검은 예복 그의 밝음은 올빼미를 즐겁게 하지 주황색은 사원의 엄숙한 조각품이며, 벵골 시인의 노란 셔츠, 천장부터 바닥까지 내려오는 창틀에서 나오는 황금빛 햇살 밤새도록 에어컨 냉기를 쏟아내는 방. 그래서 내 어떤 부분이 다시 각성하지 [번역=강병철 작가] 五彩 (簡瑞玲) 綠是雲門樹屋的榕樹綠 映輝於妳的裙襬 是伊拉克眼眸的深邃綠 與夏雨後的新芽 紅是熱情,是薩爾瓦多拉丁魂 是突尼西亞女詩人溫暖開朗的唇 是淡水紅樓的磚 掩飾我不安羞赧的臉紅 藍是觀音山陰雨的蒼藍 是鎌倉塾的砂岩灰藍 是我在人海裡潛水的浪 是那厄瓜多爾詩人不期而至的憂傷 白是一種純粹 是馬偕醫師深愛台灣的真摯無瑕 是日本詩人堅定反核的至情呼籲 是漁人碼頭的白色遊艇 與填補空虛心靈的柔軟穹頂 黑是神秘是魅力 是午夜淡水的咖啡黑 他的長袍黑禮服上 有一道光 正和貓頭鷹嬉鬧 澄是莊嚴廟宇的木雕澄 是孟加拉詩人的澄黃衫 是來自落地窗台的金耀陽光 驅走一夜冷氣的房 於是 某些部份的我又醒過來 Multicolor (CHIEN Jui-ling(nuria)) Green is the banyan tree over "Cloud Gate" bookstore, its bright reflects on your skirt, with the Iraqi’s deep green looking the sprouts after the summer rain. Red is the passion, the Salvadoran’s Latin soul, the Tunisian poetess warm lips, the bricks of the Red Castle restaurant, and my shyness hidden in the uncomfortable blushing. Blue is the landscape of the Guanyin Mountain under raining, the grey blue of Kamakura Juku sandstone, the waves of multitude in which I submerge, and the unexpected sadness of the Ecuadorian poet. White is a kind of purity, the Doctor Mackay’s impeccable love to Taiwan, the firm anti-nuclear calling by the Japanese poetess, the white yacht on Tamsui Fisherman’s Wharf, and the cotton clouds filling the emptiness in my heart. Black is a mystical taboo, The color of midnight in Tamsui found in coffee, the ceremonial black robe whose brightness used to amuse the owls. Orange is the solemn sculpture of the temple, the yellow shirt of the Bengali poet, the golden sunshine from the balcony expelling the air conditioning cold all night. And so a certain parts of mine are awaken. ◆ 치앤 주이 링(簡瑞玲, CHIEN Jui-ling) =대만의 남쪽에서 태어났으며 시인이자 학자이며 스페인어 번역가로 대만 靜宜大學外語學院에서 일하고 있다. 세계시인운동협회(世界詩人運動組織, Movimiento Poetas del Mundo) 회원으로 스페인어 작품 '약속'과 '섬의 항해'를 대만어로 번역했다. 진수진(陳秀珍)의 시집 《保證》을 스페인어로 번역했다. 페루, 베트남, 멕시코 국제시축제에 참가했다. 2015 타이난 포모사 국제 시 축제, 2016, 2017 탐수이 포모사 국제 시 축제, 2017 페루 트루히요 국제 시 축제에도 참여했다. 리마의 페루 방송국의 'Adam's Belly Button' 프로그램에서 스페인어로 인터뷰를 했다. 소설 'Daofeng Inner Sea'를 스페인어로 번역했으며 대만 문화부의 보조금을 받아 활동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
◆ 규괘(睽卦) 규(睽)는 괴팍하다, 위반하다, 대립하다 뜻이다. 사회는 통일되어 있으면서도 대립하기도 한다. 어떤 모순(갈등)도 해결할 수 있는 점이 있다. 바로 ‘같은 점’이다. 같은 점을 찾아내야만 쌍방인식의 일치(공통 인식)를 이룰 수 있다. 세상에 영원한 친구란 없다. 영원한 적도 없다. 구동존이(求同存異, 공통점을 구하고 차이점은 놔둔다. 서로 다른 점은 인정하면서 공동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우리가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다. 천성적으로 의심이 많으면 어떻게 하여야 할까? 사람마다 다른 배역을 충당할 기회가 있다. 각양각색의 사람과 사귈 기회도 있다. 일하거나 생활하는 가운데 다른 사람과 함께 지내는 도리를 이해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을 사랑하여야 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 합쳐지면 반드시 떨어지게 되고 떨어지면 반드시 합쳐지며, 같음 속에 다름이 있고 다름 속에 같음이 있다. 사람들과 함께 지낼 때 의견차이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 일이다. 자신과 타인이 의견차이가 있을 때 관건은 시기를 파악해 다름 속에서 같음을 구해야〔이중구동(異中求同)〕 한다. 다름 속에서 같음을 찾는 것은 사람이 처세하는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점을 이행하려면 대범하고 도량이 넓어야 한다. 잡념을 버리는 마음가짐이 있어야만 타인이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주역』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 위배되거나 조화롭지 못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동존이(求同存異)다. 세상에 어떤 사물이라 할지라도 형태는 각기 다르지만 동일성이 존재한다. 사회에서 다른 연령, 다른 지역, 다른 문화 사이에 다른 관점이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입장, 사상, 생활 방식이 다른 문제에 속한 것에 대해서는 논쟁하지 말고 서로 존중해주라.” 세상에 완전히 같은 나뭇잎은 존재하지 않는다. 쌍둥이를 포함하여 완전히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 개성, 애호, 인식, 능력과 이익 추구가 다 다르다. 그렇게 천자만태의 사회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 차이는 질서의 근원이다. 모두 질서정연한 차이를 끌어낼 수 있다. 모두가 사물을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힘이다. 차이는 활력의 기초다. 차이가 결핍되면 서로 보충하고 왕래하는 활력이 부족하게 된다. 조화는 차이의 통일을 가리킨다. 다른 사물의 상호 보충과 배합, 협조다. 차이가 있기에 경쟁이 생긴다. 경쟁은 조화의 압력기제요 동력기제다. 사회 조화는 그런 동력 아래서 끊임없이 부조화의 요소를 없애는 과정 중에서 도달된다. 다른 원료와 재료가 있어야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음이 규율에 따라 배열될 때야만 하모니가 이루어진다. 교향악은 여러 악기가 있어야 하고 여러 음색, 음계, 여러 선율이 있어야 기세가 넘치고 심후하다. 한 악단이 한 음부만 연주한다면 단조롭게 된다. 요리가 한 품종으로 만 만들어졌다면 무미건조하게 된다. 한 도시의 건축물이 천편일률적이라면 생기가 없게 된다. 한 지역, 한 직장에 한 목소리만 존재한다면 아무런 생기도 존재할 수 없게 된다. 사회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다채롭고 풍부하며 무한한 활력이 생겨난다. 조화를 추구하려면 먼저 차이를 인정하여야 한다.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반드시 ‘구동존이(求同存異)’하여야 한다. ‘구동(求同)’은 상방의 공통점을 구하고 확대하는 데에 노력하는 것이요, ‘존이(存異)’는 쌍방에 일정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바로 보고 인정하는 것이다. 구동은 존이의 목적이요 존이는 구동의 조건이다. 존이해야만 구동할 수 있다. 구동은 반드시 존이하여야 한다. 큰 목표가 충돌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차이를 인정하면 모순(갈등)을 푸는 데에 유리하고 공존 공영할 수 있다. 진리 그 자체는 사람의 마음을 정복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자체의 힘은 믿음이 있다는 표현이다. 구동존이라는 사상 기초가 있다면 불일치가 존재할 때 너무 급히 일치되기를 바라지 않게 된다. 조건이 성숙되지 않았는데 어려운 일을 남에게 억지로 강요하지 않게 된다. ‘콘크리트 블록’ 표준에 따라 인재를 설계하지 않게 된다. 권력을 빌어 억지로 통일을 이루려 하지 않게 된다. 구동존이가 있어야만 ‘백화재방’, ‘백가쟁명’의 문예 번영의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 다른 사람과의 의견 차이는 타인을 염려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의심하게 한다. 우리는 응당 타인을 믿어야 한다. 타인을 믿어야 당신이 보는 세상은 아름답다. 당신이 타인을 의심하게 되면 당신이 보는 세상은 추악한 것이 된다. 자기 동지나 친구조차 의심하게 된다면 자기 자신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이다. 『주역』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만약 자기 친구나 동지를 의심하면 수레 안에 귀신이 가득한 것〔재귀일거(載鬼一車)〕을 보게 되는 것처럼 되어 위험하게 된다. 지도자라면 사람을 썼으면 의심하지 말고 의심이 가는 사람은 쓰지 말아야 한다. 아랫사람을 믿고 의심하지 않으려면 재능이 있는 사람과 현자를 받아들이는 기백과 아량이 있어야 한다. 1. 사람의 장점을 받아들이라. 지도자라면 일반적인 인재를 임용해 쓴다. 그런데 탁월한 재능이 있는 사람이나 뛰어난 인재나 자신보다 재능이 있는 인재는 용인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과 중심 위치에 위협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질투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 인재를 억압한다. 진정으로 우수한 인재는 반드시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듯이 두각을 나타내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도 제어할 수 없다. 뛰어난 지도자에게는, 훌륭한 인재는 기쁨이지 우려할 것이 아니다. 치켜세워야지 억압해서는 안 된다. 구해야지 버려서는 안 된다. 2. 사람의 단점을 받아들이라. 인재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있다. 어떤 이는 장점이 두드러지기도 하고 단점이 두드러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자기의 재능을 믿고 교만해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사소한 일에 주의를 돌리지 않기도 한다. 인재 사이에는 여러 가지 모순이 존재한다. 지도자라면 그 장점도 받아들이고 단점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3. 사람의 말을 들어라. 얻은 인재의 여러 주장, 의견을 들으려거든 그들에게 말하도록 장려하여야 한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은 의견을 제시하게 하여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인재라면 정확하고 확실한 견해가 있다. 자신의 견해에 자신감이 충만하기 때문에 상사 의견에 부화뇌동하지 않고 자주 자신의 의견을 고집할 것이다. 어떤 인재는 세상일을 알지 못하여 정실에 흐르지 않는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직언하기도 한다. 지도자라면 타인의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이것이 민주를 발양하는 태도다. 지도자라면 응당 현명한 제언과 간언을 받아들이고 언로를 넓혀야 한다. 4. 무례한 짓을 받아들이라. 포용하는 것 중에서 타인의 무례한 짓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 “호랑이 꼬리를 밟아서는 안 된다.” “태세신의 머리 위 흙은 건드려서는 안 된다.” 이처럼 건드리기만 하면 펄쩍 뛰고 움직이기만 하면 노발대발하는 지도자가 있다. 타인이 조금만 무례하게 굴면 기회를 엿보고 보복하려고 한다. 식견과 도량이 있는 지도자는 무례하게 구는 자에게 ‘앙갚음으로 따끔한 맛을 보게 하지’ 않는다. 합리적인 무례라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다. 합리적이지 않은 무례라 할지라도 사업이 중하기에 대국적인 견지에서 전혀 개의치 않는다. ‘간덩이가 큰’ 무례를 범하는 자는 대부분 천성이 정직하고 솔직하며 정정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로 얻기 힘든 인재로 사업 희망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 睽卦 ䷥ : 화택규(火澤睽), 리(離: ☲)상 태(兌: ☱)하 규(睽)는 작은 일은 길하다.(睽,小事,吉.) 「상전」에서 말하였다 : 위는 불이고 아래는 못인 것이 규(睽)이니, 군자가 그것을 본받아 같게 하면서도 다르게 한다.(象曰,上火下澤,睽,君子以,同而異.) 상구는 어긋남에 외로워 돼지가 진흙을 짊어진 것과 귀신이 한 수레 실려 있음을 본다. 먼저 활줄을 당겼다가 뒤에 활줄을 풀어놓으니, 도적이 아니라 혼구(婚媾)이다. 가서 비를 만나면 길하다.(上九,睽孤,見豕負塗,載鬼一車.先張之弧,後說之弧,匪寇,婚媾,往遇雨則吉.) [傳] 규괘(睽卦)는 「서괘전」에 “집안의 도(道)가 다하면 반드시 어그러지므로 규괘로 받았으니, 규(睽)는 어그러짐이다”라고 하였다. 집안의 도가 다함에 어긋나 흩어짐은 이치가 반드시 그러하므로 가인괘(家人卦䷤)의 뒤에 규괘(睽卦䷥)로 받았다. 괘는 위가 리괘(離卦☲)이고 아래가 태괘(兌卦☱)이니, 리괘인 불은 타오르고 태괘인 못은 적시어 내려가서 두 몸체가 서로 어긋남이 규괘의 뜻이다. 또 둘째 딸과 막내딸이 비록 함께 있지만 시집가는 곳이 각각 다르니, 그 뜻이 함께 가지 않는 것이 또한 규괘의 뜻이 된다. ☞이권홍은? =제주 출생. 한양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나와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중문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현대문학 전공으로 『선총원(沈從文) 소설연구』와 『자연의 아들(선총원 자서전)』,『한자풀이』,『제주관광 중국어회화』 등 다수의 저서·논문을 냈다. 현재 제주국제대학교 중국어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새 봄을 맞아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정치학 박사이자 시·소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는 강병철 작가의 ‘세계시선(詩選)’입니다. 동·서양 곳곳을 아우르는 나라의 고전과 현대 명시(名詩)를 강 작가의 유려한 문체로 우리 말로 풀어냅니다. 번역이란 새로운 창작물의 재탄생을 통해 문학의 참맛도 엿보게 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애독바랍니다./ 편집자 주 어머니의 나무상자 - 루오치우홍(罗秋红) 시인에게 펜을 들게 하라 죽기 전에 어머니가 지녔던 나무상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천으로 만든 신발을 나무상자에 두어 어머니가 만든 헝겊 신발을 보전하라 우주의 암호에서, 빛에 대항하여 자유롭게 걷는 것 자신의 성전을 짓게 하라 구부러진 용광로 불길을 위하여 성전을 가질 수 있도록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줄자 줄자가 불운을 토해내도록 놔두라 인간의 미덕의 최저 허용 수준을 측정하기 위해 잉크로 구절을 측정하고 세상의 채찍질 당한 흉터를 재기 위해 자, 본연의 맛과 향의 줄자 우주 배경을 가로질러 탐색하네 나무상자의 눈에서 펜의 발자취를 그리고 성전 앞 불더미 9미터의 봉인으로 차단 인간관계의 변덕스러움 [번역=강병철 작가] 母亲的木箱子 (罗秋红) 允许诗人怀揣一支钢笔 望着母亲生前的木箱子发呆。 允许木箱子跟着母亲做的 布鞋奔跑。允许布鞋住进 宇宙密码里,逆着光 自由行走。 让它为佝偻的炉火 搭一座自己的庙堂。 允许庙堂里有 原汁原味的卷尺。 允许卷尺吐出厄运 测量人类道德底线 测量人间墨韵鞭痕。 此刻,原汁原味的卷尺 穿越空间背景,从木箱子 眼神里获得一支钢笔的 探索足迹。 而庙堂前方一堆炉火 用九米的印章,阻隔了 世态炎凉。 Mother’s Wooden Box (Luo Qiuhong) Allow the poet to have a pen In a daze looking at Mother’s wooden box during her life. Allow the wooden box to run together with the cloth shoes Made by Mother. Allow the cloth shoes to live In the code of the universe, against the light To walk freely. Let it build its own temple For the stooped furnace fire. Allow the temple to have A tape measure of original taste and flavor. Allow the tape measure to vomit bad luck To measure the lowest permissible level of human virtue To measure verses in ink and whip scars in the world. Now, the tape measure of original taste and flavor Traverses space background, obtains the probing footsteps of a pen from the eyes of the wooden box. And a pile of fire before the temple With the stamp of nine meters, to obstruct The fickleness of human relationships. (Translated by Zhang Zhizhong) ◆ 루오치우홍(luoqiuhong, 罗秋红) =1961년생으로 현재 중국 후베이성의 성도인 우한에 살고 있다. 중국시 학회, 후베이성 문인협회와 후베이성 음악가 협회의 회원이다. 그녀의 작품은 《人民日报》《诗选刊》《星星》《光明日报》《延河》《天津诗人》《岁月》《世界日报》《音乐时空》《羊城晚报》등 잡지와 신문에 실렸고, 많은 연간시선집에 포함되었다.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소설《雪儿,你在哪儿》을 출간했다. 또한, 작품집으로 《罗秋红个人作品集》(音乐作品集);其代表作《中国妈妈》荣获原创音乐三等奖,《娘的佛经》被称为神曲,被收入2012年新歌经典合辑。曾获第六届中国当代诗歌奖•新锐奖 등이 있다. 제6회 현대중국시인상 및 신인상(the 6th Contemporary Chinese Poetry Award• New Talent Award)을 받았다. 작품들은 외국어로 번역되어 많은 나라에 소개되고 있다. ☞ 강병철 작가 = 1993년 제주문인협회가 주최하는 소설부문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16년 『시문학』에서 시인으로 등단했다. 2012년 제주대에서 국제정치전공으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제주대학교 평화연구소 특별연구원, 인터넷 신문 ‘제주인뉴스’ 대표이사, (사)이어도연구회 연구실장 및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제주통일교육센터 사무처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제33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이며 국제펜투옥작가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제34대 국제펜클럽한국본부 인권위원으로 재선임됐다. 국제펜투옥작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신장위구르 자치구역의 대표적인 위구르족 작가 중의 한 명인 누르무헴메트 야신(Nurmuhemmet Yasin)의 「야생 비둘기(WILD PIGEON)」를 번역 『펜 문학 겨울호』(2009)에 소개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 신문에 시 ‘나비의 꿈’이 소개됐다. ‘이어도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이어도를 소재로 한 단편소설 ‘이어도로 간 어머니’로 월간 ‘문학세계’에서 주관한 ‘제11회 문학세계 문학상’ 소설부문 대상을 받았다. 한국시문학문인회에서 주관하는 제19회 ‘푸른시학상’을 수상했다. 강병철 박사의 시와 단편소설은 베트남, 그리스, 중국 등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돼 소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