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행 항공권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3~5월 연휴 기간 항공권이 조기 매진되면서 도민과 관광객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항공사들이 국제선 확대에 집중하면서 국내선 좌석 공급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20일 제주공항 도착 게이트 앞 대합실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8/art_17400976637205_d8d74d.jpg)
제주행 항공권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3~5월 연휴 기간 항공권이 조기 매진되면서 도민과 관광객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항공사들이 국제선 확대에 집중하면서 국내선 좌석 공급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광객 감소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며 제주 경제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3~5월 제주행 항공권이 빠르게 품절되면서 항공권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항공권 예약 일정조차 공개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설 연휴 항공권 부족 사태가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삼일절 연휴와 5월 황금연휴(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대체공휴일) 항공권은 이미 매진된 상태다. 특히, 뒤늦게 추가되는 항공권조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제주 여행을 계획하는 관광객들은 높은 운임을 부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에서 제주로 자주 출장을 다니는 김모씨(62)는 "과거에는 3~4만원이면 항공권을 쉽게 구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해외여행 수준으로 비용이 올라 부담이 크다"며 "업무상 제주를 자주 방문해야 하는데 항공권 가격이 크게 상승하면서 이동 자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항공권 부족 문제는 단순한 수요 증가 때문만이 아니라 국내선 공급 자체가 줄어든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제주행 국내선 좌석 공급량을 살펴보면, 2022년 1월 277만7042석에서 2023년 1월 250만6300석으로 27만석이 줄었다. 이후 2024년 1월에는 240만8366석으로 감소 폭이 다소 둔화되는 듯했지만 올해 1월 기준 220만454석까지 감소하며 1년 새 20만석이 추가로 줄었다. 3년 동안 제주 노선 국내선 좌석이 모두 58만석 감소한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국제선 항공편은 2023년보다 15.9% 증가했고, 공급 좌석도 17% 확대됐다.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 확장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국내선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운영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도내 항공업계 관계자는 "국내선보다 국제선이 항공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더 높다"며 "제주 노선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편이지만 국제선과 비교하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 좌석 공급을 줄여도 일정 가격 이상으로 판매가 가능해 항공사 입장에서는 굳이 공급을 늘릴 이유가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제주행 항공권 부족 사태가 심화되고 있다. 3~5월 연휴 기간 항공권이 조기 매진되면서 도민과 관광객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항공사들이 국제선 확대에 집중하면서 국내선 좌석 공급이 줄어든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광객들이 제주공항을 나와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http://www.jnuri.net/data/photos/20250208/art_17400979069125_a6b152.jpg)
항공권 부족은 관광객 감소로도 직결되고 있다.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97만명으로 지난해보다 9.3%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1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관광객 수가 100만명 아래로 내려간 기록이다. 특히, 내국인 관광객 감소 폭이 컸다. 지난달 내국인 방문객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9.5%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가 일부 감소분을 보완했지만 전반적인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관광객 감소는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제주 소매판매액지수는 2023년 4분기보다 1.2% 감소했다. 특히, 면세점 매출이 같은 기간 29.0% 급감했다. 이는 제주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면세점 매출 하락은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패턴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단체 관광객 중심에서 개별 여행객 위주로 변화하면서 면세점 이용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소비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고, 글로벌 경기 둔화와 맞물려 선택적 소비가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점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제주 지역 내 상권도 영향을 받고 있다.
대형마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4.5% 감소했다. 전문소매점 매출도 1.3% 줄었다. 숙박·음식업도 타격을 받으며 지난해 4분기 생산지수가 2.4% 감소했고, 관련 업종 취업자 수도 9600명 줄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는 대한항공과 간담회를 열고 국내선 증편을 공식 요청했으나, 항공사는 구체적인 증편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선 감편이 제주 관광산업과 도민들의 이동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국제선 확대가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 노선 증편이 당장 이루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순히 항공사와의 협의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계자는 "국내선 감편을 방지할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저비용항공사(LCC)와 협력해 국내선 증편을 유도하고, 국내선 감축을 방지하는 제도를 마련하며 지방공항과 제주를 연결하는 노선을 확대하는 등의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내 관광업계 관계자는 "현재처럼 제주행 항공권 공급 부족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여행 불편을 넘어 제주 경제 전반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항공사와 정부, 지자체가 협력해 보다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이누리=김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