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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출연 이유? 유족 억울함 풀고 사례비 받아 입국 여비 쓰려고"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의 살인교사 피의자가 22년 만에 검거,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공소시효 만료가 향후 그의 재판과정에서 쟁점이지만 이와 별개로 미궁에 빠졌던 범죄의 배후 등에 대한 의혹이 풀릴지가 관심사다.

 

제주경찰청은 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의 유력 용의자 김모(55)씨를 체포,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0일 밝혔다.

 

김씨는 1999년 11월 5일 이승용(당시 45세) 변호사 살해를 교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사건 피해자인 이 변호사는 1999년 11월 5일 새벽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북쪽 삼거리에 세워진 소나타 승용차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곧바로 수사본부를 꾸려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당시 조직폭력배도 용의선상에 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씨는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 결국 별다른 단서를 찾지 못한 채 1년여 만에 수사본부는 해체됐다.

 

이 사건은 60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사건기록을 남긴 채 발생 15년 뒤인 2014년 11월 공소시효 만료로 결국 장기미제사건으로 종결되는 듯했다. 

 

영구미제 사건이 될 뻔한 이 변호사 피살사건은 돌연 전환점을 찾았다. 김씨가 지난해 6월 SBS ‘그것이 알고싶다’ 프로그램에서 살인을 교사했다고 자백하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제주지역 조직폭력배인 유탁파의 전 행동대원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당시 조직 두목인 백모씨로부터 범행 지시를 받았고, 동갑내기 손모씨에게 이 변호사 살해를 교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곧바로 재수사에 착수했다. 지난 4월 인터폴에 해외에 있는 김씨에 대한 적색수배 요청을 했다.

 

김씨는 캄보디아에 체류하다가 지난 6월 23일 불법체류 혐의로 현지에서 검거됐다. 뒤이어 지난 5일 추방이 결정돼 18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경찰은 이날 “김씨의 방송 인터뷰 내용 이외에 또다른 증거를 확보했다.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증거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사건 당시 이 변호사의 가족이 용의자 선상에 올랐다. 방송 출연을 통해 그에 대한 억울함을 풀어준 뒤 유족 측으로부터 사례비를 받아서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기 위한 여비를 마련하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피의자 국외 출입국 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공소시효 만료 전인 2014년 11월 5일 이전에 여러 차례 해외를 오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이 출국 기간을 김씨가 형사처벌을 피할 목적으로 도피한 것으로 볼 수 있는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방송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 “공소시효가 끝난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김씨의 생각과 달리 공소시효는 남아있다.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인 '태완이법'은 2015년 7월 24일 국회를 통과,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됐기 때문이다.

 

법이 시행된 2015년 7월 3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살인사건에 대해서는 법 적용이 가능(부진정소급)하다.

 

이 사건 공소시효 만료일은 이로 인해 2014년 11월 5일 0시가 아닌, 최소 만 8개월을 제외한 2015년 8월 이후가 된다. 유력 용의자인 김씨는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전 만 8개월간 해외로 출국하면서 이른바 '태완이법'을 적용받게 됐다. 

 

 

이 변호사의 피살사건은 당시로선 큰 파장을 불러 온 제주사회 최대사안이었다. 1998년 6.4 지방선거에서 우근민 후보와 신구범 후보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여 결국 우 후보가 당선됐지만 우 후보는 당선 직후 곧바로 금품제공 등의 선거법 위반 시비에 휘말렸다.

 

이 변호사는 당시 우근민 후보 측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제주시 애월읍 청년 손모씨의 양심선언을 돕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회견까지 한 청년은 검찰 조사를 앞두고 돌연 자취를 감췄다. 이에 제주지역 폭력조직인 유탁파가 당시 도지사 선거 등 지역정계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998년 6월4일 치러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우근민(새정치국민회) 후보는 52.76% 득표율로 민선 도지사에 올랐다. 신구범(무소속) 후보는 30.78%, 현임종(한나라당) 후보는 16.45%였다.

 

전문가들은 제보자인 김씨가 직접 이 변호사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씨가 두목의 지시를 받았다던 1999년 10월 두목 백씨는 교도소에 복역 중이었고 살인을 했다던 손씨는 1998년 8월20일 연동에서 강도사건으로 입건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체를 밝혀줄 손씨는 2014년 사망했다. 두목 백씨도 이미 고인이 돼 김씨 주장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선 "다각도로 수사 중”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경찰 관계자는 이어 "이 사건 쟁점이 많아 앞으로 입증해야 할 부분도 많다”면서 "김씨가 직접 살인을 저질렀을 가능성 등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폭넓게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21일 열릴 예정이다.

 

피살된 이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 24회에 합격, 검찰에 입문했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홍준표 국회의원 등과 사법시험 동기다. 

 

이어 동서울지검, 부산지검 검사를 지내다 1992년 제주로 귀향, 신구범 전 지사의 자문변호사까지 맡기도 했다. 그러나 제주에 내려온지 7년 만에 살해당했다. 사건 뒤 오히려 용의선상에 오르기까지 했던 그의 아내와 가족은 결국 제주를 떠났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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