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화산섬 지하수 모델과 차별화된 제주형 지하수 모델이 새롭게 제시됐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제주 지질 형태에 맞는 지하수 모델을 소개하는 논문이 수자원 분야 국제학술지인 '수리학적 과정(Hydrological Processes)' 8월호에 게재됐다고 20일 밝혔다.
해당 논문은 '제주도 화산층서와 동굴 유입수 관측을 통한 다층대수층 모델 개념화(Conceptualizing a multi-layered shingle aquifer model based on volcanic stratigraphy and water inflow to lava caves in Jeju Island, Korea)'다.
연구진들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만장굴·용천동굴 등에서 지하수의 흐름을 직접 관측, 용암동굴 내 지하수 유입 특성을 연구한 결과가 담겼다.
논문 작성에는 한라산연구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텍사스 퍼미안 베이즌 대학이 공동 참여했다.
이번 논문은 제주 지하수 흐름이 너와지붕을 흘러가는 빗물의 흐름과 비슷하다고 보고, ‘너와모델(multi-layered shingle aquifer model)'이라는 제주형 지하수 모델명을 제시했다.
논문에 따르면 지표로 스며든 빗물은 지하에 분포하는 여러 매의 고토양층(물이 스며들기 어려운 지질구조) 상부를 따라 흘러가는 과정에서 고토양층(하천 생성 이후 새로운 화산활동으로 인해 용암에 덮인 하천)을 통해 지하로 더 깊이 흘러든다.
지하로 흘러든 물은 아래에 위치한 또 다른 고토양층을 따라 수평·수직적으로 흘러가기를 반복해 상당한 규모의 지하수체가 형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용암동굴에서 지하수의 흐름을 직접 관측해 얻은 결과라는 점에서 기존 연구와 차별화된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만장굴과 용천동굴은 깊이 10~30m, 폭 4~22m, 길이 3~5km의 지하 공간으로 지하수의 흐름을 직접 관측할 수 연구 공간이다.
연구진은 약 1년 3개월에 걸쳐 수 km에 걸쳐 동굴 내로 유입되는 지하수의 흐름 양상과 특성을 주기적으로 관측했다.
기존의 많은 지하수 연구들은 지하수 관정을 대상으로 이뤄져 왔다.
기존의 지하수 모델은 다층으로 이뤄진 지하 대수층, 지하수 수위의 수직적 불연속성 등 제주도 지하수만의 특징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너와모델’ 개념은 제주도 지표의 지질 및 지하수 흐름을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2017년 국내 ‘지질학회지’에 처음으로 보고됐다
이후 지하의 용암동굴로 지하수 연구영역을 확대헤 동굴 내 고토양층 분포와 지하수 흐름에 대한 관측 자료를 토대로 구체화됐다.
기존의 하와이형 및 카나리형 모델에서 쉽게 해석되지 않는 제주도 지하수의 흐름특성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한라산연구부 안웅산 박사는 “새롭게 제안된 지하수 모델을 기반으로 한 지하수의 흐름량, 흐름속도 및 패턴에 대한 정량적 연구가 이뤄진다면 제안된 모델은 향후 제주도 지하수 관리와 예측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추가 연구 필요성을 강조했다.
신창훈 한라산연구부장은 “이번 연구결과는 지하수학, 화산학, 동굴학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수년에 걸쳐 수행된 기초연구의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자연분야 전반에 걸친 연구에 더욱 집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