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M&A)이 결국 무산됐다.
제주항공은 지난 3월2일 이스타홀딩스와 체결했던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을 해제한다고 23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의 첫 항공사간 인수합병으로 주목을 받았던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합병은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번 인수합병은 일찌감치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 1일 이스타항공 측에 10영업일 안에 인수합병을 위한 선행조건을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선행조건은 이스타항공의 태국 현지 총판인 타이이스타젯이 항공기를 임차하는 과정에서 이스타항공이 채무 미화 3100만달러를 지급 보증한 사안을 해결하는 것과 임직원 체불 임금 240억원 해결, 그 외 각종 운영비 등 연체 금액을 해결하는 것 등으로 알려졌다.
이스타항공 측은 지난달 30일 제주항공에 공문을 보내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건과 관련해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각종 연체된 금액에 대해서는 그동안 유동성이 막혀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제주항공 측은 법무법인 등을 통해 이스타항공의 공문을 검토한 결과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문제 등이 해결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측에 공문을 발송해 선행조건 이행을 촉구했다. 하지만 결국 선행조건의 이행은 이뤄지지 못했고 그 때문에 인수합병 무산이 기정 사실화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의 중재가 더해지면서 주식매매계약 공식 해제가 뒤로 미뤄졌고 인수합병 무산도 이번에야 공식화됐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지와 중재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인수를 강행하기에는 제주항공이 짊어져야 할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의 피해에 대한 우려도 크다”며 “이번 인수합병이 결실을 거두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측은 법정 공방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측에서 선행조건을 이행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스타 측에선 조건들이 충족됐다고 하는 등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의 파산절차 돌입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이스타가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경우 이스타항공 1600여명 임직원들이 모두 실직 위기에 몰리게 된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