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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법, 어디로 가야 하나(3)] 정부는 '기본계획',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계획'

  <제이누리>는 지역의 현안에 대해 문제점을 진단해 해법을 제시하는 솔루션 저널리즘(solution journalism)을 추구합니다. ‘제주특별법’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제주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의 약칭으로 고도의 자치권과 실질적인 지방분권을 추구하기 위한 제주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설계하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법률적인 구조적 결함에도 불구하고 주민의 삶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제대로 작동이 되지 않는 다 할 수 있으며, 극소수의 공무원을 제외한 주민 대부분이 그 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면 문제입니다.
  제주특별법은 전문 481개의 조문으로 복잡하게 구성되어 각 조항마다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그 문제점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제주특별법’은 특별법이라 할지라도 헌법이 요구하는 체계적 정당성 원리에 따라야 하며 법률 간에 서로 배치되거나 모순돼서는 안됩니다. 그러한 점에서 ‘제주특별법’을 진단해 진정한 제주의 미래를 설계해 나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며 독자 여러분의 많은 의견바랍니다./ 편집자 주

 

 

'지방자치법' 제11조는 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사무를 비롯하여 7개 분야를 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처리할 수 없는 국가의 전속관할 사무이다.

 

국가 존립사무뿐만 아니라, 금융정책, 우편, 철도와 항공관리, 국세와 같이 전국적으로 통일적 처리가 필요한 사무도 마찬가지이다. 국가종합경제계획은 전국단위 계획을 말하며 지역에 한정되는 지역계획과는 다르다. 출입국, 관세, 검역과 같이 국경에서 처리하여야 하는 사무도 지방자치단체에 이양될 수도 없으며 능력 범위 밖에 있다.

 

그러므로 국가 사무는 국회와 정부가 제정한 법령으로 사무를 창설하고 그 일부를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할 수는 있으나 이를 '이양'이라 할 수는 없다. 이에 비하여 '제주특별법' 제20조 제1항은 '외교, 국방, 사법 등의 국가 존립사무를 제외한 사무'로 '지방자치법' 제11조 제외한 2호 내지 7호인 경우에도 '이양'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제주특별법 지방자치법                         

제20조(중앙행정기관 권한의 단계적 이양) ① 지원위원회는 제주자치도의 경우 외교, 국방, 사법 등의 국가존립사무를 제외한 사무에 대하여 제주자치도의 지역 여건, 역량 및 재정능력 등을 고려하여 단계별로 제주자치도에 이양하기 위한 계획(이하 '이양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야 한다.

 

제11조(국가사무의 처리제한) 지방자치단체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국가사무를 처리할 수 없다. 다만, 법률에 이와 다른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
1. 외교, 국방, 사법(司法), 국세 등 국가의 존립에 필요한 사무
2. 물가정책, 금융정책, 수출입정책 등 전국적으로 통일적 처리를 요하는 사무
3. 농산물ㆍ임산물ㆍ축산물ㆍ수산물 및 양곡의 수급조절과 수출입 등 전국적 규모의 사무
4. 국가종합경제개발계획, 국가하천, 국유림, 국토종합개발계획, 지정항만, 고속국도ㆍ일반국도, 국립공원 등 전국적 규모나 이와 비슷한 규모의 사무
5. 근로기준, 측량단위 등 전국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사무
6. 우편, 철도 등 전국적 규모나 이와 비슷한 규모의 사무
7.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검사ㆍ시험ㆍ연구, 항공관리, 기상행정, 원자력개발 등 지방자치단체의 기술과 재정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무

 

이 규정은 연방국가의 주(州)를 지방 단위로 착각해서 나온 것으로 보여 진다. 그러나 연방국가의 주는 국가 단위이며, 연방과 주의 헌법과 법률은 각각 독립되며 사법부도 독립된다. 연방국가의 지방자치는 연방과 주의 관계가 아니라 주와 지방의 관계라는 점은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양(devolution)과 위임(delegation)은 구분이 필요하다. '이양'은 모든 권한을 포괄적으로 이전(transfer)하는 것이나 우리나라의 법률구조상 매우 제한적이다.

 

국회와 정부가 제정한 법령에 따른 사무는 국가사무이며 그 권한의 일부를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전하였다면 '이양'이 아니라 '위임'이다. 중앙정부 장관의 권한을 도지사에게 이전하였다면 '기관위임(agency delegation)'이다. 이에 비하여 지방의회가 제정하는 조례로 창설된다면 자치사무이며, 제주특별자치도는 국가의 위임사무와 지역의 자치사무를 처리하는 복수의 지위라는 점을 간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가계획과 지역계획

 

우리나라의 법률은 중앙정부가 전국을 관할하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에 따라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을 관할하는 '지역계획' 혹은 '시행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도록 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예를 들면 '어장관리법' 제3조에 따라 해양수산부장관은 전국 단위 '어장관리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어장관리법' 제4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국가의 기본계획과 지침에 따라 '어장관리 시행계획'을 수립하는 의무가 부과되었다.

 

그러나 '제주특별법' 제291조 제1항은 해양수산부장관이 수립하는 '어장관리 기본계획' 수립 권한을 제주특별자치도에 위임하였다. 이 규정은 제주특별자치도에 전국의 어장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하여 버린 것이다. 그러나 '어장관리 기본계획'은 전국을 관할로 국가 예산 투자계획과 법령 검토가 포함되며, 국회에 보고하고 정식으로 고시를 하여야 하는 해양수산부에 전속하는 권한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능력 밖에 있다.

 

제주특별법 어장관리법

제291조(어장관리 등에 관한 특례) ① 「어장관리법」 제3조, 제6조제1항·제2항 및 제14조제1항에 따른 해양수산부장관의 권한은 도지사의 권한으로 한다. 이 경우 도지사는 같은 법 제6조에 따른 어장환경조사의 결과를 지체 없이 해양수산부장관에게 통보하여야 한다.

 

제3조(어장관리 기본계획) ①해양수산부장관은 어장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하여 5년마다 어장관리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야 한다.

 

제4조(어장관리 시행계획) ①시장(특별자치도의 경우에는 특별자치도지사를 말한다. 이하 같다)ㆍ군수ㆍ구청장은 제3조에 따른 기본계획과 그 세부 시행지침에 따라 5년마다 그 관할 어장에 대하여 어장관리 시행계획(이하 "시행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야 한다.

 

이 착오는 '제주특별법' 제20조가 외교, 국방, 사법과 같은 '국가존립에 관한 사무 이외의 모든 권한'을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양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는 마치 국가가 영토고권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방자치단체에게 자신의 관할 구역 내의 사람과 물건을 독점적 배타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되었다 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헌재 2006.3.20. 선고 2003헌라2 결정)

 

대법원은 '행정기관의 권한에는 사무의 성질 및 내용에 따르는 제약이 있고, 지역적 대인적으로 한계가 있으므로 이러한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권한유월의 행위는 무권한의 행위로서 원칙적으로 무효이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대판 1996.6.28. 선고 96누4374 판결)

 

이 판결에 따르면 '제주특별법' 제291조 제1항 전국의 '어장관리 기본계획' 수립을 제주특별자치도에 이양한 것은 무효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사례는 '제주특별법' 제292조 제1항 '수산업법' 제50조에 따른 '기르는 어업발전 기본계획'도 마찬가지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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