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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시중의 [프로빈셜 홀(Provincial Hall)(25)] 조배죽의 '피터 팬 증후군' 캐릭터

 

조배죽들은 자신들이 절대적으로 충성을 바치던 총독이 아니라 다른 지도자이기 때문에 뒤로 돌아서 업신여기는 듯하다. 민주적인 지도자가 들어서면 자세를 바꾸어 민(民)을 향하여 돌아서 여러가지 민원을 해결하여야 하고 차원이 다른 봉사를 하려면 골치가 아프다.

 

반면에 독재적인 지도자에게 오히려 꽁지를 흔들며 스스로 충성심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들은 조배죽이다. 옛날이 좋았고 항상 총독이 그립다. 조배죽들은 총독의 지위와 권위를 빌어 오직 한사람을 올려다보면서 충성을 바치고 프로빈스를 손쉽게 통치하는 방법을 익혔다. 권세의 차이도 크게 나타나기 마련이고 뭔가 손해가 크다는 느낌을 받는다.

 

김철수는 남들의 눈에 띄지 않게 구석에 앉아 조용하게 사무처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 독특하고 재미있는 다양한 조배죽의 캐릭터를 직접 경험하게 된다.

 

우배식(㬂醅蒠)은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한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볼펜을 손가락에 끼어 돌리며 멍청하게 딴청을 부리다가 호된 질책을 받았다.

 

우배식은 국장이 출장을 가서 국장실을 비우면 자신이 국장이 된 듯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다리를 꼬아 앉은 거만한 모습으로 책상 서랍을 열어 보기도 하고, 서류를 검토하기도 하고, 결재하는 자세를 잡으면서 권세를 누리듯이 취해 있었다. 볼펜을 끼운 손가락으로 허공에 삿대질을 하면서 부하들을 지휘하는 모습을 연습하고 있었다.

 

김철수와 눈이 마주치자 우배식은 “곳지마라이(얘기하지 마라)‼”라면서 화들짝 놀라 일어섰었다. 국장이 복귀하였으나 김철수는 “우배식이 국장님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라고 보고하지는 못하였다.

 

그 대신에 조배죽의 인성은 기본적으로 예의도 갖추지 못한 수준 밖에 되질 않는다고 못 박아 버렸다. 업무의 전문성이나 리더십이니 뭐니 따질 이유가 없다. 그 정도밖에 안 되는 자들로부터 오랜 세월을 모질게 핍박을 당하여 왔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다.

 

복사기 조배죽

 

사회에는 '자신을 따라 하는 동료'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 자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을 복사해서 붙이는 듯 따라서 하기 때문에 매분 매초마다 말과 행동을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고 자신의 영혼과 정체성이 다 털리는 기분이 든다. 생각하는 머리도 털려버리는 듯하다.

 

학자들은 열등감으로 인한 질투에서 비롯되고, 청소년들이 연예인들의 차림과 행동을 모방하는 심리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자신의 행위를 모방하여 따라한다면 자신을 분석하고 관찰하는 대상으로 삼았다는 불쾌한 감정이 올라오지 않을 수 없다.

 

우희번(櫌鵗蹯)은 김철수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집중 감시 중이다. 그는 한 때 총독으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었다. 예전에 하던 대로 만만한 사람을 대상으로 무슨 말을 했다든지 무슨 행동을 했다든지 부풀려서 고자질하는 습관이 있다. 평생 해왔던 일과이다.

 

그는 앉은 자리에서 자세를 바꾸지 않고도 눈동자를 최대한 좌우로 돌려 주변을 살피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의 왼쪽 눈동자는 가만히 있는데 오른쪽 눈동자가 눈의 가장자리 끝에 한참동안 머물러 김철수를 향한 기형적인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소름이 돋았다.

 

김철수가 전화기를 들면 우희번은 전화기를 같이 든다. 통화도 안하고 내려놓으면 동시에 내려놓는다. 볼펜을 집으면 볼펜을 집는다. 컴퓨터를 끄면 동시에 컴퓨터를 끈다. 화장실에 가면 따라 나온다. 물을 마시면 동시에 쫓아와서 물을 마신다. 귀찮고 성가셔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서 핸드폰 통화를 했더니 금방 핸드폰을 들고 따라 나왔다.

 

이 짓거리가 계속되어 일부러 테스트를 해 보았다. 식당에서 김철수가 젓가락을 집으면 우희번이 따라하고, 김치를 집으면 김치를 집고, 수저를 들면 동시에 수저를 들었다. 기가 막혀 수저를 내려놓고 식사를 마쳐 버렸다. 우희번은 따라서 식사를 마쳤다. 동시에 핸드폰을 들면 따라 했다가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면 이를 꼭 같이 따라했다.

 

'이런 얼빠진 인간이 다 있냐?'하고 김철수가 한 참 째려보면 우희번은 많이 모자란 사람처럼 ‘희죽희죽’ 거렸다. 그러다가 “벤치마킹 하려고...” 우물우물 거렸다. “나(김철수)를 벤치마킹 한다고...?” 다른 지역에서 우수한 행정사례가 차고 넘치는데도 접근할 능력이 없이 개인의 행동이나 엿보고 있으니 웃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김철수는 한동안 사무를 멈추어 아무것도 하지 않는 대신에 그의 얼굴에 시선을 고정하여 보았다. 그는 감시하고 관찰할 대상이 없게 되어 공황상태가 이어진 모양이다. 안절부절하다가 종이에 부시럭 부시럭 뭘 해보려 하지만 되는 것이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

 

김철수는 자신의 사무용 수첩이 잠시 사라졌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중요한 사항을 기록해 놓은 자료인데 우희번이 몰래 가져가 모두 복사해 열심히 빨간색 파란색 펜으로 밑줄을 그어대면서 공부를 하는 중이다. 김철수는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자신의 수첩과 복사한 자료를 빼앗아 폐기시켜 버렸다.

 

우희번은 김철수가 머지않아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는데도 여전히 이동된 곳까지 찾아와서 기웃기웃거렸다. 주변사람들로부터 김철수가 하는 말과 행동을 탐문한다고 한다. 아마도 나중에 보고서를 만들어 충성심을 발휘할 모양이다. 독특하고 재미있는 캐릭터이다.

 

피터 팬 증후군

 

‘피터 팬 증후군(Peter Pan Syndrome)’은 사람의 발달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여 ‘고착’되는 현상으로, 몸은 어른이지만 마음은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고 어린이가 되기를 원하는 심리상태로 책임있는 행동은 하기 싫고 자립능력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30여년 넘게 사회생활을 하였으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이 없이 다른 사람을 일일이 감시하고 관찰하다가 복사하듯이 따라한다면 만화 주인공을 코스프레하는 청소년기에 멈추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사무가 진전이 없어도 주민의 삶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 프로빈스의 행정구조는 문제다. 그들은 한 일 또는 할 일이 없이 ‘무노동 고임금’을 즐기며 다른 사람에게 큰 실례를 저지르면서 희죽거리는 이 자들의 정체가 궁금하다. 조배죽 문화가 깊이 뿌리를 내리고 그들은 여전히 김철수를 손아귀에 넣으려 혈안이 되어 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조시중은? = 제주특별자치도의 사무관으로 장기간 근무하다가 은퇴하였다. 근무 기간 중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정책학 석사, 미국 캘리포니아 웨스턴 로-스쿨에서 법학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최근에는 제주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는 제이누리 객원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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