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과학수사의 결과가 ‘제주판 살인의 추억’의 진실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9년 전에 비해 보강된 증거들이 경찰의 과학수사로 피의자의 '유죄입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17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전 8시20분께 강간살인 혐의로 경북 영주에서 붙잡혀 제주동부경찰서로 압송된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피의자 박모(49)씨에 대한 조사가 이날 오후 7시부터 시작됐다.
박씨는 2009년 2월1일 제주시 용담동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당시 27세·여)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다.
경찰에 따르면 조사는 처음 일반적인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시작됐다. 경찰은 “초반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택시기사 출신의 경찰을 통해 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과정에서 박씨는 초반에 “나는 잘 모른다. 기억이 안난다”는 식으로 부인하는 취지의 대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어지는 조사과정에서 경찰이 수집한 증거물을 내밀 때마다 당황하고 진술을 못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9년 전 당시의 동선에 대한 진술 내용도 계속해서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당시 동선에 대한 진술이 증거물을 내밀 때마다 계속 바뀌고 있다. 9년 전 피해자를 택시에 태운 것도 부정을 하다가 지금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2016년 2월7일 장기미제사건팀 신설 이후의 수사과정도 공개했다. 경찰은 미제사건팀 신설 이후 이 사건을 위한 증거 재분석에 들어갔다. 전국의 프로파일러가 제주로 소집된 이후 사건에 대한 재분석을 했고, 사망시점을 명확하기 위한 동물실험도 이뤄졌다. 기존에 있었던 사건서류들에 대한 재분석 역시 이뤄졌다.
경찰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사를 재개할만한 여건이 됐다고 판단. TF팀을 구성하고 재수사에 들어간 것이다.
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은 지난 11일 발부됐다. 그 이전에 계좌추적 및 통신영장을 발부받아 추적에 나섰고 경북 영주에서 사흘간의 잠복 끝에 박씨는 지난 16일 오전 검거됐다.
검거 당시 박씨는 처음 반항하는 기색을 보이다 영장을 보여주니 순순히 체포에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로 압송되는 과정에서도 특별한 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 이후에 박씨의 거주지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도 발부를 받아 압수수색도 이뤄졌다. 압수수색과정에서 경찰은 4개의 휴대폰과 노트북, 데스크탑 컴퓨터 등을 확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이 휴대폰 중 하나를 이용, 지난 9일 이번 사건에 대해 검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수사과정에서 과학기술 발전의 덕도 톡톡히 봤다. 9년 전 확보한 CCTV의 내용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확인하지 못했던 피의자의 동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CCTV는 피해자의 마지막 위치가 확인된 용담동에서 확보한 자료다.
그 외에 섬유조각을 통해 피의자와 피해자의 접촉 흔적을 확인했다. 피해자의 옷과 몸에서 나온 섬유조각이 당시 박씨가 입고 있던 상의의 섬유조직과 일치한 것이다.
경찰은 “모든 접촉에는 흔적이 남는다”며 “피해자의 옷 섬유 흔적이 피의자에게 있고 피의자의 옷의 흔적이 피해자에게 있었다. 접촉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해준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거에 대한 보강작업은 박씨에 대한 조사와 함께 계속 이뤄지고 있다. 경찰은 “9년 전 사건이다보니 기존의 것에서 증거를 계속 끄집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이 증거들을 가치 있게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강간 살해 혐의를 받고 있는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다. [제이누리=고원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