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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10)] ‘이쁘다’, ‘잎새’ 등도 표준어 인정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말 톺아보기’입니다. 톺아본다는 건 샅샅이 살펴보는 것입니다. 늘상 쓰는 우리말이지만 사실 경우에 안맞게, 본뜻과 다르게, 잘못된 표기로 혼탁·혼란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말과 글은 곧 우리의 문화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만들어가는 숨결입니다. 세계시장에서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말과 글, 그 언어의 품격을 되돌아봅니다. 올바른 우리말과 글의 사용례를 ‘쪽집게’식으로 진단합니다. 30여년 서울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숱한 ‘우리말 바로쓰기’ 강좌·연재를 한 우리말 전문가 김효곤 교사가 연재를 맡았습니다. /편집자 주

 

 

비온 다음 날 아침, 거짓말처럼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손에 잡힐 듯 밝은 햇살과 더불어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말갛고 푸른 하늘이 문득 한눈 가득 비칠 때 절로 떠오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어느덧 칠순을 바라보는 가수 송창식의 시원한 목소리가 일품인 노래, ‘푸르른 날’입니다. 다들 알고 있듯이 그 유명한 시인 미당 서정주의 시를 노랫말 삼아 곡을 붙인 것이지요.

 

그런데 저는 수십 년 동안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푸르른’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바로 작년 12월 중순까지도 ‘푸른’이 옳은 표기였기 때문이지요.

 

‘푸르다’는 ‘러' 불규칙 용언이므로 ‘푸르~’에 ‘~어’를 붙이면 ‘푸르어’나 ‘푸러’가 아닌 ‘푸르러’가 됩니다. 그러다 보니 ‘~(으)ㄴ’이 붙을 자리에도 ‘~른’을 붙여야 하는 것으로 착각하여 ‘푸르른’이라고 쓰기 쉬웠지요.

 

‘천황을 찬양한 적극적 친일(親日) 작가’, ‘권력에 아부하는 해바라기 시인’이라는 욕된 이름을 덮을 만큼 뛰어난 시를 여럿 남긴 시인의 대표작인지라 ‘시적 허용’이라는 예외를 들먹이며 감싸는 사람도 있고, ‘시인은 언어를 창조적으로 파괴하는 사람’이라는 주장으로 옹호하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2015년 12월 14일까지는 맞춤법에 어긋난 표기였습니다.

만일 이게 옳았다면 윤극영의 동요 ‘반달’은 ‘푸르른 하늘 은하수…….’ 이렇게 불렀어야 할텐데, 아무래도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써서 인터넷에 올린 지 딱 사흘만인 지난 2015년 12월 14일, 국립국어원에서 ‘푸르르다’도 ‘푸르다’를 강조하는 뜻을 가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연히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이젠 틀린 표기가 아니므로 시비 대상에서 빠지게 되었습니다. 애꿎게도 나름대로 열심히 쓴 제 글만 겨우 몇십 시간 만에 갑자기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글이 되고 말았지요. 그래서 부랴부랴 뜯어고치느라 애 좀 먹었습니다.

 

참고로 이젠 ‘이쁘다’, ‘잎새’ 등도 표준어로 인정한다네요. 이런 말들이 여태껏 비표준어였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 않습니까?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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