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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 말 톺아보기(3)] '개불알꽃' 보다 예쁜 새 이름 '봄까치꽃'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말 톺아보기’입니다. 톺아본다는 건 샅샅이 살펴보는 것입니다. 늘상 쓰는 우리말이지만 사실 경우에 안맞게, 본뜻과 다르게, 잘못된 표기로 혼탁·혼란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말과 글은 곧 우리의 문화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만들어가는 숨결입니다. 세계시장에서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말과 글, 그 언어의 품격을 되돌아봅니다. 올바른 우리말과 글의 사용례를 ‘쪽집게’식으로 진단합니다. 30여년 서울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숱한 ‘우리말 바로쓰기’ 강좌·연재를 한 우리말 전문가 김효곤 교사가 연재를 맡았습니다. /편집자 주

 

대보름 전날인 2016년 2월 21일, 전주 모악산을 오르다가 길가에 작은 꽃 여러 송이가 옹기종기 모여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반가운 마음에 쪼그려 앉아서 한참을 들여다보았습니다. 흔히들 ‘개불알풀꽃’이라고 부르는 연한 남색 꽃으로, 저 남쪽 전라도 바닷가에서 서울에 이르기까지 전국 곳곳에서 피어나고 누구보다도 먼저 봄을 알리지만 원래 우리나라에는 없었던 귀화식물입니다.

 

봄꽃이라면 으레 개나리나 진달래, 벚꽃 등을 떠올리는데, 눈이 채 녹기도 전부터 길가 양지쪽 땅바닥에 바짝 붙어 피어나는,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작은 꽃이야말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피는 꽃이자 가장 흔한 꽃 중의 하나입니다. 작년 2월 초순에는 전남 강진으로 귀농한 친구네 마을 길가에도 지천으로 피어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원래 ‘개불알꽃’이 따로 있습니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 꽃 또한 이름이 좀 거시기해서 ‘요강꽃’, ‘복주머니란’이라고 달리 부르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개불알꽃’ 하면 난초과의 이 꽃을 떠올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귀화식물 ‘개불알풀꽃’이 끼어들어 사람을 헷갈리게 합니다.

 

2월부터 피기 시작해 한여름까지 계속 피어나는 개불알풀꽃은 꽃이 지면서 열매를 맺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두 갈래로 통통하게 갈라진 열매 모양을 보고 풀 이름을 붙였답니다. 그것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기다 보니 민망스럽게 ‘개불알풀’ 그리고 그 꽃은 ‘개불알풀꽃’이라고 부르게 된 거지요. 어떤 사람들은 가끔 ‘개불알꽃’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앞서 얘기한 대로 전혀 다른 꽃입니다.

 

요즘 들꽃을 아끼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면서, 이 작고 앙증맞은 꽃에 어울리지 않는 징그러운 이름을 바꿔 주자고 하여 붙인 ‘봄까치꽃’이라는 새 이름이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꽃을 보여줄 때마다 이름 부르기가 좀 껄끄러웠는데, 나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 모양입니다.

 

이제 새 이름을 불러 줍시다. 개불알꽃도 개불알풀꽃도 아닌 ‘봄까치꽃’이라고... ‘봄까치꽃’, 그 귀여운 모양에 딱 어울리는 예쁜 새 이름입니다.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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