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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곤 교사의 우리말 톺아보기(5)]잘못된 한자어 달라진 세태?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우리말 톺아보기’입니다. 톺아본다는 건 샅샅이 살펴보는 것입니다. 늘상 쓰는 우리말이지만 사실 경우에 안맞게, 본뜻과 다르게, 잘못된 표기로 혼탁·혼란스러운 일이 많습니다. 말과 글은 곧 우리의 문화입니다. 우리의 정신을 만들어가는 숨결입니다. 세계시장에서도 자랑스러운 우리의 말과 글, 그 언어의 품격을 되돌아봅니다. 올바른 우리말과 글의 사용례를 ‘쪽집게’식으로 진단합니다. 30여년 서울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하며 숱한 ‘우리말 바로쓰기’ 강좌·연재를 한 우리말 전문가 김효곤 교사가 연재를 맡았습니다. /편집자 주

 

어느 텔레비전 방송에서 한동안 ‘서바이벌 동거동락’이란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그런 까닭인지 사람들이 원말인 ‘동고동락(同苦同樂)’ 대신 ‘동거동락(同居同樂)’이라고 쓰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요즘 ‘동거(同居)’가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동거동락’을 오히려 더 자연스럽게 여기는 듯합니다. 인터넷 신문들은 대부분 그렇게 쓰고, 몇몇 중앙 일간지들조차 잘못 쓴 것을 간혹 볼 수 있습니다.

 

까짓것 좀 바꾸어 쓰면 어떠냐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한두 글자 살짝 바꿈으로써 달라진 세태를 반영하여 새로운 의미를 전달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느냐는 생각이지요.

 

그러나 ‘고생과 즐거움을 함께한다’는 ‘동고동락’의 본뜻을 생각하면, ‘고생’은 쏙 빼놓고 ‘즐거움’만 누리자는 쾌락주의 세태가 말에서도 드러나는 듯싶어 씁쓸합니다. 이러다 보면 아이들은 어쩌면 ‘동고동락’의 바른 뜻을 끝내 알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스컴의 이처럼 ‘엉뚱한 말 만들기’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어느덧 사십 년 가까이 됐나요? 권투 선수 홍수환의 저 유명한 ‘사전오기(四顚五起)’가 실제로는 정확히 ‘칠전팔기(七顚八起)’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합니다. 한자의 의미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들이 얕은 지식을 과시하며 만든 말들이 아무 제약 없이 널리 퍼지는 걸 보자면 한심스럽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이 경박한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겠지요.

 

새로운 한자말은 일본 매스컴 쪽에서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별 세 개를 내세운 재벌회사 광고에서 특히 많이 흉내내는 걸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회사는 초창기부터 일본 것 베끼기로 유명했지요.

 

이후로도 ‘야(夜)한 밤’, ‘최강(崔强)’ 등 새로운 한자어가 끊임없이 등장합니다. 한자 좀 아는 척하는 사람들의 횡포라고나 할까요. 지난번에도 얘기했지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한자를 거의 쓰지 않아도 되는 나라입니다. 아직 한자에 대한 향수가 남아 있는 중년 이상 세대들이 일본 흉내 내서 한자 섞어 쓰는 것은 일종의 향수병 아닌가 싶습니다. [김효곤/ 서울 둔촌고등학교 교사]

 

☞김효곤은?
=연세대 국문과를 나와 35년여 고교 국어교사를 하고 있다. 청년기 교사시절엔 전교조신문(현 교육희망)의 기자생활도 했다. 월간 <우리교육> 기자와 출판부장, <교육희망> 교열부장도 맡았었다. 1989년 이후 민주언론운동협의회가 주최하는 대학언론 강좌를 비롯해 전국 여러 대학 학보사와 교지 편집위원회, 한겨레문화센터, 여러 신문사 등에서 대학생·기자·일반인을 상대로 우리말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전교조신문>, <우리교육>, <독서평설>, <빨간펜> 등 정기간행물에 우리말 바로쓰기, 글쓰기, 논술 강좌 등을 연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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