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농업인 단체들이 사상최악의 가뭄으로 피해를 입는 제주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제주도 역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태풍이 아닌 가뭄으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내 19개 농업인단체로 구성된 제주도농업인단체협의회는 20일 오전 제주도 농어업인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속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구했다.
이들은 “최악의 가뭄이 계속돼 고온과 폭염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크게 확산되는 등 제주농업은 엄청난 고통 속에서 파탄위기에 직면해 있다. 일부지역에서는 농가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심지어 감귤나무마저 말라죽는 상황이 벌어지는 등 농작물 자체가 폐작 될 수도 있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축산농가들도 무더위가 계속되면서 식욕감퇴로 사료를 먹지 않아 돼지나 닭들의 발육부진과 번식률 저하는 물론 폐사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특히 “이러한 물 부족사태는 극심한 가뭄에 따른 자연재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더욱 큰 문제는 가뭄에 따른 특별한 대책이 없다는 점에서 국민의 생명수인 물 관리를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와 행정당국에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러면서 “정부가 나서서 제주도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정부차원의 가뭄대책을 세워 달라”고 촉구했다.
게다가 “제주도에 즉각적으로 중앙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해 재해예방과 피해대책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아울러 “정부와 제주도 당국은 농민들이 마음 놓고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철저하고도 장기적인 물 관리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강조했다.
한편 제주도도 가뭄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정부에 가뭄피해 확산에 따른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키로 했다.
도는 농업기술원 전문가 30명으로 구성된 ‘농작물 가뭄피해조사반’을 운영, 안전행정부와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정부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할 방침이다.
현재 제주지역은 54일째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강우량은 제주시 24.9㎜, 서귀포시 20.3㎜가 전부다.
낮 최고기온 35도가 넘는 폭염에 동반되는 가뭄 속에 당근은 파종면적 1552㏊ 가운데 576㏊가 발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재파종해야 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양배추와 브로콜리, 마늘, 감자 등 월동채소 파종 및 정식작업도 지연되고 있다. 지금 재배되고 있는 콩, 참깨, 밭벼, 고구마는 생육부진으로 수량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감귤의 경우 장기간 비가 내리지 않아 말라죽거나 생육이 저하돼 올해산 노지감귤의 크기가 가장 작은 ‘1번과’가 대량으로 생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더욱이 최근 제주도 수자원본부가 도내 지하수 관측정을 조사한 결과 제주전체 지하수 평균수위는 6.27m로 평년보다 1.26m나 내려갔다. [제이누리=김영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