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운 기억' 표지 나이 환갑에 이르러 오승국 시인이 첫 시집을 발간했다. 발문을 쓴 김수열 시인의 표현처럼 ‘오랜 유예를 마치고 마침내 도착한’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은 그의 문청(文靑)시대를 포함해 지난 40여 년간 썼던 글들을 가려 묶은 것이다. 이 시집에는 오 시인의 젊은 날 시편들이 실려있다. 어쩌면 그에게는 추억의 시집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집의 제목도 ‘아쉬운 기억’이다. 새로운 시편들은 아니겠지만, 오히려 오 시인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시편들을 통해 우리가 살아낸 지난 40여 년간의 아쉬운 기억들을 다시 소환하거나 환기할 수 있다는 점, 그런 동시대적 공감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측면의 묘미가 있다. 오 시인의 활동반경은 4·3으로 옮겨간다. '제주4·3연구소' 사무처장을 맡으면서 4·3 관련 활동을 열정적으로 이어나갔다. 시편들 중 '죽었다가 살았다가 또 죽었네', '키 커부난 죽언', '진혼' 등은 4·3생존자 및 유족들의 육성을 시로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삼다도(三多島)는 그림도(圖)'라는 주제로 샛보름미술시장에 출품한 소품 4점 중 하나다. 2021년 10월 도립미술관에 전시됐던 그림이다. 모든 우연은 우연이 아니라 필연임을, 그리고 모든 것에는 이유가 있다. 세월이 지날 수록 절로 확인되고, 확연해짐은 왜일까? 사실 이 그림에는 섬이 없었다. 원래 제작 의도는 미니멀하게 단순한 면의 붓질과 사의적이고 간결한 선으로 물결만 표현해 명상적이고 평상심 상태의 마음의 평화를 담아보려던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림을 마무리하다가 실수로 커피를 흘리는 불상사가 일어났다. 한방울의 커피 흔적이 섬으로 뒤바뀌고, 없던 섬이 예기치 않게 생겨나 바다에 섬이 떠있는 풍경이 돼버렸다.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실수로 벌어진 오점이 섬으로 바뀌고, 망망대해에 외로이 떠있는 그 섬이 나의 모습으로 투영되고 바라보게 되는 것은 우연일까 필연일까? 인연이 돼 지금 이 순간 민감한 화선지와 예리한 붓이 만난다. 습윤한 붓질 가운데 밝은 비백이 드러난다. 적당한 속도의 붓질 가운데 붓의 결이 드러나고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윤슬이 드러난다. 수평선을 사이에 두고 하늘과 바다가 만난다. 우연
▲ 단편영화 '쓸모없는 녀석' 스틸컷 제4회 하이난대학생단편영화제 시상식에서 김중회 감독의 단편영화 '쓸모없는 녀석'이 ‘베스트 작가상’을 받았다. 올해 7월부터 공모가 시작된 제4회 하이난대학생단편영화제에는 10여개 국에서 149개 작품이 출품됐다. 김중회 감독은 제주 출신으로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 공부를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 감독, 각본, 편집을 모두 도맡으면서 베스트 작가상을 받게 됐다. 영화는 약국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무명배우 성식이 오디션 소식을 듣고 주연배우로 캐스팅 된 고향친구를 찾아가 과거를 마주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 김중회 감독 심사는 전문가 평가와 시민 평가로 나눠 진행됐다. 이 중 베스트 작가상, 베스트 감독상, 베스트 단편영화상은 영화전문가 심사로만 평가가 이뤄졌다. 김중회 감독의 영화 '쓸모없는 녀석'은 제주영상·문화산업진흥원의 제주다양성영화 제작 지원으로 만들어졌다. 제주영상원이 제작 지원한 변성진 감독의 '헛묘'가 지난해 닝보국제
▲ 상단 왼쪽부터 정택찬, 염재빈, 권영진 하단 왼쪽부터 서정민, 마이클 밀러, 이윤정 제16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 호른부문 및 제1회 제주관악작곡콩쿠르 결선이 지난 6일 서귀포관악단 실연으로 열렸다. 관악콩쿠르 호른부문 1위에는 정택찬(한국), 2위에는 염재빈(한국), 3위에는 권영진(한국)이 선정됐다. 이들에게는 소정의 시상금이 주어진다. 1위 수상자에게는 2022년 제주국제관악제에 협연자로 공식 초청되며 ㈜야마하코리아에서 호른이 부상으로 제공된다. 관악콩쿠르 총 4개 부문 중 호른과 금관5중주만 결선이 완료됐다. 트럼펫, 테너트롬본은 영상심사로 대체된다. 오는 17일까지 영상을 제출해 심사 후 20일경에 발표할 예정이다. 이 경연은 2009년 국제음악콩쿠르세계연맹(WFIMC)에 가입됐다. 2위 이내 입상한 내국인에게는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처음 열린 제주관악작곡콩쿠르에서는 1위에 서정민(한국)의 '계화타령', 2위에 마이클 밀러(Michael Miller, 미국)의 '해녀', 3위에 이윤정(한국)의 '잇고지고 잇고지고'가 선정됐다. 7일 오후 7시 제주아트센터에서 시상식이 열린
▲ 하늘빛 바다빛/ 39.5㎝×27㎝/ 켄트지에수묵담채/ 2021 동양의 음양사상에서 음양은 둘이면서도 하나로 돌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양중음 음중양은 밝은 가운데 어둠이 있고 어둠 가운데 밝음이 있음을 가리키기도 한다. 이를 우리 삶에 빗대어 보면 행복과 불행이라는 그 속성 또한 다르지 않다. 일상의 행복은 자신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부재나 결핍을 알고 나서야 뒤늦게 모든 것이 소중하고 귀함을 알게 된다. 주어진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 살아 있을때만이 그 의미와 가치를 향유하고 누릴수 있음을 ... 그로인해 모든 것에 감사함이 절로 일어남을 ... 그러고 나서도 어쩔 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망각의 시간 속에서 인간은 그 소중하고 귀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기대와 욕심, 집착으로 불행을 자초하고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가진 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야만과 고집, 욕심, 집착, 번뇌, 걱정, 불안, 두려움에 휩쓸리는 것 또한 인간의 보통 삶이다. 그리고 그 어리석은 시행착오를 통해 각성하고 반성하고 뉘우치고를 반복하며 한걸음 한걸음 마음을 일으켜 성숙해 가기도 하는 것이다. 요즘 마음이
▲ 제주어 기초어휘 활용 사전 소멸 위기 제주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을 길라잡이 책이 나왔다. 제주어연구소 강영봉 이사장과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 김순자 센터장이 힘을 모아 펴낸 '제주어 기초어휘 활용 사전'이다. 제주어의 기초어휘 쓰임을 펼쳐 놓은 이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1년 지역출판산업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선정, 출판됐다. ‘우리가 알아야 할 토박이 제주어’라는 부제가 붙은 이책은 제주어 소통에 있어서 필요한 제주어의 기초어휘를 어떻게 써야하는지 그 용례를 다각적으로 풀어낸 사전이다. 책 제목의 ‘활용’은 국어문법에서 말하는 동사와 형용사의 활용과 같은 문법 개념으로서의 ‘활용’이 아니라 기초어휘가 일상 언어생활에서의 ‘쓰임’이라는 의미로 쓰인 것이다. 기초어휘는 한 언어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에 꼭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최소한의 어휘를 말한다. 즉 언어생활에서 반드시 필요한 최소한의 어휘로, 어린아이 때부터 배우게 되는 ‘아빠⋅엄마’와 같은 명
▲ 제주연합관악단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가 다음달 3일부터 7일까지 제주국제관악제 겨울시즌을 연다. 그동안 26회의 제주국제관악제와 16회를 맞는 제주국제관악콩쿠르는 여름에 열렸다. 하지만 올해 처음으로 여름과 겨울시즌으로 나눠 열린다. 겨울시즌 제주국제관악제는 크게 3가지로 나눠져 열린다. 첫째는 제주연합관악단, 전문앙상블 및 마에스트로, 젊은 관악인들이 펼치는 관악공연이다. 둘째는 제주국제관악콩쿠르 결선으로 3개의 개인 부문은 교향악단과의 협연이며 금관 5중주는 영상심사로 이뤄진다. 셋째는 관악작곡콩쿠르로 올해 처음 시작되는 부문이다. 젊은 작곡가들에게 관악곡에 대한 창작 의욕을 북돋우고 레퍼토리를 넓혀 제주와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 제주국제관악제.제주국제관악콩쿠르 포스터 겨울시즌 개막공연은 다음달 3일 오후 7시 30분 제주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제주도립제주교향악단, 제주도립 서귀포관악단, 제주윈드오케스트라, 서울윈드오케스트라 단원들로 구성된 연합관악단이 출연한다. 지휘자 김응두는 국내 대표적 전문관악단인 서울윈드오케스트라 지휘자다. 마림바 박혜지, 소프라노
탐라국 건국 과정이 담긴 삼성신화를 역사·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성준의 대하소설 '탐라의 여명' 1·2권이 출간됐다. 고·양·부(高·梁·夫) 삼성(三姓)의 시조인 고을나·양을나·부을나 등 삼을나가 삼성혈에서 솟아나 나라를 세웠다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역사적 사실과 직접 연결되진 않았다. 하지만 많은 사료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을 더해 삼을나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소설이다. 1권은 '고을나'로 알려진 탐라고씨 시조의 이야기로 올해 1월 초에 발간됐다. 2권은 '양을나'로 알려진 탐라양씨 시조의 이야기로 지난 10일 발간됐다. 총 10권으로 구성한 대하소설의 시동을 건 것이다. 1권에서는 고구려 모본왕 태자인 고익(高翊, 소설 속의 이름 고영)을 고을나로 설정, 그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다. 2권은 낙랑국 항복일에서부터 시작된다. 호동에게 빠진 여섯째 궁주가 낙랑국의 방어체제인 자명고각(自鳴鼓角, 자명고로 알려진 기물)의 비밀을 고구려에 누설해 반나절 만에 고구려가 낙랑국의 항복을 받아내는 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성준 작가는 "천 년 이상 존재했던 탐라국의 역사가 기록되지 않았을 리 없는데, 단 한 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고려와 몽
▲ 자연-숨/ 54.5㎝×39.5㎝/ 켄트지에수묵담채/ 2021 지난 9~10월 제주돌문화공원 오백장군갤러리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린 '삼다도(三多島)는 그림도(圖)'라는 주제로 섬아트문화연구소가 주관한 샛보름미술시장에 출품한 소품 4점 중 하나인 그림이다. 고향으로 돌아와 늘 보는 바다를 화가인 나로서는 당연히 그리고 싶었다. 입도 후 처음 그린 그림들이 제주바다였음은 나에게는 당연한 귀결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여전히 표현 소재로 제주자연인 바다와 파도, 갯바위, 더불어 시시각각 변화무쌍하게 변하는 하늘을 틈나는대로 관찰하고 스케치하고 있다. 하늘을 쳐다보는 일이 많아진 것도 서울살이 때와는 많이 다른 점이다. 우울감 속에 먼지 가득한 잿빛 하늘을 멍하니 바라볼 때와 다르게 시시각각 명료하게 물감잔치를 하듯이 펼쳐지는 변화무쌍하고 화려한 제주 하늘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행복감에 젖을 수 있음은 참으로 감사할 일이다. 늘 보는 바다도 그렇고 파도도 그렇다. 나에게는 가슴떨리고 설레게하는 제주자연의 모습들이다. 그런 고마운 자연을 남들과는 다른 시각과 표현으로 그려보고자 짧은 기간이지만 많
피아니스트 오류림이 독주회를 연다. ’오류림 피아노 독주회-네 번째 작곡가 이야기, 요한 세바스찬 바흐’가 오는 12일 오후 7시 30분 서귀포 김정문화회관에서 열린다. 꾸준히 거장의 음악 세계를 재조명하는 작업을 해온 오류림은 올해의 작곡가로 바흐를 선택했다. 바흐의 수식어는 ‘음악의 아버지’다.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천재 작곡가들도 바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특히 음을 하나하나 쌓아올려 주제를 완성하는 그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은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치밀한 화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오류림은 바흐 음악의 정수를 보여주는 곡으로 ‘평균율 클라비어곡집 2권’을 골랐다. 그 중에서도 ‘제17번 A♭장조 작품’과 춤곡으로 이뤄진 ‘파르티타 2번’을 1부에서 연주한다. 2부에서는 바흐를 대표하는 현악기 무반주 작품 중 ‘바이올린 무반주 소나타 1번’을 선보인다. 이 곡은 바흐가 쾨텐 궁정악장으로 활동하고 있던 시기에 악단 바이올린 주자 시피스를 위해 쓴 것이다. 이 작품은 바이올린의
▲ 퓨전 클래식 연주팀 '앙상블블루'가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Salut d’amour)’를 연주하고 있다. [제이누리=박지희 기자] 깊어지는 제주 가을이 우아하고도 경쾌한 클래식 선율로 물들었다. 창간 10주년을 맞은 <제이누리>가 6일 오후 4시 30분 제주시 동문로 김만덕기념관 만덕홀에서 제주도민과 독자를 위해 퓨전 클래식 전문연주팀 ‘앙상블 블루(Ensemble Blue)’ 초청 콘서트 ‘가을의 향연’을 내보냈다. 열정이 담긴 클래식 선율이 가을밤에 울려 퍼졌다. <제이누리>가 주최하고 제주도와 제주도개발공사가 후원한 이번 콘서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소규모로 이뤄졌다. 80여명의 관객들은 안전한 공연 관람을 위해 좌석간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준수했다. <제이누리> 양성철 발행·편집인은 공연 전 ”제주도민과 독자 여러분의 격려에 힘입어 <제이누리>가 창간 10주년을 맞이했다"면서 “도민들께 그
▲ 제9회 아름다운 제주말.글찾기 공모전 시상자 기념촬영. 제주어를 생활 속에 녹여 온 '제주어 전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제이누리>와 제주연구원 제주학연구센터가 공동주최한 ‘제주어 보전, 제주어 찾기 공모전’ 시상식 현장이다. ‘제9회 아름다운 제주말・글 찾기’ 시상식이 6일 오후 2시 제주시 건입동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렸다. 시상식에는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순이씨를 비롯한 수상자들과 김순자 제주도 제주학연구센터장, 심사를 담당한 박재형 제주문인협회장 등 50여명이 참석했다. ▲ 김순자 제주도 제주학연구센터장. 김순자 제주도 제주학연구센터장은 시상식 축사를 통해 "어느새 제9회 제주어 공모전을 끝내고 수상 작품집을 내니 감회가 새롭다"면서 "이번 공모전의 심사평이 인상적이었다. '제주어로 시를 쓰면 리듬이 있는 까닭에 입에 감긴다'는 평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아름다운 제주어 찾기'에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시기를 부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