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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회 푸른시학상 수상기념 ... 연민과 자비심으로 세상을 본 시선 시로 형상화

<제이누리>에 해외문인들의 시를 번역, 소개하는 '세계시선'(詩選)을 연재중인 작가 강병철씨가 제19회 푸른시학상 수상기념 시집 ‘폭포에서 베틀을 읽다’를 출간했다.

 

강 작가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뜨려고 노력하였다. 세상은 아름다우나 아름다움을 보기는 쉽지 않다. 여행하고 책을 많이 읽고 사유를 많이 하며 별빛 같은 시를 쓰고 싶었다”며 시인의 말에서 즐겨 읽는 ‘유마경(維摩經)’의 가르침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 쓰기에 스며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폭포에서 베틀을 읽다’ 시집은 3부로 구성돼 있다. 김필영 평론가는 가스통 바슐라르의 이론적 배경에서 시집 전반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물의 시학을 조명하였다.

 

다음은 그의 시 3편이다. 

 

연민과 자비심으로 세상을 보면서 시로 형상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생의 밑바닥에서 노력하여 성공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비의 꿈’이라는 작품을 썼고, ‘술잔에 어리는 눈물’은 술을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면서 퇴직을 한 친구가 푸념하는 것을 들으면서 쓴 작품이다. 그는 또 40개국을 여행하였는데 루마니아 '클루지나포카'에서 만난 집시에게서 감명을 받아 동명의 시를 남겼다. 

 

나비의 꿈

 

나비를 꿈꾸는 자의

눈물에서는 아린 냄새가 난다

 

애벌레로 살다

눈부신 날갯짓으로 활공하는 시간은 짧다

기어가는 생은 길지만

날아가는 생은 찰나다

 

순간을 나는

나비의 꿈은

화려한 슬픔이다

 

석양이 붉은 휘장을 내리는 것은

흩어진 날개를 모으고

활공하는 찰나의 삶을 위해서이다

 

술잔에 어리는 눈물

 

지나간 날을

억지로 기억하려는 사람

목소리에서 슬픈 냄새가 난다

 

정년퇴직하던 날

‘왕년에는 잘 나갔다’고

술잔을 앞에 두고 푸념하는 친구

 

술잔을 쳐다보는 슬픈 눈,

기억은 후퇴를 거듭하다가 돌아온다

 

슬픔은 물 냄새를 따라 뒷걸음친다


 

클루지나포카(Cluj-Napoca)에서

 

루마니아 서북부 클루지 주에 있는

루마니아 제2의 도시에서

어리숙한 집시가 흰 꽃을 내민다

 

어느 집 담벼락에서 뜯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미국 지폐를 내밀고

한 송이 꽃을 들고 허공에 흔들었다

 

천대를 받으며 사는

저들은 어쩌다 여기로 왔을까

 

얼굴과 피부색은 나와 같은데

이방인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조상들과 소통하고 있다

 

낙오된 칭기즈칸 병사가

조상이었을,

용맹한 전사의 후예가

한 송이 흰 꽃을 내밀고 있다

 

강 작가는 제주대에서 국제정치를 전공,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인권위원회>위원 및 <국제펜클럽 투옥작가위원회>위원 ,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 연구이사, 충남대 국방연구소 연구교수, 제주국제대 특임교수, 뉴제주일보 논설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평화협력연구원 연구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다수의 번역서와 시집, 소설집 등이 있다. 현재 세계 각국 문인들의 작품을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제이누리=양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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